ESS(에너지저장장치)를 15년, 25년씩 운영하는 계약이 늘면서 ‘언제 모듈을 더 넣을 것인가’는 설계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가 됐다. 미국 ESS 통합사 Fluence의 US12632024B2는 바로 이 판단을 청구항으로 묶었다. 현장 데이터로 용량을 추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온도·구성·부품 수·소재를 조정하는 교정 조치까지를 하나의 폐루프로 청구한 것이다. 이 글은 청구항의 구성과 세 가지 독립항 형식을 따라 권리의 경계와 회피 여지를 읽는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요지부터 말하면, 이 특허의 무게는 ‘용량을 어떻게 계산하느냐’보다 ‘계산 결과로 무엇을 바꾸느냐’에 실려 있다. US12632024B2(출원인·권리자 Fluence Energy LLC, 출원 2022-11-14, 등록 2026-05-19)의 세 독립항은 모두 추정 용량에 따른 교정 조치, 즉 물리적 파라미터의 조정을 필수 요소로 둔다[3]. 그 파라미터 목록에 ‘부품 수(number of components)’가 들어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듈 증설이라는 운영 의사결정이 권리 범위의 문언 안으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업계 상황은 이 특허를 시의성 있게 만든다. 2026년 9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EVE에너지 자회사는 Fluence와 2027~2031년 최대 206GWh의 ESS 셀 공급 프레임워크를 맺었다. 2027년 16GWh는 확정 물량이고 2028~2031년 190GWh는 예약 물량이며, 세부 사양과 가격은 이후 발주로 정한다[1]. 같은 주 국내에서는 제주에 ’25년간 1일 2회 충·방전’ 조건의 25년 계약이 처음 열렸다[2].
긴장 요인은 계약 기간이다. 기간이 길수록 용량 감소를 추적하고 부족분을 채우는 작업이 반복되는데, 그 ‘추정→조치’ 흐름이 특허로 묶여 있다면 통합사·운영사·소프트웨어 공급사 모두 FTO(침해 여부) 질문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청구항은 정확히 무엇을 묶었고, 어디까지가 경계인가.
② 기본 원리 — ESS의 용량 추정과 레인플로 계산
ESS의 남은 용량은 드나든 전하를 더하고 빼는 방식으로 셈하지만, 전류 센서의 작은 오차와 충전 상태(SOC) 추정 오차가 날마다 쌓인다. 그래서 과거 추정값을 조금씩 잊어 가며 새 데이터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재귀 추정을 쓴다. 최근 경기에 가중치를 더 주는 타율 계산과 비슷하며, 이때 잊는 속도를 정하는 값을 망각계수(forgetting factor)라 부른다.

자료: US12632024B2 청구항 1·10·14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또 하나의 재료는 레인플로(rainflow) 계산이다. 원래 기계 부품의 피로 해석에서 불규칙한 하중 이력을 크기별 사이클로 나눠 세던 방법으로, 사이클 계수 표준 관행(ASTM E1049)에도 정리돼 있다. 지붕 경사면을 타고 흐르는 빗물처럼 신호의 봉우리와 골짜기를 짝지어 세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ESS에 적용하면 하루 동안 들쭉날쭉한 충·방전 기록을 ‘완전 사이클 몇 번, 얕은 부분 사이클 몇 번’으로 바꿀 수 있다. US12632024B2의 종속항 10은 바로 이 계산으로 부분 사이클(부분 방전과 재충전)을 용량 추정에 반영하도록 한정한다[3].
청구항 1의 흐름을 따라가면 노드(10)가 에너지 데이터를 만들고, 데이터 저장 모듈(20)이 이를 추출하며, 데이터 집계 모듈(30)이 1차 데이터를 모으고, 용량 추정 모듈(40)이 입력값을 반영해 용량을 계산한 뒤, 그 결과로 교정 조치(50)를 실행한다. 종속항 14는 조정한 물리적 파라미터가 다음 추정 용량을 높이거나 낮추는 방향으로 보정하도록 한정해, 측정과 조치가 한 바퀴 도는 구조를 완성한다[3].
③ 비교 — 청구항 1 구성요소 대조
| 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 | 해석 포인트 | 회피 설계 여지(가능성) |
|---|---|---|
| (a) 에너지 데이터를 생성하는 노드, 프로세서, 메모리 | 노드의 단위(셀·모듈·랙·시스템)를 한정하지 않는다 | 구성 자체로는 회피가 어렵다 |
| (b) 저장 모듈에서 데이터 추출, 집계 모듈로 1차 데이터 수집 | 모듈은 기능 단위여서 소프트웨어 구조가 달라도 해당될 여지가 있다 | 모듈을 나누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근거가 약하다 |
| (c) 용량 판단을 조정하는 입력값을 정하고 용량을 추정 | 입력값 예: 센서 오차, SOC 오차, 초기 용량·분산, 망각계수(청구항 5~9) | 입력값 조정 없이 단순 적산만 하는 방식은 해석 다툼 여지 |
| (d) 추정 용량에 따라 교정 조치를 실행 | 프로세서가 조치를 실행하는 구성으로 쓰여 있다 | 사람이 별도 절차로 결정하는 운영은 차이 주장 여지 |
| (e) 교정 조치 = 온도·구성·부품 수·소재 중 하나 이상 조정 | 부품 수는 증설·축소, 구성은 배열 변경으로 읽힐 가능성 | 물리적 변경 없이 표시값만 보정하면 다른 경로 |
자료: US12632024B2 청구항 1·5~9·14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청구항 1의 앞부분인 데이터 흐름과 용량 추정은 업계에서 흔히 쓰는 구성에 가깝고, 권리의 무게는 (d)·(e), 즉 ‘추정에 따른 물리적 조치’에 실린다. 회피 논의도 이 두 요소에서 시작된다.
④ 특허 관점 — 누가, 어떤 형식의 청구항과 마주치나
서지와 출원 흐름. US12632024B2는 2022년 11월 14일 출원(US17/986,348)돼 2026년 5월 19일 등록됐고, Google Patents는 조정 존속기간 만료일을 2044년 10월 21일로 표시한다. 같은 출원을 기초로 한 PCT 출원(PCT/US2023/071315, 2023-07-31)은 WO2024107464A1로 공개됐다. 청구항은 22개이며 독립항은 청구항 1(시스템), 15(방법), 16(비일시적 기록매체)이다[3]. Google Patents의 패밀리 목록에는 한국 대응 출원이 보이지 않는다.
청구항 요지. 세 독립항은 모두 저장·집계·추정 모듈을 거친 용량 추정과, 그 결과에 따른 교정 조치를 요구한다. 교정 조치는 노드의 온도·구성·부품 수·소재 가운데 하나 이상을 조정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종속항은 입력값의 종류(전류 센서 오차, SOC 오차, 초기 용량과 그 분산, 망각계수, 스케일링 계수, 청구항 5~9), 레인플로 부분 사이클(청구항 10·20), 여러 노드나 여러 ESS의 동시 추정(청구항 11·12), 고장 진단 모듈(청구항 13)을 더한다[3].
자료: US12632024B2 청구항 1·10·14·15·16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권리 범위와 침해 소지. 하나의 개념을 세 형식으로 청구한 결과, 침해 주체 후보도 나뉠 수 있다. 시스템을 공급하는 장비·EMS(에너지관리시스템) 업체, 방법을 수행하는 운영사, 명령어를 담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업체가 각각 다른 청구항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방법 청구항의 단계를 여러 주체가 나눠 수행하면 직접침해 성립 여부가 다퉈질 수 있다는 점(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Akamai v. Limelight,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4]도 함께 봐야 한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첫째, 시스템은 추정 결과를 보고만 하고, 증설이나 배열 변경은 사람이 별도 절차로 결정하는 운영은 ‘프로세서가 교정 조치를 실행한다’는 요소와의 차이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 둘째, 물리적 파라미터를 바꾸지 않고 표시 용량만 보정하는 소프트웨어 조치는 (e) 요소 밖일 가능성이 있다. 셋째, 효력은 나라별이므로 한국 대응이 확인되지 않는 현재로서는 국내 사업에 이 특허가 직접 걸릴 가능성은 낮다. 넷째, 같은 검색에서 AES Corporation의 US9929594B2(우선일 2015-05-26, 「Modular energy storage method and system」) 같은 모듈형 ESS 특허가 확인돼, 무효 가능성을 검토할 때 대조 후보가 될 수 있다(이 글에서는 청구항 대조를 하지 않았다).
⑤ 한계와 전망
반대 시나리오: 청구항의 앞부분이 일반적인 데이터 처리에 가까운 만큼, 미국에서는 특허적격성(Alice Corp. v. CLS Bank, 2014)이나 선행기술을 근거로 한 무효 다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5]. 물리적 파라미터 조정이라는 요소가 이런 다툼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심사 경과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또 운영사가 증설 결정을 계약과 수작업 절차로 관리한다면 이 특허의 실무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전략적 대안: 미국에서 ESS를 운영하거나 EMS를 공급하는 기업은 ‘추정’과 ‘물리적 조치’의 의사결정 경계를 문서로 남기고, 자동 증설·자동 배열 변경 기능이 있다면 해당 기능을 청구항 (d)·(e)와 대조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공급 계약에는 특허 보증·면책 조항을 명확히 넣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실무 액션: USPTO Patent Center에서 US17/986,348의 심사 경과(보정 이력)를 열람해, ‘물리적 파라미터 조정’ 한정이 언제·왜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청구항 해석과 출원경과 금반언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술·특허 해설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US17/986,348의 심사 경과(보정 이력)는 확인하지 않았다 — 교정 조치 한정이 추가된 시점과 이유는 미확인.
- WO2024107464A1의 국내단계 진입 여부는 Google Patents 패밀리 목록 기준으로만 확인했다(한국 대응 표시 없음).
- Fluence 제품(EMS)에 이 특허가 실제로 적용되는지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US9929594B2 등 선행 특허와의 청구항 대조는 하지 않았다.
출처
- pv magazine, 「EVE Energy signs 206 GWh battery framework with storage supplier Fluence」, 2026-09-18. 기사 링크
- ZDNet Korea, 「’발주 2배’ 정부 ESS 3차전 돌입…K배터리 각축전 격화 전망」, 2026-09-22. 기사 링크
- Google Patents, US12632024B2 「Systems and methods for managing capacity of an energy storage system」 서지사항·청구항 1~22·패밀리 목록(2026-09-27 원문 확인).
- Akamai Technologies, Inc. v. Limelight Networks, Inc., 797 F.3d 1020 (Fed. Cir. 2015) (en banc).
- Alice Corp. v. CLS Bank International, 573 U.S. 208 (2014).
- ASTM E1049, Standard Practices for Cycle Counting in Fatigue Analysis(레인플로 계수 방법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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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NTIERCELL WEEKLY · 2026-W40 (2026.09.2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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