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ESS(에너지저장장치) 중앙계약시장이 제주에 처음으로 25년짜리 계약을 열었다. 조건은 “25년간 1일 2회 충·방전이 가능한 설비”다. 날짜만 곱하면 18,250회이고, 올해 발표된 셀·시스템의 사이클 수명은 가장 높은 수치가 15,000회다. 이 글은 그 차이를 셀이 메워야 하는지, 계약의 정의와 운영 설계가 메우는지, 그리고 수명을 ‘되살리는’ 기술의 권리가 한국에서 이미 누구에게 있는지를 차례로 짚는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요지부터 말하면, 이번 입찰의 진짜 쟁점은 셀의 사양이 아니라 ‘1회 충·방전’이라는 말의 정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9월 22일 ESS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하고 총 1,180MW 규모의 발전사업자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2029년 2월까지 육지 1,100MW, 제주 80MW를 구축하는 사업이며, 입찰은 11월 11일까지 받고 11월 중 낙찰자를 정한다[1][2]. 앞선 1·2차 시장의 낙찰 물량이 각각 563MW, 565MW였으니 규모가 약 두 배로 커졌다[2].
업계 상황은 익숙하다. 선정된 사업자는 전력거래소와 15년 장기계약을 맺는다. 새로운 것은 제주 특례다. 수명이 길고 반복 충·방전이 가능한 설비에 한해 계약 기간을 25년까지 고를 수 있게 했고, 정부는 그 이유로 풍력 비중이 높아 밤 시간대에도 충전이 필요한 제주 계통의 특성을 들었다[1][2].
긴장은 숫자에서 생긴다. 1년 365일 매일 두 번 완전 충·방전한다고 가정하면 25년은 18,250회다. 반면 2026년 9월 21일 양산을 시작한 Pylontech의 601Ah LFP(리튬인산철) 셀은 12,000회 이상[4], 4월에 발표된 Envision의 790Ah 셀은 15,000회 이상[5], 6월에 공개된 CATL의 나트륨이온 ESS는 15,000회를 내걸었다[6].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18,250과 15,000 사이의 틈은 누가, 어떤 수단으로 메우며, 그 수단 가운데 특허로 묶인 것은 무엇인가.
② 기본 원리 — ‘1회 충·방전’은 몇 퍼센트짜리인가
사이클 수명은 러닝화의 권장 주행거리와 닮았다. 800km를 버틴다는 신발도 매일 10km씩 뛰는 사람과 하루에 1km를 여러 번 뛰는 사람에게 같은 ‘횟수’로 닳지 않는다.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도 방전심도(DoD, 한 번에 용량의 몇 %를 쓰는가), 온도, 충·방전 속도, 그리고 ‘수명이 다했다’고 판정하는 기준(초기 용량의 80%인지 70%인지)을 함께 적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 보도(2026-09-22)와 각 사 발표·보도(2026-04~09)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실제로 CATL의 나트륨이온 ESS가 내건 15,000회는 약 25°C에서 용량 70%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고, 이를 25~30년 운전으로 환산했다[6]. Pylontech와 Envision의 발표에는 시험 조건이 드러나 있지 않다[4][5]. 반면 제주 특례의 문구는 보도 기준으로 ‘1일 2회 충·방전’만 말하고 방전심도나 판정 기준은 적지 않았다[1]. 셀 스펙의 사이클과 계약서의 사이클이 같은 단위라는 보장이 아직 없는 셈이다.
수명이 줄어드는 원리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이 글 ④절에서 볼 특허는 대상을 ‘활성 리튬이 감쇠한 전지’로 정의한다[7]. 충·방전을 반복할 때마다 음극 표면의 보호막(SEI)이 조금씩 자라며 오갈 수 있는 리튬을 붙잡아 두는데, 통장에서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가 빠져나가 잔고가 줄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18,250회를 향한 길은 크게 세 갈래다.
- 덜 쓰기 — 방전심도를 줄여 한 번에 빠지는 ‘수수료’를 낮춘다.
- 더 넣기 — 처음부터 용량을 넉넉히 설치하거나, 운영 중 모듈을 추가(증설, augmentation)한다.
- 되살리기 — 잃어버린 활성 리튬을 셀 안에 다시 공급한다.
③ 비교 — 계약 요건과 발표된 수치
| 구분 | 사이클 수(발표·환산) | 조건·수명 판정 기준 | 시점·출처 |
|---|---|---|---|
| 제주 25년 계약(요건) | 18,250회(산술 환산, 가정) | 방전심도·판정 기준 미명시(보도 기준) | 2026-09-22 발표[1][2] |
| Pylontech 601Ah LFP 셀 | 12,000회 이상 | 조건 미공개 · 425.8Wh/L · 에너지 효율 96.5% | 2026-09-21 양산(09-24 보도)[4] |
| Envision 790Ah LFP 셀 | 15,000회 이상 | 조건 미공개 · 캘린더 수명 최대 30년 · 셀 효율 96% | 2026-04-09 보도[5] |
| CATL Tener 나트륨이온 ESS | 15,000회 | 약 25°C · 용량 70% 기준 · 25~30년 환산 | 2026-06-22 보도[6] |
| BYD MC Cube·HiNa 나트륨이온 ESS | 10,000회 | 조건 미공개(비교 언급) | 2026-06-22 보도[6] |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발표 보도[1][2]와 각 사 발표를 인용한 보도[4][5][6]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발표된 최대치 15,000회도 산술 환산치 18,250회의 약 82%다. 게다가 수명 판정 기준이 70%로 공개된 경우와 아예 공개되지 않은 경우가 섞여 있어, 입찰 단계의 비교는 수치보다 조건을 먼저 맞춰야 성립한다.
이 차이를 셀 하나로 메우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운영 설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매일 두 번의 충·방전을 얕게 나누면 셀이 겪는 부담은 완전 충·방전 18,250회보다 작아질 수 있고, 반대로 깊게 쓰면 증설이나 교체가 계약 기간 안에 들어와야 한다. 결국 ’25년’은 셀 사양서가 아니라 운영 계획서의 숫자다.
④ 특허 관점 — ‘되살리기’의 권리는 한국에서도 이미 등록돼 있다
세 갈래 중 가장 특허 밀도가 높은 쪽은 ‘되살리기’다. CATL의 US11984563B1(우선일 2021-11-01, 출원 2024-01-16, 등록 2024-05-14, 원출원인 CATL·현 권리자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Hong Kong)은 용량이 감쇠한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용량 회복 방법을 청구한다[7]. 청구항 1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① 용량이 감쇠한 전지를 준비하고, ② p-페닐렌디아민계 화합물·리튬염·유기용매로 된 회복제를 준비해, ③ 전지에 주입하고, ④ 내부에서 반응시킨 뒤, ⑤ 반응한 액체를 쏟아내고 전해액을 다시 주입한다. 종속항은 활성 리튬 손실률 5% 이상(청구항 3), 화합물과 리튬염 각 0.5~15wt%(청구항 8), 20~60°C 정치(청구항 12) 같은 조건을 더하고, 청구항 15는 이 방법으로 얻은 전지 자체를 청구하면서 양극재 목록에 리튬인산철을 포함한 올리빈 구조 인산염을 명시했다[7]. ESS의 주력 화학계가 권리 범위 문언 안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자료: US11984563B1·US12100817B2·KR102941179B1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명세서에 따르면 일부 실시예의 용량 회복률은 0.5~25%이며, 반응액을 쏟아내지 않고 그대로 둔 비교예는 모든 실시예보다 용량 유지율이 낮았고, 리튬염이나 아민계 화합물이 빠진 회복제로는 용량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7]. 출원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같은 우선권에서 나온 US12100817B2(등록 2024-09-24)는 회복제를 요오드화리튬(LiI)과 유기용매로 바꿔 따로 청구한다[8]. 하나의 개념(주입해서 반응시키고 빼낸다)을 회복제 조성별 특허로 나눠 둔 구조다.
제주 프로젝트에 직접 걸리는 권리는 미국 특허가 아니다. 특허는 나라마다 따로 효력을 가지므로, 한국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같은 패밀리의 KR102941179B1(2026-03-19 등록)이며 청구항 1이 미국과 같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9]. 방법 청구항의 실시 주체는 주입과 반응을 직접 수행하는 쪽이므로, 셀 제조사보다 25년 동안 설비를 운영·정비하는 사업자가 침해 소지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더 넣기’ 쪽, 즉 추정 용량에 따라 부품 수 같은 물리적 파라미터를 조정하는 시스템 특허는 이번 주 특허분석에서 따로 다룬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도 있다. 첫째, p-페닐렌디아민계나 요오드화리튬이 아닌 조성의 회복제는 두 특허의 문언 밖일 수 있다. 둘째, ⑤단계의 배출을 생략하면 문언상 회피 여지가 생기지만, 명세서의 비교예가 보여 주듯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셋째, 주입 없이 제조 단계에서 리튬을 미리 넉넉히 넣어 두는 설계는 기술 경로 자체가 다르다. 다만 어느 쪽이든 균등론과 패밀리 내 다른 청구항을 함께 봐야 하므로, 결론은 개별 FTO(침해 여부) 검토로 확인할 사안이다.
⑤ 한계와 전망
반대 시나리오: 25년 계약을 고르는 사업자가 많지 않을 수 있다. 계약 기간이 길수록 25년 뒤의 열화와 정비 비용을 입찰가에 미리 반영해야 하고, 그 불확실성이 크면 익숙한 15년 계약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또 운영사가 셀 교체와 증설로 수명을 관리한다면, 주입형 용량 회복 기술은 현장 안전성 검증이라는 벽 앞에서 실험 단계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대안: 셀·시스템 공급사는 사이클 수명을 숫자 하나로 제시하지 말고 방전심도·온도·판정 기준·일일 사이클 수를 계약 문구와 같은 형식의 조건표로 제시하는 편이 낫다. 회복형 정비를 장기 옵션으로 검토한다면 셀 설계 단계에서 주입 경로와 밀봉 구조를 고려하되, KR102941179B1과의 FTO부터 확인하는 순서가 안전하다.
실무 액션: 입찰 준비팀은 전력거래소 공고문에서 ‘1일 2회 충·방전’의 판정 방식(방전심도, 용량 유지 기준)을 먼저 확인하고, 자사 셀 보증 조건과 1:1로 대조한 표를 만든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술·특허 해설이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니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지역별 물량: 뉴스핌·ZDNet Korea는 육지 1,100MW·제주 80MW로, 파이낸셜뉴스는 육지 1,048MW·제주 148MW로 보도했다(후자는 합계가 1,180MW와 맞지 않는다). 전력거래소 공고문 원문 확인이 필요하다.
- ‘1일 2회 충·방전’의 방전심도와 용량 판정 기준은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Pylontech 601Ah, Envision 790Ah의 사이클 수명 시험 조건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CATL 용량 회복 특허가 실제 상용 정비에 쓰이는지는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US12100817B2(요오드화리튬 회복제)의 한국 대응 특허 존재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출처
- 뉴스핌, 「기후부, 에너지저장장치 1180MW 입찰 공고…11월 11일 접수마감」, 2026-09-22. 기사 링크
- ZDNet Korea, 「’발주 2배’ 정부 ESS 3차전 돌입…K배터리 각축전 격화 전망」, 2026-09-22. 기사 링크
- 파이낸셜뉴스, 「정부, 3차 ESS 중앙계약시장 개설…1180MW 규모 사업자 뽑는다」, 2026-09-22. 기사 링크
- pv magazine, 「Pylontech starts mass production of 588 Ah, 601 Ah storage cells」, 2026-09-24. 기사 링크
- ESS News, 「Envision launches 12.5 MWh AI storage system, starts production of 790 Ah LFP cell」, 2026-04-09. 기사 링크
- Notebookcheck, 「First sodium-ion battery ESS with 25-year service life comes in 30 MWh modules」, 2026-06-22(CATL 발표 인용). 기사 링크
- Google Patents, US11984563B1 「Method for capacity recovery of lithium-ion secondary battery」 서지사항·청구항·명세서(2026-09-27 원문 확인).
- Google Patents, US12100817B2 「Method for capacity recovery of lithium-ion secondary battery」 서지사항·청구항 1(2026-09-27 원문 확인).
- Google Patents, KR102941179B1 서지사항·청구항 1(2026-09-27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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