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에 숨어든 물 —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PBA) 소듐이온 양극의 결정수 문제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PBA)는 값싼 원료와 간단한 합성으로 소듐이온전지 양극 후보에 올랐지만, 결정 속에 숨어드는 물이 늘 발목을 잡는다. 그 물이 어디에 어떻게 자리 잡는지, 그리고 ‘어떤 물을 빼야 하는가’가 특허 청구항에서 어떻게 선이 그어졌는지 정리한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PBA 양극의 품질은 ‘물을 얼마나 뺐는가’가 아니라 ‘어떤 물을 빼고 어떤 물을 남겼는가’로 갈린다. 결정 틀에 물리적으로 갇힌 제올라이트수(zeolitic water)와 금속에 화학적으로 결합한 결합수(bound water)는 성질도, 제거 온도도, 특허상 의미도 다르다[1].

업계 상황부터 보자. 소듐이온전지는 리튬 대신 흔한 소듐을 쓰는 저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CATL은 2021년 7월 1세대 소듐이온전지를 발표하면서 양극재로 프러시안 화이트(Prussian white) 계열 소재를 쓰고, 셀 에너지밀도 최대 160Wh/kg, 상온 15분 80% 충전, 영하 20℃에서 90% 이상의 용량 유지를 제시했다[4]. PBA 계열이 실제 상용 셀의 양극으로 거론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긴장 요인은 결정수다. 소듐이온 양극재 리뷰는 PBA가 저원가·간편 합성과 우수한 전기화학 특성을 가지지만 골격 내 격자간 수분 함량이 10%를 넘는 경우가 많아 구조 붕괴와 용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정리한다[3].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이것이다. PBA 속 물은 왜 문제이며, 어떤 물을 빼야 하고, 그 기준선은 특허에서 어떻게 권리화되어 있는가.

② 기본 원리 — 빈 방이 많은 정글짐과 무단 입주자

PBA의 결정 구조는 금속 이온과 시안화물(CN) 다리가 번갈아 이어진 입체 격자다. 놀이터의 정글짐을 떠올리면 쉽다. 쇠파이프(금속–CN–금속 결합)가 사방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에 넓은 빈 공간이 생긴다. 이 빈 공간이 소듐이온이 드나드는 방이다. 방이 넓고 통로가 곧아서 이온이 쉽게 움직인다는 점이 PBA의 장점이다.

프러시안 블루 유사체 격자 속 중심 빈 공간의 제올라이트수와 금속에 결합한 결합수를 구분하고, 120~200℃ 선택 건조로 제올라이트수만 제거하는 흐름을 나타낸 도식
Fig. 1. PBA 골격(10) 속 제올라이트수(20)와 결합수(21)의 구분, 그리고 120℃ 초과 200℃ 미만 열처리(50)로 제올라이트수만 제거해 d=0, e>0 상태(60)에 이르는 선택적 건조 흐름.
자료: Google Patents US9478798B2 명세서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문제는 이 방에 물 분자가 무단으로 들어와 산다는 점이다. PBA는 보통 물속에서 침전시켜 만들기 때문에, 합성 과정에서 물이 결정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샤프(Sharp)의 특허 명세서는 이 물을 두 종류로 나눈다. 제올라이트수는 격자 중심의 약 0.35nm 크기 빈 공간에 물리적으로 갇혀 있는 물이고, 결합수는 결정의 금속에 화학적으로 결합한 물이다[1]. 정글짐으로 치면 제올라이트수는 방 한가운데 앉아 있는 손님이고, 결합수는 쇠파이프에 손을 묶어 둔 손님이다.

둘 중 골칫거리는 방 한가운데의 손님, 제올라이트수다. 명세서에 따르면 제올라이트수는 비수계 전해액 속으로 자유롭게 빠져나갈 수 있고, 빠져나간 물이 소듐과 반응하거나 높은 전압에서 분해되면서 전지 성능을 빠르게 떨어뜨린다[1]. 충방전 곡선이 불안정해지는 이상 거동도 기록돼 있다[1].

그렇다면 전부 말리면 되지 않을까. 명세서는 120℃ 초과 200℃ 미만의 열처리로 제올라이트수를 제거하면서 결합수는 남길 수 있고, 결합수를 없애려면 200℃ 이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1]. 즉 온도 창을 이용해 ‘나쁜 물만 골라 빼는’ 방식이다. 실제로 명세서의 예시에서 통상 시료는 135mAh/g, 처리 시료는 150mAh/g의 용량을 보였다[1].

③ 비교 — 소듐이온 양극 세 갈래, 약점의 위치가 다르다

항목 층상 산화물 폴리음이온(NVP, Na3V2(PO4)3) PBA(프러시안 블루 유사체)
용량 이론 약 240mAh/g[3] 이론 약 117.6mAh/g[3] 특허 예시: 통상 135 → 제올라이트수 제거 후 150mAh/g[1]
작동 전압 정성 비교(이 글에서 수치 미확보) 약 3.4V 평탄 구간[3] 정성 비교(이 글에서 수치 미확보)
에너지밀도(소재 기준) — 이론 약 400Wh/kg[3] 특허 예시: 약 440 → 약 540Wh/kg[1]
구조적 약점 층간 미끄러짐·복잡한 상전이로 사이클 안정성 저하[3] 부피 변화 8.26%로 작음(장점)[3] 격자간 수분 10% 초과 사례, 구조 붕괴·용량 감소[3]
상용 셀 사례 — — CATL 1세대(프러시안 화이트) 셀 최대 160Wh/kg[4]
Fig. 2. 소듐이온 양극 소재 세 갈래 비교. 이론치·특허 예시치·셀 발표치는 측정 기준이 서로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자료: US9478798B2 명세서[1], Nano-Micro Letters(2025) 리뷰[3], CATL 발표(2021)[4]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같은 PBA라도 제올라이트수를 제거했는지 여부만으로 용량이 135에서 150mAh/g로 약 11% 달라졌다[1]. 층상 산화물의 약점이 ‘구조 전이’, 폴리음이온의 약점이 ‘낮은 용량’이라면, PBA의 약점은 소재 자체보다 ‘건조 공정’에 있다는 뜻이다.

④ 특허 관점 — ‘제올라이트수 0, 결합수는 남긴다’는 한 줄의 경계

결정수 문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권리화한 사례가 샤프의 US9478798B2(발명의 명칭: Prussian blue analogue electrodes without zeolitic water content)다. 원출원인은 Sharp Laboratories of America Inc, 현 권리자는 Sharp Corp, 우선일 2012-03-28, 출원일 2015-08-20, 등록일 2016-10-25, 법적 상태는 Active(예상 만료 2032-03-28), 청구항은 18개다[1][2]. 2012-03-28 우선권을 공유하는 다수의 관련 출원이 있는 것으로 표시된다[1].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권리 범위상의 의미
(a) 집전체 위에 헥사시아노메탈레이트(PBA) 입자를 주성분으로 하는 양극을 가진 전지 전지(셀) 청구항 — 소재 단품이 아니라 셀 단위
(b) 입자 조성 AXM1MM2N(CN)Z·d[H2O]ZEO·e[H2O]BND; A는 1A·2A·3A족 금속, M1·M2는 2가/3가 금속 소듐뿐 아니라 칼륨 등 다른 알칼리 금속까지 포괄하는 넓은 골격
(c) X 0.5~2, M 0.5~1.5, N 0.5~1.5, Z 5~6 조성비의 수치 범위 — 비화학량론 조성까지 포함
(d) 제올라이트수 계수 d = 0, 결합수 계수 e는 0 초과 8 미만 ‘나쁜 물은 0, 좋은 물은 일부 존재’ — 두 물의 구분 자체가 권리 범위의 핵심
(e) 비수계 전해질과 음극 수계 전해질 전지는 문언상 제외
Fig. 3. US9478798B2 청구항 1의 구성요소 분해(Claim Chart)와 권리 범위상의 의미.
자료: Google Patents US9478798B2 서지사항·명세서[1] 및 등록 청구항[2]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이 청구항에서 눈여겨볼 점은 (d)가 ‘물이 전혀 없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올라이트수는 0이어야 하지만 결합수는 0보다 커야 한다. 즉 권리 범위는 ‘선택적으로 건조된 PBA’에 맞춰져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 결합수까지 모두 제거한 완전 무수 PBA(e = 0)는 (d)의 ‘e > 0’ 요건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결합수 제거에는 200℃ 이상이 필요해[1] 공정 온도가 높아지는 기술적 대가가 따르고, 완전 무수 상태의 성능은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 제올라이트수가 미량 남은 PBA(d > 0)는 문언상 (d)를 충족하지 않는다. ⓒ 수계 전해질 전지는 (e)를 벗어난다. 반론도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측정이다. 완제품 전극에서 제올라이트수와 결합수를 구분하려면 열중량분석(TGA) 같은 방법으로 온도 구간별 무게 감소를 해석해야 하는데, 두 물의 경계 온도가 조성·측정 조건에 따라 달라지면 ‘d = 0’의 입증과 반증이 모두 흔들릴 수 있다. 또 셀 조립 후 대기 노출로 다시 흡습하는 경우 ‘어느 시점의 d인가’도 다퉈질 수 있다. FTO(침해 여부) 판단에서는 측정 시점과 방법을 먼저 합의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같은 우선일(2012-03-28)을 가진 샤프의 US9159502B2는 건조한 헥사시아노메탈레이트 입자를 활성탄 음극과 조합한 슈퍼커패시터를 청구하며, Active 상태(예상 만료 2032-10-13)로 표시된다[5]. 동일 출원인이 PBA 건조 소재를 여러 셀 형태로 나눠 권리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 전망. PBA는 합성이 간단하고 원가가 낮으며[3], 대형 셀 제조사의 상용 발표도 있었던 만큼[4], 건조 공정만 안정화되면 저가 ESS·저온 용도에서 입지를 넓힐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 선택적 건조는 공정 창이 좁다. 120~200℃ 사이에서 제올라이트수만 빼야 하고[1], 이후 전극·셀 공정에서 재흡습을 막는 관리도 필요할 수 있다. 이 관리 비용이 커지면 원료 원가의 장점이 상쇄될 수 있고, 수분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폴리음이온계로 수요가 옮겨 갈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대안. PBA를 소재 스펙이 아니라 ‘건조 이력까지 포함한 공정 스펙’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공급 계약에 제올라이트수·결합수의 측정 방법과 허용 범위를 명시하면 품질과 특허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이 글의 관점을 한 줄로 줄이면, PBA에서 ‘물’은 품질 변수이면서 동시에 청구항의 수치 한정이며, 건조 레시피를 바꾸는 일은 곧 권리 범위 안팎을 오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검토 중인 PBA 양극재의 TGA 데이터에서 온도 구간별 수분 감소량을 확보해, 제올라이트수·결합수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하는지 공급사와 확인한 뒤 US9478798B2 청구항 1의 (d)와 대조하고, 만료 예정일(2032-03-28)을 제품 출시 일정과 겹쳐 볼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층상 산화물·PBA의 평균 작동 전압은 이 글에서 출처 있는 수치를 확보하지 못해 정성 비교로 남겼다.
  • CATL 1세대 소듐이온전지 양극의 정확한 조성과 층상 산화물 병용 여부는 발표문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US9478798B2 명세서의 에너지밀도(약 440·540Wh/kg)는 소재 기준 값으로 읽히나, 산출 기준(대극·전압 범위)은 이 글에서 세부 확인하지 않았다.
  • 명세서가 결합수를 남기는 이유(구조 안정성 등)에 대한 세부 설명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다.
  • US9478798B2의 한국·중국 대응 출원 여부와 관련 출원 26건의 개별 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 US9478798B2 청구항 1 문언은 Google Patents 페이지에서 청구항 절 전체가 로드되지 않아 Justia 등록 청구항으로 보완 확인했다.

출처

  1. Google Patents, US9478798B2 “Prussian blue analogue electrodes without zeolitic water content” 서지사항·명세서(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2. Justia Patents, U.S. Patent 9,478,798 등록 청구항(2026-09-23 확인). 링크
  3. Hu, J. et al., “Optimization Strategies of Na3V2(PO4)3 Cathode Materials for Sodium-Ion Batteries,” Nano-Micro Letters 17, 33, 2025. 링크
  4. CATL, “CATL Unveils Its Latest Breakthrough Technology by Releasing Its First Generation of Sodium-ion Batteries,” 2021-07-29. 링크
  5. Google Patents, US9159502B2 “Supercapacitor with hexacyanometallate cathode, activated carbon anode, and non-aqueous electrolyte”(2026-09-23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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