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에너지밀도와 원가, 두 개의 축
니켈 함량이 높은 삼원계(NCM)와 인산철(LFP)은 같은 리튬이온 셀 안에서도 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 NCM은 에너지밀도에서, LFP는 원가·수명·안전성에서 앞서며, 어느 쪽이 ‘맞는가’는 용도가 어떤 축을 우선하느냐로 갈린다. 이 글은 두 화학의 구조적 차이, 수치로 본 트레이드오프, 그리고 두 화학을 둘러싼 특허 지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LFP는 한때 비주류였지만 최근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Global EV Outlook 2024』에서 2023년 LFP가 용량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40% 이상을 공급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역 편차가 커서, 중국에서는 전기차 판매의 약 3분의 2가 LFP를 썼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10% 미만에 그쳤고 하이니켈 계열이 주류였다고 IEA는 설명한다.
긴장 요인은 이 선택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2021년 3분기 실적 자료에서 스탠더드 레인지 차량의 배터리를 전 세계적으로 LFP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고, 원가 격차도 해마다 달라진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두 화학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수치로 보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그리고 특허 관점에서 두 화학을 고를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서랍장과 벌집
두 화학종의 차이는 양극 활물질(리튬을 저장했다가 내놓는 양극 소재)의 결정 구조에서 시작한다. NCM(니켈·코발트·망간)은 층상구조(layered structure)를 쓰고, LFP(리튬인산철, LiFePO4)는 감람석(olivine) 구조를 쓴다. 층상구조는 리튬 이온이 오갈 수 있는 공간이 넓어 단위 무게·부피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많다. 감람석 구조는 인산(PO4) 골격이 단단히 묶여 있어 열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자료: 원문 해설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개념도)
비유하자면 층상구조는 칸이 넓은 서랍장이다. 서랍이 넓어 물건(리튬)을 많이 넣고 빨리 꺼낼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비우면 서랍틀이 흔들린다. 니켈 비율을 높일수록 서랍이 더 넓어지는 대신 틀의 안정성 관리가 까다로워진다. 감람석 구조는 벌집에 가깝다. 칸 하나하나는 작지만 골격이 튼튼해 뜨거워져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구조 차이가 실무 변수로 옮겨가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에너지밀도: 층상 NCM이 유리하다. 주행거리가 핵심인 차량에서 선택 이유가 된다
- 열 안정성: 감람석 LFP가 유리하다. 열폭주(셀 내부 발열이 연쇄적으로 커지는 현상) 개시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 원자재 민감도: NCM은 니켈·코발트 가격에 민감하고, LFP는 코발트·니켈을 쓰지 않는다
비교: 수치로 보는 트레이드오프
아래 표의 범위는 원문이 공개된 일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한 대략적 구간이다. 셀 설계·제조사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특정 제품의 사양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 항목 | NCM(예: NCM811) | LFP |
|---|---|---|
| 에너지밀도(셀 기준, Wh/kg) | 약 250~280 | 약 150~180 |
| 사이클 수명(회) | 1,000~2,000 수준 | 3,000~6,000 수준 |
| 열폭주 개시 온도 | 상대적으로 낮음 | 상대적으로 높음 |
| 코발트·니켈 원가 민감도 | 높음 | 낮음(코발트 미사용) |
자료: 원문이 인용한 공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추정 포함)
이 표가 말하는 것: 제시 구간 기준으로 NCM은 LFP보다 에너지밀도가 약 1.5배 높지만, LFP는 사이클 수명이 약 2~3배 길다. 한쪽을 얻으면 다른 쪽을 내주는 구조가 수치로도 확인된다.
두 수치를 곱해 보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무게 1kg의 셀이 수명 동안 저장했다 내놓을 수 있는 총 에너지를 ‘에너지밀도 × 사이클 수’로 어림하면, 표의 범위 기준으로 NCM은 약 25만~56만 Wh, LFP는 약 45만~108만 Wh가 된다. 이는 방전 깊이나 수명 판정 기준을 무시한 단순 계산이지만, 한 번 충전으로 멀리 가야 하는 용도에서는 NCM이, 하루에도 여러 번 충방전을 반복하는 ESS처럼 평생 처리량이 중요한 용도에서는 LFP가 유리하다는 직관을 수치로 보여 준다. 즉 ‘에너지밀도가 낮다’는 LFP의 약점은 용도에 따라 ‘평생 처리량이 크다’는 강점으로 뒤집힐 수 있다.
다만 셀 수치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비야디(BYD)는 2020년 3월 29일 LFP 셀을 길쭉한 칼날 형태로 만들어 팩에 직접 배치한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하며, 기존 LFP 블록형 배터리 대비 팩 공간 활용률이 50% 이상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같은 발표에서 비야디는 못 관통 시험에서 블레이드 배터리의 표면 온도가 30~60°C에 머문 반면, 삼원계 배터리는 500°C를 넘었다고 밝혔다. 셀 단위의 에너지밀도 격차를 팩 구조 설계로 일부 메우려는 시도다.
| 우선순위 | 유리한 화학 | 대표 적용처 |
|---|---|---|
| 에너지밀도가 우선 | NCM 계열 | 주행거리 중심 프리미엄 전기차 |
| 원가·수명·안전성이 우선 | LFP | 보급형 전기차, ESS(에너지저장장치) |
| 공통 변수 | 원자재 가격, 제조 수율, 열관리 설계, 팩 구조 | |
자료: 원문 정리와 IEA Global EV Outlook 2024, 테슬라 2021년 3분기 업데이트, BYD 발표(2020-03-29)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화학 선택은 절대적 우열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이며, 팩 구조와 원자재 가격 같은 공통 변수가 경계를 계속 움직인다. IEA는 2023년 NMC 배터리의 LFP 대비 가격 프리미엄이 25% 미만으로, 2021년의 50%에서 줄었다고 분석했다.
특허 관점: 기본 조성 특허는 이미 만료됐다
LFP의 기본 특허: 감람석 LiMPO4(M은 1주기 전이금속) 양극 소재를 청구한 US5910382A는 존 구디너프(John B. Goodenough) 등이 발명하고 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Texas System)가 출원한 특허로, 우선일 1996년 4월 23일, 출원일 1997년 4월 21일, 등록일 1999년 6월 8일이다. 현재 권리자는 하이드로퀘벡(Hydro-Quebec)으로 기재돼 있으며, Google Patents 기준 2017년 4월 21일 존속기간 만료(Expired – Lifetime)됐다.
NCM의 기본 특허: Li[M1(1-x)Mnx]O2 조성의 층상 양극재를 청구한 US6964828B2는 3M이 출원하고 루중화(Zhonghua Lu)·제프 단(Jeffrey R. Dahn)이 발명한 특허로, 출원일 2001년 4월 27일, 등록일 2005년 11월 15일이다. 현재 권리자는 유미코아(Umicore)로 기재돼 있고, Google Patents 기준 2022년 5월 14일 존속기간이 만료됐다.
두 특허의 청구 방식도 대조적이다. US5910382A는 LiMPO4라는 일반식으로 감람석 계열 전체를 넓게 묶었고, US6964828B2는 망간 비율 x의 범위와 함께 100회 충방전 후에도 O3 층상 구조가 스피넬로 바뀌지 않는다는 구조 안정성 조건을 청구항에 넣었다. 기본 조성을 선점하는 특허라도 권리 범위를 ‘조성식’만으로 짜느냐, ‘조성+성능·구조 조건’으로 짜느냐에 따라 회피 설계의 난도가 달라진다.
자료: Google Patents의 US5910382A·US6964828B2 서지 정보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통찰: 화학 선택의 특허 리스크는 ‘기본 조성’에서 ‘개량 기술’로 옮겨갔다. 두 화학 모두 대표적 기본 조성 특허가 만료됐으므로, 지금 NCM이냐 LFP냐를 고르는 결정 자체가 기본 조성 특허에 막힐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다. 대신 권리 범위의 경쟁은 입자 설계, 표면 코팅, 도핑, 망간 첨가 같은 개량 기술과 블레이드 배터리처럼 셀·팩 구조로 옮겨갔다. FTO(침해 여부 검토)의 대상도 ‘어떤 화학인가’보다 ‘어떤 공정·구조로 구현하는가’로 좁혀 잡아야 한다.
회피 포인트: 기본 조성 특허가 만료된 영역에서는 공지 기술(이미 공개돼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의 범위 안에 머무는 설계가 1차 회피 방안이 된다. 만료 특허의 실시예 수준 조성과 공정을 기준선으로 두고, 그 위에 덧붙이는 개량 요소마다 별도 검색을 하는 방식이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기본 특허 만료 = 자유 실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양산 셀은 탄소 코팅, 입자 크기 제어, 도핑 원소 같은 개량 요소를 거의 반드시 포함하며, 이 영역에는 존속 중인 특허가 촘촘히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만료 특허와 같은 조성이라도 제조 방법 특허나 용도 특허가 별도로 살아 있으면 침해 소지가 남을 수 있다. 결국 회피 가능성은 개별 공정 요소를 존속 특허의 청구항과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한계와 전망
낙관적 전망은 두 화학이 용도별로 역할을 나누며 공존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차량은 NCM, 보급형 차량과 ESS는 LFP라는 구도가 당분간 유지된다는 시각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IEA는 LFP의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망간 함량을 늘리는 시도와, NCM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망간 비중을 높이는 시도를 함께 언급한다. 양쪽이 서로의 약점을 좁혀 가면 ‘에너지밀도 대 원가’라는 이분법 자체가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대안은 한 화학에 모든 제품군을 묶지 않고, 제품 라인별로 화학을 분리해 설계하는 이중 포트폴리오다. IP 측면에서도 두 화학의 개량 특허를 각각 모니터링해야, 원자재 가격이나 규제 변화로 화학을 전환할 때 FTO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실무 액션: 화학 선택을 앞둔 기획·IP 담당자는 후보 셀 사양서에서 기본 조성이 아닌 개량 요소(코팅 소재, 도핑 원소, 입자 크기 분포, 망간 첨가 여부)를 목록으로 뽑고, 각 요소별로 존속 특허 검색 결과를 붙인 비교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비교표 수치 범위(에너지밀도·사이클 수명)의 개별 1차 출처와 측정 조건
- US5910382A·US6964828B2의 해외 패밀리(유럽·일본 등) 만료 시점
- LFP 탄소 코팅·도핑 등 개량 기술 분야의 존속 특허 현황
출처
- IEA, Global EV Outlook 2024 – Trends in electric vehicle batteries
- Tesla, Q3 2021 Quarterly Update
- BYD 보도자료, BYD’s New Blade Battery Set to Redefine EV Safety Standards (2020-03-29)
- Google Patents, US5910382A – Cathode materials for secondary (rechargeable) lithium batteries
- Google Patents, US6964828B2 – Cathode compositions for lithium-ion batt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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