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같은 화학, 다른 그릇
같은 화학 조성의 셀이라도 전극을 어떤 형태로 감고 접어 어떤 외장재에 담느냐에 따라 부피 효율, 방열, 기계적 안정성이 크게 달라진다. 폼팩터(form factor, 셀의 외형 규격)는 화학만큼이나 성능을 좌우하는 변수다. 이 글은 원통형·각형·파우치형 세 폼팩터의 구조적 차이를 정리하고, 폼팩터 경쟁이 특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짚는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세 폼팩터는 어느 하나로 수렴하지 않고 공존하고 있다. 테슬라는 원통형 셀의 전극에서 탭을 없애는 구조를 특허로 확보했고(US11749842B2, 2023년 9월 5일 등록), 비야디(BYD)는 2020년 3월 29일 LFP 셀을 길쭉한 칼날 형태로 만들어 팩에 직접 배치한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하며 기존 LFP 블록형 배터리 대비 팩 공간 활용률이 50% 이상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한쪽은 원통형의 약점을, 다른 쪽은 각형의 약점을 구조 설계로 메우려는 시도다.
긴장 요인은 폼팩터 선택이 한번 정해지면 설비·공정·팩 설계가 함께 묶인다는 점이다. 셀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가 폼팩터를 바꾸기 어려운 만큼, 각 폼팩터의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 특허의 가치도 커진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세 폼팩터는 구조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성능 항목별로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있는가, 그리고 폼팩터 관련 특허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캔, 도시락통, 지퍼백
이차전지 셀은 크게 세 형태로 나뉜다. 원통형(cylindrical)은 전극을 둥글게 감아 금속 캔에 넣은 형태로 기계적 강성이 높다. 각형(prismatic)은 각진 금속 캔을 쓰며 공간 활용도가 좋다. 파우치형(pouch)은 알루미늄 라미네이트 필름(알루미늄 박을 수지 필름 사이에 끼운 다층 필름)으로 감싸 무게가 가볍고 설계 자유도가 높다.
자료: 원문 해설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개념도)
비유하자면 원통형은 음료 캔, 각형은 도시락통, 파우치형은 지퍼백이다. 음료 캔은 둥근 벽이 압력을 고르게 받아 튼튼하지만, 여러 개를 상자에 담으면 캔 사이에 빈 틈이 남는다. 도시락통은 모서리가 각져 상자에 빈틈없이 채우기 좋지만, 벽이 평평해 안쪽에서 미는 힘에는 캔보다 약하다. 지퍼백은 가볍고 원하는 크기로 만들 수 있지만, 스스로 모양을 지탱하지 못해 바깥에서 받쳐 줄 틀이 필요하다.
셀 내부에서 전극을 쌓는 방식도 갈린다. 파우치·각형 셀에서는 두 방식이 모두 쓰인다.
- 와인딩(winding): 긴 전극을 롤 형태로 감는 방식으로 생산성이 높다. 원통형은 구조상 이 방식을 쓴다
- 스태킹(stacking): 전극을 낱장으로 잘라 쌓는 방식으로 셀 내부 응력이 고르게 분산되는 장점이 있다. 고에너지밀도·고안전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최근 셀 설계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와인딩 방식에는 구조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전극이 길게 감길수록 전류가 전극 끝의 탭(tab, 전극에서 외부 단자로 전류를 뽑아내는 금속 조각)까지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길어진다. 셀을 크게 만들수록 이 경로가 저항과 발열의 원인이 되기 쉽다. 테슬라의 탭리스 특허는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방열도 형상과 직결된다. 원통의 부피 대비 표면적은 반지름에 반비례하는 성분(2/r)과 높이에 반비례하는 성분(2/h)의 합으로 정해지므로, 같은 높이에서 지름을 키우면 부피당 열을 내보낼 표면이 줄어든다. 셀을 크게 만들어 개수를 줄이면 조립과 연결은 단순해지지만, 셀 중심부의 열이 빠져나갈 길은 상대적으로 좁아진다. 대형 원통형 셀에서 전류 경로를 줄여 발열 자체를 낮추려는 집전 구조 개선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파우치형은 두께가 얇아 부피당 표면적이 크고, 넓은 면을 냉각판에 직접 대기 쉽다.
비교: 폼팩터별 성능 트레이드오프
아래 표는 원문 비교표를 유지한 것이다. 수치 사양이 아니라 폼팩터 사이의 상대적 경향을 나타내며, 실제 값은 셀 설계와 제조사에 따라 달라진다.
| 항목 | 원통형 | 각형 | 파우치형 |
|---|---|---|---|
| 기계적 강성 | 높음 | 중간 | 낮음(별도 지지 필요) |
| 부피 대비 에너지밀도 | 중간 | 높음 | 가장 높음 |
| 방열 특성 | 양호(표면적 대비) | 보통 | 양호(얇은 형상) |
| 스웰링(팽창) 대응 | 강함 | 보통 | 취약, 설계 시 여유 공간 필요 |
자료: 원문이 인용한 공개 일반 자료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기계적 강성과 스웰링 대응은 원통형이, 부피 대비 에너지밀도는 파우치형이 가장 유리해 두 축이 정반대 순서로 움직인다. 각형은 네 항목 모두에서 중간 이상을 확보한 절충형이다.
이 표에서 읽어야 할 핵심은 ‘외장재가 단단할수록 스스로 버티고, 얇을수록 공간을 덜 쓴다’는 관계다. 원통형의 약점인 캔 사이 빈 공간과 긴 전류 경로, 각형의 약점인 팩 안 모듈 구조의 부피 손실, 파우치형의 약점인 기계적 지지 부족은 모두 셀 바깥의 설계로 보완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폼팩터 경쟁은 셀 자체보다 ‘셀과 팩이 만나는 구조’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셀 비교표의 한 칸이 약점으로 표시돼 있다고 해서 그 폼팩터가 곧 불리한 선택이라는 뜻은 아니며, 그 약점을 누가 어떤 구조로 메웠는지가 실제 경쟁력을 가른다.
| 우선순위 | 유리한 폼팩터 | 보완 방향의 예 |
|---|---|---|
| 기계적 안정성 | 원통형 | 탭리스 전극으로 전류 경로 단축(US11749842B2) |
| 공간 효율 | 각형 | 칼날형 셀을 팩에 직접 배치(BYD 블레이드 배터리) |
| 경량·설계 자유도 | 파우치형 | 팩·모듈 단계의 지지 구조와 스웰링 여유 공간 |
자료: 원문 정리와 Google Patents US11749842B2, BYD 발표(2020-03-29)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폼팩터별 강점은 원문 정리와 같지만, 각 폼팩터의 약점을 메우는 해법은 셀 내부 전극 구조(원통형)나 팩 배치 구조(각형)처럼 서로 다른 층위에서 나온다.
특허 관점: 탭리스 원통형 셀 청구항 읽기
서지 사항: US11749842B2(발명의 명칭 “Cell with a tabless electrode”)는 테슬라(Tesla, Inc.)가 권리자이며, 발명자는 Kunio Tsuruta, Mikel Ehrlich Dermer, Rajeev Dhiman이다. 우선일 2018년 11월 5일, 출원일 2019년 11월 4일, 공개 2020년 5월 7일(US20200144676A1), 등록 2023년 9월 5일이며,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39년 11월 4일이다.
청구항 요지(재서술): 청구항 1은 다음 요소를 모두 갖춘 에너지 저장 장치를 청구한다.
- 제1기재의 한쪽 끝(근위단)에 도전성 재료 영역이 있고, 이 영역이 비도전성 부분으로 서로 떨어진 복수의 도전성 부분으로 나뉜다
- 제1기재·내부 분리막·제2기재가 중심축을 따라 감겨 셀을 이룬다
- 캔의 한쪽 끝에 접촉면을 가진 제1캡이 있다
- 떨어져 있는 도전성 부분들이 구부러진 상태로 제1캡에 실질적으로 접촉한다
- 이 도전성 부분들이 제1캡과 접촉하는 동심원 패턴을 이룬다
자료: US11749842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통찰: 폼팩터 특허는 ‘폼팩터 전체’가 아니라 ‘전류가 빠져나가는 한 지점’을 청구한다. 이 청구항은 탭리스라는 개념 전체를 넓게 묶기보다, 감긴 셀·캔·캡이라는 원통형 구조 위에서 ‘떨어진 도전부 + 구부림 + 동심원 접촉 패턴’이라는 구체적 조합을 권리로 삼았다. 따라서 이 특허가 원통형 셀 전반을 막는 것처럼 읽는 것은 과장이며, 반대로 각형·파우치형 셀에는 문언상 직접 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폼팩터별 FTO(침해 여부 검토)는 외형이 아니라 집전 구조의 세부 요소 단위로 해야 한다.
회피 포인트: 문언상으로는 전극 가장자리를 떨어진 조각으로 나누지 않고 연속된 형태로 캡에 접합하는 방식, 도전부를 구부리지 않는 방식, 또는 동심원이 아닌 접촉 패턴을 쓰는 방식이 각각 청구항 1의 구성요소 하나를 결여할 여지가 있다. 스태킹 방식의 각형·파우치형 셀은 ‘중심축을 따라 감긴 셀’이라는 요소부터 충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구성요소 하나를 바꾼 설계가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전극 가장자리 전체를 캡에 직접 연결해 전류 경로를 줄이는 것)을 같은 방식으로 달성한다면 균등론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 특허는 공개공보 US20200144676A1에서 출발한 패밀리의 일부이므로, 같은 명세서를 바탕으로 한 다른 계속출원이나 해외 등록특허가 더 넓거나 다른 청구항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건의 등록 청구항만 보고 회피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청구항의 범주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청구항 1은 제조 방법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 장치’라는 물건을 청구한다. 물건 청구항은 그 물건을 생산하는 행위뿐 아니라 사용·판매·수입하는 행위에도 미치므로, 셀 제조사만이 아니라 이런 셀을 탑재한 팩이나 차량을 판매·수입하는 기업도 침해 소지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셀 조달 계약에서 특허 보증·면책 조항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한계와 전망
낙관적 전망은 폼팩터별로 약점을 보완하는 구조 기술이 쌓이며 세 폼팩터가 각자의 영역에서 성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블레이드 배터리처럼 셀을 팩에 직접 배치하는 구조가 확산되면, 셀 단위의 폼팩터 비교표가 보여주는 차이는 팩 설계에 흡수돼 의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경쟁의 초점은 ‘어떤 폼팩터인가’에서 ‘셀과 팩을 어떻게 통합하는가’로 넘어간다.
전략적 대안은 폼팩터 관련 IP를 ‘셀 내부 집전 구조’, ‘외장재·캔 구조’, ‘셀-팩 통합 구조’의 세 층위로 나눠 추적하는 것이다. 같은 원통형이라도 집전 구조 특허와 팩 배치 특허는 권리자와 청구 방식이 다르므로, 층위를 섞어 보면 검토 누락이 생기기 쉽다.
실무 액션: 대형 원통형 셀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자사 셀의 전극 가장자리 처리(분할 여부, 구부림 여부, 캡 접촉 패턴)를 도면 기준으로 정리하고, US11749842B2 청구항 1의 다섯 요소와 1:1로 대조한 구성요소 대비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비교표의 폼팩터별 상대 특성에 대한 정량 1차 출처
- US11749842B2와 같은 명세서에서 파생된 계속출원·해외 패밀리의 등록 청구항 범위
- 블레이드 배터리 관련 비야디 특허의 번호와 권리 범위
출처
- Google Patents, US11749842B2 – Cell with a tabless electrode (Tesla, Inc.)
- Google Patents, US20200144676A1 – Cell with a tabless electrode (공개공보)
- BYD 보도자료, BYD’s New Blade Battery Set to Redefine EV Safety Standards (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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