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니켈 양극재를 만들 때는 리튬을 일부러 조금 더 넣고 고온에서 굽는다. 이때 결정에 들어가지 못한 리튬은 표면에 남아 수산화리튬(LiOH)과 탄산리튬(Li2CO3)이 된다. 물로 씻어내면 잔류 리튬은 줄지만 표면이 상한다. 이 글은 소성과 수세 사이의 이 트레이드오프와, 그 사이에 공정 순서와 첨가 원소로 끼어든 특허 한 건을 함께 본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잔류 리튬은 공정의 실수가 아니라 소성 레시피가 의도적으로 남기는 부산물이다. 그래서 수세는 ‘씻을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라, 표면 손상을 어디까지 감수할지를 정하는 설계 선택이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니켈 함량이 높은 층상 양극재는 합성 과정에서 리튬을 화학양론보다 1~5% 정도 과잉으로 넣는 경우가 많다[1]. 고온 소성(calcination) 중 휘발하는 리튬을 보충하고, 크기가 비슷한 리튬 이온(0.76 Å)과 2가 니켈 이온(0.69 Å)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양이온 혼합(cation mixing)을 억제하기 위해서다[1].
긴장 요인은 그 과잉분이 표면에 남는다는 데 있다. 소성 후 표면에 남은 산화리튬은 공기 중 수분·이산화탄소와 반응해 LiOH와 Li2CO3가 된다[1]. 이 잔류 리튬(residual lithium)은 전극 슬러리를 망가뜨리고, 전지 안에서 가스와 스웰링을 일으킬 수 있다[1]. 씻어내면 되지만, 씻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잔류 리튬은 왜 생기고 무엇을 망가뜨리며, 수세는 무엇을 대가로 이를 줄이는가. 그리고 특허는 이 트레이드오프를 어떤 공정 구성으로 권리화했는가.
② 기본 원리 — 밥을 넉넉히 짓고 누룽지를 긁어내는 일
소성은 밥 짓기와 비슷하다. 밥이 설익으면(리튬 부족) 결정 속 리튬 자리를 니켈이 차지해 구조가 흐트러지므로, 물(리튬)을 조금 넉넉히 잡는다. 그런데 넉넉히 잡은 만큼 솥 바닥에 누룽지가 생긴다. 양극재에서는 이 누룽지가 입자 표면의 잔류 리튬이다.

자료: Chen 외(2020) Frontiers in Energy Research 및 US11165061B2 명세서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누룽지를 그대로 두면 곤란한 일이 생긴다. 잔류 리튬은 알칼리성이어서, 전극 바인더로 쓰는 PVDF(폴리불화비닐리덴)가 알칼리 조건에서 불소를 잃는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슬러리의 결착력이 떨어지며 물까지 생긴다[1]. 셀 안에서는 Li2CO3가 고전압에서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내고, 잔류 리튬 화합물의 전기화학적 분해는 스웰링과 국부 발열 같은 안전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1].
그래서 누룽지를 긁어내는 공정, 즉 수세(washing)가 들어간다. 문제는 긁는 과정에서 밥알(입자 표면)도 상한다는 점이다. 에코프로비엠의 특허 명세서는 양극활물질을 수세하면 표면이 손상돼 용량과 율특성이 떨어지고 고온 저장 시 저항이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적고 있다[2]. 또 수세한 하이니켈 양극재는 표면이 더 활성화돼 수세하지 않은 재료보다 공기에 더 민감하다는 보고도 있다[1]. 요약하면 수세는 잔류 리튬이라는 눈에 보이는 문제를, 표면 손상이라는 덜 보이는 문제로 바꾸는 교환이다.
③ 비교 — 씻지 않을 때, 씻을 때, 씻고 보강할 때
| 항목 | 수세 없음 | 수세 후 재열처리(특허 비교예 1) | 수세 후 CeO2 혼합·재열처리(특허 실시예 1) |
|---|---|---|---|
| 잔류 LiOH | 상대적으로 높음(정성) [1] | 1,592 ppm [2] | 782 ppm [2] |
| 잔류 Li2CO3 | 상대적으로 높음(정성) [1] | 2,025 ppm [2] | 1,123 ppm [2] |
| 방전 용량(특허 표 기재값) | — | 219 [2] | 215 [2] |
| 수명 유지율(특허 표 기재값) | — | 45.6% [2] | 76.6% [2] |
| 주된 우려 | 슬러리 열화, 가스·스웰링 [1] | 표면 손상, 공기 민감성 [1][2] | 추가 원소·공정 단계에 따른 원가(정성) |
자료: Chen 외(2020) Frontiers in Energy Research[1], Google Patents US11165061B2 명세서 표[2]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같은 수세를 거친 뒤에도 세륨 산화물을 섞어 재열처리한 쪽은 잔류 LiOH·Li2CO3가 약 절반 수준(1,592 → 782 ppm, 2,025 → 1,123 ppm)으로 낮았고 수명 유지율은 45.6%에서 76.6%로 높았지만, 방전 용량은 219에서 215로 조금 낮았다[2]. 적어도 이 실시예에서는 잔류 리튬 감소와 수명 개선에 작은 용량 비용이 함께 따라왔다.
④ 특허 관점 — ‘언제 씻는가’와 ‘무엇을 함께 넣는가’를 청구하다
수세의 부작용을 공정 구성으로 다룬 사례로 에코프로비엠(Ecopro BM)의 US11165061B2(발명의 명칭: Method of preparing positive electrode active material for lithium secondary battery and positive electrode active material for lithium secondary battery prepared thereby)를 본다. 출원인·현 권리자는 에코프로비엠이며, 우선일 2016-03-25, 출원일 2017-03-27, 등록일 2021-11-02, 법적 상태 Active, 예상 만료일 2037-03-27, 등록 청구항은 13개다[2].
청구항 1은 방법 청구항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성 한정을 따라가 보면 니켈 이외 원소(M1, M2)가 각각 3 mol% 이하로 제한돼, 전구체 기준 니켈이 94 mol% 이상인 초고니켈 영역을 겨냥한 구성이라는 것이다.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 권리 범위상의 의미 |
|---|---|
| (i) Ni1-x-yM1xM2y(OH)2 조성의 니켈 복합 수산화물 제조(M1은 Co·Mn 중 하나 이상, M2는 Al·Mn·Mg·Si·P·Ga 중 하나 이상, 0<x≤0.03, 0<y≤0.03) | 초고니켈 전구체로 범위 한정 |
| (ii) (i)에서 얻은 화합물을 세정액에 넣어 세정 | 세정 대상이 리튬화 이전 단계의 화합물 — 통상의 ‘소성 후 수세’와 구별되는 공정 순서 한정 |
| (iii) 세정한 화합물을 건조 | 통상 단계 |
| (iv) 건조물을 LiOH, Al2O3, Mg(OH)2, CeO2와 혼합 | 첨가 원료 4종의 조합 한정 — 하나라도 빠지면 문언상 범위 밖일 가능성 |
| (v) 혼합물을 가열해 Li1+aNi1-x-yM1xM2yM3zO2를 얻되, M3로 Al·Mg·Ce가 모두 존재(0≤a≤0.3, 0<z≤0.03) | 최종 조성에 세 원소 공존 요구 — 분석으로 확인 가능한 경계 |
자료: Google Patents US11165061B2 청구항 구성[2]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권리 범위상 가장 좁은 목은 (ii)와 (iv)의 결합이다. 청구항 문언은 리튬화 이전 화합물을 세정한다는 순서를 요구하고, 리튬원과 함께 알루미늄·마그네슘·세륨 원료를 한꺼번에 넣도록 한정한다. 한편 명세서의 실시예 1과 비교예 1은 소성 후 수세한 재료에 세륨 산화물을 섞는지 여부로 대비돼 있어[2], 청구항 1의 단계 구성과 실시예 공정의 대응 관계가 해석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FTO(침해 여부) 판단 시에는 청구항 1만이 아니라 나머지 12개 청구항과 명세서 전체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회피 설계 시나리오(반론 포함). ⓐ 세정을 리튬화 이전이 아니라 소성 이후에만 수행하는 통상 공정은 (ii)의 순서 한정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 첨가 원료에서 세륨을 빼거나 다른 원소로 바꾸면 (iv)·(v)의 문언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 전구체 기준 니켈 94 mol% 미만 조성도 (i)의 범위 밖이다. 반론으로, 방법 청구항은 제품만 봐서는 공정 순서를 입증하기 어려워 권리 행사가 까다로운 편이지만, 반대로 공정 자료가 드러나는 공동개발·공급 계약 관계에서는 침해 소지가 구체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또 세륨 대신 기능이 비슷한 원소로 바꾼 경우 균등 범위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단입자 양극재를 다룬 LG화학 US11973209B2 명세서도 2차 입자형 양극재의 리튬 부산물이 가스 발생의 원인이 된다고 적고 있어[3], 잔류 리튬 문제는 형태 설계(단입자화)와 공정 설계(수세·코팅) 양쪽에서 동시에 권리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수세 후 코팅·도핑으로 표면을 보강하는 공정은 잔류 리튬과 수명을 동시에 개선할 여지를 보여 준다[2]. 니켈 함량이 계속 높아지는 흐름에서 이런 공정 설계의 가치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수세·재열처리·코팅이 늘어날수록 공정 단계와 에너지, 폐수 처리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 수세한 재료가 공기에 더 민감해진다는 보고[1]를 감안하면, 수세 이후 보관·운송·전극 공정까지의 수분 관리 비용이 셀 원가에 되돌아올 수 있다.
전략적 대안은 잔류 리튬을 ‘없애야 할 불량’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공정 변수’로 다루는 것이다. 과잉 리튬 투입량, 소성 온도, 수세 조건, 후처리를 하나의 최적화 문제로 묶으면, 수세 강도를 낮추고도 목표 잔류 리튬을 맞추는 조합을 찾을 수 있다. 이 글의 관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수세 공정의 특허 경쟁은 ‘씻는 방법’보다 ‘언제 씻고 무엇을 함께 넣는가’라는 순서·조합의 문제로 옮겨 가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공정 흐름도 한 장이 곧 FTO 검토의 출발점이 된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또는 공급사 하이니켈 양극재의 공정 흐름도를 받아 세정이 리튬화 전·후 어느 단계에 있는지, 소성 시 함께 투입하는 첨가 원료(Al·Mg·Ce 등)가 무엇인지 표로 정리한 뒤 US11165061B2 청구항 1의 단계와 1:1로 대조해 볼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US11165061B2 표의 방전 용량 단위와 수명 유지율의 측정 조건(사이클 수·온도)은 이 글에서 원문 단위로 확인하지 않았다.
- 청구항 1의 단계 구성과 명세서 실시예 공정 순서의 대응 관계는 명세서 전체와 심사 경과를 함께 검토해야 확정할 수 있다.
- US11165061B2의 한국·중국 대응 특허 존속 여부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출처
- Anqi Chen 외, 「The Formation, Detriment and Solution of Residual Lithium Compounds on Ni-Rich Layered Oxides in Lithium-Ion Batteries」, Frontiers in Energy Research, 2020, DOI 10.3389/fenrg.2020.593009. 링크
- Google Patents, US11165061B2 「Method of preparing positive electrode active material for lithium secondary battery and positive electrode active material for lithium secondary battery prepared thereby」 서지사항, 청구항 1 및 명세서 표 2(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11973209B2 명세서(2026-09-23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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