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전기차 배터리 팩, 뜯지 않고 ESS에 쌓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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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9일 · 읽는 시간 약 18분

“이번 제휴는 우리 배터리의 가치를 원래 쓰임새 너머로 넓히는 전략을 한 걸음 진전시킨다.” LG에너지솔루션 주승탁 EaaS사업담당[1]이 2026년 9월 22일 미국 B2U 스토리지 솔루션즈(이하 B2U)와의 제휴를 알리며 한 말이다(영문 보도자료에서 옮김). B2U는 전기차에서 내려온 배터리를 팩 단위 그대로 캐비닛에 넣어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2]로 운영하고, 그 구조를 미국에서 특허로 등록했다. 한국에서는 그 특허가 보이지 않는 대신 2027년 5월 27일 시행되는 법이 다른 문턱을 세운다. 시행을 여덟 달 가까이 앞둔 지금, 차에서 내려올 배터리를 어디서 어떻게 다시 쓸지는 두 문서가 가른다. 미국 특허 US11289921B1의 청구항 1, 그리고 한국 사용후배터리법 제14조와 제15조다.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 팩을 두 개씩 직렬로 잇고 세 줄을 병렬로 모아 전력망에 연결하는 재사용 에너지저장장치 개념도
Fig. 1. 팩을 열지 않고 두 개씩 직렬로 묶은 뒤 여러 줄을 병렬로 모으는 재사용 저장장치의 개념. ‘5,000개 넘게’는 B2U가 텍사스·캘리포니아에서 관리한다고 밝힌 재사용 배터리 수다.
자료: B2U 보도자료(2026-09-09), US11289921B1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

차에서 내려온 팩 두 개를 한 줄로 잇고, 그런 줄 여러 개를 나란히 모아 큰 배터리 하나처럼 쓴다(그림 1). 구조는 단순하다. B2U가 2022년 미국에서 받은 특허의 청구항 1도 거의 이 두 문장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텍사스의 28MWh와 화성 동탄의 200kWh

텍사스 샌안토니오 인근의 Bexar Martinez 저장장치는 설비 전체를 재사용 전기차 배터리로 만든 곳이다. B2U는 9월 9일 이 설비가 상업 운전에 들어가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ERCOT)에 28MWh 규모의 전력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발표에서 B2U는 텍사스 운영 규모가 50MWh를 넘었고,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합쳐 5,000개가 넘는 재사용 전기차 배터리를 관리하며 약 100MWh를 운영한다고 적었다. 앞으로 6개월 안에 ERCOT에 50MWh 이상을 더 짓겠다는 계획도 붙어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발표일인 9월 22일의 제휴 조건은 짧다. B2U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물량에 우선 접근권을 얻고, 두 회사는 B2U의 특허 기술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계통용 ESS에 다시 쓰는 사업 기회를 미국에서 함께 찾는다. 고객으로는 전력회사와 ESS 개발사, 데이터센터 같은 대규모 전력 사용자가 거론됐고, 목표로는 기가와트시(GWh) 단위의 저장 용량이 제시됐다. 보도자료는 재활용 전에 배터리를 더 오래 쓴다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넘겨받을 배터리가 차에서 내려온 팩인지 새로 만든 셀·모듈인지, 물량이 얼마인지, 어느 특허를 쓰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 쪽 장면은 그보다 12일 앞선다. 9월 10일 경기 화성시의 원익피앤이 동탄 사업장에서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원익피앤이가 UBESS 실증 협력 기념행사를 열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팩으로 200kWh 규모의 저장장치를 만들고,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담아 두었다가 비싼 시간에 급속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팩은 현대차·기아가 대고, LG에너지솔루션은 그 팩으로 저장장치를 만들면서 성능과 안전성 검증을 지원한다. 200kWh가 팩 몇 개로 이루어졌는지, 팩을 열었는지는 발표에 나와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 발표문은 행사 참석자로 주승탁 LG에너지솔루션 EaaS사업담당을 적었다. 12일 뒤 미국 제휴 보도자료에서 말을 전한 사람과 같은 이름이다. 같은 조직이 한국에서는 자동차 회사의 팩으로 실증을 열고, 미국에서는 특허를 가진 회사와 손을 잡은 것이다.

한국 쪽 규칙도 올해 정해졌다. 2026년 5월 26일 제정·공포된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법률 제21683호, 이하 사용후배터리법)이 그것이고, 이 법은 사용 후 배터리를 폐기물로만 보지 않고 산업 자원으로 다루면서 재제조·재사용·재활용[3]을 따로 정의했다.

전기차분리 전 평가재제조다시 전기차로재사용저장장치 등으로재활용원료로
Fig. 2. 차에서 내려온 배터리가 한국 법에서 갈 수 있는 세 갈래. 분리 전 평가를 거친 뒤 다시 전기자동차등배터리로 가면 재제조, 그 밖의 배터리로 가면 재사용, 원료로 가면 재활용이다.
자료: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4조를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

한국 법의 세 칸으로 나누면 B2U의 캐비닛과 동탄의 실증은 모두 가운데 칸인 재사용에 든다(그림 2). 원료를 뽑아내는 맨 아래 칸은 9월 28일 노스볼트의 인산염 침전 특허 글에서 다뤘다. 가운데 칸 안에서도 길은 다시 둘로 갈린다. 팩을 열어 다시 짜는 길과, 닫아 둔 채 쓰는 길이다.

Samsar는 팩을 열고 B2U는 닫아 둔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이라는 작은 전지를 여러 개 묶은 모듈, 그 모듈을 다시 모아 외함과 냉각 구조, 관리 장치를 붙인 팩[4]으로 이루어진다. 팩 안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5]은 셀마다 전압과 온도를 재고, 차의 제어기와 정해진 통신 규약으로 대화한다. 팩을 닫아 둔 채 다시 쓴다는 말은 이 두뇌까지 함께 옮겨 온다는 뜻이다. 전력망에 붙이려면 전압을 높여야 하므로 팩을 직렬로 잇고, 용량을 늘리려면 병렬[6]로 모은다. B2U의 특허 명세서는 전기차 팩이 처음부터 직렬 연결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지는 않았을 수 있다고 적었다.

팩 제어기팩 두 개를 직렬로균형 장치전력 변환전력망세 줄을 병렬로
Fig. 3. 팩을 열지 않고 쓰는 저장장치의 뼈대. 두 팩을 직렬로 이은 줄 여러 개가 병렬로 모이고, 팩마다 원래 달려 있던 BMS가 점선으로 표시한 통신선을 통해 팩 제어기와 이어진다. 팩 수와 배치는 단순화했다.
자료: US11289921B1 명세서의 실시예를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

직렬 한 줄에 묶인 두 팩의 사정은 두 사람의 발목을 한데 묶고 달리는 경기와 닮았다(그림 3). 한 사람이 조금만 느려도 둘은 그 사람의 걸음에 맞춰야 하고, 억지로 빨리 뛰면 함께 넘어진다. 배터리에서는 사정이 더 나쁘다. 사람은 느려질 뿐이지만, 약한 팩은 같은 전류를 받는 동안 먼저 가득 차고 먼저 바닥나서 더 깊이 쓰이고, 그만큼 빨리 상하며 위험해진다. 한 줄의 실력은 그 줄에서 가장 약한 팩이 정한다. 건강 상태를 뜻하는 SOH[7]가 저마다 다른 중고 팩을 섞을 때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드러난다.

텍사스의 배터리 재제조 스타트업 Samsar Resources(이하 Samsar)는 이 문제를 팩을 열어서 푼다. 슈거랜드 공장에서 닛산 리프 팩을 모듈 단위로 줄이고, 셀 단위로 품질을 검사한 뒤 다시 조립한다. 회사는 이 작업을 remanufacturing(재제조)이라 부르지만, 그 배터리가 작업 현장의 저장장치로 간다면 한국 법의 문언으로는 전기자동차등배터리가 아닌 배터리로 가는 재사용에 가깝다. 같은 영어 단어가 한국 법에서는 다른 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계약서나 수출 서류를 다룰 때 따로 확인해 둘 대목이다.

B2U의 특허는 반대로 팩을 닫힌 채 두고 원래 BMS를 살려 쓰는 구조를 그린다. 이삿짐을 상자째 트럭에 싣는 것과, 상자를 풀어 물건을 하나씩 살피고 다시 싸는 것의 차이와 같다. 상자째 옮기면 빠르고 싸다. 다만 속에서 무엇이 깨졌는지는 상자를 흔들어 보는 것만으로 알기 어렵다. 닫힌 팩으로 저장장치를 짓는 사업자는 팩이 남긴 기록과, 팩을 열지 않고 속을 보는 검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 검사의 예가 9월 21일 독일 프라운호퍼 IIS가 발표한 AIR 시스템이다. 닫힌 팩이나 차 전체에 X선을 통과시켜 셀의 위치 이탈, 변형, 부풂을 자동으로 찾는데, 시험 환경에서는 팩 하나를 평가하는 데 약 5분이 걸렸다. 연구진은 폭스바겐 ID.3가 시속 79km로 정지한 차를 들이받은 충돌 시험 뒤 배터리를 살폈고, BMS 기록과 전기 시험을 더한 종합 평가에서 유럽 자동차 업계 연구 협의체(EUCAR)의 위험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0등급으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X선 결과가 전기 시험을 대신하지 않는다고도 적었다. SOH가 전기적인 체력이라면, X선은 뼈를 본다.

B2U, Samsar, 동탄이 내놓은 숫자는 같은 에너지 단위로 적혀 있지만 센 대상이 다르다. B2U의 수치는 운영 중인 저장 용량이고, Samsar의 수치는 재제조를 거쳐 다시 쓰이게 된 배터리 용량의 누적이며, 동탄의 수치는 실증 설비 한 곳의 크기다. 세 사례를 그림 4에 모았다.

사례 다루는 방식 규모 (MWh) 배터리 수 (개) 발표일
B2U 운영 설비 전체 (텍사스·캘리포니아) 팩 단위 그대로 사용 약 100 (운영) 5,000 초과 2026-09-09
B2U Bexar Martinez (텍사스) 팩 단위 그대로 사용 28 (운영) 보도자료에 없음 2026-09-09
Samsar (텍사스) 팩을 모듈로 줄이고 셀 단위 검사 25 초과 (누적 복귀) 1,000 (닛산 리프 팩) 2026-09-15
현대차·기아·LG에너지솔루션 UBESS (화성 동탄) E-GMP 사용 후 팩 활용 0.2 (실증) 발표에 없음 2026-09-10
Fig. 4. 2026년 9월 발표된 재사용 사례 비교. 규모의 뜻이 서로 다르다(운영 용량, 누적 복귀 용량, 실증 설비 용량). ‘약’과 ‘초과’는 발표 문구의 뜻을 옮긴 것이다.
자료: B2U 보도자료(2026-09-09)·홈페이지, US11289921B1 명세서, Samsar Resources 보도자료(2026-09-15),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2026-09-10)

B2U가 운영한다고 밝힌 약 100MWh는 동탄 실증 설비 0.2MWh(200kWh)의 약 500배다(100 ÷ 0.2). 둘 다 저장장치의 용량이라 견줄 수 있다. 반면 Samsar의 25MWh 초과는 저장장치 한 곳이 아니라 2022년 첫 재제조 이후 되돌린 배터리 용량을 모두 더한 값이어서, B2U 텍사스 한 곳의 28MWh와 같은 줄에 세우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팩을 닫은 채 쓰는 방식이 이미 상업 운전에 들어가 있고, 한국의 첫 E-GMP 팩 실증은 기술과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데서 출발한다. 같은 숫자를 막대로 옮기면 동탄의 막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그림 5).

재사용 배터리 저장 규모 비교 (MWh)

B2U 운영 설비 전체약 100
B2U 텍사스 합계50 초과
B2U Bexar Martinez28
Samsar 누적 복귀25 초과
동탄 UBESS 실증0.2

Fig. 5. 막대 길이는 발표 수치를 최댓값 100에 대한 비율로 그렸다. ‘초과’와 ‘약’은 발표 문구의 뜻이며, 수치마다 센 대상이 다르다는 점은 그림 4와 같다.
자료: B2U 보도자료(2026-09-09), Samsar Resources 보도자료(2026-09-15),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2026-09-10)

Samsar는 2022년에 팩 20개를 재제조했고 2025년에는 한 해 300개 넘게 분해·검사·재조립했다고 밝혔다. 속도는 빠르게 붙고 있다. 반면 어느 사례도 저장한 전기 1kWh에 드는 평생 원가, 곧 균등화 저장비용(LCOS)[8]이나 운영 중 고장·안전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B2U 특허 명세서는 재사용 배터리가 새 배터리보다 LCOS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쓰지만, 그것은 출원인의 주장이고 내가 확인한 수치는 없다.

US11289921B1 청구항 1에 없는 세 단어

B2U가 2022년 3월 등록받은 미국 특허 US11289921B1은 2020년 12월의 첫 출원(이후 포기)을 이어받은 계속출원[9]이다. 번호 끝의 B1은 공개공보 없이 곧바로 등록됐다는 표시다[10]. 청구항 1[11]을 쉬운 말로 옮기면 한 문장이다. 전기차 배터리 팩 여러 개를 직렬과 병렬로 배치하되, 팩 두 개 이상을 직렬로 이은 줄이 여러 개 있고 그 줄들을 서로 병렬로 연결한 통합 저장장치. 방법을 청구한 청구항 16도 같은 뼈대다.

내가 이 청구항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빠져 있는 단어들이다. ‘사용 후(second-life)’라는 조건은 종속항 8에, ‘제조사 외함을 고치지 않고’는 종속항 2에, ‘원래 BMS를 그대로’는 종속항 3에 있고, 독립항인 청구항 1에는 셋 모두 없다. 옥외 외함과 균형 장치, 원래 BMS를 모두 요구하는 또 다른 독립항 9는 그보다 훨씬 좁다. 문언만 놓고 보면 사용 후 팩인지, 외함을 손봤는지, BMS를 바꿨는지와 상관없이 전기차 배터리 팩 두 개 이상으로 직렬 줄을 만들어 그 줄들을 병렬로 이은 저장장치라면 청구항 1과 맞대어 볼 대상이 될 수 있다.

넓은 청구항은 제품에 대 보기 쉬운 만큼, 앞서 공개된 비슷한 설비가 있다면 무효 공격에도 그만큼 노출되기 쉽다. 2020년 12월 이전에 팩을 통째로 직병렬로 묶은 설비가 공개된 적이 있는지는 이번에 조사하지 못했다. Google Patents의 이벤트 목록에는 이 특허를 두고 진행된 무효 심판이나 소송 기록이 보이지 않지만, 미국 특허심판원(PTAB) 기록을 직접 조회하지는 않았다. 같은 계열의 일본 출원은 2025년 4월 한 차례 거절결정을 받았고, 2026년 4월 30일 JP7855245B2로 등록됐다(등록공보 5월 8일).

Google Patents의 인용문헌 목록에는 BMW, 토요타, 호주 Relectrify 등의 문헌이 올라 있다. 그중 BMW가 2020년 등록받은 US10752128B1은 같은 문제를 반대 방향에서 푼다. 청구항 1은 전력망과 전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기차들과 두 번째 삶용 고정식 설비로 이루어진 시스템에서, 차에서 쓰는 첫 삶 동안 배터리마다 SOH를 따로 조절해 두 번째 삶을 시작할 때 SOH가 실질적으로 비슷해지도록 한다.

앞의 발목 묶기 경기로 말하면 BMW는 선수들을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길러 두고, B2U는 이미 다르게 자란 선수들 가운데 걸음이 비슷한 사람끼리 짝을 짓는다. 그 짝짓기를 청구한 것이 같은 계열의 두 번째 등록특허 US12401207B2(2025년 등록)다. 일부계속출원인 이 특허의 청구항 1은 첫 특허의 직병렬 구성에 연결 규칙을 더했다. 프로세서가 전압이 낮은 팩끼리, 높은 팩끼리, 또는 가장 많이 모인 전압대의 팩끼리 직렬로 묶거나, 설정한 전압 범위 안에 든 팩끼리 병렬로 잇는다.

US12401207B2의 종속항 8은 팩들의 전압 분포를 구간별로 세어 묶음을 정하는 방법까지 적었다. 2025년에 낸 계속출원 US20250350128A1은 방향이 조금 다르다. 공개된 청구항 1은 병렬로 이은 팩마다 BMS 연결 보드를 두고, 팩 식별 정보와 실시간 상태를 읽어 기준값을 넘으면 경고하게 한다. 종속항은 그 정보로 제조사·모델·일련번호와 전압·온도·SOH를 든다. 세 청구항은 같은 명세서에서 나왔지만 겨냥하는 곳이 저마다 다르다(그림 6).

FIG. 6B2U 미국 특허군의 청구항 1'9212022 등록10팩 둘 이상을직렬로 묶은 줄줄끼리 병렬사용 후·무개조종속항에만'2072025 등록20전압이 비슷한팩끼리 골라묶는 프로세서일부계속출원(CIP)'1282025 공개30팩마다 보드가상태를 읽고경고를 낸다계속출원심사 중
Fig. 6. B2U 미국 특허 세 건의 청구항 1을 나란히 놓은 도해. 10(‘921)은 US11289921B1(2021-07-22 출원, 2022-03-29 등록), 20(‘207)은 US12401207B2(2022-02-18 출원, 2025-08-26 등록), 30(‘128)은 US20250350128A1(2025-07-22 출원, 2025-11-13 공개, 심사 중). 화살표는 출원이 이어진 순서다.
자료: 각 특허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필자 재구성(Google Patents, 2026-09-29 확인)

팩을 직렬 줄로 묶지 않고 팩마다 전력변환 장치를 달아 병렬로만 모으는 설계는 첫 두 특허의 청구항 1과 거리가 생긴다. 그런데 심사 중인 US20250350128A1의 청구항 1은 병렬로 이은 팩을 대상으로 쓰여 있다. 계속출원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경쟁사의 설계를 본 뒤 그에 맞춰 청구항을 고쳐 쓸 여지가 출원인에게 남는다. 팩을 열어 모듈로 다시 짜는 Samsar식 설계라면 다시 짠 묶음을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 팩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해석의 쟁점이 되고, 문언을 벗어나더라도 균등론[12]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는 남는다. 청구항이 등록 전까지 바뀔 수 있으니 미국 FTO[13] 검토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첫 특허 계열은 일본에서 등록됐고 유럽(EP4320009)과 중국(CN116888010A)에서는 심사 중이며, 두 번째 특허 계열도 유럽·일본·중국에 따로 출원돼 있다(EP4480062, JP2025508433A, CN119032485A). 내가 9월 29일 확인한 Google Patents 패밀리 목록 어디에도 한국 출원은 보이지 않는다. 특허의 효력은 등록한 나라 안에서만 미치므로, 이 목록이 맞다면 동탄의 실증은 B2U 특허군의 권리 범위 밖에서 진행된다. 한국에 비슷한 권리를 가진 다른 권리자가 있는지는 이번에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떼어 내기 전에 받는 평가, 사용후배터리법 제14조

사용후배터리법은 공포 1년 뒤인 2027년 5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일부 조항은 2027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제14조는 전기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의 소유자가 사용 후 배터리를 떼어 내려면 떼어 내기 전에 성능과 안전에 관한 평가를 받게 했고, 미리 받기 곤란한 경우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떼어 낸 뒤 받을 수 있게 했다. 전기자동차등배터리의 평가는 자동차관리법 제35조의13을 따르며, 이 부분은 2027년 7월 1일부터다. 제15조는 재제조되거나 재사용된 배터리를 실은 제품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을 팔기 전에 유통 전 안전검사를, 제16조는 정기 안전검사를 받게 한다[14].

대상 제품을 정할 시행령의 입법예고는 내가 9월 29일까지 찾은 범위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동탄의 팩들이 실증을 넘어 사업으로 간다면 이 평가와 검사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법은 제20조에 사용후 배터리 이력관리시스템의 근거도 두었다. 평가와 이력관리가 다룰 정보와, US20250350128A1의 청구항이 읽겠다고 적은 팩의 제조사·모델·일련번호와 전압·온도·SOH는 종류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

두 회사의 보도자료가 내건 기가와트시 규모는 차에서 내려오는 팩이 늘수록 값싼 저장장치가 쏟아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저장장치 전용으로 만든 새 셀의 값이 계속 내려가는 사이에 팩마다 따로 받아야 하는 평가와 정기 검사, 제각각인 팩을 다루는 운영 비용이 쌓이면 중고 팩의 가격 이점은 줄어든다. 재사용 설비에서 사고가 한 번 나면 시장 전체의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다. 두 흐름의 비용을 같은 기준으로 견준 자료를 나는 이번에 찾지 못했으므로, 여기서는 가능성으로만 적는다.

이 비용 가운데 줄일 수 있는 몫은 팩의 이력 데이터에 달려 있다. 자동차 회사가 차에 달려 있던 BMS 기록을 팩과 함께 넘기면 분리 전 평가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고, 배터리 회사가 그 기록으로 팩을 전압과 상태별로 묶는 운영은 US12401207B2가 청구한 짝짓기와 같은 문제를 푼다. 미국에 나갈 때 이 기능들이 B2U 청구항의 어느 요소와 겹치는지 미리 대조해 두면, 제휴와 실시 허락, 거리를 둔 설계 가운데 무엇을 고를지 근거를 갖고 정할 수 있다.

나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권리자와 손잡은 선택을 청구항 1의 넓이에서 나온 계산으로 읽는다. US11289921B1의 청구항 1은 팩 두 개 이상의 직렬 줄과 줄끼리의 병렬 연결만 요구하므로, 팩 단위 재사용 저장장치를 미국에서 지으려는 사업자가 이 문언에서 멀어지려면 설계를 크게 바꿔야 한다. 권리자와 함께 가면 그 비용과 분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경로였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넘겨받을 배터리가 사용 후 팩이 아닌 새 셀로 밝혀지면 제휴의 무게중심은 특허보다 공급에 놓이고, 청구항 1이 등록 전 공개된 설비 때문에 무효가 된다면 권리자와 함께 갈 이유 자체가 약해진다.

뜯지 않고 쌓는 일 자체는 이미 된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약 100MWh가 그렇게 돌고 있다. 다만 어디서 쌓느냐에 따라 넘어야 할 것이 다르고, 그 답은 아직 쓰이는 중인 문서들에 달려 있다. 미국에서는 US20250350128A1의 청구항이 어떤 모양으로 등록되는지가, 유럽에서는 EP4320009가 어디까지 좁혀지는지가 B2U 권리의 다음 경계를 정한다. 한국에서는 사용후배터리법 시행령이 안전검사 대상 제품을 어떻게 정하는지, 그리고 2027년 5월 27일 이후 동탄의 200kWh가 실증에서 사업으로 넘어가는지를 지켜볼 생각이다.

당장 펴 볼 문서 하나를 고르라면 US12401207B2의 청구항 1이다. 배터리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전압이 비슷한 팩끼리 묶는 규칙이 왜 필요한지 자기 말로 설명해 보는 연습 문제로 쓰기 좋고, 그 설명이 되면 재사용 저장장치에서 BMS 데이터 진단과 전력변환이 맡는 일도 함께 풀린다. 기획이나 IP 업무를 맡고 있다면 미국에 내보낼 저장장치 설계를 US11289921B1 청구항 1과 대조할 때 이 청구항을 함께 펴 두고, 심사 중인 US20250350128A1의 청구항이 등록 전까지 어떻게 바뀌는지 분기마다 확인해 두기를 권한다.

용어 풀이

  1. EaaS(Energy as a Service) — 배터리나 저장장치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설치·운영·에너지 관리까지 묶어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 방식. LG에너지솔루션은 ESS사업부 안에 이 이름의 조직을 두고 있다. ↩
  2.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 — 전기를 담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설비. 전력망에 붙는 대형 설비부터 충전소·공장용 설비까지 크기가 여러 가지다. ↩
  3. 재제조·재사용·재활용(Remanufacturing·Reuse·Recycling) — 사용후배터리법 제2조의 구분. 수리를 거쳐 다시 전기자동차등배터리(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전기차와 전동 건설기계·농업기계의 구동축전지)로 만들면 재제조, 그 밖의 배터리로 만들면 재사용, 재생원료를 뽑아내면 재활용이다. 재제조를 정의한 제2조 제4호는 202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
  4. 셀·모듈·팩(Cell·Module·Pack) — 전지 하나가 셀, 셀 여러 개를 묶은 단위가 모듈, 모듈을 모아 외함·냉각·관리 장치를 갖춘 완제품이 팩이다. 모듈 없이 셀을 바로 팩에 넣는 설계도 있다. ↩
  5. BMS(배터리관리시스템, Battery Management System) — 셀의 전압·온도·전류를 재고 충·방전 한계를 지키도록 제어하는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 팩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기록도 여기에 남는다. ↩
  6. 직렬·병렬(Series·Parallel) — 직렬은 전지를 한 줄로 이어 전압을 더하는 연결, 병렬은 나란히 이어 담을 수 있는 전기의 양(용량)을 더하는 연결이다. ↩
  7. SOH(State of Health, 건강 상태) — 새것일 때와 비교해 지금 담을 수 있는 용량 등이 얼마나 남았는지 나타내는 지표. 계산 방식은 제조사마다 다를 수 있다. 배터리 스펙표 읽는 법에서 다른 지표와 함께 다뤘다. ↩
  8. 균등화 저장비용(LCOS, Levelized Cost of Storage) — 저장장치의 건설비와 운영비를 합친 평생 비용을, 평생 동안 저장했다가 내보낸 전기량으로 나눈 값. 저장한 전기 1kWh의 원가에 해당한다. ↩
  9. 계속출원·일부계속출원(Continuation·CIP) — 미국에서 앞선 출원이 아직 살아 있을 때 같은 명세서로 새 청구항을 받으려고 내는 출원이 계속출원, 새 내용을 보태 내는 출원이 일부계속출원이다. 앞선 출원과 겹치는 내용은 그 날짜를 이어받는다. ↩
  10. B1·B2(미국 특허 종류 코드) — B1은 공개공보 없이 등록된 특허, B2는 공개공보(A1)가 먼저 나온 뒤 등록된 특허다. 특허번호 뒤의 A1과 B2 글에 정리해 두었다. ↩
  11. 청구항·독립항·종속항(Claim) — 특허가 보호하는 범위를 문장으로 적은 부분. 다른 청구항을 인용하지 않는 독립항이 가장 넓고, 앞 청구항에 조건을 보태는 종속항은 그보다 좁다. ↩
  12.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 청구항 문언과 글자 그대로 같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결과를 내면 침해로 볼 수 있다는 법리. 인정 여부는 사안마다 다르다. ↩
  13. FTO(Freedom to Operate, 실시 자유) — 제품을 만들거나 팔 때 남의 유효한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지 따져 보는 검토. 특허의 효력이 나라별이므로 검토도 나라별로 한다. ↩
  14. 성능평가·안전검사(사용후배터리법 제14~16조) — 배터리를 떼어 내기 전의 성능·안전 평가, 재제조·재사용 배터리를 실은 제품의 판매 전 안전검사와 정기 안전검사. 대상 제품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참고 자료

  • LG에너지솔루션, 「LG Energy Solution and B2U Storage Solutions Collaborate on BESS Business Opportunities by Repurposing Batteries」, 서울 발 2026-09-22(뉴스룸 게시 2026-09-24) (2026-09-29 확인). 링크
  • B2U Storage Solutions, 「B2U Storage Solutions and LG Energy Solution Collaborate on BESS Business Opportunities by Repurposing Batteries」, GlobeNewswire, 2026-09-24 (2026-09-29 확인). 링크
  • B2U Storage Solutions, 「B2U Begins Commercial Operations of Its Second Repurposed Battery Storage Project in Texas」, GlobeNewswire, 2026-09-09 (2026-09-29 확인). 링크
  • B2U Storage Solutions 홈페이지(EV Pack Storage 시스템 소개) (2026-09-29 확인). 링크
  • 현대자동차그룹 뉴스룸,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원익피앤이와 사용 후 배터리 기반 UBESS 실증 추진」, 2026-09-10 (2026-09-29 확인). 링크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 법률 제21683호(2026-05-26 제정, 2027-05-27 시행) (2026-09-29 확인). 링크
  • Samsar Resources, 「Samsar Upcycles Electric Vehicle Battery From 1,000th Nissan Leaf」, EIN Presswire, 2026-09-15 (2026-09-29 확인). 링크
  • Fraunhofer IIS, 「Fraunhofer IIS Develops Automated X-Ray Analysis for Electric Vehicle Batteries」, 2026-09-21 (2026-09-29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11289921B1 (2026-09-29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12401207B2 (2026-09-29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20250350128A1 (2026-09-29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10752128B1 (2026-09-29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JP7855245B2 (2026-09-29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과 특허 정보를 풀어 쓴 해설이다. 투자 권유나 법률 자문이 아니고, 특정 제품의 침해 여부는 전문가 검토를 거쳐야 한다. 특허의 권리 범위와 분쟁 결과는 가능성으로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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