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투-팩(CTP), 모듈을 없애서 얻는 것과 잃는 것

무엇이 화제인가: 모듈을 빼면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지나

셀-투-팩(CTP, Cell-to-Pack)은 모듈이라는 중간 단계를 생략해 팩 안의 빈 공간을 셀로 채우는 구조이고, 그 대가로 모듈 단위 정비성과 설계 자유도 일부를 내준다. 공간 효율 수치는 업체 발표로 꾸준히 올라왔지만, 무엇을 잃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돼 왔다. 이 글은 CTP의 이득과 손실을 공개 자료와 특허 청구항으로 함께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배터리 팩은 원래 ‘셀 → 모듈 → 팩’ 3단 구조가 기본이었다.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모듈을 생략하는 CTP 구조로 옮겨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빈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CATL은 2019년 모듈 없는 팩(CTP)을 처음 내놓으며 부피 활용률 50% 이상을 발표했고, BYD는 2020년 3월 29일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하며 기존 LFP 블록형 배터리 대비 팩 공간 활용률이 50%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긴장 요인은 이 숫자들이 대부분 ‘얻는 것’ 쪽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모듈 프레임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셀을 묶고, 팽창을 잡고, 고장 난 부분만 떼어 내는 관리 단위였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CTP는 어떤 원리로 공간을 얻는가, 공개된 수치로 볼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은 각각 얼마인가, 그리고 CTP 구조의 권리는 어떤 형태로 청구돼 있는가이다.

기본 원리: 칸막이 상자를 없애고 긴 책을 서가에 바로 꽂기

모듈 단계는 셀을 묶어 관리하기 편하게 하지만, 그 프레임 자체가 부피와 무게를 차지한다. CTP는 셀을 곧바로 팩 구조에 통합해 이 낭비를 줄인다. 모듈 프레임, 모듈 간 연결 부품, 모듈을 고정하던 보(beam)가 줄어드는 만큼 같은 팩 외곽 안에 셀을 더 넣을 수 있다.

FIG. 13단 구조와 CTP의 기능 이동(개념도)3단 구조(셀→모듈→팩)10모듈 프레임이 셀을 묶음열관리 부품이 모듈별 배치고장 시 모듈 단위 교체프레임이 부피·무게 차지CTP(셀→팩)20팩 케이스·셀이 구조 분담열관리 부품을 팩에 통합고장 시 팩 단위 대응 증가부피 활용률 상승기능은 사라지지 않고 팩과 셀로 옮겨 간다
Fig. 1. 모듈을 생략하면 모듈이 맡던 구조·열관리·정비 기능이 팩 케이스와 셀로 옮겨 간다는 점을 비교한 개념도.
자료: CATL 보도자료(2022-06-23)와 BYD 보도자료(2020-03-29)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3단 구조는 책을 작은 칸막이 상자에 나눠 담은 뒤 그 상자들을 서가에 올리는 방식이다. 상자 벽과 상자 사이 틈만큼 서가가 낭비된다. CTP는 상자를 없애고 책을 서가에 바로 꽂는 방식이고, BYD 블레이드처럼 셀을 길게 만드는 설계는 서가 폭만큼 긴 책을 만들어 책 자체가 칸막이 역할까지 하게 하는 방식이다. 대신 상자째 꺼내 교체하던 편의성은 사라지고, 책 한 권을 빼려면 서가 전체를 다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비유에서 CTP의 이득과 손실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다.

  • 얻는 것: 부피 활용률 상승, 부품 수 감소, 같은 외곽에서 더 큰 용량
  • 잃는 것: 모듈 단위 분리·교체라는 정비 단위, 셀 팽창·열을 모듈 안에서 가두던 완충 구조
  • 옮겨 가는 것: 모듈이 하던 구조·열관리 기능이 팩 케이스와 셀 자체로 이동

비교: 3단 구조와 CTP, 그리고 공개된 수치

먼저 원문의 구조 비교표를 그대로 두고, 이어 업체가 발표한 CTP 세대별 수치를 정리한다.

구조 구성 공간 효율
기존(3단) 셀→모듈(프레임+BMS 일부)→팩 모듈 프레임이 공간을 차지
CTP 셀→팩(모듈 단계 생략) 부피 활용률 상승
Fig. 2. 기존 3단 구조와 CTP 구조의 구성 비교
자료: 원문 비교표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두 구조의 차이는 모듈 프레임과 그에 딸린 BMS 일부가 있느냐 없느냐이며, CTP의 공간 이득은 바로 그 프레임이 차지하던 부피에서 나온다.

구분 발표 시점 공간 관련 수치 에너지 밀도(Wh/kg)
CATL 1세대 CTP 2019년 부피 활용률 50% 이상 공개 자료 미확인
BYD 블레이드 배터리(LFP) 2020-03-29 기존 LFP 블록형 대비 팩 공간 활용률 50% 이상 향상 공개 자료 미확인
CATL CTP 3.0 ‘기린(Qilin)’ 2022-06-23 부피 활용률 72% 삼원계 시스템 255 / LFP 시스템 160
US11183729B2 명세서 기재 우선일 2019-01-09 종래 약 40% 이하 → 60% 이상(예: 80%) 해당 없음
Fig. 3. CTP 세대별 공개 수치 비교(업체 발표 기준, 측정 정의는 업체마다 다를 수 있음)
자료: CATL 보도자료(2022-06-23), BYD 보도자료(2020-03-29), Google Patents US11183729B2 명세서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CATL 발표 기준 부피 활용률은 2019년 50% 이상에서 2022년 72%로 올라갔고, BYD 특허 명세서는 종래 구조를 약 40% 이하로 본다. 다만 ‘부피 활용률’과 ‘공간 활용률 향상 폭’은 정의가 달라 업체 간 수치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이득 쪽 수치와 달리 손실 쪽은 공개된 정량 데이터가 거의 없다. 공간 효율과 에너지 밀도는 오르지만, 모듈 단위로 분리·교체하던 정비성이 떨어진다. 셀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모듈 단위 교체가 아니라 팩 단위 대응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유지보수 전략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통찰: CTP의 진짜 전환은 ‘구조 부재의 소멸’이 아니라 ‘구조 기능의 이전’이다. CATL은 기린 배터리에서 내부 가로보(crossbeam)·수냉판·열전도 패드를 다기능 탄성 중간층 하나로 통합했다고 밝혔고, BYD는 긴 셀을 팩에 바로 배열하는 구조를 내세웠다. 두 사례 모두 모듈이 하던 강성·열관리 역할을 없앤 것이 아니라 다른 부품이나 셀 자체로 옮겼다. 따라서 CTP 팩을 평가할 때는 ‘무엇이 빠졌나’보다 ‘빠진 기능을 누가 떠안았나’를 먼저 봐야 하고, 이것이 정비성과 안전성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특허 관점: ‘모듈 없음’이 아니라 ‘셀 치수와 배열’을 청구한다

CTP라는 개념 자체는 넓은 권리 대상이 되기 어렵다. 모듈을 빼는 발상만으로는 청구항을 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등록된 권리는 셀 형상·치수·배열처럼 구체적인 구성으로 범위를 좁힌 형태가 많다. 대표 사례로 BYD의 US11183729B2를 Google Patents에서 확인했다.

서지 사항: US11183729B2(발명의 명칭 “Battery pack, vehicle and energy storage device”, 출원인·현 권리자 BYD Co Ltd)는 우선일 2019년 1월 9일, 출원일 2019년 6월 21일, 등록일 2021년 11월 23일이며,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39년 6월 21일이다. 우선권 기초 출원은 중국 출원 CN110165117A로 표시된다.

청구항 1 요지(재서술): 서로 수직인 제1·제2 방향을 갖는 팩 하우징이 있고, 제1 방향 치수가 600mm 이상이며, 하우징 안에 직사각형 셀 수용부가 형성된다. 여러 직사각형 셀이 제2 방향으로 배열되고 각각 제1 방향으로 뻗으며, 제1 방향으로는 수용부마다 셀이 하나씩 놓인다. 셀의 길이 L, 두께 D, 높이 H는 L>H, L>D, 600mm≤L≤2,500mm, 23≤L/D≤208을 만족한다.

FIG. 4US11183729B2 청구항 1 구성요소 지도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회피 가능성·대응(a)제1 방향 치수 600mm 이상인 팩 하우징대부분 EV 팩이 충족, 회피 어려움(b)하우징 안 직사각형 셀 수용부공통 구성(c)셀을 제2 방향 배열, 제1 방향으로 1개씩제1 방향 2개 이상 배치 시 거리(d)셀 길이 600mm≤L≤2,500mm600mm 미만 셀은 문언 밖 가능성(e)23≤L/D≤208, L>H, L>D경계 근처 설계는 다툼 여지'모듈 없음'이 아니라 치수·배열로 범위를 정한다
Fig. 4. BYD 특허 US11183729B2 청구항 1의 구성요소를 재서술하고 요소별 회피 가능성을 대응시킨 청구항 지도.
자료: US11183729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청구항은 ‘모듈이 없다’는 소극적 구성을 직접 청구하지 않는다. 대신 긴 셀 한 개가 수용부의 제1 방향을 가로지르는 배열과 셀 치수 비율을 핵심으로 삼는다. 명세서가 종래 부피 활용률을 약 40% 이하, 개선 구조를 60% 이상으로 설명하는 것도 이 치수·배열 한정의 효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서술로 읽힌다.

회피 포인트: 권리 범위의 경계는 수치 한정에 있다. 셀 길이가 600mm 미만이거나 L/D가 23 미만 또는 208 초과인 설계, 제1 방향으로 셀 두 개 이상을 이어 배치하는 설계는 청구항 1의 문언 범위 밖에 설 가능성이 있다. 짧은 각형 셀을 여러 열로 배치하는 CTP 방식은 같은 ‘모듈리스’라도 이 청구항과는 구성이 다르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수치 한정 청구항에서는 균등론 적용이 좁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지만, 셀 길이를 590mm처럼 경계 바로 아래로 잡는 설계는 한정 수치의 기술적 의의를 두고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같은 패밀리의 다른 청구항이나 중국·유럽 등록 특허가 다른 수치 범위를 갖고 있을 수 있어, 미국 청구항 1만 보고 FTO(침해 여부 검토)를 끝내면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권리자 입장에서도 긴 셀을 팩에 직접 배열하는 구성은 선행기술과의 대비에서 유효성 다툼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한계와 전망

CTP는 모듈이라는 ‘관리 편의용 중간 단계’를 덜어내 공간을 얻는 대신, 그 편의성, 즉 정비 단위를 함께 내주는 구조 변화다. 에너지 밀도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공개 수치는 부피 활용률이 세대마다 올라갔음을 보여 주지만, 수리비·교체 단위·재사용 가능성 같은 손실 쪽 지표는 여전히 공개 자료로 확인하기 어렵다.

낙관적 전망은 CTP가 셀-투-바디(CTB)나 셀-투-섀시(CTC)처럼 차체와의 통합으로 이어지며 공간 효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통합도가 높아질수록 사고·결함 시 교체 단위가 팩이나 차체 구조물로 커지고, 이것이 보험료·수리비·중고 가치에 반영되면 소비자 입장의 총소유비용이 에너지 밀도 이득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사용 후 배터리를 모듈 단위로 떼어 재사용하던 흐름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전략적 대안은 CTP를 ‘모듈 유무’의 이분법이 아니라 ‘정비 단위 설계’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다. 모듈을 없애더라도 셀 블록을 부분 교체할 수 있는 체결 구조, 셀 단위 진단 정보를 남기는 BMS 설계를 함께 가져가면 공간 이득과 정비성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고, 이 부분은 치수 한정 위주의 기존 CTP 특허와 겹치지 않는 출원 영역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실무 액션: CTP 팩을 기획하는 담당자는 셀 치수(길이 L, 두께 D)와 L/D 비를 US11183729B2의 수치 한정(600~2,500mm, 23~208)과 먼저 대조하고, 그 결과와 함께 ‘고장 시 최소 교체 단위’를 설계 사양서의 필수 항목으로 넣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CATL 1세대 CTP(2019년)의 부품 수 감소율·생산 효율 향상 등 세부 수치의 1차 자료
  • 업체별 ‘부피 활용률’과 ‘공간 활용률’ 정의 차이(셀 부피/팩 부피 산정 방식)
  • US11183729B2 패밀리(CN·EP 등)의 청구항 수치 범위와 권리 상태
  • CTP 팩의 셀 단위·부분 교체 정비 사례와 수리비 비교 데이터

출처

  1. CATL 보도자료, CATL launches CTP 3.0 battery “Qilin,” achieves the highest integration level in the world (2022-06-23)
  2. BYD 보도자료(PR Newswire), BYD’s New Blade Battery Set to Redefine EV Safety Standards (2020-03-29)
  3. Google Patents, US11183729B2 – Battery pack, vehicle and energy storage device (BYD Co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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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투-팩(CTP), 모듈을 없애서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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