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셀의 수명은 출하 전 첫 충전에서 음극 표면에 생기는 얇은 보호막에 크게 좌우된다. 비닐렌 카보네이트(VC)·플루오로에틸렌 카보네이트(FEC) 같은 전해액 첨가제가 왜 이 막의 ‘설계 도구’가 되었는지, 1994년 우선권의 VC 원천특허로 권리 구조까지 짚어 본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SEI 형성 첨가제는 ‘얼마나 넣느냐’보다 ‘누가 먼저 분해되느냐’로 일한다. 전해액 속 첨가제가 주용매보다 먼저 음극에서 환원되어 보호막의 첫 층을 깔고, 그 첫 층의 품질이 이후 수백~수천 사이클의 수명을 끌고 간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음극에 실리콘산화물(SiOx)을 섞거나, 양극을 리튬망간인산철(LMFP)처럼 새로운 조성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첨가제 조합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 연구진은 FEC가 들어간 SiOx/흑연 음극 풀셀에서 VC와 리튬 디플루오로(옥살라토)보레이트(LiDFOB)를 비교해, VC 쪽이 400사이클까지 더 높은 용량과 쿨롱 효율을 보였다고 보고했다[3]. LMFP/흑연 파우치셀에서는 VC 2wt%에 황계 첨가제(DTD) 1wt%를 더한 조합이 첫 사이클 쿨롱 효율을 89.3%로 끌어올리고, 40°C·C/3 조건 600사이클 후에도 85% 이상의 용량을 유지했다는 결과도 있다[4].
긴장 요인은 분명하다. 첫 충전에서 막을 만드는 데 쓰인 리튬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막이 너무 얇으면 전해액이 계속 분해되고, 너무 두꺼우면 저항이 커진다. 첨가제는 이 균형을 맞추는 거의 유일한 ‘화학적 손잡이’인 셈이다.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첫 충전에서 정확히 무엇이 결정되며, 그 설계를 처음 권리화한 특허는 어디까지 울타리를 쳤는가.
② 기본 원리 — 새 도로에 까는 ‘초벌 아스팔트’
흑연 음극은 충전 중 전해액이 버틸 수 있는 전위보다 낮은 영역에서 동작한다. 그래서 첫 충전 때 전해액 일부가 음극 표면에서 환원·분해되고, 그 분해 생성물이 쌓여 고체 전해질 계면(SEI, Solid Electrolyte Interphase)이라는 막이 된다. SEI는 전자는 막고 리튬 이온만 통과시키는 ‘선택적 관문’이다. 이 막이 제대로 생기면 이후 전해액 분해가 멈추고, 부실하면 분해가 계속되어 리튬과 전해액이 조금씩 소모된다.

자료: US5626981A 청구항·명세서 및 공개 연구 초록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첨가제는 새 도로에 까는 초벌 아스팔트다. 주용매가 곧바로 노면이 되면 울퉁불퉁한 길(불균일한 SEI)이 생기지만, 초벌층이 먼저 깔리면 그 위에 쌓이는 층도 고르게 된다. 핵심은 ‘먼저’다. 첨가제가 주용매보다 높은 전위에서 먼저 환원되어야 초벌층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VC의 원천특허는 이 조건을 “리튬 기준 1V를 넘는 전위에서 음극에서 환원되어 부동태막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능 문언으로 적었다[1].
VC는 탄소-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고리형 카보네이트다. 리튬메탈 전지 연구에서는 VC 첨가가 폴리카보네이트 계열의 SEI를 형성해 리튬 부식을 줄였다고 보고된 바 있다[5]. 반면 FEC는 고리에 불소가 붙은 포화 고리형 카보네이트로, FEC를 기본 성분으로 둔 채 다른 첨가제를 비교한 실리콘계 음극 연구 사례가 있다[3]. 두 첨가제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함께 쓰이며 역할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또 하나의 고전적 문제는 흑연 박리(exfoliation)다. 프로필렌 카보네이트(PC)처럼 흑연 층 사이로 용매가 함께 끼어드는 경우 흑연 층이 벌어져 부서지는데, 초벌층이 먼저 생기면 이 공동 삽입을 막을 수 있다. VC 원천특허의 실시예는 바로 이 박리 억제 효과를 첫 사이클 데이터로 보여 준다.
③ 비교 — 첨가제 5%가 첫 사이클에 만든 차이
| 실시예(US5626981A) | 용매 구성(중량비) | VC 첨가 | 첫 충전(mAh/g) | 첫 방전(mAh/g) | 방전/충전 비율 |
|---|---|---|---|---|---|
| 실시예 1(종래기술) | PC:EC:DMC = 1:1:2, LiTFSI 1M | 없음 | 1,050 | 300 | 약 29%(손실 70% 초과) |
| 실시예 2(발명) | 실시예 1과 동일 | 용매 대비 5wt% | 350 | 275 | 약 79% |
| 실시예 3(종래기술) | EC:DMC = 1:1 | 없음 | 610 | 300 | 약 49%(손실 50% 초과) |
| 실시예 4(발명) | 실시예 3과 동일 | 용매 대비 5wt% | 420 | 330 | 약 79% |
자료: US5626981A 명세서 실시예 1~4[1]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방전/충전 비율은 명세서 수치로 편집부가 계산.
이 표가 말하는 것: VC를 넣지 않은 셀은 용매 구성에 따라 첫 사이클 방전/충전 비율이 약 29%에서 49%까지 크게 흔들렸지만, VC 5wt%를 넣은 두 셀은 모두 약 79%로 모였다. 첨가제가 용매 조성의 차이를 ‘평탄화’하는 역할까지 했다는 뜻이다.
④ 특허 관점 — 물질명이 아니라 ‘환원 전위’로 그은 울타리
VC 첨가제의 원천특허로 자주 거론되는 문헌은 US5626981A(명칭: Rechargeable lithium electrochemical cell)다. 원출원인은 프랑스 SAFT이며, Google Patents상 현 권리자는 Mitsubishi Chemical Corp로 표시된다(2004년 양도 기록). 우선일 1994-04-22, 출원일 1995-04-21, 등록일 1997-05-06, 등록 청구항 14개이고, 법적 상태는 Expired – Lifetime(예상 만료일 2015-04-21)이다[1].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청구항 1을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 | 권리 범위상의 의미 |
|---|---|
| (a) 양극을 포함하는 충전식 리튬 전기화학 셀 | 셀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물건 청구 |
| (b) 결정화도가 0.8을 넘는 탄소 함유 물질을 가진 음극 | 고결정성 흑연계 음극으로 한정 — 저결정성 탄소는 문언 밖일 가능성 |
| (c) 리튬염과, 비양자성 포화 유기용매 2종 이상의 혼합물로 된 전해질(1종 이상은 카보네이트 함유, 제1용매는 고유전율, 제2용매는 에테르·DEC·DMC·디옥솔란(유도체)·THF(유도체)·프로필렌옥사이드 중에서 고른 저점도 용매) | 당시 표준적인 혼합 용매계를 넓게 포괄 |
| (d) 탄소-탄소 불포화 결합을 1개 이상 가진 가용성 카보네이트 화합물을 추가로 포함 | 첨가제의 구조 한정 — ‘불포화’가 요건 |
| (e) 그 화합물이 리튬 대비 1V를 넘는 전위에서 음극에서 환원되어 부동태막을 형성할 수 있을 것 | 기능 한정 — 물질명 대신 ‘먼저 환원되어 막을 만든다’는 작용으로 범위를 정의 |
자료: Google Patents US5626981A 서지·청구항(2026-09-23 확인)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이 특허에서 읽어야 할 통찰은, SEI 첨가제의 권리가 처음부터 ‘물질명’이 아니라 ‘환원 전위라는 기능’으로 그어졌다는 점이다. VC라는 이름은 종속항 2에 가서야 나온다. 독립항은 “불포화 카보네이트 + 1V 초과 환원 + 부동태막”이라는 조합으로, 같은 작용을 하는 다른 불포화 카보네이트까지 권리 범위에 넣으려 한 구조로 읽힌다.
존속 기간 중이었다면 회피 설계 시나리오는 어떻게 그려졌을까. ⓐ 결정화도 0.8 이하의 탄소 음극을 쓰는 경로, ⓑ 불포화 결합이 없는 첨가제를 쓰는 경로가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특히 FEC는 탄소-탄소 이중결합이 없는 포화 고리형 카보네이트이므로 문언상 (d)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반론도 있다. 권리자는 FEC가 같은 전위 창에서 같은 부동태막 기능을 한다며 균등 범위를 주장할 여지가 있고, 반대로 명시적인 ‘불포화’ 한정이 균등 주장을 제약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받아들여질지는 개별 사안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 미국 특허는 만료 상태이므로, 이 특허 자체로 인한 침해 소지는 낮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FTO(침해 여부) 검토의 초점은 원천특허가 아니라 그 위에 쌓인 조합·용도 특허로 옮겨 간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차원에서 Mitsui Chemicals의 US6180800B1(우선일 1995-06-09, 등록일 2001-01-30, Expired – Lifetime)을 보면, 청구항 1은 고리형 카보네이트에 불소 치환 메틸기(-CFH2, -CF2H, -CF3)가 붙은 화합물 자체를 청구한다[2]. 고리에 불소가 직접 붙은 FEC와는 구조가 달라, FEC 계열의 권리 지형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첨가제 조합 설계는 신소재 도입의 비용을 낮추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LMFP 파우치셀에서 VC와 황계 첨가제를 함께 쓴 조합이 첫 사이클 효율과 600사이클 수명을 동시에 끌어올린 결과가 그 예다[4].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실리콘 비중이 커질수록 음극이 충방전마다 부풀고 줄면서 SEI가 깨지고 다시 만들어진다. 이 경우 첨가제는 첫 충전 한 번이 아니라 사이클 내내 조금씩 소모되는 ‘소모품’이 되고, 첫 충전에서 결정된다는 전제 자체가 약해진다. ANL 연구에서도 VC가 400사이클 용량에서는 앞섰지만, VC 전해액 쪽 양극(NCMA) 입자에서 더 큰 미세변형과 표면 균열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했다[3]. 연구진은 VC 쪽 양극이 더 깊게 충방전된 점도 함께 지적했는데, 음극 보호로 더 많은 용량을 쓰게 되면 그 부담이 양극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첨가제 IP를 ‘물질’이 아니라 ‘조합 + 셀 조건 + 화성 프로토콜’ 단위로 관리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원천 물질 특허는 이미 만료된 경우가 많지만, 특정 음극·양극과 첨가제 비율을 묶은 조합 특허는 여전히 존속할 수 있다. 첫 충전 조건(전류, 온도, 휴지 시간)은 특허보다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편이 유리할 가능성도 있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전해액 사양서의 첨가제 목록을 ‘만료된 원천 물질 특허’와 ‘존속 중인 조합·용도 특허’ 두 칸으로 나눠 표로 정리하고, 두 번째 칸에 들어가는 항목만 FTO 검토 대상으로 우선 지정할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FEC를 SEI 첨가제로 처음 권리화한 원천특허의 서지(번호·출원인·만료일)는 이번 작업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 US5626981A의 유럽·일본 등 각국 패밀리의 구성과 개별 만료일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 양산 셀에 실제로 쓰이는 VC·FEC 함량은 제조사별로 공개되지 않아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다.
출처
- Google Patents, US5626981A 「Rechargeable lithium electrochemical cell」 서지사항·청구항·실시예(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6180800B1 「Fluorine-substituted cyclic carbonate and electrolytic solution and battery containing the same」 서지사항·청구항 1(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 X. Huang 외, 「Comparative Study of Vinylene Carbonate and Lithium Difluoro(oxalate)borate Additives in a SiOx/Graphite Anode Lithium-Ion Battery in the Presence of Fluoroethylene Carbonate」,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17 (2025), DOI 10.1021/acsami.4c16779(OSTI 초록). 링크
- C. M. Chak 외, 「Unraveling interphase-driven failure pathways in LiMn0.6Fe0.4PO4/graphite pouch cells」, EES Batteries 2 (2026), DOI 10.1039/d5eb00228a(OSTI 초록). 링크
- Z. Peng 외, 「High-Power Lithium Metal Batteries Enabled by High-Concentration Acetonitrile-Based Electrolytes with Vinylene Carbonate Additive」,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30 (2020), DOI 10.1002/adfm.202001285(OSTI 초록).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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