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에 넣는 전해액은 모자라도 문제, 남아도 문제다. 전해액 양을 정하는 기준이 ‘주액량’에서 ‘전극 기공 안에 머무는 양’으로 옮겨 가는 이유와, 이를 수치로 울타리 친 특허를 함께 정리한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전해액량 설계의 핵심은 ‘얼마나 넣었는가’가 아니라 ‘전극의 빈 공간 대비 얼마가 머물러 있는가’다. 같은 양을 넣어도 전극 기공 구조가 다르면 한쪽 셀은 말라 가고 다른 셀은 넘쳐 흐른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전해액(electrolyte)은 양극과 음극 사이로 리튬 이온을 실어 나르는 액체 통로다. 셀 제조 공정의 막바지에는 조립된 셀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주액(electrolyte filling) 공정이 있고, 이때 셀 용량 1Ah당 몇 그램을 넣을지를 나타내는 값을 흔히 전해액/용량비, 즉 E/C 비(electrolyte-to-capacity ratio, g/Ah)라고 부른다. 에너지밀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셀 무게에서 ‘전기를 저장하지 않는 무게’를 덜어 내려는 압력이 커지고, 전해액은 그 대상 가운데 하나다.
긴장 요인은 양쪽에 있다. 전해액이 모자라면 전극 표면 일부가 젖지 않아 이온 통로가 끊기고 저항이 오른다. 반대로 넉넉하게 넣으면 셀 무게와 원가가 함께 늘어 비에너지(무게당 에너지)가 떨어진다[2]. 게다가 전해액은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의 보호막, 즉 고체 전해질 계면(SEI, Solid Electrolyte Interphase)을 만들고 보수하는 데 조금씩 소모된다. 처음에 ‘딱 맞게’ 넣은 양이 수명 후반에는 모자란 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전해액의 적정량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야 하며, 특허는 그 기준을 어떻게 권리로 만들었는가.
② 기본 원리 — 전극은 스펀지, 전해액은 물이다
전극은 활물질 입자와 도전재, 바인더가 뭉쳐 만든 다공성 층이다. 입자 사이에는 미세한 빈 공간, 즉 공극(void) 또는 기공(pore)이 있고, 분리막(separator)에도 기공이 있다. 전해액은 이 공간을 채워야 비로소 이온 통로가 된다. 부엌 스펀지를 떠올리면 쉽다. 스펀지가 전극이고 물이 전해액이다.

자료: ORNL 연구(2017), Millares 외(2023), US9917296B2 명세서 설명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스펀지에 물을 조금만 부으면 마른 구석이 남는다. 배터리로 치면 젖지 않은 전극 부위가 반응에 참여하지 못하고, 젖은 부위만 과로하게 된다. 반대로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스펀지가 다 머금지 못한 물이 그릇 바닥에 고인다. 이 ‘고인 물’은 무게만 늘릴 뿐 일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 한 가지 현상이 더 있다. 스펀지를 쥐었다 폈다 하면 머금은 물이 짜여 나온다. 전극도 충방전 때마다 활물질이 팽창·수축하면서 기공 속 전해액을 밀어낸다. 특히 높은 전류로 빠르게 충방전하는 고율(high-rate) 조건에서는 전극 층 밖으로 밀려난 전해액 때문에 전극 안의 이온 분포가 고르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저항이 오를 수 있다[3]. 즉 전해액 문제는 ‘총량’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머무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연구 현장에서는 전해액량을 셀 용량이 아니라 전극과 분리막의 총 기공 부피에 대한 배수, 즉 전해액 부피 계수(electrolyte volume factor)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스펀지가 머금을 수 있는 양을 1로 놓고 몇 배를 넣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③ 비교 — 전해액량을 재는 세 가지 잣대
| 지표 | 정의 | 공개 자료에 나온 값 | 주로 쓰이는 곳 |
|---|---|---|---|
| E/C 비(g/Ah) | 주입한 전해액 질량 ÷ 셀 정격용량 | 이 글에서 확인한 공개 자료에는 셀 형식별 표준값 없음(정성) | 주액 공정 관리, 원가 산정 |
| 전해액 부피 계수(배) | 전해액 부피 ÷ 전극·분리막 총 기공 부피 | 흑연/NMC532 파우치 셀에서 장기 사이클에 최소 1.9배 필요[1]; 흑연/NMC811 단층 파우치 셀에서 1.5배가 200사이클 뒤 용량 유지·저항·비에너지의 균형점[2] | 셀 설계 검증, 연구 비교 |
| 용량당 공극 부피(cm³/Ah) | 활물질층 공극 부피 ÷ 전지 용량 | 양극 1.00~2.20, 음극 2.17~3.27, 양극 값 < 음극 값[3] | 특허 청구항의 수치 한정 |
자료: ORNL 연구(J. Electrochem. Soc. 164(6), 2017)[1], Millares 외(MRS Advances, 2023)[2], US9917296B2 청구항[3]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E/C 비 행은 정성 비교.
이 표가 말하는 것: ‘적정 전해액량’은 연구 조건에 따라 1.9배[1]와 1.5배[2]처럼 달라져 하나의 숫자로 말하기 어렵다. 반면 특허는 전해액 자체가 아니라 전해액을 담는 ‘그릇(공극)’을 용량으로 나눠 한정했다[3].
이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크다. E/C 비는 제조 현장이 관리하는 공정 값이고, 완성된 셀을 뜯어서 사후에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전해액은 화성(formation, 첫 충전으로 SEI를 만드는 공정) 과정에서 일부 소모되고 가스로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면 활물질층의 공극 부피는 완성품에서도 측정 가능한 ‘구조’ 값이다.
④ 특허 관점 — 전해액이 아니라 ‘전해액을 담는 그릇’을 청구하다
이 관점을 잘 보여 주는 예가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 Corp)의 미국 등록특허 US9917296B2(발명의 명칭: Nonaqueous electrolyte secondary battery)다. 발명자는 다카하타 고지(Koji Takahata), 우선일은 2014-04-02(일본 출원 2014-076355), 출원일(PCT 국제출원일)은 2015-04-01, 등록일은 2018-03-13이다. 현 권리자는 도요타자동차이며,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예상 만료일 2035-04-13), 등록 청구항은 6개다[3]. 명세서는 2C 이상, 특히 5C 이상의 고율 충방전을 반복할 때 활물질층에서 전해액이 밀려 나와 저항이 오르는 문제를 다룬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청구항 1을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 권리 범위상의 의미 |
|---|---|
| (a) 양극 활물질층을 가진 양극 | 통상의 구성 — 한정 효과 거의 없음 |
| (b) 음극 활물질층을 가진 음극 | 통상의 구성 |
| (c) 비수 전해액(nonaqueous electrolytic solution) | 통상의 구성 — 전해액 조성·양은 한정하지 않음 |
| (d) 양극 활물질층의 전지 용량당 공극 부피 α가 1.00 이상 2.20 이하(cm³/Ah) | 수치 한정 ① — 양극 쪽 ‘그릇 크기’의 창 |
| (e) 음극 활물질층의 전지 용량당 공극 부피 β가 2.17 이상 3.27 이하(cm³/Ah) | 수치 한정 ② — 음극 쪽 ‘그릇 크기’의 창 |
| (f) α가 β보다 작을 것 | 양·음극 사이의 전해액 배분 관계를 못 박은 한정 — 두 창이 겹치는 구간(2.17~2.20)에서 침해 판단의 분기점 |
자료: Google Patents US9917296B2 서지사항 및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종속항은 α를 1.15 이상, 1.30 이상으로 좁히고, α/β 비를 0.35~0.88, 다시 0.52~0.71로 좁히며, 양극 활물질층의 평균 기공 크기를 0.25~0.55μm로 한정한다[3]. 명세서의 실험 결과 설명에 따르면 청구항 1의 세 조건을 만족한 셀은 초기 저항이 낮고 고율 사이클 뒤 저항 증가가 125% 이하로 억제됐으며, α/β가 0.52~0.71일 때는 105% 이하로 더 억제됐다고 한다[3].
권리 범위의 축은 분명하다. 이 청구항은 전해액을 얼마나 넣었는지를 묻지 않는다. 전해액이 머물 자리를 용량 대비 얼마나, 그리고 양극보다 음극에 더 많이 마련했는지를 묻는다. 주액량을 바꿔도 공극 구조가 같다면 침해 소지는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회피 설계 시나리오를 그려 보면 ⓐ 음극을 더 강하게 압연해 β를 2.17 아래로 낮추는 방향, ⓑ 양극 공극을 키워 α를 2.20 위로 올리는 방향, ⓒ α가 β 이상이 되도록 양·음극의 공극 배분을 뒤집는 방향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와 ⓑ는 에너지밀도나 전해액 보유량과 맞바꾸는 선택이라, 특허를 피하는 대가로 이 특허가 해결하려던 고율 저항 증가 문제를 다시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극 부피’를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같은 셀의 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FTO(침해 여부) 판단 전에 명세서가 정한 측정 조건부터 확인해야 한다. 수치 한정 청구항은 범위 밖의 값에 균등론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이 역시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전해액 질량을 용량으로 나눈 값(g/Ah) 자체를 독립항에서 한정한 등록특허는 이번 조사 범위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주액 공정 쪽에서는 주액 시 감압 사이클의 순서를 청구한 US10476097B2처럼 ‘넣는 방법’을 다루는 특허가 따로 존재해, 전해액 관련 권리는 ‘넣는 방법’과 ‘담는 구조’라는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전해액을 기공 부피에 맞춰 줄이는 설계는 비에너지를 높이고 원가를 낮추는 비교적 손쉬운 수단이다. 흑연/NMC811 셀 연구에서도 1.5배 조건이 성능과 비에너지를 함께 챙긴 지점으로 제시됐다[2].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초기 성능 시험에서 ‘충분했던’ 전해액이 수명 후반에 부족해지는 경우다. SEI가 반복해서 다시 만들어지는 재료, 예컨대 부피 변화가 큰 실리콘 계열 음극을 섞을수록 전해액 소모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수백 사이클 시험으로 정한 최적값이 수천 사이클을 요구하는 차량·ESS 용도에서는 모자랄 가능성이 있다. 최소 1.9배가 필요했다는 연구 결과[1]와 1.5배가 균형점이었다는 결과[2]가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가, 적정값이 재료와 시험 조건에 민감하다는 신호다.
전략적 대안은 전해액량을 하나의 공정 값으로 관리하지 않고 ‘주입량 + 전극 공극 설계 + 수명 중 소모량’의 세 층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다. 특히 공극 설계는 이번 특허처럼 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 값이므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측정 방법과 함께 기록해 두면 자사 권리화와 타사 권리 대응 모두에 쓸 수 있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또는 공급사 셀 사양서에서 주액량(g/Ah)만 보지 말고, 양·음극 활물질층의 공극 부피를 전지 용량으로 나눈 값(cm³/Ah)을 요청해 US9917296B2 청구항 1의 범위(양극 1.00~2.20, 음극 2.17~3.27, 양극 < 음극)와 1:1로 대조할 것. 측정 방법이 다르면 대조 결과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측정 조건을 함께 받을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상용 EV용 셀의 셀 형식별 E/C 비(g/Ah) 대표값은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해 표에서 수치 대신 정성 비교로 처리했다.
- US9917296B2 명세서가 정한 공극 부피 측정 방법의 세부 조건과, 일본·중국 등 대응 패밀리의 등록 여부·청구항 범위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다.
- 실리콘 계열 음극 비율에 따른 전해액 소모 속도의 정량값은 이번 조사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 전해액 질량/용량(g/Ah)을 독립항에서 직접 한정한 등록특허의 존재 여부는 추가 검색이 필요하다.
출처
-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Correlation of Electrolyte Volume and Electrochemical Performance in Lithium-Ion Pouch Cells with Graphite Anodes and NMC532 Cathodes」, Journal of The Electrochemical Society 164(6), 2017, DOI 10.1149/2.1131706jes. 링크
- Millares 외, 「Optimization of electrolyte volume in lithium-ion pouch-type cells」, MRS Advances, 2023, DOI 10.1557/s43580-023-00565-7. 링크
- Google Patents, US9917296B2 「Nonaqueous electrolyte secondary battery」 서지사항·청구항·명세서(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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