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엇이 화제인가
전해액 주액(electrolyte injection)은 셀 제조에서 가장 “오래된” 공정 축에 들지만, 권리 범위 관점에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구간이 남아 있습니다. 핵심은 진공을 쓰느냐가 아니라, 감압을 언제 시작하고 몇 번 반복하느냐입니다.
업계 상황부터 보겠습니다. 라미네이트(파우치) 셀에서 주액은 전극 적층체에 전해액을 “스며들게” 하는 함침(impregnation) 문제입니다. 함침이 덜 되면 국부적으로 저항이 올라가고 사이클 수명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감압(진공)으로 기공 안의 공기를 빼내고 전해액을 밀어 넣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여기서 긴장이 생깁니다 — 감압 방식이 이미 20년 넘게 알려진 기술이라면, 뒤늦게 출원된 주액 특허는 무엇으로 권리를 확보했을까요?
이 글은 그 답을 US10476097B2(발명의 명칭: Method of manufacturing secondary battery and apparatus for the same)의 청구항 구성을 통해 짚습니다.
2. 기본 원리 — 스펀지를 물에 담그는 두 가지 방법
전극 적층체를 마른 스펀지, 전해액을 물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스펀지를 물에 담그면 겉은 금방 젖지만 속은 공기가 갇혀 잘 젖지 않습니다.

자료: US10476097B2 및 US6530145B1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이때 한 가지 방법은 스펀지를 진공 상자에 넣어 공기를 먼저 빼낸 뒤 물을 붓는 것입니다. 직관적이고, 실제로 오래된 접근입니다. 다른 방법은 물을 조금 부어 두고, 짰다 폈다를 반복하듯 압력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입니다. 압력이 내려갈 때 안쪽 공기가 빠져나오고, 다시 올라갈 때 그 빈자리로 물이 밀려 들어갑니다. 이 왕복을 여러 번 하면 한 번에 깊은 진공을 걸지 않고도 속까지 젖습니다.
US10476097B2가 청구하는 것은 두 번째 쪽입니다. 다만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붙습니다 — 주액은 진공 상태가 아니라 대기압 환경에서 시작합니다. 그다음에야 주액과 감압이 번갈아 들어갑니다.
3. 비교 — 두 특허의 서지사항
| 항목 | US10476097B2 | US6530145B1 (선행 참고) |
|---|---|---|
| 명칭 | Method of manufacturing secondary battery and apparatus for the same | Fixture and method for liquid electrolyte impregnation of a battery cell |
| 현 권리자 | Envision AESC Energy Devices Ltd | Alcatel Lucent SAS (원 출원인 Alcatel SA) |
| 우선일 / 출원일 | 2015-04-16 (JP2015-084219) / 2016-03-29 | 1999-09-28 / 1999-09-28 |
| 등록일 | 2019-11-12 | 2003-03-11 |
| 청구항 수 | 4 | 10 |
| 법적 상태 | Active, 예상 만료 2036-06-19 | Expired – Fee Related |
| 압력 운용의 골자 | 대기압에서 주액 개시 → 주액과 감압을 간헐적·교대로 수행 | 고정구(nest) 내 진공 형성 → 이후 주입구로 전해액 주입 |
이 표가 말하는 것: 1999년 출원건은 이미 “진공 후 주입”이라는 골격을 확보하고 있었고(현재는 존속기간 만료), 16년 뒤 출원된 US10476097B2는 같은 목적을 두고 압력 변화의 시간적 순서라는 다른 축에서 권리를 잡았습니다. 즉 후발 출원이 확보한 것은 새로운 물리 현상이 아니라 운전 시퀀스입니다.
4. 특허 관점 — 청구항 매핑과 회피 포인트
청구항 1의 구성요소를 분해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선행 참고문헌과 1:1로 대응시켜 보면 권리의 경계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 청구항 1의 구성요소 (US10476097B2) | US6530145B1에서의 대응 | 판단 |
|---|---|---|
| (a) 양극·음극이 세퍼레이터를 사이에 두고 적층된 전극 적층체를 외장 용기에 삽입 | 전극조립체를 고정구의 nest에 수용 | 실질 동일 — 신규성 기여 낮음 |
| (b) 일부를 제외한 외주부를 밀봉하고, 밀봉되지 않은 부분을 주입구로 사용 | cap의 fill port를 주입구로 사용 | 기능적으로 유사 |
| (c) 주액을 대기압 환경에서 개시 | 대응 구성 없음 (진공 형성 후 주입) | 핵심 차별 구성 |
| (d) 주액과 환경압력 감압을 간헐적으로, 그리고 교대로 수행 | 대응 구성 없음 (단일 시퀀스) | 핵심 차별 구성 |
| (e) 동일한 전해액을 간헐적으로 주입 | 대응 구성 없음 | 한정 구성 |
| [청구항 2] 감압 정지 압력 > 전해액의 증기압 | – | 종속항 한정 — 회피 판단의 두 번째 관문 |
자료: 양 특허의 공개 청구항 문언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구성요소 단위로 대비한 것이며, 침해 여부에 대한 법적 의견이 아님.
회피 포인트. 구성요소 (c)와 (d)는 “and”로 연결된 필수 구성이므로,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청구항 1의 문언 침해는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실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회피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시 시점 변경: 주액을 대기압이 아니라 이미 감압된 챔버에서 개시 — 구성요소 (c) 미충족 가능성.
- 교대 구조 해체: 감압을 단조(monotonic) 프로파일로 한 번만 내리고 주액을 연속 수행 — 구성요소 (d)의 “alternately” 미충족 가능성.
- 가압 방향 전환: 감압 대신 불활성 가스 가압으로 함침을 유도 — 다만 이 방향은 다른 선행·후행 특허군과 다시 충돌할 수 있어 별도 FTO 검토가 필요합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에 대한 반론. 위 회피안은 문언적으로는 성립하더라도 두 가지 위험을 안습니다. 첫째, 균등론입니다. “감압 후 대기압 복귀”를 2~3회 반복하는 레시피를 “주기적 압력 스윙”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작용·효과가 실질적으로 같다면 균등 침해 판단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공정 성능의 대가입니다. 청구된 프로파일이 함침 시간 단축에 실제로 유효하다면, 회피 레시피는 택트타임이나 함침 편차에서 손해를 봅니다. 회피 설계는 법무 판단이 아니라 공정 엔지니어와의 공동 판단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패밀리입니다. 이 건은 PCT/JP2016/060143(WO2016167116A1)을 거친 출원으로, 미국 외 국가에도 대응 패밀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국·중국 라인에 적용할 레시피라면 해당 관할의 등록 여부와 청구항 문언을 각각 확인해야 하며, 미국 청구항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5. 한계와 전망
먼저 한계를 분명히 해 둡니다. 이 글은 공개된 청구항 문언에 근거한 구성요소 대비일 뿐, 침해 여부에 대한 법적 의견이 아닙니다. 실제 판단에는 명세서의 용어 정의, 출원 경과(prosecution history), 해당 관할의 청구항 해석 법리가 함께 검토되어야 합니다. 또한 US6530145B1은 이 건의 인용 문헌 관계를 여기서 단정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며, 동일 기술 분야의 참고 선행으로만 대조했습니다.
낙관 전망에 대한 반대 시나리오. “공정 파라미터 특허는 회피가 쉽다”는 통념과 반대 방향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주액 압력 프로파일은 설비의 PLC 레시피에 그대로 기록되고, 장비 공급사가 여러 고객사에 유사 레시피를 이식하는 일이 흔합니다. 즉 침해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설비 안에 남습니다. 화학 조성 특허보다 오히려 입증이 수월한 유형일 수 있습니다.
전략적 대안. 회피 설계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자사 레시피의 압력 프로파일을 먼저 방어 출원해 두는 편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클 수 있습니다. 시퀀스형 청구항은 변형 공간이 넓어, 선점 자체가 협상 카드가 됩니다.
확인 액션 (기획·IP 담당자용): 자사 주액 설비의 레시피 파라미터 중 ‘감압 개시 시점’과 ‘감압·주액 반복 횟수’가 설계 문서에 수치로 명시돼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이 두 값이 문서화돼 있지 않으면 FTO 검토도, 방어 출원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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