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을 바르지 않고 채운다 — 반고체 전극 셀의 두꺼운 전극과 짧아진 공정, 24M US12125984B2

반고체(semi-solid) 전극은 활물질과 도전재를 전해액에 직접 섞은 점토 같은 반죽을 두껍게 채워 넣는 방식이다. 건조와 전해액 주입 공정을 빼면서 셀 구조와 공정이 어떻게 바뀌는지, 그리고 권리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 가는지 정리한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반고체 전극 셀의 핵심은 ‘전극을 바르고 말리는’ 공정을 ‘반죽을 채우고 바로 덮는’ 공정으로 바꾼 데 있다. 공정을 줄일수록, 남은 몇 개 공정의 기계적 디테일이 곧 진입장벽이 된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오늘날 리튬이온 전극 대부분은 활물질·도전재·바인더를 용매에 풀어 만든 슬러리(slurry)를 금속박에 얇게 바르고, 긴 건조로에서 용매를 날린 뒤, 압연하고, 셀로 조립한 다음, 마지막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순서로 만든다. 미국 24M 테크놀로지스(24M Technologies)는 이와 다른 반고체 방식을 내세워 왔다. MIT 뉴스는 2015년, 이 방식이 셀 구조의 서로 다른 층 수와 비기능성 소재의 양을 80% 줄이고 건조 단계를 없애 제조를 크게 단순화한다고 소개했다[1]. 2020년 1월에는 일본 교세라(Kyocera)가 24M의 반고체 전극 제조 공정으로 만든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에네레짜(Enerezza)’를 5.0·10.0·15.0kWh 세 가지 용량으로 출시했다고 발표했다[2].

긴장 요인은 두께에 있다. 전극을 두껍게 만들면 같은 부피에 비활성 부품(집전체·분리막)이 줄어들지만, 이온이 전극 깊숙한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길어진다. 두께가 이득이자 위험인 셈이다.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반고체 전극은 어떤 원리로 두꺼워질 수 있으며, 공정이 단순해진 자리에서 특허는 무엇을 붙잡고 있는가.

② 기본 원리 — 페인트칠이 아니라 미장

기존 전극 제조를 벽 페인트칠에 비유해 보자. 페인트(슬러리)를 얇게 칠하고, 완전히 말린 다음(건조), 다시 표면을 다진다(압연). 두껍게 칠하면 마르는 데 오래 걸리고, 마르는 동안 갈라지기 쉽다. 게다가 페인트를 묽게 만든 용매는 결국 전부 날려 보내야 하는 ‘버리는 액체’다.

용매 혼합부터 전해액 주입까지 여섯 단계인 습식 코팅 전극 공정과, 건조·주액이 빠지고 토출·분할 단계가 핵심인 반고체 전극 공정을 비교한 흐름도.
Fig. 1. 습식 코팅과 반고체 전극의 공정 흐름 — 반고체 방식에서는 건조(30)와 전해액 주입(60)이 빠지고, 반죽을 토출해 낱장으로 나누는 단계(21)가 공정의 중심이 된다.
자료: MIT 뉴스(2015), 교세라·24M 발표(2020), US12125984B2·US8993159B2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반고체 전극은 미장에 가깝다. 활물질과 도전재를 처음부터 전해액과 섞어 점토 같은 반죽을 만들고, 바인더는 쓰지 않는다[2]. 이 반죽을 틀에 두껍게 채워 넣고 바로 분리막과 반대 전극으로 덮는다. 반죽 속 액체가 곧 전해액이므로 날려 보낼 용매가 없고, 따라서 건조 공정도, 조립 후 전해액을 따로 주입하는 공정도 필요 없다[2]. MIT 뉴스는 이온이 지나가는 경로의 구불구불함, 즉 굴곡도(tortuosity)를 줄여 더 두꺼운 전극을 쓸 수 있고, 그만큼 생산이 단순해지고 원가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1].

두꺼운 전극이 왜 원가를 낮추는지는 ‘층 수’로 보면 쉽다. 같은 용량을 얇은 전극 여러 장으로 만들면 장마다 집전체와 분리막이 들어간다. 전극이 두꺼워지면 장 수가 줄고, 집전체·분리막 같은 비활성 소재도 함께 준다. 반고체 방식이 ‘층 수와 비기능성 소재 80% 감소’를 내세운 배경이 여기에 있다[1]. 다만 이는 회사 측 설명을 소개한 수치다.

③ 비교 — 습식 코팅 전극과 반고체 전극

항목 습식 코팅 전극(기존) 반고체 전극
반죽 속 액체 용매 — 건조로 제거 전해액 자체 — 제거하지 않음[2]
바인더 사용 사용하지 않음[2]
건조·전해액 주입 공정 필요 불필요[2]
전극 두께 상대적으로 얇음 약 250~2,000μm 범위를 청구한 특허 존재[4]
면적당 방전 용량 상대적으로 낮음 C/4(4시간 방전 속도)에서 7mAh/cm² 이상을 청구한 특허 존재[4]
층 수·비기능성 소재 기준 80% 감소(2015년 회사 측 설명)[1]
상용화 사례 EV·ESS 전반 가정용 ESS(교세라 에네레짜, 5.0/10.0/15.0kWh)[2]
Fig. 2. 습식 코팅 전극과 반고체 전극의 구조·공정·수치 비교.
자료: MIT 뉴스(2015-06-23)[1], 교세라·24M 공동 발표(2020-01-06)[2], US8993159B2 청구항 1[4]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습식 코팅 전극 열의 두께·면적당 용량은 정성 비교.

이 표가 말하는 것: 반고체의 수치상 이점은 모두 ‘두께(250~2,000μm)’와 ‘생략된 공정(건조·주입)’에서 나온다[1][2][4]. 거꾸로 말하면, 두껍게 만든 전극의 깊은 곳까지 이온이 닿는지, 즉 율특성(rate capability)이 이 구조의 성패를 가르는 단일 변수라는 뜻이다.

④ 특허 관점 — 권리의 무게중심이 재료에서 설비 동작으로

공정이 단순해진 자리를 무엇이 채우는지 보여 주는 예가 24M 테크놀로지스의 미국 등록특허 US12125984B2(발명의 명칭: Methods of continuous and semi-continuous production of electrochemical cells)다. 발명자는 레이먼드 재거스(Raymond Zagars) 외 7명, 우선일은 2020-10-09, 출원일은 2021-10-12, 등록일은 2024-10-22다. 출원인이자 현 권리자는 24M Technologies Inc이며,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예상 만료일 2041-10-12), 등록 청구항은 17개(독립항 1·10)다[3].

원문을 옮기지 않고 청구항 1을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권리 범위상의 의미
(a) 회전 드럼 바깥 가장자리에 배치된 복수의 팔레트(제1·제2 팔레트 포함) 둘레로 집전체 소재를 돌림 — 드럼은 판 캠(plate cam)을 포함하고 팔레트는 캠에 결합 설비 구성 한정 — 드럼·팔레트·캠의 조합
(b) 드럼 안쪽에서 진공을 걸어 집전체 소재의 일부를 제1·제2 팔레트 사이 간극으로 끌어들임 진공으로 집전체를 간극에 끌어넣는 단계 — 전극 조각 사이 무지부를 만드는 핵심 동작이자 침해 판단의 분기점
(c) 두 팔레트 가장자리 사이에서 그 부분을 마찰로 물어 고정 고정 방식 한정 — 마찰 결합
(d) 반고체 전극재를 제1·제2 팔레트 위에 토출 반고체 전극재 사용 한정
(e) 두 팔레트 가장자리를 벌려 서로 분리된 두 개의 전극재 부분을 형성 연속 공급을 낱장 전극으로 나누는 단계
Fig. 3. US12125984B2 청구항 1의 구성요소 분해(Claim Chart)와 권리 범위상의 의미.
자료: Google Patents US12125984B2 서지사항 및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또 다른 독립항인 청구항 10은 같은 드럼·팔레트 구성에서 두 팔레트가 집전체를 집었다가 벌어질 때 전극재가 묻지 않은 집전체 부분이 팔레트 사이에서 빠져나오도록 한정한다[3]. 즉 이 특허는 ‘점토 같은 반죽을 끊김 없이 흘리면서, 전극 조각 사이에 탭이 될 무지부를 남기는 방법’을 설비 동작 단위로 붙잡고 있다.

여기서 이 글의 관점을 하나 더하면, 반고체 전극에서는 권리의 무게중심이 ‘무엇을 섞는가’에서 ‘점토 같은 전극을 어떻게 자르고 옮기는가’로 이동한다. 건조로와 주액기가 빠진 라인에서는 반죽을 정량으로 나누고, 집전체에 올리고, 낱장으로 분리하는 몇 개의 동작이 사실상 공정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회피 설계 시나리오를 그려 보면 ⓐ 회전 드럼 대신 평판 컨베이어와 마스크로 전극재를 구획하는 방향, ⓑ 진공 흡인 대신 기계식 클램프로 집전체를 붙잡는 방향, ⓒ 연속 토출 뒤 경화·절단으로 낱장을 만드는 방향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론은 이 특허 밖에 있다. 설비 동작을 피하더라도, 완성된 셀 자체의 두께·면적당 용량을 청구한 기본 특허군에 걸릴 가능성이 남는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같은 권리자의 US8993159B2(Semi-solid electrodes having high rate capability, 우선일 2012-12-13, 출원일 2013-04-29, 등록일 2015-03-31, Active, 예상 만료일 2033-04-29)는 청구항 1에서 음극, 비수계 액체 전해액에 활물질 약 35~75vol%와 도전재 약 1~8vol%를 현탁시킨 반고체 양극(두께 약 250~2,000μm, 혼합 지수 약 0.8~0.975), 이온 투과성 분리막을 갖추고 C/4에서 면적당 용량 7mAh/cm² 이상을 내는 전기화학 셀을 청구한다[4]. 이 패밀리에는 US9184464B2, US9362583B2, US11811119B2 등 계속출원 등록특허가 이어져 있다[4]. 공정 특허를 피하는 것과 제품 특허를 피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로 봐야 한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건조로와 전해액 주입 설비가 빠지는 만큼 라인의 설비 투자와 면적,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 바인더와 비기능성 소재가 줄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활물질을 담을 여지도 생긴다[1][2].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상용화 사례는 가정용 ESS이며[2], 고출력·급속충전이 요구되는 전기차 셀에서 두꺼운 전극이 충분한 율특성을 유지하는지는 별도의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 2015년 기사에 소개된 ‘원가 절반’, ‘2020년까지 kWh당 100달러 미만’ 같은 목표[1]도 당시의 회사 측 전망일 뿐, 실제 달성 여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두꺼운 전극은 셀 하나에 담기는 에너지가 커지는 만큼, 이상 발생 시의 열 관리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전략적 대안은 ‘부분 채택’이다. 반고체 전체 공정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두꺼운 전극·무바인더·무건조라는 세 요소 가운데 자사 라인에 맞는 것만 떼어 검토하면 투자 위험을 나눌 수 있다. 다만 어느 요소든 24M 포트폴리오의 제품 청구항(두께·면적당 용량)과 공정 청구항(드럼·팔레트 동작)을 각각 대조해야 한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후막(두꺼운) 전극 로드맵의 목표 두께와 C/4 기준 면적당 용량을 US8993159B2 청구항 1의 수치(약 250~2,000μm, 7mAh/cm² 이상)와 대조하고, 반고체용 설비를 도입할 경우 설비 공급사와의 계약에 US12125984B2 같은 공정 특허에 대한 지식재산 보증 조항이 포함되는지 확인할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습식 코팅 전극의 대표 두께·면적당 용량은 출처가 있는 수치를 확보하지 못해 정성 비교로 처리했다.
  • 2015년 기사에 소개된 원가 목표(원가 절반, 2020년까지 kWh당 100달러 미만)의 실제 달성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 교세라 에네레짜 이후 24M 방식 셀의 전기차 양산 적용 여부와 규모는 이번 조사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 US12125984B2의 해외 대응 출원과 계속출원(US18/896,564 관련)의 청구항 범위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다.

출처

  1. MIT News, 「New manufacturing approach slices lithium-ion battery cost in half」, 2015-06-23. 링크
  2. Business Wire, 「Kyocera and 24M Develop World’s First SemiSolid Lithium-ion Battery System with Improved Safety, Longer Life, and Lower Cost」, 2020-01-06. 링크
  3. Google Patents, US12125984B2 「Methods of continuous and semi-continuous production of electrochemical cells」 서지사항 및 청구항(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4. Google Patents, US8993159B2 「Semi-solid electrodes having high rate capability」 서지사항 및 청구항 1(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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