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건식전극 특허는 ‘만드는 법’보다 ‘어떤 수치의 필름인가’를 다툰다
건식전극 특허 경쟁의 핵심은 공정의 이름이 아니라 청구항에 적힌 수치와 구성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WO2022164120A1은 ‘200㎛ 두께 기준 인장강도 2,000gf/㎠ 이상’이라는 필름 물성으로 권리 범위를 긋고, 테슬라가 2026년 1월 29일 공개한 US20260031317A1은 바인더를 줄인 건식 필름의 혼합·캘린더링 단계를 청구한다. 같은 ‘건식전극’이라도 한쪽은 결과물(필름)을, 다른 쪽은 과정(혼합 순서)을 붙잡고 있다는 점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건식전극(dry electrode, 용매 없이 분말을 직접 필름으로 만드는 전극)은 슬러리 건조 공정을 생략할 수 있고 두꺼운 전극을 만들기 쉬워 4680 배터리 양산 원가를 낮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테슬라는 2019년 5월 16일 맥스웰 테크놀로지(Maxwell Technologies) 인수를 완료했고, 이후 건식 공정은 테슬라 배터리 전략의 상징처럼 거론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도 건식 필름과 제조장치에 관한 특허를 확보하며 대응하고 있다.
긴장 요인은 권리의 ‘층위’가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필름 물성을 청구하는 특허는 어떤 공정으로 만들었든 결과 필름이 수치 범위에 들어오면 침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공정을 청구하는 특허는 결과물이 같아도 단계가 다르면 권리 범위 밖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건식 필름은 어떤 원리로 버티는가, 두 진영의 청구항은 무엇을 어디까지 잡고 있는가, 그리고 기획·IP 담당자는 FTO(침해 여부 검토)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물 없이 반죽을 잇는 ‘섬유 그물’
기존 습식 공정은 활물질·바인더·도전재를 용매에 섞어 슬러리로 만든 뒤 집전체에 도포하고 건조한다. 건식 공정은 이 슬러리 단계를 없애고, 분말 상태의 재료를 전단력(shear force, 재료를 옆으로 미끄러뜨리며 비트는 힘)으로 직접 필름화한다. 핵심은 PTFE(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 같은 바인더를 섬유화(fibrillize)해 분말 입자들을 그물처럼 얽어매는 것이다.
자료: WO2022164120A1·KR102707066B1 명세서와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물 없이 밀가루 반죽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물이 없으니 가루끼리 붙지 않지만, 반죽 속에 가늘게 늘어나는 실(PTFE 섬유)이 있으면 이 실이 가루 알갱이를 거미줄처럼 붙잡아 한 장의 시트로 묶는다. 이 섬유 구조가 접착제 없이도 필름 형태를 유지하게 해준다. 문제는 이 시트가 얼마나 질기고 얼마나 고른 두께로 나오느냐이며, 바로 그 지점이 LG에너지솔루션 특허의 청구 대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 특허가 설명하는 제조장치의 뼈대는 다음과 같다.
- 저장부: 용매가 없는 혼합물을 담는 본체
- 압출부: 섬유화된 조성물을 형성해 내보내는 압출기
- 예비성형 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한 쌍의 롤이 조성물을 필름 형태로 잡아 줌(선택적으로 사전 혼합기와 캘린더 포함)
명세서는 슬릿 가이드 대신 예비성형 롤을 써서 부하를 줄이면서 정량 압출을 하는 것을 핵심 개선점으로 제시한다. 즉 ‘고른 두께’라는 물성 목표와 ‘롤 기반 예비성형’이라는 장치 수단이 한 특허 안에서 짝을 이루고 있다.
비교: 습식 공정, LG에너지솔루션 필름 특허, 테슬라 공개 출원
아래 표는 공정 일반론과 두 특허 문헌의 청구 구성을 나란히 놓은 것이다. 수치는 모두 특허 청구항 기재값이며 실측 성능값이 아니다.
| 구분 | 습식 공정(일반) | LG에너지솔루션 WO2022164120A1 | 테슬라 US20260031317A1 |
|---|---|---|---|
| 용매 | 슬러리 용매 사용 후 건조 | 용매 없는 혼합물을 압출 | 명세서: 일부 실시예는 어떤 단계에도 용매 미사용 |
| 청구의 중심 | – | 필름 물성(결과물) + 제조장치 | 혼합·바인더 투입·캘린더링 단계(방법) |
| 핵심 수치 한정 | – | 200㎛ 기준 인장강도 2,000gf/㎠ 이상 | 청구항 1에 수치 한정 없음(단일 섬유화 바인더) |
| 추가 한정 | – | 두께 편차 0.5% 이하(KR 등록 청구항) | 양극 활물질 + 다공성 탄소 비파괴 혼합 |
| 우선일 | – | 2021-01-27 | 2018-05-14 |
| 법적 상태(Google Patents) | – | KR102707066B1 등록·Active, US 출원 Pending | Pending |
자료: WO2022164120A1, KR102707066B1, US20260031317A1 청구항·서지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LG에너지솔루션은 인장강도 2,000gf/㎠·두께 편차 0.5%라는 결과물 수치로, 테슬라 공개 출원은 수치 없이 공정 단계로 권리를 구성한다. 두 권리는 겹치는 대상이 다르므로 한쪽을 회피했다고 다른 쪽까지 회피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 관점: 결과물 청구항과 방법 청구항의 교차
서지 사항(LG에너지솔루션): WO2022164120A1(건식 전극용 프리 스탠딩 필름, 이의 제조장치, 이를 포함하는 건식 전극, 및 이차전지)은 2021년 1월 27일 한국 출원 10-2021-0011773을 우선권으로 하고, 2022년 1월 19일 국제출원, 2022년 8월 4일 공개됐다. 패밀리로 KR102707066B1(2024년 9월 13일 등록, Google Patents 기준 Active, 예상 만료 2042년 1월 13일), US20230178754A1(Pending), EP4102593A4, JP7501970B2, CN115398664B가 확인된다.
청구항 요지(재서술): 독립항은 바인더·활물질·도전재로 이루어진 프리 스탠딩 필름이 200㎛ 두께 기준 인장강도 2,000gf/㎠ 이상을 갖는 구성이다. 한국 등록 청구항에는 두께 편차 0.5% 이하 조건이 함께 기재돼 있다. 별도 독립항으로 무용매 혼합물 저장 본체·압출기·한 쌍의 예비성형 롤을 갖춘 제조장치, 프라이머가 코팅된 집전체에 필름을 붙인 건식 전극, 이를 포함하는 이차전지가 청구된다.
자료: KR102707066B1·WO2022164120A1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서지 사항(테슬라): 2026년 1월 29일 공개된 US20260031317A1의 명칭은 ‘Compositions and methods for dry electrode films having reduced binder content’이고, 출원인은 Tesla Inc, 우선일 2018년 5월 14일, 출원일 2025년 8월 15일, 상태는 Pending이다. 청구항 1은 양극 활물질과 다공성 탄소(선택적으로 도전성 탄소)를 비파괴적으로 혼합하고, 단일 섬유화 바인더를 넣어 다시 비파괴적으로 혼합한 뒤, 캘린더링해 프리 스탠딩 필름을 만드는 방법이다.
통찰: 우선일 2018년은 ‘자체 개발’ 서사와 FTO 지형을 동시에 바꾼다. 이 출원의 우선일은 맥스웰 인수 완료일(2019년 5월 16일)보다 앞선다. 따라서 이 문헌을 인수 이후 자체 개발의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FTO 측면이다. 2018년 우선일 계열의 공개 문헌은 2021년 우선일을 가진 후행 건식 필름 특허에 대해 선행기술로 검토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의 필름 청구항은 제조 방법을 묻지 않으므로, 테슬라식 공정으로 만든 필름이라도 인장강도와 두께 편차가 수치 범위에 들어오면 침해 소지를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두 권리는 서로를 견제하는 방패이자 창이 될 수 있다.
회피 포인트: LG에너지솔루션 청구항의 회피 방안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필름 물성이 수치 범위 밖에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다만 인장강도를 낮추면 라미네이션 공정을 버티기 어려워지므로 현실적 선택지는 좁다. 둘째, 한국 등록 청구항은 두께 편차 조건까지 모두 충족해야 문언 침해가 성립하므로(구성요소 완비 원칙), 편차 조건과의 관계를 따로 따져 볼 수 있다. 장치 청구항은 예비성형 롤 대신 다른 성형 수단을 쓰면 거리를 둘 수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그러나 수치 한정 청구항에서는 측정 조건이 곧 권리 범위다. ‘200㎛ 두께 기준’이라는 환산 조건이 있으므로, 실제 필름이 다른 두께라도 환산 결과가 범위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또한 두께 편차 기준을 넘는 필름은 품질 면에서 불리하므로, 회피를 위해 품질을 포기하는 설계는 사업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회피 여부는 자사 필름의 측정 데이터와 명세서의 측정 방법을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원문은 테슬라 특허 명세서가 탄화수소·아세테이트·알코올 등 소량 용매로 PTFE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한 뒤 전단력을 가하는 단계를 청구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29일 공개된 US20260031317A1의 청구항 1에는 용매 첨가 단계가 없고, 명세서는 일부 실시예에서 어떤 단계에도 용매를 쓰지 않는다고 기재한다. 원문이 가리킨 ‘소량 용매’ 구성의 문헌 번호는 이번 검토에서 특정하지 못해 아래 확인 항목으로 분리한다.
한계와 전망
건식전극의 병목은 필름의 균일한 두께 제어와 대면적 라미네이션 수율이다. LG에너지솔루션 특허가 두께 편차와 프라이머 코팅 집전체를 청구 구성에 넣은 것도 같은 병목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특허 경쟁은 ‘필름을 만드는 법’에서 ‘그 필름을 집전체에 안정적으로 붙이는 법’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4680 배터리 양산이 본격화될수록 라미네이션 장비·공정 특허가 다음 전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대면적 라미네이션 수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완성차·셀 업체가 습식 공정의 용매 회수·건조 효율 개선으로 방향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건식 필름 물성 특허는 실시되지 않는 권리로 남고,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도 줄어들 수 있다. 또 2018년 우선일 계열 문헌이 공개돼 있는 만큼, 후행 수치 한정 청구항은 무효 심판에서 신규성·진보성을 다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대안은 건식전극 권리를 ‘필름 물성’, ‘성형 장치’, ‘라미네이션·집전체 계면’의 세 층위로 나눠 추적하는 것이다. 공정 선택이 바뀌어도 계면 접착 층위의 권리는 습식·건식 모두에 적용될 여지가 있어, 이 층위를 먼저 확보하는 편이 공정 불확실성에 덜 흔들린다.
실무 액션: 건식 필름을 시험 생산 중인 기획·IP 담당자는 자사 필름의 인장강도를 200㎛ 두께 기준으로 환산한 값과 두께 편차를 측정일·측정법과 함께 기록해, KR102707066B1 청구 범위와의 거리를 수치로 문서화한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원문이 소개한 ‘탄화수소·아세테이트·알코올 소량 용매로 PTFE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테슬라 특허 문헌의 공개번호와 청구항 기재 여부
- US20260031317A1 출원 계열의 최초 출원인과 맥스웰 테크놀로지 연구 성과와의 관계
- US20230178754A1(미국)·EP4102593(유럽)·CN115398664B(중국)의 최신 심사·등록 상태와 등록 청구항 차이
- 제목의 ‘K배터리 3사’ 중 삼성SDI·SK온의 건식전극 핵심 특허 번호와 청구 범위
- KR102707066B1 명세서의 인장강도 측정 조건(시편 규격, 인장 속도)
출처
- Google Patents, WO2022164120A1 서지·청구항
- Google Patents, KR102707066B1 서지·청구항
- Google Patents, US20230178754A1 서지·청구항
- Google Patents, US20260031317A1 서지·청구항
- Tesla, ‘Tesla Completes Acquisition of Maxwell Technologies’ 보도자료(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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