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전고체 시범생산이 IP에 보내는 신호

① 무엇이 화제인가

2027년 전고체 시범생산 선언은 기술 성숙도를 알리는 뉴스가 아니라, 고체전해질 특허의 권리 범위가 곧 굳는다는 예고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파일럿 라인은 공정 조건을 숫자로 고정하는 단계이고, 숫자가 고정되면 그 숫자가 청구항의 수치 한정으로 들어간다. 후발주자가 회피 설계를 설계할 수 있는 여백은 그 시점 이후로 좁아진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SNE리서치 집계 기준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시장은 608.5GWh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성장했고, CATL은 242.7GWh를 공급해 점유율 39.9%를 기록했다(전년 동기 38.2%에서 1.7%포인트 상승). 2위 BYD가 87.7GWh·14.4%, 3위 LG에너지솔루션이 52.6GWh·8.6%다. 중국 2개사 합산 점유율은 54.3%에 이른다.

긴장 요인은 이 점유율이 액체 전해질 시대의 성적표라는 데 있다. 전고체로 넘어가면 재료 조성과 계면 처리라는 새 축에서 권리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이 글은 하나의 질문에 답한다. “2027년 시범생산 목표는 IP 담당자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글이 깨려는 당연한 가정은 이것이다. “양산이 멀었으니 특허 대응도 아직 여유가 있다”는 통념이다. 실제로는 양산 시점이 아니라 파일럿 시점이 청구항 확정의 마감선에 가깝다.

② 기본 원리 — 전고체와 고체전해질 계열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액과 분리막을 고체 이온전도체로 대체한 셀이다. 여기서 고체전해질(solid electrolyte)이란 리튬 이온만 통과시키고 전자는 막는 고체 재료를 말한다. 액체가 사라지면 발화 위험이 줄고 셀을 더 촘촘히 쌓을 수 있지만, 대신 고체와 고체가 맞닿는 계면 저항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계열은 크게 셋이다. 황화물계는 이온전도도가 높아 양산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지만 수분에 약하고 건조 환경 관리 부담이 크다. 산화물계는 화학적으로 안정하지만 단단해서 전극과 밀착시키기 어렵다. 할로겐화물(halide)계는 양극과의 산화 안정성이 좋아 최근 조합 재료로 부상 중이다.

여기서 IP 관점의 핵심이 나온다. 계면 문제를 푸는 방법이 곧 특허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어떤 완충층을 넣는지, 어떤 입자 접촉 상태를 만드는지가 청구항의 실체가 된다. 재료 자체보다 재료를 배치하는 방식이 권리의 무게중심이다.

③ 비교 — 계열별 특성과 확인된 공개 정보

구분 황화물계 산화물계 할로겐화물계
이온전도도 상대적 높음 상대적 낮음 중간~높음
공정 난이도 건조 환경 필수, 설비 부담 큼 고온 소결 필요 조합 적용 사례 증가
주요 약점 수분 반응성 전극 밀착·계면 저항 환원 안정성
확인된 공개번호 예시 CN122494554A(황화물 제2전해질) 본 취재 범위 내 미확인 CN122494747A(할로겐화물+황화물)
Wh/kg 수치 공개 공보 확인 필요 공개 공보 확인 필요 공개 공보 확인 필요

이 표가 말하는 것. 계열 간 우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실제 출원은 단일 계열이 아니라 계열을 섞는 조합 구조로 가고 있다. 에너지밀도 수치는 확인된 1차 자료에서 제시되지 않아 비워 두었다. 검증되지 않은 Wh/kg 비교표가 업계에 흔히 돌지만, 출처 없는 수치는 FTO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

④ 특허 관점 — 청구항 요지와 회피 포인트

BYD가 공개한 전고체 관련 특허 6건은 권리 범위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비교적 선명하게 보여준다. 6건 중 4건이 재료 화학, 2건이 제조·품질 관리 영역이다. 아래는 공개 공보의 요지를 재서술한 것이며, 원문 전재나 도면 게재는 하지 않는다.

  • CN122494747A: 할로겐화물계와 황화물계 전해질 사이에 이온전도성 중간층을 두어 두 재료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는 구성. 사이클 수명 개선을 효과로 든다.
  • CN122494554A: 제1 고체전해질을 완충층으로, 제2 황화물계 전해질을 조합하는 구성. 활물질층의 열 방출량이 117 J/g을 넘지 않을 것을 안전 파라미터로 제시한다.
  • CN122494567A: 내측은 단결정 양극+고체전해질, 외측은 다결정 양극+다른 전해질로 구성한 이중층 복합 구조.
  • CN122494558A: 리튬 처리된 금속 산화물·황화물을 고체전해질과 혼합해 저항을 낮추는 구성.
  • CN122494552A: 이온성 액체 습윤제를 전극층 내에 구배(gradient)로 분포시켜 고체-고체 계면을 개선하는 공정.
  • CN122494553A: 양극 입자 둘레의 60% 이상이 전해질 입자와 접촉해야 한다는 접촉률(Re) 기준을 품질 지표로 규정.

권리 범위를 읽는 방식은 이렇다. 앞의 4건은 조성물 청구항 성격이 강해 회피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고, 뒤의 2건은 공정·품질 파라미터를 수치로 한정한 형태다. 수치 한정 청구항은 범위가 좁아 보이지만, 파일럿 라인에서 실제 공정 창(process window)이 그 부근으로 수렴하면 침해 소지가 실질적으로 커진다.

회피 설계 시나리오. CN122494553A의 접촉률 60% 기준을 예로 들면, 회피 방향은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접촉률 자체를 관리 지표로 쓰지 않고 압연 압력이나 계면 저항값 같은 다른 물리량으로 품질을 규정하는 방식이다. 둘째, 입자 형상을 바꿔 둘레 접촉이 아니라 면 접촉으로 정의가 성립하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다. 셋째, 구간을 달리해 별도 수치 한정 특허를 확보하고 교차 라이선스 카드로 쓰는 방식이다. 다만 세 방향 모두 균등론 적용 가능성이 남으므로, 회피 성립 여부는 각 국가의 청구항 해석 실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점유율이 개입한다. 39.9%라는 공급 점유율은 그 자체로 협상 레버리지다. 셀 공급자가 완성차에 물량을 대는 관계에서는 특허 분쟁이 곧 공급 차질 위험으로 번지기 때문에, 소송보다 크로스 라이선스로 정리될 유인이 커진다. 점유율은 소송의 승패를 바꾸지는 않지만, 소송까지 가지 않게 만드는 힘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⑤ 한계·전망

시범생산은 양산이 아니다. 확인된 보도에 따르면 CATL은 기술 준비 수준(TRL)을 현재 4단계에서 2027년 7~8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연 100만 대 규모의 대량 양산은 2030년 이전에는 어렵다고 본다. 초기 적용 대상도 25만 위안(약 4,800만 원) 이상 차량으로 한정된다. 로빈 쩡 회장과 우카이 수석과학자 등 경영진이 밝힌 로드맵 자체가 단계적이다.

낙관 전망의 반대 시나리오. 2027년 파일럿이 원가와 수율 벽에 막혀 2030년 양산이 밀리는 경우다. 이때 IP 관점에서는 더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출원해 둔 특허의 존속기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실시 매출은 발생하지 않아, 포트폴리오 유지비만 쌓이는 구간이 길어진다. 국내 사정과도 겹친다. 디일렉 보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김남호 상무는 국내 배터리 셀·소재·부품 기업 다수가 적자여서 세액공제율이 높아도 납부 세금이 없으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에 직접환급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강규현 과장은 생산세액공제 대상 포함을 먼저 추진한 뒤 직접환급으로 단계적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연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전략적 대안. 전 계열을 넓게 출원하는 방식 대신, 파일럿 단계에서 반드시 고정될 수밖에 없는 공정 파라미터를 골라 좁고 깊게 선점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접촉률, 열 방출량, 압연 조건처럼 라인이 돌면 반드시 값이 정해지는 항목들이다. 이런 수치 한정 특허는 유지비가 낮으면서도 상대의 라인 조건을 직접 겨냥하므로, 자금 여력이 제한된 후발주자에게 교차 라이선스 자산으로서 효율이 높다.

세 가지 근거를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실제 공개된 6건 중 2건이 이미 공정·품질 수치 한정 형태다. 둘째, 파일럿은 정의상 공정 조건을 수치로 확정하는 단계다. 셋째, 39.9% 점유율 구조에서는 분쟁이 소송보다 라이선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협상 카드의 실효성이 커진다.

기획·IP 담당자용 확인 액션. 이번 주 안에 자사 전고체 파일럿 계획서에서 “수치로 고정될 공정 파라미터” 목록을 뽑고, 각 항목이 위 공개번호 6건의 수치 한정 범위와 겹치는지 대조표를 만들어 FTO 1차 스크리닝을 걸어 두는 것을 권한다. 파일럿 착수 후에는 설계 변경 비용이 급격히 올라간다.

본문에 인용한 수치는 각 1차 출처 기준이며, 특허 등록 여부와 권리 범위의 최종 해석은 각국 심사·심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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