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전극(dry electrode) 공정은 용매 건조 단계를 아예 없애 설비투자와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차세대 전극 제조법으로, 테슬라·LG에너지솔루션·삼성SDI가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특허를 쌓아온 영역이다. SK온도 예외가 아니다. 2022년 5월 우선권을 시작으로 출원해 2025년 1월 등록받은 미국특허 US12199265B2에서, SK온은 롤 사이 간격의 “압축비”라는 매우 구체적인 수치 범위를 청구항에 못박았다.
업계는 건식전극이 습식 공정 대비 설비투자와 공정시간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바인더가 충분히 섬유화되지 않으면 시트에 균열이 생겨 양산 수율을 해친다는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중이다. 이 긴장 속에서 SK온이 확보한 특허는 “어느 정도로 눌러야 갈라지지도, 찢어지지도 않는가”라는 실험적 질문에 숫자로 답한 결과물이다.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이 특허의 권리범위는 실제로 얼마나 넓은가. 둘째, 경쟁사가 이 특허를 피해 설계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가.

① 무엇이 화제인가
SK온의 이 특허(출원번호 US18/321,222, 한국 우선권 10-2022-0062784)는 2023년 5월 22일 미국에 출원되어 2025년 1월 14일 등록됐다. 발명자는 Jae Youn Kim, Yong Hee Kang, Young Jun Kim, Dong Hoon Lee 4인이며, 출원부터 등록까지 약 1년 8개월이 걸렸다. 존속기한은 출원일 기준 2043년 5월 22일로 예상된다. 건식전극 공정 자체는 이미 여러 셀메이커가 뛰어든 경쟁 영역이지만, SK온의 이 특허가 흥미로운 지점은 “섬유화 정도”라는 정성적 현상을 롤 간격의 산술식으로 정량화해 청구항 문언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② 기본 원리
습식 전극 공정은 활물질·바인더·도전재를 용매(물 또는 NMP)에 섞어 슬러리를 만들고, 이를 집전체에 도포한 뒤 건조로에서 용매를 증발시킨다. 건식전극은 이 과정에서 용매 자체를 빼버린다 — 반죽을 물로 개어 말리는 대신, 가루 반죽을 바로 롤러로 눌러 국수 면을 뽑아내는 것에 가깝다. 건조 단계가 사라지니 설비와 에너지 비용은 줄지만, 대신 바인더가 롤 압력과 열만으로 “섬유화(fiberization)”되어 입자들을 붙잡아줘야 시트 형태가 유지된다.
SK온의 특허는 이 섬유화를 3개 이상의 롤로 구성된 캘린더 롤에서 2단계로 나눠 통제한다. 건식 전극 조성물을 1차 간격(W1)의 두 롤 사이로 넣어 1차 시트를 만들고, 이 1차 시트를 다시 2차 간격(W2)의 두 롤 사이로 넣어 최종 시트를 만든다. 이때 두 간격의 차이를 나타내는 “압축비”를 다음 식으로 정의한다.
압축비 = (W1 − W2) / W1
청구항은 이 압축비가 0.10 이상 0.65 이하(명세서상 바람직하게는 0.14~0.54)일 것을 요구한다. 압축비가 너무 낮으면 압력 부족으로 바인더 섬유화가 불충분해 입자 결합력이 떨어지고, 너무 높으면 과도한 압력으로 시트에 균열이 생기거나 찢어진다.
③ 비교: 압축비에 따른 시트 물성 (명세서 실시예 데이터)
| 구분 | 1차 간격 W1 | 2차 간격 W2 | 압축비 | 인장강도 | 표면 균열 |
|---|---|---|---|---|---|
| 실시예 1 | 300 µm | 260 µm | 0.14 | 0.71 N/mm² | 없음 |
| 실시예 2 | 300 µm | 220 µm | 0.27 | 0.84 N/mm² | 없음 |
| 비교예 1 | 300 µm | 280 µm | 0.07 | 0.31 N/mm² | 발생 |
| 비교예 2 | 300 µm | 140 µm | 0.54 | 측정불가(파단) | 발생 |
이 표가 말하는 것: 압축비가 청구범위 하한(0.10)보다 낮은 0.07에서는 인장강도가 0.31 N/mm²로 뚝 떨어지며 균열이 생기고, 명세서상 바람직 범위(0.14~0.54)를 넘어선 조건에서는 아예 시트가 찢어져 측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즉 SK온이 청구항에 못박은 0.10~0.65라는 구간은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실험으로 확인한 “갈라짐과 찢어짐 사이의 좁은 창”을 그대로 권리범위로 옮긴 것이다.
④ 특허 관점
청구항 요지: 독립항 제1항은 방법 청구항으로, (a) 전극활물질과 바인더를 포함하는 건식 전극 조성물을 준비하는 단계, (b) 이 조성물을 3개 이상의 롤로 구성된 캘린더 롤에 직접 공급하는 단계, (c) 1차 간격(W1)의 인접한 두 롤 사이에 조성물을 투입해 1차 전극시트를 얻는 단계, (d) 1차 전극시트를 2차 간격(W2)의 인접한 두 롤 사이에 투입해 최종 건식 전극시트를 얻는 단계로 구성되며, W1과 W2가 압축비 (W1−W2)/W1 = 0.10~0.65를 만족할 것을 구성요소로 한다. 종속항에서는 롤 회전속도 비율(V1<V2<V3 등), 캘린더 롤 온도(40~200°C), 바인더 종류(PTFE 등 섬유화 가능 바인더)까지 추가로 한정한다.
출원 흐름: 한국 우선권 출원일 2022년 5월 23일(10-2022-0062784) → 미국 출원일 2023년 5월 22일 → 공개 2023년 11월 23일(US20230378422A1) → 등록 2025년 1월 14일(US12199265B2). 출원인 겸 등록권자는 SK On Co., Ltd. 단독이다.
권리범위 분석: 수치범위 한정 청구항은 일반적으로 권리범위가 좁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압축비를 0.10 미만이나 0.65 초과로 설계하거나, 애초에 2단계 캘린더링 구조 자체를 쓰지 않는다면 이 청구항의 문언침해를 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균등론(청구항 문언과 다르더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방식·효과를 갖는 구성을 침해로 보는 법리) 관점에서는, 압축비가 0.08이나 0.66처럼 청구범위 경계에 극히 인접한 수치라면 침해 소지가 완전히 배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한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경쟁사가 이 특허를 피해가는 현실적인 경로로는 두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롤 간격을 이산적인 2단계(W1, W2)로 나누지 않고 하나의 캘린더 갭 안에서 압력을 연속적으로 가변시키는 그래디언트 압연 방식을 쓰면, “두 개의 서로 다른 간격을 갖는 캘린더 롤”이라는 구성요소 자체를 결하게 된다. 둘째, 압연(roll calendering) 대신 정전기력으로 분체를 집전체에 균일 도포한 다음 별도로 소결·압착하는 정전 분체 코팅(electrostatic dry coating) 방식을 채택하면, 애초에 이 청구항이 전제하는 “캘린더 롤 사이 통과”라는 공정 자체를 우회하게 된다. 실제로 드래곤플라이 에너지(Dragonfly Energy) 등이 이런 정전 분체 코팅 계열 특허를 유럽특허청에서 별도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어, 이 회피설계 경로가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⑤ 한계·전망
SK온이 이 압축비 노하우를 파일럿 라인에 이식하면 건식전극 수율을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이 특허는 방법과 장치 청구항이 함께 걸려 있는데, 경쟁사 라인 내부의 실제 롤 간격과 압축비를 외부에서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즉 등록특허가 종이 위에서 갖는 권리범위와, 실제로 이를 시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침해가 의심되더라도 상대방 공장 내부의 롤 세팅값을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 이 특허의 실질적 억지력은 문서상의 권리범위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대안: SK온 입장에서는 압축비라는 수치범위 자체보다, 이를 실제 양산 라인에서 측정·검증할 수 있는 인라인 센서 기반 방법(예: 시트 두께나 밀도를 실시간으로 역산해 압축비를 추정하는 방법)을 후속 출원으로 보강하는 편이 집행력 확보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측정 가능한 청구항이라야 침해 입증도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글이 IP·기획 담당자에게 남기는 실용적 액션은 다음과 같다. 자사 건식전극 라인의 캘린더 롤 단수와 간격 제어 로직이 이 특허의 구성요소—3개 이상의 롤, 이산적인 2단계 간격(W1, W2), 0.10~0.65 압축비—와 1:1로 대응하는지 사내 공정 데이터로 먼저 대조해보는 것이다.
※ 이 글의 특허 서술은 Google Patents에 공개된 US12199265B2 원문(청구항·명세서·실시예 표)을 직접 확인해 재서술한 것이며, 특허 청구항 전문이나 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았다. 특허의 등록 유효성이나 침해·비침해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개별 사안에 대한 전문가의 법률 검토가 필요하며,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