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무엇이 화제인가
방사성동위원소전지(핵전지)가 상업위성 전원으로 실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앞선 동향 글에서 다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이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기업의 특허가 실제로 어떻게 권리를 설계했는지를 청구항 단위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대상은 미국 City Labs사의 US12094620B2와 중국 베이징 베타볼트(北京贝塔伏特新能科技有限公司)의 CN119207858A입니다. 두 건 모두 Google Patents 원문을 통해 출원인, 우선권일, 등록·공개 상태, 청구 구성요소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② 기본 원리
두 특허는 같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베타입자를 전기로 바꾼다’는 목표를 공유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 설계가 전혀 다릅니다. City Labs의 방식을 비유하자면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곧바로 송전선으로 흘려보내는 것과 같고, 베타볼트의 방식은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일단 배터리 창고(슈퍼커패시터)에 채워둔 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과 같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설계 취향이 아니라, 청구항의 보호 대상 자체를 가르는 요소입니다.
③ 비교: 두 특허의 청구항 구조
| 구분 | US12094620B2 (City Labs) | CN119207858A (베타볼트) |
|---|---|---|
| 발명 명칭 | 방사성동위원소 방출을 전력으로 직접 변환하는 에피택셜 리프트오프층 반도체 소자 | 동위원소 전원 및 그 제조방법 |
| 출원인 | City Labs Inc(미국) | 北京贝塔伏特新能科技有限公司(베이징 베타볼트) |
| 발명자 | Peter Cabauy | 모스크바 소재 발명자 다수(러시아 우선권 기초) |
| 우선권일 | 2014-02-17(연속출원 기초일) | 2023-07-26(러시아 RU2023116639A 기초) |
| 출원일 | 2023-09-18(미국 계속출원) | 2024-01-31(중국) |
| 등록·공개일 | 2024-09-17 등록 | 2024-12-27 공개(미등록) |
| 법적 상태 | Active(유효 등록) | Pending(심사 중) |
| 청구 핵심 구성요소 | 도핑된 반도체 기판(Ge·GaAs 등) 위에 베타입자를 포집하는 다층 반도체 적층 구조, 직렬·병렬 연결 가능 | β선원 + 다이아몬드 반도체 컨버터 + 탄소나노튜브 부직포 전극·황산 전해질 슈퍼커패시터의 조합 |
| 예상 만료(등록 기준) | 2035-02-17 | 미등록으로 산정 불가(등록 시 통상 출원일+20년) |
이 표가 말하는 것: City Labs는 ‘반도체 소자 자체’를 좁고 깊게 청구해 이미 등록까지 마쳤고, 베타볼트는 ‘동위원소원+컨버터+저장장치’라는 시스템 조합을 청구하고 있어 아직 출원 단계임에도 상대적으로 넓은 권리범위를 노리는 것으로 읽힙니다.
④ 특허 관점
권리 범위 관점에서 City Labs의 청구항은 반도체 적층 구조(도핑된 게르마늄 또는 갈륨비소 기판 위에 GaAs·InAlP·InGaP·InAlGaP·AlGaAs 등을 조합한 스택)를 핵심 구성요소로 못박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수의 대체 소재를 나열하는 청구 방식은, 경쟁사가 특정 반도체 하나를 다른 소재로 바꾸는 정도로는 문언침해 소지를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전형적인 ‘패밀리 청구’ 전략입니다. 다만 이 청구항이 리프트오프(epitaxial liftoff) 공정으로 제조된 적층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어, 애초에 다른 제조 공정(예: 벌크 성장 후 절단)으로 유사한 다층 구조를 만드는 경로를 택한다면 구성요소 비충족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베타볼트의 CN119207858A는 아직 심사 중인 출원이라 등록 청구항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현재 공개된 청구 취지를 보면 ‘다이아몬드 반도체 컨버터’와 ‘탄소나노튜브 전극·황산 수계 전해질 슈퍼커패시터’라는 두 요소의 결합을 시스템 단위로 청구하고 있어, 두 구성요소 중 하나라도 빠지면 구성요소 비충족으로 침해 소지가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슈퍼커패시터 없이 다이아몬드 컨버터만 쓰는 설계, 혹은 슈퍼커패시터를 쓰더라도 탄소나노튜브가 아닌 다른 전극재를 채택하는 설계는 현재 공개된 청구범위 밖에 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출원 심사 과정에서 청구범위가 보정·확장될 수 있어,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 시점의 잠정적 판단입니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결과, City Labs는 동일 계열(에피택셜 리프트오프 기반 베타볼타익 소자)의 US10607744B2, US11462337B2, US20150310952A1 등 다수의 관련 출원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온 것으로 확인되며, 이는 단일 특허가 아니라 특허 패밀리 전체가 방어선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후발주자가 이 영역에 진입하려면 개별 특허 하나를 회피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패밀리 전체를 아우르는 FTO(Freedom to Operate) 검토가 사실상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⑤ 한계 및 전망
City Labs가 등록 특허와 실제 위성 탑재 실적을 모두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이 시장의 표준을 선점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반대 시나리오로는, 베타볼트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니켈-63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반감기가 긴 동위원소를 활용해 지상용 저가 시장(IoT 센서, 극지·해양 무인관측장비 등)을 먼저 장악하며 물량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우주용 고성능 시장과 지상용 저가 시장이 서로 다른 플레이어에 의해 양분되는 구도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두 기업의 특허 전략을 이분법으로 볼 것이 아니라 반도체 직접변환(City Labs형)과 변환-저장 하이브리드(베타볼트형)를 용도별로 조합하는 설계 — 예컨대 상시 저전력 구간은 직접변환으로, 순간 고전류가 필요한 구간은 저장형으로 이원화하는 방식 — 에 대한 별도 특허 여지를 검토해볼 만합니다. 이는 기존 두 특허 패밀리 어느 쪽과도 청구범위가 정면충돌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설계 공간입니다.
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액션: 극한환경·장기무인 전원 모듈을 검토 중이라면, City Labs의 특허 패밀리(에피택셜 리프트오프 계열)와 베타볼트의 CN119207858A 청구범위를 항목별로 대조한 자사 설계 대비표를 만들어, 최종 소재·구조 확정 전 사내 IP 검토 단계에서 반드시 교차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