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무엇이 화제인가
지난 8월, 미국 City Labs사의 트리튬 기반 방사성동위원소전지(radioisotope battery, 이른바 ‘핵전지’)를 탑재한 BOHR 위성이 SpaceX의 트랜스포터-17 미션으로 발사되며, 2019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마련해 둔 상업용 원자력 위성 심사 경로를 실제로 통과한 첫 사례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소형위성의 전원은 태양전지판과 화학전지 두 축으로만 굴러갔는데, 여기에 ‘핵전지’라는 세 번째 선택지가 실제 상업 궤도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방사성동위원소전지를 심우주 탐사선이나 군사용 특수 임무에 국한된 값비싼 기술로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구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중국의 베타볼트(Betavolt)는 2024년 동전 크기의 니켈-63 기반 핵전지 ‘BV100’을 공개하며 대중적 관심을 끌었고, 미국은 2025년 말 행정명령과 2026년 4월 ‘국가 우주원자력 이니셔티브(NSTM-3)’ 발표를 통해 궤도·달 표면용 원자력 전원 개발을 국가 정책 수준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City Labs의 이번 상업위성 사례는 이 흐름 속에서 미국 민간 기업이 실용화 단계에 먼저 발을 들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핵전지가 실제로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지금 이 기술을 두고 미국과 중국 기업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IP를 쌓고 있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② 기본 원리
방사성동위원소전지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태양전지와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태양전지는 햇빛 속 광자가 반도체 pn접합에 부딪히면서 전자와 정공(양공)의 쌍을 만들어내고, 이 전자의 흐름을 전류로 뽑아냅니다. 베타볼타익(betavoltaic) 방식 핵전지의 원리도 거의 같습니다. 다만 에너지원이 ‘햇빛’이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며 방출하는 ‘베타입자(고속 전자)’라는 점이 다를 뿐, 반도체가 이 입자를 받아 전자-정공 쌍을 만들고 전류로 바꾸는 골격은 태양전지와 닮아 있습니다.
여기서 어떤 동위원소를 쓰느냐가 안전성과 수명을 가릅니다. 트리튬(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 반감기 약 12.3년)이나 니켈-63(반감기 약 100년)은 비교적 저에너지 베타선만 방출해, 종이 한 장 정도의 물질로도 대부분 차폐가 되는 안전한 축에 속합니다. 트리튬은 반감기가 짧아 소형·저전력 기기에, 니켈-63은 반감기가 길어 수십 년 단위의 초장수명 전원에 유리합니다.
두 회사의 설계 철학도 갈립니다. City Labs는 반도체(갈륨비소 등) 위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층층이 쌓아 베타입자를 곧바로 전류로 바꾸는 ‘직접변환’ 구조를 택했습니다. 반면 베타볼트는 다이아몬드 반도체로 1차 변환을 한 뒤, 그 전기를 슈퍼커패시터라는 별도의 저장장치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한 순간 더 큰 전류로 방출하는 ‘변환-저장 2단’ 구조를 취합니다. 비유하자면 City Labs 방식은 수도꼭지에서 바로 물을 받아 쓰는 것이고, 베타볼트 방식은 수도꼭지 물을 일단 물탱크에 채운 뒤 필요할 때 왈칵 쏟아 쓰는 것에 가깝습니다.
③ 비교: 두 회사의 핵전지 설계
| 구분 | City Labs (US12094620B2) | 베타볼트 Betavolt (CN119207858A) |
|---|---|---|
| 변환 구조 | 반도체(에피택셜 리프트오프층) 직접변환 1단 | 다이아몬드 반도체 컨버터 + 슈퍼커패시터 저장 2단 |
| 전극/전해질 특징 | GaAs·InAlP·InGaP 등 다중 반도체 적층 | 탄소나노튜브 부직포 전극 + 황산 수계 전해질 슈퍼커패시터 |
| 동작 온도 범위 | 공개된 청구항상 명시적 범위 없음(우주환경 내구 설계) | 약 -70℃~110℃(슈퍼커패시터 전해질 개선으로 확장 주장) |
| 법적 상태 | 등록(Active), 2035-02-17 만료 예정 | 출원 공개(Pending), 아직 미등록 |
| 실증 단계 | BOHR 위성 탑재, SpaceX 트랜스포터-17로 실궤도 검증(2026) | BV100 지상용 코인셀 시제품 공개(2024), 우주용 실증은 미확인 |
이 표가 말하는 것: City Labs는 이미 등록된 특허와 실제 위성 탑재 실적까지 확보하며 ‘검증된 기술’로서의 입지를 다진 반면, 베타볼트는 아직 출원 단계의 권리와 지상용 시제품 수준에 머물러 있어 두 기업의 기술 성숙도와 IP 방어력에는 뚜렷한 시차가 존재합니다.
④ 특허 관점
권리 범위 측면에서 City Labs의 US12094620B2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하는 베타입자를 반도체 적층 구조(에피택셜 리프트오프층)가 직접 받아 전력으로 바꾸는 소자 구성 자체를 청구항으로 촘촘히 설계해 두었습니다. 반도체 재료의 조합(GaAs, InAlP, InGaP, InAlGaP, AlGaAs 등)을 폭넓게 나열해 청구범위를 넓힌 점도 눈에 띕니다. 이런 식의 다중 재료 청구는 특정 반도체 소재 하나를 피해가는 정도로는 침해 소지를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전형적인 방어 전략입니다.
베타볼트의 CN119207858A는 아직 심사 중인 출원(Pending)이라는 점에서 권리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청구 취지를 보면 ‘다이아몬드 반도체 컨버터’와 ‘탄소나노튜브 전극·황산 전해질 슈퍼커패시터’의 조합이라는, City Labs와는 구성요소 자체가 다른 조합을 청구하고 있어, 두 특허가 향후 각각 등록되더라도 곧바로 권리범위가 정면충돌할 소지는 상대적으로 낮아 보입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 공개된 청구항 문언을 기준으로 한 예비적 판단이며, 심사 과정에서 청구범위가 보정되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회피설계 관점에서 보면, 직접변환 방식(City Labs형) 소자를 개발하려는 후발주자는 반도체 재료 조합이나 리프트오프 공정 자체를 다르게 설계해 청구항 구성요소를 비켜가는 접근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변환-저장 2단 구조(베타볼트형)를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슈퍼커패시터의 전극 소재나 전해질 조성을 청구범위 밖으로 설계하는 편이 안전한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두 특허 모두 아직 소송이나 이의신청 이력이 확인되지 않아, 실제 침해·무효 판단은 향후 구체적 실시례가 나온 뒤에야 가능성 수준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⑤ 한계 및 전망
핵전지가 소형위성과 극한환경 센서의 전원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게임체인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기엔 반론도 필요합니다. 방사성동위원소전지는 출력 밀도가 태양전지나 화학전지에 비해 현저히 낮아, 대용량 전력이 필요한 임무에는 애초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즉 위성 전체를 구동하는 주 전원이라기보다는, 별도 전원이 끊겼을 때도 최소 기능을 유지시키는 ‘보조·비상 전원’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현재로선 더 커 보입니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핵전지를 태양전지·배터리와 완전히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전원 시스템의 한 축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현실적입니다. 특히 베타볼트식 슈퍼커패시터 저장 구조는 저전력을 꾸준히 모았다가 순간적으로 큰 전류가 필요한 통신·센싱 임무에 강점을 가질 수 있어, 이 조합형 설계에 대한 IP 동향을 별도로 추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액션: 자사가 우주·극한환경용 전원 모듈 개발을 검토 중이라면, City Labs의 반도체 직접변환 특허군과 베타볼트의 변환-저장 특허군을 별도 클러스터로 나누어 분기별로 KIPRIS·Google Patents 신규 공개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마련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