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2026 이후, K배터리 3사 전략이 갈라지는 지점 (2026.03)

무엇이 화제인가: 같은 전시장, 다른 세 개의 무기

인터배터리 2026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전기차 밖의 응용처(AI 데이터센터·로봇·ESS)로 시선을 넓혔지만, 앞세운 무기는 달랐다. 삼성SDI는 각형 기술의 정통성과 전고체 일정을, LG에너지솔루션은 원천기술과 응용처 포트폴리오를, SK온은 안전성의 체계화를 내세웠다. 이 글은 세 전략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특허 리스크와 기획 판단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인터배터리 2026은 2026년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폐막 보도에 따르면 14개국 667개 기업이 2,382개 부스로 참가했고 관람객은 7만 7,25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시의 초점은 전기차를 넘어 ESS(에너지저장장치), 휴머노이드 로봇, 전고체 배터리로 옮겨 갔다고 보도됐다.

긴장 요인은 행사 직전의 숫자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12월 17일 포드와 맺은 약 9조 6,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를 공시했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유럽에 총 109GWh를 공급하는 계약이었다. 같은 달 26일에는 약 3조 9,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모듈 계약 해지도 이어졌고, 양극재 기업 엘앤에프는 테슬라와 맺은 약 3조 8,400억 원 규모 공급 계약이 사실상 이미 납품된 약 973만 원 수준으로 감액됐다고 밝혔다고 보도됐다. 완성차 수요에만 기대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3사의 전략은 정확히 어디서 갈라지는가, 공개 발언 속 특허 수치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기획·IP 담당자는 무엇을 추적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같은 수요 절벽 앞에서 성을 쌓거나, 길을 넓히거나, 보험을 들거나

세 회사의 선택은 같은 문제에 대한 다른 해법으로 읽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주력 도로(전기차)의 통행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 회사는 자기 영역에 성벽을 높이고(특허·폼팩터 정통성), 한 회사는 새 길을 여러 갈래로 내며(응용처 다각화), 한 회사는 어떤 길을 가든 필요한 보험을 먼저 설계한다(안전 체계).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각사가 가진 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이 갈린다.

FIG. 1인터배터리 2026, 3사 전략의 방점삼성SDI10각형 정통성·특허 경고피지컬 AI용 파우치 전고체2027년 하반기 양산 목표LG에너지솔루션20원천기술·응용처 확장AI 인프라·로봇·드론전고체 2029~2030년SK온30안전 체계화 '3P-제로'예방·보호·예측AI 위험 예측 2027년경공통점은 EV 밖 응용처, 차이는 내세운 자산
Fig. 1. 인터배터리 2026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내세운 전략의 방점과 대표 발표, 차세대 일정을 비교한 도식.
자료: 삼성SDI 보도자료와 인터배터리 2026 관련 보도(2026-03-09~14)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 두 가지를 짚는다. 배터리 셀은 겉모양(폼팩터)에 따라 금속 캔에 담는 각형, 알루미늄 필름 주머니에 담는 파우치형, 원통 캔에 담는 원통형으로 나뉜다. 전고체 배터리는 셀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꾼 배터리로, 화재 위험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후보로 꼽힌다.

  • 삼성SDI: 각형·전고체 새 명칭 ‘프리즘스택’과 ‘솔리드스택’을 처음 공개하고,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샘플을 최초 공개했다
  • LG에너지솔루션: ‘Original Innovator, Creating the Future of Energy’를 주제로 최대 규모인 540㎡ 부스에서 AI 인프라·로보틱스·드론 응용처를 전시했다
  • SK온: 박기수 미래기술원장(CTO)이 예방(Prevent)·보호(Protect)·예측(Predict)의 ‘3P-제로’ 안전 전략과 ‘신뢰 밀도(Trust Density)’ 개념을 제시했다

비교: 3사 발표와 특허 수치

기업 핵심 발표 전고체 등 차세대 일정(발표 기준)
삼성SDI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샘플 최초 공개, 700Wh/L 고에너지 각형 배터리, 각형 특허 침해 강경 대응 예고 파우치형 전고체 2027년 하반기 양산 목표
LG에너지솔루션 AI 인프라·로보틱스·드론 응용처, 니켈 94% 제품 양산·95% 개발 완료, 소듐이온 12V·24V 차량 테스트 흑연계 전고체(전기차) 2029년, 무음극 전고체(로봇·UAM) 2030년
SK온 ‘3P-제로’ 안전 전략(난연 분리막·불연성 전해액, 세이프가드 시스템·각형 온 벤트 셀, AI 기반 개발·제조) 황화물계 전고체 2029년, AI 위험 예측 체계 2027년경
Fig. 2. 인터배터리 2026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내세운 발표와 차세대 일정
자료: 삼성SDI 보도자료(2026-03), 한국경제(2026-03-09), 이투데이(2026-03-11), 아시아투데이·이데일리(2026-03-11), 디지털데일리(2026-03-14) 보도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3사가 공개한 전고체 목표 시점은 2027년 하반기(삼성SDI)부터 2029~2030년(LG에너지솔루션·SK온)까지 2~3년 차이가 난다. 같은 ‘전고체’라도 겨냥한 첫 시장(로봇, 전기차, UAM)이 달라 단순 속도 비교는 어렵다.

구분 공개된 수치 발언·집계 주체
삼성SDI 각형 특허 미국 등록 기준 1,200건 이상(국내 경쟁사 30~40건 수준 주장) 주용락 연구소장, 2026-03-11
LG에너지솔루션 특허 출원 약 7만 건 이상(3월 주총 후) → 2026년 5월 기준 출원 10만 건, 등록 약 5만 9,000건 김동명 대표 발언 / 회사 발표 보도
전고체 특허 출원 증가율 2021~2023년 연평균 삼성SDI 51.7%, LG에너지솔루션 50.8% 지식재산처 2월 보고서 인용 보도
Fig. 3. 인터배터리 2026 전후 공개된 3사 관련 특허 수치
자료: 이투데이(2026-03-11), 한국금융신문(2026-03-30), 파이낸셜뉴스(2026-06-21) 보도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공개 수치는 기준이 제각각이다(미국 등록 건수, 전 세계 출원 건수, 출원 증가율). 기준이 다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우열을 판단할 수 없고, 그 자체가 각사 메시지 전략의 일부로 읽힌다.

특허 관점: 경고의 대상은 ‘각형 신규 진입자’다

무엇이 공개됐나: 삼성SDI의 경고는 특정 특허번호나 청구항을 지목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주용락 연구소장은 경쟁사들의 각형 진출 계획을 언급하며 경고했고, 삼성SDI가 1997년 미국에 각형 배터리 특허를 처음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개된 특허 정보로는 경고가 겨냥한 구체적 청구항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글도 특허번호를 추정하지 않는다.

통찰: ‘1,200건 대 30~40건’이라는 대비는 방어가 아니라 진입 비용에 관한 메시지다. 파우치형 중심이던 경쟁사가 각형에 진입하려면 캔·캡 조립체, 벤트(가스 배출 구조), 전극 적층·권취 방식, 열 전파 차단 구조 등 각형 고유의 설계 요소를 새로 갖춰야 한다. 이 요소들 가운데 오래 축적된 쪽의 권리가 두껍다면, 후발 진입자는 FTO(Freedom to Operate, 침해 여부 검토) 비용과 회피 설계 기간을 먼저 치러야 한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 CTO가 “30년간 연구개발”과 ‘수업료’를 언급한 것은 전고체·소재 등 다른 영역에서 같은 논리를 되돌려주는 구조다. 양측 발언은 서로 다른 기술 영역의 권리를 근거로 하고 있어, 권리 범위가 정면으로 겹치는 지점은 공개 정보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추적 포인트와 회피 방안: 각형 신규 진입을 검토하는 쪽이라면 다음 요소별로 권리 지형을 나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 캔·캡 조립체와 벤트 구조: 각형 고유 부품이라 권리 밀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 전극 적층·권취 방식: 삼성SDI가 ‘프리즘스택’이라는 명칭을 붙인 만큼 적층형 각형 관련 출원 흐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열 전파 방지 구조: 삼성SDI 700Wh/L 각형과 SK온 각형 온 벤트 셀이 모두 이 영역을 강조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1997년 무렵 출원된 초기 각형 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이라는 존속 기간 기준으로 이미 만료됐을 가능성이 있어, 후발 주자는 만료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하는 경로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등록 1,200건 이상’이 존속 중인 특허만 센 수치인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최근 출원된 개량 특허가 양산에 필요한 세부 구현을 덮고 있다면 만료 기술만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결국 침해 소지는 개별 제품 설계와 존속 중인 청구항을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한계와 전망

발표는 화려하지만 샘플 공개와 실제 양산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원문은 구체적 양산 시점을 확정적으로 제시한 곳이 없다고 적었으나, 확인한 보도에 따르면 각사는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삼성SDI 파우치형 전고체 2027년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2029~2030년, SK온 황화물계 2029년). 다만 이는 목표이며, 수율·원가 검증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은 구간이다.

낙관적 전망은 ESS·데이터센터·로봇 수요가 전기차 조정기를 메우고, 세 가지 전략이 각자의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새 응용처의 물량이 전기차 규모에 한참 못 미친다면, 응용처 다각화는 고정비를 분산시키는 효과보다 개발 자원을 쪼개는 부담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또 특허 공방이 공개 경고에서 실제 소송으로 번지면, 국내 3사가 서로에게 쓰는 비용이 해외 경쟁사와의 경쟁 여력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대안은 3사의 발표를 ‘제품 로드맵’이 아니라 ‘권리 로드맵’으로 다시 읽는 것이다. 각사가 강조한 폼팩터·안전 구조·전고체 일정에 맞춰 해당 영역의 출원 흐름을 분기마다 점검하면, 발표가 실제 권리로 뒷받침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실무 액션: 각형 셀 도입이나 공급사 전환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캔·캡 조립체, 벤트, 전극 적층, 열 전파 방지라는 네 요소로 나눠 삼성SDI 명의의 존속 중인 미국 등록 특허를 조회하고, 요소별 만료 시점을 표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원문이 인용한 행사 주제 “EV를 넘어선 모든 것으로의 확장”의 공식 출처
  • LG에너지솔루션 전시의 위성(항공우주) 응용처 포함 여부
  • LG에너지솔루션 ‘차세대 배터리 특허 최대 6배’ 발언의 발언자·시점·집계 기준
  • SK온 발표 중 “셀 관점의 절대 안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문장의 원문, ‘AI 디지털 트윈 기반 설계’ 표현의 출처
  • 2025년 말 SK온·포스코퓨처엠의 계약 취소·투자 축소 공시 내용
  • 삼성SDI ‘미국 등록 각형 특허 1,200건 이상’의 집계 기준(존속 여부 포함)

출처

  1. 삼성SDI 보도자료, 삼성SDI,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최초 공개 (2026-03)
  2. 한국경제, 삼성SDI,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최초 공개 (2026-03-09)
  3. 이투데이, 삼성SDI “각형 배터리 특허 침해·기술 도용 좌시 않겠다” [인터배터리 2026] (2026-03-11)
  4. 이투데이, K배터리 3사 CTO “캐즘 돌파 해법은 기술” [인터배터리 2026] (2026-03-11)
  5. 아시아투데이, 박기수 SK온 CTO “AI로 배터리 안전 관리”… ‘3P-제로’ 전략 공개 (2026-03-11)
  6. 이데일리, SK온 CTO “배터리 경쟁력은 ‘신뢰 밀도'” (2026-03-11)
  7. mtnews.net, LG에너지솔루션, ‘인터배터리 2026’서 AI·로보틱스 특화 차세대 배터리 대거 공개
  8. 디지털데일리, 인터배터리 2026 성황리 폐막 [위클리배터리] (2026-03-14)
  9. 한국금융신문, LG엔솔 vs 삼성SDI ‘한판’… 치열한 ‘배터리 특허’ 경쟁 (2026-03-30)
  10. 파이낸셜뉴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특허 10만건 돌파 (2026-06-21)
  11. 매일신문, LG엔솔 계약 해지 여파에 이차전지 업종 ‘흔들’ (2025-12-18)
  12. 한국경제, LG엔솔 이어 엘앤에프도 3.8조 날아갔다 (2025-12-29)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코스모스랩 220억 투자유치로 보는 아연-할로겐 수계 배터리의 특허 지형 · 전고체는 2027 시범생산, LFP는 이미 63% · ESS 물량 따내면 끝 아니다 — LFP 배터리 생태계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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