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양으로 길게 잇는다 — CNT 도전재가 카본블랙을 대신하는 원리와 ‘분산’이라는 벽

탄소나노튜브(CNT)는 카본블랙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전극 안에 전기가 흐르는 길을 만든다. 다만 그 장점은 ‘분산한 뒤에도 튜브가 길게 살아 있을 때’에만 성립한다. 원리와 비교 데이터, 그리고 분산제에 울타리를 친 특허를 함께 읽는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CNT 도전재의 경쟁력은 튜브 한 가닥의 전도도가 아니라, 슬러리 분산 공정을 거친 뒤에도 그 ‘길이’가 살아남는가에서 갈린다. 그래서 이 분야의 권리도 CNT 자체보다 분산제와 분산 입도 쪽에 촘촘하게 쳐져 있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 활물질은 대체로 전기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전극에는 전자가 지나갈 길을 만들어 주는 도전재(conductive additive)를 섞는다. 오랫동안 이 역할은 구형 탄소 입자인 카본블랙(carbon black)이 맡아 왔다. 그런데 도전재는 용량을 내지 않는 ‘빈 무게’이기 때문에, 같은 전도도를 더 적은 양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그만큼 활물질을 더 넣을 수 있다. 여기서 가늘고 긴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가 주목받는다.

긴장 요인은 분산이다. CNT는 튜브끼리 강한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interaction)으로 서로 달라붙어 뭉치려는 성질이 있어, 안정적으로 흩어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4]. 뭉친 CNT를 풀기 위해 강한 기계적 분산을 가하면, 이번에는 튜브가 손상되고 짧아지면서 전도도가 떨어지고 도전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문턱 함량(percolation threshold)이 올라간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2].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CNT는 왜 적은 양으로 도전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으며, 그 장점을 실제 전극에서 지키려면 무엇을, 누구의 권리를 피해 가며 관리해야 하는가.

② 기본 원리 — 징검다리 돌과 긴 밧줄

전극 안의 전자 흐름을 강 건너기에 비유해 보자. 카본블랙은 징검다리 돌이다. 돌 하나하나는 작기 때문에 강을 건너려면 돌을 촘촘하게 많이 놓아야 하고, 돌과 돌이 맞닿는 점마다 발을 옮기는 저항이 생긴다. CNT는 긴 밧줄이다. 밧줄 몇 가닥만 걸쳐 놓아도 먼 거리를 한 번에 잇고, 여러 활물질 입자를 선(線)으로 엮는다. 같은 무게라면 밧줄 쪽이 훨씬 먼 거리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CNT 도전재의 기본 논리다.

카본블랙의 점 접촉 사슬, 길이가 유지된 CNT의 선형 연결, 과분산으로 짧아진 CNT의 단절된 경로를 세 패널로 비교한 전극 단면 개념도
Fig. 1. 도전 네트워크의 세 가지 모습 — 카본블랙(20)의 점 접촉, 길이가 유지된 CNT(30)의 장거리 연결, 분산 중 짧아진 CNT(31).
자료: Tian 외(2019), Lee 외(2008)의 설명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하나 있다. 전극의 전도도는 방향에 따라 크게 다르다. 카본블랙·단일벽 CNT·그래핀을 넣은 NMC 양극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충·방전 속도 성능에 가장 중요한 두께 방향(out-of-plane) 전도도는 면 방향(in-plane) 전도도보다 대략 1000배 작았다[1]. 같은 연구에서 모든 도전재는 함량이 늘수록 전도도가 올라갔지만, 나노튜브를 넣은 전극이 가장 빠르게 올라갔다. 그리고 두께 방향 전도도가 1 S/m를 넘으면 전극 저항이 속도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의 경우 무시할 수준이 되며, 이는 단일벽 CNT 1 wt% 미만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1].

비유로 돌아가면, 밧줄의 가치는 ‘길이’에 있다. 분산 과정에서 밧줄이 토막 나면 결국 징검다리 돌과 다를 바 없어진다. 실제로 흑연 음극에 다중벽 CNT와 카본블랙을 각각 넣어 비교한 연구에서는, 분산 과정에서 CNT가 크게 손상·단축되면서 고율 성능이 카본블랙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2]. CNT를 쓴다는 것은 재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튜브를 끊지 않고 풀어내는 공정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③ 비교 — 카본블랙, CNT, 그리고 하이브리드

비교 항목 카본블랙(CB) CNT CB + CNT 하이브리드
형상과 연결 방식 작은 구형 입자, 입자 간 점 접촉(정성) 가늘고 긴 1차원 튜브, 선 형태로 입자를 연결(정성) CNT가 장거리 경로, CB가 단거리 경로를 분담[3]
함량에 따른 전도도 증가 함량 증가에 따라 상승하나 상대적으로 완만[1] 비교 대상 중 가장 빠르게 상승(단일벽 CNT)[1] 초정렬 CNT 필름 0.01 wt% 미만 추가로 퍼콜레이션 문턱 저하·전도도 상승[3]
대표 보고 수치 — 두께 방향 1 S/m를 단일벽 CNT 1 wt% 미만으로 달성 가능[1] LiCoO2 양극: 0.1C 150 mAh/g, 50사이클 후 용량 유지 99.7% / 5C 87 mAh/g[3]
주요 과제 적은 양으로 긴 경로를 만들기 어려움(정성) 반데르발스 응집[4], 분산 중 손상·단축 시 퍼콜레이션 문턱 상승[2] 두 소재의 공정 조건을 동시에 맞춰야 함(정성)
Fig. 2. 카본블랙·CNT·하이브리드 도전재의 형상, 전도도 거동, 대표 수치, 과제 대조표. ‘(정성)’ 표기 항목은 출처 수치가 없는 정성 비교다.
자료: Tian 외(2019)[1], Lee 외(2008)[2], Wang 외(2013)[3], US10686185B2 명세서[4]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단일벽 CNT는 1 wt% 미만으로 두께 방향 1 S/m라는 실용 기준선을 넘길 수 있지만[1], 분산 중 튜브가 짧아지면 그 이점은 카본블랙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2]. 도전재 경쟁의 승부처는 소재 등급표가 아니라 분산 공정이다.

④ 특허 관점 — 울타리는 CNT가 아니라 ‘분산제의 수소화 정도’에 있다

CNT 도전재 분야에서 셀·소재 기업이 실제로 부딪히는 권리는 CNT 물질 그 자체보다 ‘무엇으로, 어느 정도까지 풀었는가’를 정의한 분산액 청구항인 경우가 많다. LG화학(LG Chem)의 US10686185B2가 대표적이다. 우선일 2015-09-25, 출원일 2016-08-26, 등록일 2020-06-16, 현 권리자 LG화학, 법적 상태는 Active(조정 존속기간 만료 예정 2037-02-02), 등록 청구항은 11개다[4]. 명세서는 초음파 같은 기계적 분산만으로는 처리가 끝나면 CNT가 다시 뭉치고, 농도가 높아지면 응집한다는 점을 해결 과제로 제시한다[4]. 청구항 1을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권리 범위상의 의미
(a) 엉킴형(entangled-type) CNT를 포함할 것 CNT 형태 한정 — 다발형(bundle-type) 등 다른 형태와의 경계가 쟁점이 될 수 있음
(b) 분산매를 포함할 것 분산매 종류는 청구항 1에서 한정하지 않음 — 넓게 읽힐 가능성
(c) 부분 수소화 니트릴 고무(HNBR)를 포함하되, 공액디엔 유래 단위(BD)와 수소화 공액디엔 유래 단위(HBD)의 합 대비 BD의 중량 비율로 정의한 잔류 이중결합(RDB) 값이 0.5~40 중량%일 것 분산제의 ‘수소화 정도’를 수식으로 못 박은 한정 — 침해 판단의 기준선
(d) 분산된 CNT 입경 분포의 D50이 2~5 μm일 것 분산 상태(결과물)를 측정 가능한 수치로 한정
Fig. 3. US10686185B2 청구항 1의 구성요소 분해와 권리 범위상의 의미.
자료: Google Patents US10686185B2 서지사항 및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권리 범위의 축은 (c)다. 같은 니트릴 고무 계열 분산제라도 수소화가 거의 끝난 등급(RDB 0.5% 미만)이나 이중결합이 많이 남은 등급(40% 초과)은 문언상 범위 밖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회피 설계 시나리오는 ⓐ RDB 범위를 벗어난 분산제 등급 사용, ⓑ 니트릴 고무가 아닌 다른 계열 분산제로의 전환, ⓒ 다발형 CNT 채택, ⓓ 분산 입도 D50을 2~5 μm 밖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그려볼 수 있다.

반론도 함께 봐야 한다. ⓐ·ⓑ는 분산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 결국 CNT 단축이나 재응집이라는 원래 문제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 ⓓ는 D50이 측정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경계 근처에서는 판단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고, 균등론 적용 여부도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로는 같은 LG화학의 US11511994B2(우선일 2018-07-27, 등록 2022-11-29, Active)가 있다. 이 특허는 기공 부피 0.95~2.0 cm³/g, 비표면적 200~300 m²/g인 엉킴형 CNT 자체를 청구하며, 발명의 명칭상 1차 전지용 양극을 대상으로 한다[5]. 같은 출원인이 ‘CNT 물성’과 ‘분산액 조성’을 서로 다른 특허로 나눠 쌓고 있다는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두께 방향 전도도 1 S/m라는 기준선을 1 wt% 미만의 CNT로 넘길 수 있다는 결과[1]는 도전재 함량을 줄이고 활물질 비율을 높이려는 설계 방향과 잘 맞는다. 전극이 두꺼워질수록 두께 방향 전도도의 중요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CNT의 장점은 실험실의 분산 조건에서 측정된 값이고, 양산 슬러리의 고농도·장시간 믹싱 조건에서는 튜브 단축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경우 투입량을 늘려야 하고, 늘어난 CNT와 분산제는 슬러리 점도 상승과 원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분산에 실패한 CNT가 카본블랙보다 나은 결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2].

전략적 대안으로는 단일 도전재 전환보다 CNT와 카본블랙의 역할 분담 설계를 검토할 만하다. 장거리 경로는 소량의 CNT에, 단거리 경로는 카본블랙에 맡기는 하이브리드 접근이 적은 CNT로도 퍼콜레이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3]. 권리 측면에서도 조성을 분산시키면 특정 분산액 청구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사용 중인 CNT 분산액의 규격서에서 CNT 형태(엉킴형/다발형), 분산제 종류와 수소화 정도(RDB), 분산 입도(D50)를 확인하고, US10686185B2 청구항 1의 수치 범위와 1:1로 대조해 볼 것. 공급사 제품이라면 해당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보증 여부를 계약서에서 확인한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US10686185B2의 한국·중국·유럽 패밀리 구성과 각국 등록·존속 여부는 이 글에서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 CNT와 카본블랙의 kg당 가격, 양산 셀에서의 실제 도전재 함량은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해 비교표에서 제외했다.
  • 본문에 인용한 Tian 외(2019)는 arXiv 공개본 기준이며, 이후 학술지 게재본의 수치 변경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출처

  1. Ruiyuan Tian 외, 「Quantifying the effect of electrical conductivity on the rate-performance of nanocomposite battery electrodes」, arXiv:1912.02485, 2019. 링크
  2. Jin-Hyon Lee 외, 「Comparison of multiwalled carbon nanotubes and carbon black as percolative paths in aqueous-based natural graphite negative electrodes with high-rate capability for lithium-ion batteries」, Journal of Power Sources 184(1), 308–311, 2008. 링크
  3. Ke Wang 외, 「Hybrid super-aligned carbon nanotube/carbon black conductive networks: A strategy to improve both electrical conductivity and capacity for lithium ion batteries」, Journal of Power Sources 233, 209–215, 2013. 링크
  4. Google Patents, US10686185B2 「Carbon nanotube dispersion liquid and manufacturing method thereof」 서지사항·명세서·청구항 1(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5. Google Patents, US11511994B2 「Carbon nanotubes, method of manufacturing same, and positive electrode for primary battery comprising same」 서지사항·청구항 1(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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