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배터리는 셀을 얇고 길게 늘여 팩 폭을 가로지르게 만든 구조다. 셀이 팩의 보강재 역할까지 맡는 발상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주는지, 그리고 BYD가 그 셀 형상을 어떤 비율로 권리화했는지 정리한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블레이드 배터리의 본질은 셀 화학이 아니라 셀의 길이다. 셀이 팩 양쪽 벽에 걸칠 만큼 길어지는 순간, 셀은 전기를 담는 부품이면서 팩을 버티는 들보가 된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BYD는 2020년 3월 29일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를 발표하면서, 배터리 팩의 공간 활용도가 기존 리튬인산철(LFP, 리튬·철·인산 기반 양극재) 블록형 배터리 대비 50%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1]. 이후 BYD는 이 셀을 모듈 없이 팩에 바로 넣는 셀-투-팩(CTP, Cell-to-Pack) 방식과 묶어 설명해 왔고, 팩 내부에 ‘벌집 같은 알루미늄(honeycomb-like aluminum)’ 구조가 강성과 안전성을 높인다고도 소개했다[2].
긴장 요인은 셀 자체의 숫자에 있다. 셀 하나만 떼어 놓고 보면 블레이드 셀의 에너지밀도는 대형 원통형 셀보다 확연히 낮다[3]. 그렇다면 블레이드 배터리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셀을 구조재로 쓴다는 발상은 셀 설계를 어떻게 바꾸고, 특허는 그 발상의 어느 지점을 붙잡았는가.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셀을 길게 만드는 것만으로 무엇이 달라지며, 그 ‘길이’는 어떤 방식으로 권리가 되었는가.
② 기본 원리 — 짧은 벽돌 대신 방 폭만큼 긴 마루판
기존 배터리 팩을 방바닥 공사에 비유해 보자. 짧은 벽돌(작은 셀) 여러 개를 묶어 상자(모듈)에 넣고, 상자들 사이마다 들보(팩 내부의 가로·세로 빔)를 깔아 바닥을 버틴다. 튼튼하지만 상자 벽과 들보가 차지하는 공간만큼 실제로 전기를 담는 공간은 줄어든다.

자료: BYD 발표(2020), US12113227B2·US12300832B2 명세서 및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블레이드 방식은 방 폭만큼 긴 마루판을 양쪽 벽에 걸쳐 촘촘히 까는 방식에 가깝다. BYD의 관련 특허 명세서는 종래 팩에서 셀 부피의 합이 팩 하우징 부피의 약 50%, 경우에 따라 40% 미만에 그쳤다고 설명한다[5]. 반면 셀이 팩의 폭 방향 전체에 걸쳐 양쪽 측벽에 끼워지면 하우징 안에 가로·세로 빔이 필요 없고, 서로 연결된 셀들이 보강 리브(strengthening rib) 역할을 직접 맡을 수 있다고 적고 있다[5]. 마루판이 곧 들보가 되는 셈이다.
이 구조에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셀이 길어야 팩 폭을 가로지를 수 있고, 얇아야 여러 장을 촘촘히 세울 수 있으며, 외장이 단단해야 하중을 나눠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블레이드 셀은 ‘길이 > 폭 > 두께’가 극단적으로 벌어진 알루미늄 외장 각형 셀의 모습을 띤다. 셀 양 끝에 전극 탭과 방폭 밸브를 두는 구성이 관련 특허의 종속항에 함께 등장하는 것도[5], 긴 셀의 양 끝이 팩 측벽과 맞닿는 구조와 맞물린 설계로 볼 수 있다.
③ 비교 — 셀 단위 밀도와 팩 단위 공간 효율은 다른 이야기
| 항목 | BYD 블레이드 셀 | 테슬라 4680 셀 |
|---|---|---|
| 양극재 | LFP | NMC811(니켈 약 80% 삼원계) |
| 셀 형식 | 대형 각형(prismatic) | 대형 원통형(cylindrical), 부피가 훨씬 작음 |
| 중량 에너지밀도 | 160 Wh/kg | 241.01 Wh/kg |
| 부피 에너지밀도 | 355.26 Wh/L | 643.3 Wh/L |
| 음극 | 흑연(실리콘 없음) | 흑연(실리콘 없음) |
| 팩 통합 방식 | 모듈 없는 CTP | 모듈 없는 CTP |
| 셀 내부 접합 | 레이저·초음파 용접 | 레이저 용접 |
자료: Gorsch 외,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2025)의 분해 분석 결과를 소개한 ChemistryViews 보도[3]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셀 단위로는 블레이드 셀이 4680 셀보다 중량 에너지밀도가 약 34%, 부피 에너지밀도가 약 45% 낮다(160 대 241.01 Wh/kg, 355.26 대 643.3 Wh/L)[3]. 블레이드의 경쟁력은 셀 밀도가 아니라 팩 안에서 버려지던 공간을 줄이는 쪽, 즉 팩 공간 활용도에서 나온다는 뜻이다[1].
여기서 이 글의 관점을 하나 더하면, 셀이 구조재가 되는 순간 셀 치수는 셀 메이커의 설계 변수에서 차량의 설계 변수로 바뀐다. 셀 길이는 팩 폭에, 팩 폭은 차체 폭에 묶인다. 이 연결 고리가 바로 아래 특허의 청구항에 그대로 드러난다.
④ 특허 관점 — ‘길이/부피’라는 비율로 형상을 붙잡다
블레이드 셀 형상을 다룬 BYD의 미국 등록특허 가운데 US12300832B2(발명의 명칭: Power battery pack and electric vehicle)를 보자. 출원인이자 현 권리자는 BYD Co Ltd, 우선일은 2019-01-09(중국 출원 201910020925.5 등), 출원일은 2024-03-04, 등록일은 2025-05-13이다. 이 특허는 2019-06-21 출원된 PCT/CN2019/092390의 미국 국내단계 출원(17/421,875, 등록 US11955651)의 계속출원(continuation)이다.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예상 만료일 2039-06-21), 등록 청구항은 20개다[4].
발명의 명칭은 ‘팩과 차량’이지만 독립항인 청구항 1은 셀 자체를 청구한다. 원문을 옮기지 않고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 권리 범위상의 의미 |
|---|---|
| (a) 파워 배터리 팩에 쓰이는 셀일 것 | 용도 표현 — 셀 단위로 청구(팩·차량은 종속항 17·18에서 청구) |
| (b) 전지 본체가 길이 L, 폭 H, 두께 D, 부피 V를 가질 것 | 치수 변수 정의 |
| (c) L이 H보다 크고, H가 D보다 클 것 | 형상 한정 — 납작하고 긴 직육면체 |
| (d) L이 400mm 이상 2500mm 이하 범위일 것 | 절대 치수 한정 — 문언 침해 판단의 1차 기준선 |
| (e) 길이를 부피로 나눈 값 L/V가 0.0005~0.002 mm⁻² 범위일 것 | 길이와 단면적의 관계를 하나의 비율로 묶은 한정 — 권리 범위의 폭을 실질적으로 결정 |
자료: Google Patents US12300832B2 서지사항 및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e)의 L/V는 직관적으로 ‘길이 1mm당 단면적이 얼마나 가느다란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길이 1,000mm인 셀이라면 부피가 약 50만~200만 mm³ 사이여야 이 범위에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길이만 길고 굵기가 두꺼운 셀은 L/V가 작아져 범위를 벗어난다.
더 눈여겨볼 곳은 청구항 18이다. 이 셀로 만든 팩을 차량에 실을 때, 셀 길이 방향이 차량 폭 방향이면 셀 길이 L과 차체 폭 W의 비가 46~76%, 차량 길이 방향이면 셀 길이와 차체 길이 X의 비가 40~76% 범위를 만족하도록 한정한다[4]. 셀 치수를 차체 치수에 묶은 청구항이다. 셀이 구조재가 된다는 발상이 권리 문언으로 옮겨진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회피 설계 시나리오를 그려 보면 ⓐ 셀 길이를 400mm 미만으로 줄이고 팩 폭은 두 줄 배열로 채우는 방향, ⓑ 셀 두께나 폭을 키워 L/V를 0.0005 mm⁻² 아래로 낮추는 방향, ⓒ 차량 적용 시 셀 길이/차체 폭 비를 46~76% 밖으로 설계하는 방향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론도 분명하다. ⓐ는 셀이 팩 폭을 가로지르지 못해 보강재 역할이 약해지고 빔이 다시 필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는 두꺼운 셀일수록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즉 이 특허를 피할수록 블레이드 구조의 이점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여서, 회피 비용이 높은 형태의 권리일 가능성이 있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같은 날 우선권을 주장한 BYD의 US12113227B2는 청구항 1에서 셀 길이 600mm 초과, 셀 부피 953,750mm³ 이상, L/H 4~21, 알루미늄 외장 각형 셀, 그리고 팩 안 셀 부피 합이 팩 부피의 55% 이상인 팩을 청구한다[5]. 한 특허의 수치 범위를 피하더라도 같은 포트폴리오의 다른 비율(L/H, 부피 비율)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FTO(침해 여부) 검토는 패밀리 전체를 한 장에 놓고 해야 한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셀을 구조재로 쓰는 발상은 빔과 모듈 부품을 덜어 내 팩 공간 활용도를 끌어올리고[1][5], 셀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로도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길을 열었다. 나아가 팩 상판을 차체 바닥과 통합하는 다음 단계로 이어질 토대가 된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셀 길이가 차체 폭에 묶이면, 셀은 특정 플랫폼 전용 부품이 된다. 차체 폭이 다른 차급마다 셀 길이를 바꾸거나 빈 공간을 감수해야 하고, 셀 한 개가 팩 폭 전체를 차지하므로 불량 셀을 교체할 때 영향 범위도 커질 수 있다. 셀 밀도 자체가 낮다는 점(Fig. 2)도, 니켈계 고밀도 셀이 같은 방식의 팩 통합을 따라올 경우 격차가 좁혀질 여지를 남긴다.
전략적 대안은 ‘셀 길이 계열화’다. 차체 폭 몇 가지에 맞춘 소수의 표준 길이를 먼저 정해 두고, 그 길이 안에서 두께·폭으로 용량을 조정하면 플랫폼 종속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때도 L/V, L/H 같은 비율 한정에 걸리는지 설계 초기에 계산해 두어야 한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검토 중인 장형 셀의 길이·폭·두께로 L/V와 L/H를 계산하고, 탑재 예정 차량의 차체 폭 대비 셀 길이 비율을 구해 US12300832B2(청구항 1·18)와 US12113227B2(청구항 1)의 수치 범위에 동시에 대조할 것. 한쪽이라도 범위 안에 든다면 동일 패밀리 전체로 FTO 검토를 넓힐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BYD가 양산 중인 블레이드 셀의 공식 치수가 US12300832B2의 L/V 범위나 청구항 18의 차체 비율 범위에 해당하는지는 공식 사양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 모출원 등록특허 US11955651의 청구항 내용과, 중국·유럽 등 대응 패밀리의 등록 청구항 범위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않았다.
- ‘셀이 보강 리브 역할을 한다’는 설명은 US12113227B2 명세서의 기재이며, 실제 양산 팩에서 빔이 완전히 제거됐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명세서는 빔을 두는 실시예도 함께 기재).
- Fig. 2의 수치는 특정 차량에서 채취한 셀의 분해 분석 결과로, 모든 블레이드·4680 셀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출처
- BYD Europe, 「Today, BYD officially announced the launch of the Blade Battery」, 2020-03-29. 링크
- BYD, 「BYD’s revolutionary Blade Battery: all you need to know」, 2023-01-22. 링크
- ChemistryViews, 「Engineers Analyzed Batteries from Tesla and China’s Leading EV Manufacturer」(원 논문: Gorsch 외, 「Contrasting a BYD Blade prismatic cell and Tesla 4680 cylindrical cell with a teardown analysis of design and performance」,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 2025, DOI 10.1016/j.xcrp.2025.102453). 링크
- Google Patents, US12300832B2 「Power battery pack and electric vehicle」 서지사항 및 청구항(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 Google Patents, US12113227B2 「Cell, power battery pack, and electric vehicle」 청구항 1 및 명세서(2026-09-23 원문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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