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소재계 선택이 명세서의 말투까지 바꾼다
전고체 배터리에서 어떤 고체전해질 소재계를 택하느냐는 공정 로드맵뿐 아니라 명세서 서술 방식과 청구항 구조까지 좌우한다. 산화물계 중심의 기업은 ‘세라믹의 안정성’을 앞세워 방어 논리를 짜고, 무기 고체전해질을 다루는 특허도 입자 사이를 붙잡는 폴리머 바인더를 따로 청구해 소재계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 글은 공개 자료로 확인되는 두 사례를 통해 산화물계와 폴리머계의 출원 전략 차이를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전해질은 크게 세라믹계(황화물계·산화물계), 폴리머계, 그리고 둘을 결합한 복합재로 나뉜다. 2023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기가 발명의 명칭에 ‘전고체’를 포함해 한국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는 14건이고, 이 중 12건이 2020년 11~12월에 출원됐다. 같은 보도는 공개된 삼성전기 특허가 주로 세라믹계 고체전해질에 집중돼 있으며, 여러 명세서에서 폴리머계보다 세라믹계의 안정성이 높다고 부각한다고 전했다. 삼성전기는 2024년 9월 27일 웨어러블용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에너지 밀도 200Wh/L를 제시했다.
긴장 요인은 두 소재계의 상반된 성격이다. 폴리머계는 만들기 쉽지만 내구성이 약하고, 산화물계는 안정적이지만 대형화가 어렵다. 이 트레이드오프 때문에 기업마다 권리를 쌓는 지점이 달라진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두 소재계는 물성에서 무엇이 다른가, 특허는 그 차이를 명세서와 청구항에서 어떻게 드러내는가, 그리고 기획·IP 담당자는 소재계가 다른 경쟁사의 특허를 어떻게 FTO(침해 여부 검토) 범위에 넣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벽돌 벽과 고무 매트 사이
고체전해질은 리튬 이온이 지나가는 ‘단단한 길’이다. 산화물계는 구운 벽돌로 쌓은 벽에 비유할 수 있다. 공기 중에서 안정적이고 유독가스를 만들지 않지만, 벽돌을 단단히 굽는 소결 과정에 고온이 필요하고 벽돌과 벽돌 사이 틈에서 이온이 막히기 쉽다. 그래서 넓고 얇은 벽을 만드는 대면적화·박막화가 까다롭다.
자료: KR20160051877A 청구항·명세서의 전지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한 개념도
폴리머계는 고무 매트에 가깝다. 상온에서 유연하게 가공할 수 있어 제조가 쉽지만, 이온이 지나가는 속도(이온전도도)가 낮고 기계적 강도가 약해 리튬이 나뭇가지처럼 자라는 덴드라이트를 물리적으로 막기 어렵다. 황화물계는 무른 모래를 눌러 다진 층에 가까워 이온이 잘 지나가지만, 대기 안정성과 유독가스 측면에서는 산화물계가 비교 우위로 거론된다.
후지필름의 KR20160051877A 명세서는 무기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 선호 범위를 소재계별로 따로 적는다. 황화물계는 1×10⁻⁴ S/cm 이상(더 바람직하게 1×10⁻³ S/cm 이상), 산화물계는 1×10⁻⁶ S/cm 이상(더 바람직하게 1×10⁻⁵ S/cm 이상, 특히 5×10⁻⁵ S/cm 이상)이다. 같은 명세서 안에서 산화물계의 하한을 황화물계보다 두 자릿수 낮게 잡았다는 점은, 출원인이 산화물계의 낮은 이온전도도를 전제로 권리 범위를 설계했음을 보여 준다.
비교: 소재계별 물성과 두 출원인의 전략
| 구분 | 황화물계 | 산화물계 | 폴리머계 |
|---|---|---|---|
| 특허 기재 예시 조성 | Li₂S-P₂S₅ 계열 | Li₇La₃Zr₂O₁₂(가넷형), LLT 등 | 본 글 검증 범위 밖 |
| 이온전도도 선호 하한(S/cm, KR20160051877A) | 1×10⁻⁴ 이상 | 1×10⁻⁶ 이상 | 특허 기재 없음 |
| 대기 안정성 | 산화물계 대비 불리 | 안정적, 유독가스 없음 | 본 글 검증 범위 밖 |
| 가공성 | 본 글 검증 범위 밖 | 고온 소결 필요, 대면적화 어려움 | 상온 유연 가공, 제조 쉬움 |
| 약점 | 대기 안정성·유독가스 우려 | 입자 간 계면 저항 | 낮은 이온전도도·기계적 강도 |
자료: KR20160051877A 명세서 기재 수치·예시와 원문 설명을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같은 특허 안에서도 산화물계의 이온전도도 선호 하한(1×10⁻⁶ S/cm)은 황화물계(1×10⁻⁴ S/cm)보다 100배 낮게 설정돼 있다. 산화물계는 안정성을 얻는 대신 이온 이동과 계면에서 불리하다는 점이 수치로 드러난다.
| 구분 | 후지필름 KR20160051877A | 삼성전기 ‘전고체’ 출원군 |
|---|---|---|
| 확인 범위 | 단일 특허(청구항 15개) | 14건(2023-03-20 보도 기준) |
| 핵심 청구 대상 | 무기 고체전해질 + 하드·소프트 세그먼트 폴리머 바인더 조성물 | 세라믹계 고체전해질 중심(보도 기준) |
| 소재계 서술 | 황화물계·산화물계 모두 포함, 산화물계를 특히 바람직하다고 기재 | 폴리머계보다 세라믹계 안정성이 높다고 부각 |
| 폴리머의 역할 | 전해질이 아닌 바인더로 청구 | 비교 대상(경쟁 기술)으로 언급 |
자료: Google Patents(KR20160051877A, KR101842375B1), 디일렉 보도(2023-03-20)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두 출원인 모두 무기(세라믹계) 고체전해질을 중심에 두지만, 폴리머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한쪽은 폴리머를 바인더로 청구해 권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다른 쪽은 폴리머계를 비교 대상으로 두고 세라믹계 우위를 논증한다.
특허 관점: 폴리머는 전해질이 아니라 바인더로 청구된다
원문 정정(출원인과 청구항): KR20160051877A의 출원인은 후지필름 주식회사이고, 우선일 2013년 9월 25일, 출원일 2014년 9월 25일, 공개일 2016년 5월 11일이다. 이 출원은 KR101842375B1으로 등록됐고(2018년 3월 26일 공고), Google Patents 기준 상태는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34년 9월 25일이다. 원문은 이 특허가 ‘정극·고체전해질층·부극 중 적어도 한 층에 무기 고체전해질을 함유하는 구성’을 청구한다고 설명했지만, 청구항 1은 그보다 먼저 조성물을 청구한다. 청구항 1의 요지는 주기율표 1족 또는 2족 금속 이온 전도성을 갖는 무기 고체전해질과, 분자 구조 안에 하드 세그먼트와 소프트 세그먼트를 가진 폴리머로 이루어진 바인더를 포함하는 고체전해질 조성물이다. 종속항은 하드 세그먼트에 아미드·우레아·우레탄·이미드 결합을, 소프트 세그먼트에 폴리알킬렌옥사이드·폴리카보네이트·폴리에스테르·실리콘 사슬을 한정하고, 전극 시트와 전고체 이차전지 구성으로 이어진다.
자료: KR20160051877A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원문 정정(삼성전기 수치): 원문은 “삼성전기 전고체 특허 14건 중 12건이 세라믹계(주로 산화물계)에 집중”이라고 썼다. 원 보도에서 ’14건 중 12건’은 2020년 11~12월에 출원된 건수이며, 소재계 분포가 아니다. 보도는 공개된 특허가 주로 세라믹계에 집중돼 있다고만 전하고, 산화물계·황화물계의 건수 구분은 제시하지 않는다.
삼성전기 명세서의 서술 구조도 권리 해석과 연결된다. 배경기술에서 폴리머계의 약점과 세라믹계의 안정성을 대비해 두면, 심사 단계에서 발명의 기술적 의의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반면 이 서술은 나중에 권리 범위를 해석할 때 ‘세라믹계를 전제로 한 발명’이라는 한정적 해석의 근거로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 경쟁 소재계를 직접 깎아내리기보다 자사 소재계가 극복할 과제와 연구개발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은, 이런 해석상 부담을 줄이면서 기술적 우위를 설명하려는 절충으로 읽힌다.
통찰: ‘산화물계 대 폴리머계’라는 구도는 청구항 차원에서는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후지필름 특허의 청구항 1은 무기 고체전해질의 종류를 황화물계나 산화물계로 좁히지 않고, 폴리머를 바인더로 청구한다. 따라서 폴리머 전해질을 쓰지 않는 산화물계·황화물계 셀 제조사라도 전극이나 고체전해질층에 하드·소프트 세그먼트 구조의 폴리머 바인더를 쓰면 이 권리 범위와 맞닿을 가능성이 있다. 소재계 기준으로만 FTO 대상을 추리면 이런 바인더 특허를 놓칠 수 있다.
회피 포인트: 청구항 1의 핵심 한정은 바인더 폴리머가 ‘하드 세그먼트와 소프트 세그먼트를 모두 갖는’ 구조라는 점이다. 단일 세그먼트 구조의 바인더(예: 불소계 단일 중합체)를 쓰거나, 삼성전기가 발표한 것처럼 전극과 전해질을 얇게 인쇄해 적층한 뒤 소결하는 방식으로 완성 전지에서 폴리머 바인더가 남지 않게 하면 문언 범위와 거리를 둘 여지가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소결 전 단계의 슬러리나 그린시트(소성 전 성형체)에 하드·소프트 세그먼트 바인더가 들어 있다면, 청구항 1이 ‘조성물’ 청구항이라는 점에서 제조 중간 단계가 권리 범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단일 중합체라도 분자 안에 결합 성격이 다른 구간이 있으면 하드·소프트 세그먼트 해당 여부를 두고 해석이 갈릴 수 있다. 결국 회피 가능성은 공정 단계별 조성과 청구항 정의를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한계와 전망
소재계별 특허 전략의 차이는 결국 기업의 양산 로드맵과 맞물려 있다. 산화물계는 소형 고신뢰성 응용에, 폴리머계는 저비용 대량 생산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기가 웨어러블용 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발표한 것도 소형 응용에서 산화물계의 안정성을 먼저 활용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산화물계의 대면적화 한계가 풀리지 않으면, 산화물계 중심 포트폴리오는 소형 기기 시장 안에 머물고 전기차용 전고체 경쟁에서는 권리 행사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세라믹계 우위를 논증한 명세서 서술은 오히려 다른 소재계로 확장할 때 스스로의 권리 범위 해석을 좁히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전략적 대안은 소재계 자체보다 소재계를 가로지르는 층위, 즉 바인더·계면·적층 공정에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후지필름 사례처럼 전해질 종류를 좁히지 않은 바인더·계면 청구항은 어떤 소재계가 주류가 되더라도 유효하게 쓰일 여지가 크다.
실무 액션: 전고체 셀을 개발하는 기획·IP 담당자는 FTO 대상을 ‘전해질 소재계’로만 거르지 말고, 자사 전극·전해질층에 쓰는 바인더의 분자 구조(하드·소프트 세그먼트 유무)를 KR101842375B1 청구항 1과 대조하는 항목을 검토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삼성전기 전고체 출원 14건의 소재계별(산화물계·황화물계) 분포와 개별 특허번호
- 원문이 언급한 ‘황화물계와 산화물계를 결합한 복합 전해질 특허 증가’ 흐름의 정량 근거
- KR20160051877A의 일본·미국 등 해외 패밀리 등록 현황
- 폴리머계 고체전해질 측 대표 특허(본 글에서는 검증하지 않음)
출처
- Google Patents, KR20160051877A 서지·청구항·명세서
- Google Patents, KR101842375B1 서지
- 디일렉, 「삼성전기, 전고체전지 특허 14건 출원」, 2023-03-20
- 삼성전기 뉴스룸, 「삼성전기, 웨어러블용 전고체 배터리 세계 최초 개발」, 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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