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리사이클링 특허 — 습식제련 대체 기술 동향

무엇이 화제인가: 녹이지 않고 되살리는 재활용, 권리는 어디에 걸려 있나

직접 재활용(direct recycling) 특허는 ‘얼마나 많이 회수하느냐’보다 ‘공정을 어느 단위로 자르고 몇 도에서 처리하느냐’를 권리 범위로 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글은 미국 Li Industries의 두 특허 계열과 그보다 앞선 리튬 재도입 특허를 비교해, 습식제련을 대체하려는 기술이 청구항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전기차 보급 확대로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폐배터리를 분쇄해 얻는 ‘블랙매스(black mass, 분쇄 후 남는 전극 분말)’에서 니켈·코발트·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2023년 9월 10일 경북 경주시 강동면에 약 3,300억 원을 투입해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고, 완공 목표는 2028년으로 보도됐다. 제도 측면에서는 EU 이사회가 2023년 7월 10일 배터리 규정을 채택하면서 재활용 원료 최소 함량(코발트 16%, 납 85%, 리튬 6%, 니켈 6%)과 폐배터리 리튬 회수 목표(2027년 말 50%, 2031년 말 80%)를 제시했다.

긴장 요인은 기존 주류 공정의 한계다. 습식제련(hydrometallurgy)은 활물질을 산에 녹여 원소로 되돌리기 때문에 결정 구조가 사라지고, 다시 양극재로 쓰려면 합성을 처음부터 반복해야 한다. 이를 우회하려는 직접 재활용 특허가 늘고 있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직접 재활용은 습식제련과 무엇이 다른가, 대표 특허는 무엇을 청구하는가, 그리고 기획·IP 담당자는 재활용 공정을 설계할 때 어떤 구성요소를 먼저 대조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성을 녹여 다시 찍어내기 대신, 빠진 블록만 끼워 넣기

양극재는 리튬·니켈·코발트 등이 정해진 결정 구조로 쌓인 ‘레고 성’에 비유할 수 있다. 오래 쓴 배터리의 양극재는 성의 뼈대는 대부분 남아 있지만 리튬 블록 일부가 빠져 있고, 표면에 흠집이 생긴 상태다. 습식제련은 이 성을 통째로 녹여 블록 원료로 되돌린 뒤 새 성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원소 단위로 순도 높게 회수할 수 있지만, 에너지와 화학물질 소모가 크다.

FIG. 1습식제련과 직접 재활용의 경로(개념도)습식제련10블랙매스 산 용해금속 이온으로 분리전구체·양극재 재합성원소 단위 회수직접 재활용20원료 균질화·바인더 제거결정 구조 유지리튬 보충·표면 복원활물질 단위 재생직접 재활용은 공정이 짧지만 원료 균질성에 민감하다
Fig. 1. 습식제련이 원소 단위로 되돌린 뒤 재합성하는 반면, 직접 재활용은 양극재 결정 구조를 유지한 채 재생한다는 차이를 보여 주는 개념도.
자료: 원문 설명과 US8846225B2·US12266772B2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한 개념도

직접 재활용은 성의 뼈대를 최대한 유지한 채 빠진 리튬 블록만 다시 끼우고 표면을 손보는 접근이다. 공정 단계가 짧아지는 대신, 원료가 되는 폐배터리의 화학적 균질성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제조사·사용 이력이 다른 폐배터리는 열화 정도와 조성이 제각각이어서, 뼈대를 살리려면 들어오는 원료를 먼저 고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향의 이른 사례가 US8846225B2(발명의 명칭 “Reintroduction of lithium into recycled battery materials”, 권리자 Steven E. Sloop, 우선일 2008년 2월 22일, 등록일 2014년 9월 30일)다. 청구항 1은 재활용 흐름에서 회수한 리튬 결핍 양극재를 압력 용기 안의 리튬 이온 수용액에 넣고 100~300°C에서 수열 처리해 결정 격자에 리튬을 확산시킨 뒤, 이를 분리·소결해 재활용 양극재를 얻는 방법이다.

비교: 습식제련과 직접 재활용, 그리고 특허별 처리 조건

구분 습식제련 직접 재활용
처리 대상 블랙매스를 산에 용해 양극재 결정 구조를 유지한 채 처리
회수 산출물 금속 이온·화합물(원소 단위) 재생 양극재(활물질 단위)
재사용 전 추가 공정 전구체·양극재 재합성 필요 리튬 보충·표면 결함 복원
원료 편차 민감도 상대적으로 낮음(원소로 분해) 높음(조성·열화 편차가 품질에 직결)
대표 처리 온도(특허 기재) 본 글 검증 범위 밖 수열 리튬 재도입 100~300°C(US8846225B2)
Fig. 2. 습식제련과 직접 재활용의 공정 특성 비교
자료: 원문 설명과 US8846225B2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두 방식의 차이는 회수 단위(원소 대 활물질)에서 갈린다. 직접 재활용은 재합성 공정을 줄이는 대신 원료 편차를 공정 안에서 흡수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특허 권리자 우선일 등록일 상태·만료 예정 청구항 1의 핵심 조건
US8846225B2 Steven E. Sloop 2008-02-22 2014-09-30 Active·2030-09-13 수열 처리 100~300°C로 리튬 재도입 후 소결
US11631909B2 Li Industries Inc 2018-11-28 2023-04-18 Active·2040-04-28 코어 섹션 가공 → 용매 투입 → 이온 전도 매질로 활성 원소 균질 분포
US12266772B2 Li Industries Inc 2022-05-11 2025-04-01 Active·2043-05-10 1차 열처리 약 100~700°C(바인더 80wt% 이상 분해) → 집전체 분리 → 2차 열처리 약 400~1,200°C(잔류 바인더 90wt% 이상 분해)
US12431553B2 Li Industries Inc 2022-05-11 2025-09-30 Active·2043-05-10 US12266772B2와 같은 2단 열처리 온도 범위·바인더 분해율
Fig. 3. 직접 재활용 관련 미국 특허의 서지와 청구항 1 조건 비교
자료: Google Patents 서지·청구항(US8846225B2, US11631909B2, US12266772B2, US12431553B2)을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2018년 우선일 특허는 ‘셀을 어떤 단위로 잘라 어디에 넣는가’를, 2022년 우선일 특허들은 ‘몇 도에서 바인더를 얼마나 분해하는가’를 청구한다. 같은 출원인 안에서도 권리의 초점이 공정 구조에서 열처리 파라미터로 옮겨 갔다.

특허 관점: 코어 섹션에서 2단 열처리로

US11631909B2의 청구항 요지(재서술): 발명의 명칭은 “Methods and systems for scalable direct recycling of batteries”이고, 출원인은 Li Industries Inc, 우선일은 2018년 11월 28일, 출원일은 2019년 11월 26일, 등록일은 2023년 4월 18일이다. 청구항 1은 ① 하나 이상의 배터리를 애노드부·캐소드부·분리막부·전해질을 포함하는 복수의 코어 섹션으로 가공하고, ② 이 코어 섹션들을 용매에 넣어 캐소드 재료 혼합물을 만들며, ③ 용매와 전해질이 이루는 이온 전도 매질을 통해 캐소드 재료 안의 활성 원소가 실질적으로 균질하게 분포되도록 하는 단계로 구성된다.

FIG. 4US11631909B2 청구항 1 구성요소 지도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회피 가능성·대응(a)배터리를 복수의 코어 섹션으로 가공셀 해체 후 전극 분리 공정과 대비(b)코어 섹션은 애노드·캐소드·분리막·전해질 포함전해질 선제거 시 결여 여지(c)코어 섹션을 용매에 넣어 캐소드 재료 혼합물 형성건식 처리면 거리 확보 가능(d)용매+전해질 이온 전도 매질로 활성 원소 균질 분포'실질적 균질' 해석 다툼 주의2022년 계열(US12266772B2)은 별도 열처리 청구항
Fig. 4. US11631909B2 청구항 1을 네 구성요소로 나누고, 전해질을 포함한 코어 섹션이라는 핵심 한정과 요소별 회피 가능성을 대응시킨 도식.
자료: US11631909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원문 정정 두 가지: 첫째, 원문은 US8,846,225를 “습식제련 이후 리튬만 다시 넣어주는 종래 기술”로 설명했다. 이 특허의 청구항 1은 회수한 양극재를 수열 처리해 리튬을 재도입하는 방법이며, 습식제련 공정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US11631909B2 명세서는 이 특허를 습식제련 재활용에 관한 참고 문헌으로 언급한다. 둘째, 원문은 US12266772B2와 US12431553B2를 같은 특허 패밀리의 후속 특허로 보고 온도·시간·분위기를 청구한다고 썼다. Google Patents 기준 두 특허는 2022년 5월 11일 우선권에 기초한 별도 계열로 US11631909B2의 계속출원 관계가 표시되지 않는다. 청구항 1에 기재된 것은 온도 범위와 바인더 분해율이며, 처리 시간과 분위기는 청구항 1이 아니라 명세서 실시 형태에서 다뤄진다.

통찰: 같은 출원인의 두 계열은 균질성 문제를 서로 다른 지점에서 공략한다. 2018년 계열은 전해질을 포함한 코어 섹션을 용매에 넣어 이온 전도 매질을 만들고, 그 안에서 활성 원소를 고르게 퍼뜨리는 ‘액상 균질화’를 청구한다. 2022년 계열은 바인더를 두 번의 열처리로 단계적으로 제거하는 ‘열적 정제’를 청구한다. 앞의 것이 원료 편차를 섞어서 평균화하는 접근이라면, 뒤의 것은 불순물을 태워서 제거하는 접근이다. 직접 재활용의 본질적 난제인 원료 불균질을 두 갈래로 나눠 권리화했다는 점에서, 경쟁사는 한 계열만 회피해서는 FTO를 마무리하기 어렵다.

회피 포인트: US11631909B2는 ‘전해질을 포함한 코어 섹션’을 ‘용매’에 넣는 구성이 핵심이다. 셀을 먼저 방전·해체해 전해질을 제거하고 전극만 분리 처리하는 공정은 이 구성요소를 결여할 여지가 있다. US12266772B2와 US12431553B2는 1차 열처리에서 바인더 80wt% 이상, 2차 열처리에서 잔류 바인더 90wt% 이상을 분해한다는 한정을 둔다. 바인더를 열처리가 아닌 용매 용해로 제거하는 공정은 1차 열처리 요소와 거리를 둘 수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두 열처리 청구항의 온도 범위는 ‘약 100~700°C’, ‘약 400~1,200°C’로 넓고 ‘약(about)’이라는 표현이 붙어 있어, 통상의 소성 공정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 용매로 바인더 대부분을 녹인 뒤 남은 바인더를 고온 소성으로 제거하면 2차 열처리 요소를 충족한다는 주장이 나올 여지도 있다. 반대로 권리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넓은 온도 범위가 기존 열처리 문헌과 겹쳐 유효성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회피 가능성과 권리 안정성은 모두 개별 공정 조건과 선행문헌을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한계와 전망

직접 재활용은 폐배터리마다 열화 정도와 화학 조성이 제각각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힌다. 특허 문헌이 열처리 조건을 수치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도 이 균질성 문제를 공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제도화하는 EU 규정의 흐름과 맞물려, 앞으로는 회수율 자체보다 ‘재생된 소재의 성능 보증’과 관련된 특허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EU 규정의 재활용 원료 최소 함량은 코발트·리튬·니켈 같은 원소 기준으로 제시된다. 원소 기준 규제는 습식제련으로 회수한 금속도 그대로 충족할 수 있으므로, 규제가 직접 재활용을 특별히 우대하지 않는다. 대규모 습식제련 설비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직접 재활용은 특정 양극 조성이나 공정 스크랩처럼 원료가 균질한 틈새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대안은 두 방식을 대립 관계가 아닌 원료별 분기로 설계하는 것이다. 조성이 알려진 공정 스크랩은 직접 재활용으로, 이력이 섞인 사용 후 배터리는 습식제련으로 보내는 식으로 흐름을 나누면, 직접 재활용 특허의 FTO 검토 범위도 해당 분기에 한정할 수 있다.

실무 액션: 재활용 공정을 기획하는 담당자는 자사 공정의 바인더 제거 단계(열처리 여부, 온도 구간, 분해율 측정 방식)를 US12266772B2·US12431553B2 청구항 1의 수치 한정과 대조한 표를 만들고, 공정 조건 변경 시마다 갱신해 두어야 한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SK에코플랜트 경주 공장의 처리 방식(습식제련·직접 재활용 여부)과 처리 용량
  • EU 배터리 규정 재활용 원료 최소 함량의 적용 개시 시점(규정 원문 제8조 확인 필요)
  • US11631909B2의 해외 패밀리 및 계속출원 현황
  • US12266772B2 계열의 처리 시간·분위기 조건이 종속항에 포함되는지 여부

출처

  1. Google Patents, US11631909B2 “Methods and systems for scalable direct recycling of batteries” 서지·청구항·명세서
  2. Google Patents, US12266772B2, US12431553B2 “Methods and systems for scalable direct recycling of battery waste” 서지·청구항
  3. Google Patents, US8846225B2 “Reintroduction of lithium into recycled battery materials” 서지·청구항
  4. Council of the EU, “Council adopts new regulation on batteries and waste batteries”, 2023-07-10
  5. 한국일보, 「SK에코플랜트, 경주에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 짓는다」,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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