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천기술 하나가 특허 800개가 되는가 — LG화학 SRS 분리막으로 보는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

무엇이 화제인가: ‘특허 몇 건’이라는 숫자 뒤의 구조

특허 수백 건은 발명 수백 개가 아니라, 하나의 원천기술을 입자·조성·두께·배치·조립 방식 같은 세부 구현 단위로 나눠 겹겹이 출원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LG화학이 2004년 개발한 SRS®(Safety Reinforced Separator, 안전성 강화 분리막)와 그 후속 특허 KR101750239B1(공개번호 KR20160054219A)은 이 구조를 보여 주는 사례다. 이 글은 원천기술 하나가 어떻게 특허 포트폴리오로 불어나는지, 그리고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특허 수는 배터리 업계의 공개 발언에서 자주 무기로 쓰인다. 2026년 3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부대행사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부사장)은 “각형 배터리 특허 침해나 기술 도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미국 등록 기준 각형 배터리 특허를 1,200건 넘게 보유한 반면 국내 경쟁사는 30~40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됐다. 같은 행사에서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CTO는 후발 주자들이 “정당하게 수업료를 내고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5월 기준 글로벌 특허가 출원 기준 10만 건, 등록 기준 약 5만 9,000건을 넘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긴장 요인은 과거 사례에서 나온다. LG화학은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고, ITC는 2021년 2월 10일 LG 측 손을 들어 SK 제품에 10년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두 회사는 2021년 4월 11일 현금 1조 원과 로열티 1조 원, 합계 2조 원에 합의하고 국내외 소송을 모두 취하하며 10년간 추가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SRS는 무엇을 해결하는가, 원천기술이 어떻게 특허 수백 건으로 쪼개지는가, 그리고 특허 수라는 숫자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비닐 랩 위에 입힌 내열 코팅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놓여 두 전극이 직접 닿지 않게 하면서 리튬 이온만 지나가게 하는 얇은 다공성 필름이다. 흔히 쓰이는 폴리올레핀 계열 분리막은 비닐 랩처럼 열을 받으면 오그라드는 성질이 있다. 분리막이 줄어들어 양극과 음극이 맞닿으면 내부 단락(쇼트)이 생기고, 이는 발열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FIG. 1SRS 분리막을 포함한 전극조립체 단면(개념도)양극10세라믹 코팅층20무기 입자+고분자 바인더분리막 기재30다공성 고분자 필름음극40위 → 아래코팅이 기재의 열수축을 버틴다
Fig. 1. 분리막 기재 위에 세라믹 입자와 고분자 바인더 코팅층을 둔 SRS 분리막이 양극과 음극 사이에 놓인 구조를 보여 주는 개념도.
자료: 한국일보(2015-03-08) 보도와 KR101750239B1 명세서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한 개념도

SRS는 이 필름 표면에 세라믹 입자와 고분자 바인더를 코팅해 열적·기계적 강도를 높인 분리막이다. 비유하자면 오그라들기 쉬운 비닐 랩 위에 얇은 세라믹 옷을 입혀, 열을 받아도 모양을 버티게 만든 것이다. 2015년 3월 보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 기술로 내부 단락을 방지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원문은 일반 분리막이 100°C 근처에서 수축하고 SRS는 200°C에서도 형태를 유지한다고 적었는데, 이 수치의 1차 출처는 확인하지 못해 아래 확인 항목으로 남긴다.

KR101750239B1은 이 원리를 한 단계 더 세분한 후속 특허다. 이 특허가 겨냥한 문제는 분리막 가장자리다. 전극보다 넓게 튀어나온 분리막 끝부분(잉여부)은 고온에서 먼저 수축하기 쉽다. 특허는 이 잉여부에 분리막보다 두꺼운 코팅층을 입혀 수축을 막는 구조를 제시한다.

  • 원천 개념: 분리막에 세라믹 입자+바인더를 코팅한다(SRS, 2004년 개발)
  • 후속 세부 구현: 전극 밖으로 나온 분리막 잉여부에만 두꺼운 코팅층을 추가한다(KR101750239B1, 2014년 출원)

비교: 일반 분리막과 SRS, 그리고 SRS 특허의 시간축

항목 일반 분리막 SRS(세라믹 코팅)
표면 구성 다공성 고분자 필름 필름 표면에 세라믹 입자+고분자 바인더 코팅
내열 한계(원문 기재) 약 100°C 약 200°C
코팅 층수(원문 기재) 2개 층(일반 세라믹 코팅) 3개 층
고니켈 배터리 적합성 제한적 적합
Fig. 2. 일반 분리막과 SRS 분리막의 구성·내열 특성 비교
자료: 원문 비교표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표면 구성은 2015-03-08 한국일보 보도 기준, 내열 온도·층수는 원문 기재값으로 1차 출처 미확인)

이 표가 말하는 것: 원문 기재 기준으로 SRS의 내열 한계는 일반 분리막의 약 2배(100°C→200°C)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일수록 이 여유 폭이 안전 설계의 핵심 변수가 된다.

시점 사건 포트폴리오상 의미
2004년 LG화학 SRS® 기술 개발 원천 개념 확보
2007년 한국 특허 등록 본국 권리화
2010~2014년 미국(2010), 중국(2012), 유럽·일본(2014) 등록 주요 시장 패밀리 확장
2014-11-06 KR20160054219A 출원(잉여부 코팅) 세부 구현 단위 후속 출원
2014년 / 2015년 3월 일본 우베막셀, 중국 시니어(Senior)와 라이선스 계약 매출액 일정 비율 특허료 수취
2017-06-23 KR101750239B1 등록 2034년까지 존속 예상
Fig. 3. SRS 관련 특허·라이선스의 시간축
자료: 한국일보(2015-03-08) 보도, Google Patents KR20160054219A·KR101750239B1

이 표가 말하는 것: 원천 개념의 권리화(2007년)와 세부 구현 후속 특허의 등록(2017년) 사이에는 10년의 간격이 있다. 이 간격만큼 포트폴리오 전체의 존속 기간이 뒤로 늘어난다.

특허 관점: 하나의 원천기술이 수백 건으로 쪼개지는 방식

서지 사항: KR20160054219A는 발명의 명칭이 ‘SRS 코팅 분리막을 포함하는 전극조립체'(Electrode assembly with SRS coated separator)이고, 출원인은 LG화학이다. 발명자는 서정민, 김동명, 윤형구, 정이현 4인이다. 우선일·출원일은 2014년 11월 6일, 공개일은 2016년 5월 16일이며, 2017년 6월 23일 KR101750239B1로 등록됐다. 권리는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전됐고,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34년 11월 6일이다. 원문은 이 특허를 ‘LG화학 SRS 특허’로 소개했지만 현재 권리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다.

청구항 요지(재서술): 청구항 1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이 있고, 분리막이 양극·음극의 폭 방향 양쪽으로 더 넓게 뻗어 잉여부를 이루며, 이 잉여부의 한 면 또는 양면에 분리막보다 두꺼운 코팅층이 형성된 전극조립체를 청구한다. 종속항은 이를 수치로 좁힌다.

  • 잉여부 폭: 분리막 폭의 5~12%
  • 코팅 폭: 잉여부 폭의 50~90%
  • 코팅 두께: 음극 두께의 30~99%
  • 코팅 조성·방식: 무기 입자+바인더 고분자, 습식 또는 건식 코팅
  • 조립 형태: 권취형, 적층형, 폴딩형
FIG. 4KR101750239B1 청구항 구성요소 지도청구항 구성요소(재서술)회피 가능성·대응(a)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 개재공통 요소, 회피 어려움(b)분리막이 전극 폭 양쪽으로 뻗어 잉여부 형성대부분 셀 설계가 해당(c)잉여부 한 면 또는 양면에 분리막보다 두꺼운 코팅층두께 이하 설계 시 결여 여지(d)종속항: 잉여부 5~12%, 코팅 폭 50~90%범위 밖 설계로 거리 확보(e)종속항: 코팅 두께가 음극 두께의 30~99%균등론·유효성 모두 검토독립항은 수치 한정 없이 '두꺼운 코팅'만으로 성립
Fig. 4. KR101750239B1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재서술하고 요소별 회피 가능성을 대응시킨 청구항 지도.
자료: KR101750239B1(공개 KR20160054219A)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구조가 원문이 말한 ‘포트폴리오 전략’의 실체다. 원천 개념(세라믹 코팅 분리막) 위에 코팅 위치(잉여부), 두께 비율, 폭 비율, 조성, 조립 형태를 각각 청구항 단위로 쌓으면, 경쟁사가 원천 개념을 피하려 해도 주변부의 세부 구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LG화학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2014년 일본 우베막셀, 2015년 3월 중국 시니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관련 제품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특허료로 받기로 한 것으로 보도됐다.

통찰: 포트폴리오의 진짜 효과는 ‘수’가 아니라 ‘존속 기간의 연장’이다. 2004년 개발 직후 출원된 원천 특허들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라는 존속 기간 기준으로 이미 만료됐거나 만료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 반면 2014년 출원된 KR101750239B1은 2034년까지 존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천 개념은 공중의 영역으로 넘어가도, 실제 양산에 필요한 세부 구현이 후속 특허로 묶여 있으면 권리자의 협상력은 유지된다. 따라서 특허 수를 평가할 때는 건수보다 ‘각 건이 언제 만료되는가’의 분포를 먼저 봐야 한다.

회피 포인트: 청구항 1의 핵심 한정은 ‘잉여부의 코팅층이 분리막보다 두껍다’는 점이다. 잉여부 코팅을 분리막 두께 이하로 설계하거나, 잉여부에 별도 코팅 없이 전면 균일 코팅만 적용하는 구조는 이 요소를 결여할 여지가 있다. 종속항의 수치 범위(5~12%, 50~90%, 30~99%) 밖에 설계를 두면 종속항과는 거리를 둘 수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코팅 두께를 분리막과 비슷하게 맞추더라도 잉여부 수축 방지라는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달성한다면 균등론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권리자 입장에서도 청구항 1은 수치 한정 없이 ‘분리막보다 두꺼운 잉여부 코팅’만으로 성립하는 넓은 청구항이어서, 분리막 가장자리 보강에 관한 선행기술이 제시되면 유효성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회피 가능성과 권리 안정성은 모두 개별 설계와 선행문헌을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한계와 전망

특허를 많이 보유했다고 해서 곧바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문이 지적했듯 이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신경전은 전면적 법적 분쟁보다 기술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신중론도 있다. 다만 LG-SK 사례처럼 핵심 인력 이동이나 기술 유출 정황이 확인되면 공개 경고가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낙관적 전망은 특허 수가 많은 쪽이 협상과 라이선스에서 우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세부 구현 특허는 수가 많은 만큼 개별 청구항이 좁아, 경쟁사가 수치 범위나 배치를 조금만 바꿔도 비켜 갈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1,200건 대 30~40건’ 같은 숫자는 실제 행사 가능한 권리의 크기를 과대 표시하게 된다. 또 원문이 언급한 ‘SRS 관련 800여 건’이나 ‘최대 6배’ 같은 수치는 각사 집계로, 제3자 데이터베이스 기준과 다를 수 있다.

전략적 대안은 경쟁사 포트폴리오를 건수가 아니라 ‘핵심 청구항 지도’로 평가하는 것이다. 자사 제품과 실제로 겹치는 독립항을 추려 만료 시점과 함께 배열하면, 수백 건의 숫자가 몇 건의 실질 리스크로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실무 액션: 분리막 코팅 설계를 다루는 IP 담당자는 자사 전극조립체에서 분리막 잉여부의 코팅 두께가 분리막 두께를 넘는지 먼저 확인하고, 해당하면 KR101750239B1 청구항 1과 종속항 수치 범위를 대비한 표를 작성하며, 해외 패밀리 존재 여부도 함께 조회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SRS 관련 특허 ‘전 세계 800여 건’이라는 수치의 1차 출처와 집계 기준
  • 일반 분리막 약 100°C, SRS 약 200°C 내열 한계와 코팅 층수(2개 층/3개 층) 비교의 1차 출처
  •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배터리 특허 경쟁사 대비 최대 6배’ 발언의 발언자·시점·집계 기준
  • 2004년 전후 출원된 SRS 원천 특허들의 구체적 번호와 만료 시점
  • KR101750239B1의 해외 패밀리 출원·등록 현황

출처

  1. Google Patents, KR20160054219A – Electrode assembly with SRS coated separator (LG화학)
  2. Google Patents, KR101750239B1 – Electrode assembly with SRS coated separator
  3. 한국일보, LG화학, 배터리 분리막 특허기술 중국 수출 (2015-03-08)
  4. 이투데이, 삼성SDI “각형 배터리 특허 침해·기술 도용 좌시 않겠다” [인터배터리 2026] (2026-03-11)
  5. 아주경제, 배터리 행사서 LG엔솔·삼성SDI 뜬금없는 설전 (2026-03-12)
  6. 파이낸셜뉴스,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특허 10만건 돌파 (2026-06-21)
  7. 서울신문, LG·SK “배터리 분쟁, 2조원에 합의”…국내외 모든 소송 취하 (20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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