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무엇이 화제인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원가는 원료인 황화리튬이 쥐고 있었다. 2026년 3분기, 그 원료를 백 톤 단위로 연속 합성하는 파일럿 라인이 중국에서 일제히 시운전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나왔다.
업계 상황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글로벌 완성차와 셀 메이커 다수가 2027~2028년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B-샘플’ 구간으로 잡고 있다. B-샘플은 실제 차량에 실어 검증하는 단계의 셀을 말한다. 여기서 긴장 요인이 하나 있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의 핵심 전구체인 황화리튬(Li2S, lithium sulfide)이 고체전해질 원가(BOM)의 약 80~90%를 차지하고, 그동안 킬로그램당 수천 달러를 호가해 왔다는 점이다[1]. 셀 설계를 아무리 다듬어도 원료 한 종이 원가표의 8할을 쥐고 있으면 그 아래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하나다. 백 톤급 파일럿 라인 가동은 실제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은 바꾸지 못하는가.
② 기본 원리 — 고체전해질 합성은 ‘물기 없는 제빵’에 가깝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대체로 황화리튬과 인 황화물(예: P2S5) 같은 원료를 섞고 갈아서(기계적 밀링) 반응시킨 뒤 열처리해 만든다. 제빵에 비유하면 황화리튬이 밀가루, 인 황화물이 이스트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밀가루가 물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점이다. 수분과 만나면 황화수소(H2S)를 내기 때문에, 합성 전 구간을 건조·불활성 분위기로 유지해야 한다.

자료: 2026-09-17 공개 보도 및 일반적 황화물계 합성 공정 설명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그래서 이 공정의 난도는 ‘반응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응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것’에 있다. 소량을 배치(batch)로 만드는 실험실 공정과, 라인을 세우지 않고 몇 주씩 돌리는 연속 공정은 요구 조건 자체가 다르다. 파일럿 라인 준공이 뉴스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숫자 자체(50톤, 100톤)보다 그 숫자를 연속 운전으로 뽑아내는 설비가 생겼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③ 비교 — 지금 돌아가고 있는 파일럿의 실제 규모
| 주체 | 대상 품목 | 보고된 규모 | 단계(2026년 3분기 기준) |
|---|---|---|---|
| 틴치(Tinci·톈츠재료) | 황화리튬 /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 분기당 Li2S 50톤, 고체전해질 100톤 연속 생산 | 백 톤급 파일럿 라인 준공, 3분기 시운전 착수 |
| 샤먼텅스텐(Xiamen Tungsten) | 고순도 황화리튬 | 규모 미공개 | 독자 공정으로 시험 생산 성공 |
| 베이징 이스프링(Easpring·당승과기) | 순수 전고체 전용 양극재 | 누적 50톤 이상 출하 | CATL·칭타오·웨이라이언·프롤로지움·간펑리튬 등에 납품 |
| 베이징 이스프링(동일 기업) | 고체-액체 하이브리드용 양극재 | 누적 1,000톤 돌파 / 복합 양극재 월 100톤 이상 | 상업 출하 단계 |
자료: 상하이금속시장(SMM) 주간 보고를 인용한 2026-09-17 보도[1]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전해질 원료는 이제 막 ‘분기당 수십 톤’ 구간에 들어섰는데, 양극재는 이미 ‘누적 천 톤’ 구간을 지나고 있다. 전고체 밸류체인의 병목은 양극이 아니라 여전히 전해질 쪽이며, 그 안에서도 황화리튬 한 종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④ 특허 관점 — 원료가 싸져도 ‘섞는 순서’는 남의 권리일 수 있다
원료 단가가 내려가는 것과, 그 원료로 전해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합성은 조성(무엇을 넣는가)뿐 아니라 공정 순서(무엇을 먼저 갈고 무엇을 나중에 넣는가)까지 청구항으로 보호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이데미쓰코산(Idemitsu Kosan)과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가 공동 출원한 US11183708B2를 보자. 우선일 2015-04-17, 출원일 2016-04-13, 등록·공개일 2021-11-23, 현 권리자는 도요타자동차, 법적 상태는 Active(조정 존속기간 만료 2036-08-16), 등록 청구항은 8개다[2]. 원문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구성요소 단위로 재서술하면 청구항 1은 다음과 같이 읽힌다.
| 청구항 1의 구성요소(재서술) | 권리 범위상의 의미 |
|---|---|
| (a) Li·S·P·I·Br 원소를 함유하는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제조방법일 것 | 조성 한정 — 요오드·브롬을 동시에 포함하는 계로 범위를 좁힘 |
| (b) 유기용매 존재 하 슬러리법으로 황화리튬과 브롬화리튬을 혼합·분쇄 | 공정 경로 한정 — 건식 밀링이 아닌 슬러리 경로 |
| (c) 그 분쇄 혼합물의 CuKα선 분말 X선 회절에서 브롬화리튬 유래 회절 피크가 관찰되지 않을 것 | 중간 상태를 측정 가능한 지표로 못 박은 한정 — 침해 판단의 기준선 |
| (d) 이어서 인 황화물과 요오드화리튬을 투입·반응시켜 분말을 형성 | 투입 순서 한정 — ‘나중에’ 넣는 것이 요건 |
| (e) 얻어진 분말을 가열 | 후처리 단계 |
자료: US11183708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도면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여기서 권리 범위의 축은 조성이 아니라 순서와 중간 상태의 확인 지표다. 특히 (c)의 “브롬화리튬 회절 피크가 관찰되지 않을 것”은 중간 생성물의 상태를 측정 가능한 조건으로 고정한 것으로, 침해 소지를 다툴 때 가장 먼저 검증되는 지점이 된다.
회피 설계 시나리오를 굳이 그려 본다면 ⓐ 투입 순서를 바꿔 브롬화리튬을 후단에 넣는 경로, ⓑ 슬러리법이 아닌 건식 밀링 경로, ⓒ LiBr 피크가 일부 잔존하는 조건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공정 창을 확보하는 방향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런 회피가 실제로 성립할지는 개별 실시 형태와 균등 범위 판단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FTO(침해 여부) 검토는 청구항 1만이 아니라 종속항 8개 전체와 동일 패밀리를 함께 놓고 해야 한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원료 단가 하락이 2027~2028년 B-샘플의 생산 단가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1].
반대 시나리오도 같이 봐야 한다. 분기당 50톤은 기가팩토리 한 곳의 수요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파일럿에서 산출된 단가는 감가상각과 실수율이 충분히 반영되기 전의 숫자이며, 스케일업 과정에서 불순물 관리·수분 관리 비용이 되살아나면 하락 폭은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 공급처가 소수 기업에 몰려 있다는 사실 자체도 조달 리스크로 남는다.
전략적 대안을 하나 제시하면, 원료 조달과 공정 특허를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다. 값싼 Li2S를 확보하는 일과, 그 Li2S를 쓰는 합성 경로가 타사 권리에 걸리지 않는 일은 서로 다른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된다. 원료 공급계약서에 합성 경로에 대한 보증 조항이 없다면, 원가 절감분이 나중에 라이선스 비용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전고체 로드맵에 적힌 황화물계 전해질 합성 경로를 한 장으로 정리한 뒤, 그 경로의 ‘투입 순서’가 US11183708B2 및 동일 패밀리의 청구항 구성과 겹치는 구간이 있는지 1:1로 대조해 볼 것. 겹친다면 회피 설계 결론은 원료 계약 체결 이전에 나와야 한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틴치·샤먼텅스텐의 실제 황화리튬 판매 단가(kg당)는 공개되지 않았다. 본문의 ‘수천 달러’ 수치는 종전 시세에 대한 보도 인용이며, 파일럿 이후 단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 US11183708B2의 각국 패밀리 구성과 한국 대응 출원의 등록 여부는 이 글에서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다.
출처
- 글로벌이코노믹, 「中, 황화물계 전고체 핵심 원료 ‘황화리튬’ 파일럿 양산 설비 일제 완공」, 2026-09-17(상하이금속시장(SMM) 주간 보고·리서치앤마켓·우드맥킨지 분석 인용). 기사 링크
- Google Patents, US11183708B2 「Method for producing sulfide solid electrolyte and sulfur-based material」 서지사항 및 청구항 1(2026-09-20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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