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전고체’ 셀 안에 남아 있는 액체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의 전고체 배터리는 음극 쪽은 고체 세라믹 분리막으로, 양극 쪽은 ‘캐솔라이트(catholyte, 양극 전용 액체 전해질)’로 이온 길을 만드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이 양극 쪽 액체의 조성을 다루는 것이 2024년 4월 23일 등록된 미국 특허 US11967676B2(발명의 명칭 “Catholytes for a solid-state battery”, 출원인 QuantumScape Battery, Inc.)다. 이 글은 이 특허를 통해 ‘완전 고체’라는 이름 뒤에 남아 있는 계면 문제와 그 권리 범위를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전고체 배터리 하면 흔히 ‘고체 전해질 분리막’만 떠올리기 쉽다. 퀀텀스케이프도 자사 기술 소개에서 리튬 금속에 안정적이고 덴드라이트(리튬이 나뭇가지처럼 자라는 현상)를 억제하는 세라믹 분리막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동시에 같은 소개 페이지에서 이 세라믹 분리막을 양극용 유기 액체 전해질, 즉 캐솔라이트와 결합한다고 밝히고 있다.
긴장 요인은 여기서 생긴다. 분리막이 아무리 우수해도, 울퉁불퉁한 양극 활물질 입자들 사이로 리튬 이온이 이동할 길이 없으면 셀 저항이 커진다. 결국 상용화의 병목 일부는 분리막 소재가 아니라 양극 내부와 계면을 채우는 액체 화학에 걸려 있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캐솔라이트는 왜 필요한가, US11967676B2는 무엇을 어디까지 청구하는가, 그리고 기획·IP 담당자는 이 권리 범위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자갈 더미 사이에 물길을 내는 액체
퀀텀스케이프의 셀은 음극을 미리 만들지 않는 ‘무음극(anode-free)’ 방식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셀은 음극이 없는 방전 상태로 제조되고, 첫 충전 때 리튬 금속 음극이 제자리에서(in situ) 형성된다. 음극 쪽은 평평한 고체 분리막과 리튬 금속이 맞닿으므로 고체-고체 접촉으로 버틸 수 있다. 문제는 입자로 이루어진 양극 쪽이다.
자료: US11967676B2 청구항과 QuantumScape 기술 소개 페이지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양극층은 자갈을 쌓아 올린 더미이고, 고체 분리막은 그 아래 깔린 매끈한 타일 바닥이다. 자갈과 타일은 몇 개의 점에서만 닿고, 자갈끼리도 틈이 많다. 리튬 이온이라는 물이 이 더미를 통과하려면 틈을 따라 흐를 물길이 필요하고, 캐솔라이트가 바로 그 물길 역할을 한다. 특허의 셀 제조방법 청구항도 캐솔라이트를 양극 안에 제공한 뒤 이를 가넷계 고체 분리막과 접촉시키는 구성을 담고 있어, 액체가 양극층 내부에 머무는 구조임을 보여 준다.
US11967676B2가 제시하는 캐솔라이트의 뼈대는 다음과 같다.
- 용매 계열: 고리 안에 황(S) 원자를 1개 이상 가진 탄소수 3~10의 헤테로고리 분자(고리에 탄소 외 원자가 섞인 분자) 2종 이상
- 대표 조합: 술포란(sulfolane)과 에틸렌설파이트(ethylene sulfite)를 30:70~50:50(부피비)으로 섞은 조합, 에틸렌설파이트:술포란 70:30 조합 등
- 리튬염 농도: 0.5~2.5M 범위가 제시되고, 더 넓게는 5.0M까지 기재된다
- 첨가제 목록: TTSPi, TTSPa, 트리메톡시보록신(TMOBX), 비닐렌카보네이트(VC), 비닐에틸렌카보네이트(VEC), MMDS, PES, 플루오로에틸렌카보네이트(FEC), LiTFSI, LiBOB, 숙시노니트릴, 트리메틸렌설페이트(TMS)
여기서 원문 설명을 한 가지 바로잡는다. 1,3-프로판설톤과 티오펜은 특허에서 첨가제가 아니라 황 함유 헤테로고리 분자 후보 목록에 들어 있다. 즉 이들은 소량 넣는 보조제가 아니라 용매 쌍을 구성할 수 있는 후보로 기재돼 있다. 또한 명세서의 정의 부분에는 캐솔라이트 용액의 끓는점이 60~100°C 범위일 수 있다는 기재가 있으나, 어떤 측정 조건을 전제로 한 값인지는 명세서만으로 확인되지 않아 아래 확인 항목으로 남긴다.
비교: 기존 액체 전해질 셀과 캐솔라이트 하이브리드 셀
아래 표는 원문 비교표를 특허 청구항과 회사 공개 자료로 보정한 것이다. 성능 수치는 퀀텀스케이프가 발표한 값으로, 제3자 검증 수치가 아니다.
| 구분 | 기존 액체 전해질 리튬이온 | 퀀텀스케이프 캐솔라이트+고체 분리막 |
|---|---|---|
| 주 이온 전도 매질 | 액체 전해질(셀 전체) | 음극 쪽: 가넷계 세라믹 분리막 / 양극 쪽: 캐솔라이트 |
| 액체 성분 위치 | 전극·분리막 전체에 함침 | 양극층 내부(양극 공극과 분리막 계면)에 국한 |
| 음극 | 흑연 등 호스트 소재 | 무음극 제조, 첫 충전 시 리튬 금속 형성 |
| 주요 용매 | EC/DMC 등 카보네이트계 | 황 함유 헤테로고리 2종 이상(예: 술포란+에틸렌설파이트 30:70~50:50 v/v) |
| 리튬염 농도(M) | 셀 설계별 상이 | 0.5~2.5(특허 기재 범위) |
| 공개 셀 에너지 밀도 | 셀 설계별 상이 | QSE-5 B샘플 301Wh/kg, 844Wh/L, 약 5Ah(회사 발표) |
| 가연성 액체 비중 | 높음 | 감소 방향(정량 비중은 공개 자료로 미확인) |
자료: US11967676B2 청구항·명세서, QuantumScape 기술 소개 페이지, QuantumScape 블로그(2024-10-23)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퀀텀스케이프 셀에서 액체가 사라진 곳은 음극 쪽이고, 양극층 안에는 여전히 액체 전해질이 설계돼 있다. 회사가 발표한 301Wh/kg·844Wh/L라는 수치는 이 하이브리드 구성 위에서 나온 결과로 읽어야 한다.
원문은 캐솔라이트를 “양극-분리막 계면의 얇은 층”으로 설명했지만, 청구항 표현은 캐솔라이트를 양극 안에 제공하는 구성이다. 따라서 ‘계면에만 얇게 바른 액체’보다는 ‘양극층 전체의 공극을 채우고 분리막과 맞닿는 액체’로 이해하는 편이 청구항 문언에 가깝다.
특허 관점: 넓은 독립항, 좁은 종속항
서지 사항: US11967676B2는 우선일 2021년 11월 30일, 출원일 2023년 5월 18일, 등록일 2024년 4월 23일이며,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42년 11월 30일이다. 발명자는 Jan Chan, Aram Yang이고, 공개공보는 US20230327184A1이다.
청구항 요지(재서술): 원문은 “독립항이 술포란·에틸렌설파이트를 특정 비율로 포함하는 용액을 청구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독립항은 이보다 넓다. 독립항은 네 갈래로 짜여 있다.
- 청구항 1(셀): 양극, 리튬 금속 음극, 리튬 과잉 가넷(lithium-stuffed garnet)을 포함하는 고체 전해질, 그리고 리튬염과 황 함유 C3~10 헤테로고리 분자 2종 이상을 포함하는 캐솔라이트로 이루어진 전기화학 셀
- 청구항 8(용액): 리튬염과 황 함유 C3~10 헤테로고리 분자 2종 이상(1~6개 치환기 선택 가능)을 포함하는 캐솔라이트 용액 그 자체
- 청구항 18(제조방법): 리튬염과 위 헤테로고리 분자 2종 이상을 혼합해 캐솔라이트를 제공하는 방법
- 청구항 24(셀 제조방법): 양극 안에 캐솔라이트를 제공하고 가넷계 고체 분리막과 접촉시키는 방법
술포란·에틸렌설파이트 조합과 30:70~50:50 비율은 종속항 단계의 한정이다. 또 원문은 제조방법 청구항이 “두 용매를 먼저 섞은 뒤 리튬염을 녹이는 순서”를 보호한다고 썼지만, 청구항은 리튬염과 분자들을 혼합하는 단계로 기재돼 있어 특정 투입 순서를 한정하지 않는다.
자료: US11967676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통찰: 용액 청구항은 셀 밖의 공급망까지 닿는다. 청구항 1은 가넷 분리막과 리튬 금속 음극을 요구하므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나 흑연 음극을 쓰는 셀은 청구항 1의 문언 범위 밖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청구항 8은 셀 구성과 무관하게 캐솔라이트 용액 자체를 청구한다. 따라서 침해 소지는 셀 제조사만이 아니라 해당 조성의 전해액을 조제·공급하는 전해액 업체 단계에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전고체 셀의 FTO(침해 여부 검토)를 분리막 소재 중심으로만 설계하면 이 층위를 놓칠 수 있다.
회피 포인트: 독립항의 핵심 한정은 ‘황 함유 헤테로고리 분자가 2종 이상’이라는 점이다. 문언상으로는 황 함유 헤테로고리 1종에 황을 포함하지 않는 공용매(예: 니트릴계나 카보네이트계)를 조합하면 이 구성요소를 결여할 여지가 있다. 또한 청구항 1·24는 가넷 분리막을 요구하므로, 비가넷 산화물이나 황화물 분리막을 쓰는 셀은 이 두 청구항과 거리를 둘 수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황 함유 분자를 1종으로 줄인 조성이 실질적으로 같은 기능(양극 내 이온 전도와 가넷 계면 호환성)을 같은 방식으로 달성한다면 균등론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특허권자 입장에서도 술포란 같은 황 함유 용매는 전해액 분야에서 오래 연구된 소재이므로, 독립항처럼 넓은 범위는 선행기술 대비 유효성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회피 가능성과 권리 안정성은 모두 개별 조성과 선행문헌을 1:1로 대조해야 판단할 수 있다.
한계와 전망
퀀텀스케이프는 2025년 6월 24일 분리막 공정 ‘코브라(Cobra)’가 기준(baseline) 생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이전 공정(Raptor) 대비 열처리 속도가 약 25배 개선됐다고 밝혔고, 이를 고처리량 연속 분리막 생산의 기반으로 설명했다. 다만 양산 수율과 원가는 여전히 공개 자료로 검증되지 않은 구간이다.
낙관적 전망은 분리막 공정 개선과 캐솔라이트 최적화가 맞물려 하이브리드 구조가 양산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셀 안에 가연성 유기 액체가 남아 있는 한, 규제 당국이나 완성차 업체가 ‘전고체’에 기대하는 안전성 가점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 장기 사이클에서 캐솔라이트와 가넷 계면의 안정성 데이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황화물계 등 액체를 쓰지 않는 방식이 성숙할 때 이 구조가 과도기 기술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다.
전략적 대안은 전고체 기술을 ‘분리막 소재’와 ‘양극 측 전해질 화학’이라는 두 권리 층위로 나눠 추적하는 것이다. 분리막 공정이 앞서도 양극 쪽 액체 조성의 권리는 별도로 움직이므로, 두 층위를 각각 모니터링해야 사업화 시점의 FTO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실무 액션: 하이브리드 전고체 셀이나 전해액 공급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양극 측 전해액 조성표에서 황 함유 헤테로고리 용매가 2종 이상 들어가는지 먼저 확인하고, 해당하면 US11967676B2 청구항 8·18과의 구성요소 대비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명세서가 기재한 캐솔라이트 끓는점 60~100°C가 어떤 측정 조건(압력 등)을 전제로 한 값인지
- 셀 전체 부피 대비 캐솔라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정량 공개 여부)
- US11967676B2의 해외 패밀리(WO·KR·EP 등) 출원·등록 현황
- QSE-5 셀에 실제 적용된 캐솔라이트 조성이 이 특허의 실시예 범위에 속하는지
출처
- Google Patents, US11967676B2 – Catholytes for a solid-state battery (QuantumScape Battery, Inc.)
- QuantumScape, Solid State Battery Technology (기술 소개 페이지)
- QuantumScape, A First Look at the QSE-5 B Sample (2024-10-23)
- QuantumScape 보도자료, QuantumScape Achieves Major Milestone: Cobra Separator Process Enters Baseline Production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