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특허(US11955601B2) 심층분석 — ‘XRD 피크비’라는 좁고 단단한 울타리

삼성SDI는 2026년 3월 인터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약 1,100건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숫자만 보면 압도적이지만, 특허 전략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몇 건을 가졌는가’보다 ‘대표 특허 하나의 권리범위가 실제로 얼마나 넓은가’를 뜯어보는 편이 더 실질적인 정보를 준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업계 상황을 정리하면,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아지로다이트형 결정구조(리튬·인·황·할로겐으로 이뤄진 특정 결정 배열)로 상당 부분 수렴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화학 조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하면, 경쟁사 간 특허 분쟁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정의했는가’의 싸움이 된다. 이 글은 삼성SDI의 대표 황화물계 전해질 특허인 US11955601B2를 청구항 단위로 뜯어보고, 이 좁은 정의가 후발주자에게 어떤 회피 여지를 남기는지를 살펴본다.

② 기본 원리

이 특허를 이해하려면 먼저 아지로다이트 구조에서 왜 ‘불순물’이 문제가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비유하자면, 이온이 이동하는 고체 전해질은 잘 정돈된 격자 형태의 도로망과 같다. 도로가 규칙적으로 뚫려 있으면 이온(차량)이 빠르게 통과하지만, 합성 과정에서 리튬설파이드(Li2S) 같은 부산물이 도로 중간에 흙더미처럼 남으면 그 구간에서 정체가 생긴다. 이 정체가 바로 이온전도도 저하로 나타난다.

X선 회절(XRD) 분석은 이 도로망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결정 구조에 X선을 쏘면 특정 각도(2θ)에서 반사파가 튀는데, 그 세기(피크 강도)를 비교하면 어떤 물질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삼성SDI 특허는 30°에서 나타나는 아지로다이트 본연의 피크 대비, 29°와 27.1° 부근에서 나타나는 불순물 관련 피크의 상대적 세기를 각각 0.06 이하로 억제하라고 규정한다. 즉 ‘흙더미가 거의 없는 도로’만을 권리범위로 못 박은 것이다.

③ 비교: 아지로다이트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관련 특허 3건

구분 US11955601B2 (삼성SDI·세종대) KR20250018801A (POSCO JK솔리드솔루션) KR20190007028A (선행기술 후보)
청구항 핵심 축 불순물상 억제(XRD 피크강도비 조건, ≤0.06) 대기·수분 안정성 향상 아지로다이트 결정에 비아지로다이트 코팅 적용
해결 과제 이온전도도 저하 원인 제거 공정비용 절감·수분 반응성 저감 계면 안정성 개선(코팅)
출원(우선권)일 2020-08-31 확인 필요 확인 필요
상태 등록(2024-04-09) 공개(등록여부 확인 필요) 확인 필요
회피설계 관점 시사점 XRD 조건을 벗어나는 합성 공정이면 문언침해 회피 가능성 다른 기술과제(수분안정성)로 접근해 청구항 축이 다름 코팅이라는 별도 구성요소로 구별 가능성

이 표가 말하는 것: 세 특허 모두 ‘아지로다이트 황화물계’라는 같은 화학적 큰 우산 아래 있지만, 청구항이 실제로 보호하는 지점(불순물 억제 vs 수분안정성 vs 코팅)은 서로 다르다. 이는 하나의 상위 개념에서도 청구항 설계에 따라 병존 가능한 권리범위가 여러 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US11955601B2 특허 출원 흐름 타임라인

④ 특허 관점

청구항 요지: US11955601B2(출원인 삼성SDI·세종대학교 산학협력단, 미국 출원번호 17/412,589, 한국 우선권 10-2020-0110596)의 독립항은 리튬·인·황·할로겐(X)을 포함하는 아지로다이트형 결정구조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로서, XRD 분석 시 2θ=29±0.1°와 30±0.1°의 피크강도비, 그리고 2θ=27.1±0.1°와 30±0.1°의 피크강도비가 각각 0.06 이하인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이는 조성(무엇을 넣었는가)이 아니라 결과물의 물성 지표(어떻게 나왔는가)를 청구항의 한정 요소로 삼은 방식이다.

출원 흐름: 이 특허는 2020년 8월 한국 특허청에 최초 출원된 뒤 우선권을 주장하며 2021년 8월 미국에 출원, 2022년 3월 공개공보(US20220069343A1)로 공개됐고 2024년 4월 정식 등록됐다. 등록까지 약 2년 7개월이 소요된 셈인데, 이는 물성 기반 청구항이 심사 과정에서 선행기술 대비 신규성·진보성 입증에 상당한 실험 데이터(XRD 데이터 등)를 요구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특허는 삼성SDI 단독출원이 아니라 세종대학교 산학협력단과의 공동출원으로 출발했으며, 흥미롭게도 후속 계열 특허인 US12341154B2(등록 2025-06-24)에서는 2025년 5월 세종대 지분이 삼성SDI로 전부 양도(assignment)되어 현재는 삼성SDI 단독 소유로 정리됐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이 특허의 청구항이 결정 순도라는 ‘정량적 문턱값’에 걸려 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회피 설계의 여지를 남긴다. 첫째, 동일한 리튬-인-황-할로겐 조성이라도 합성 공정(볼밀링 조건, 소성 온도·시간 등)을 조정해 XRD 피크강도비가 0.06을 초과하는 결정을 얻는다면, 이온전도도는 다소 낮아지더라도 문언침해(청구항 문구를 그대로 충족하는 침해) 판단에서는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POSCO JK솔리드솔루션의 KR20250018801A처럼 애초에 ‘순도’가 아니라 ‘수분 안정성’을 청구항의 축으로 설계하면, 균등론(문언은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동일한 기능·효과를 하는 경우 침해로 보는 법리) 판단까지 고려하더라도 경쟁 관계가 완화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두 시나리오 모두 실제 제품의 XRD 데이터를 확보해 클레임 차트를 작성해야 결론을 낼 수 있는 가설 수준이며, 균등론 적용 여부는 각국 심사기준과 판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 글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 KR20190007028A(비아지로다이트 코팅을 적용한 아지로다이트 결정 관련 선행기술 후보)와 삼성SDI 특허를 나란히 놓고 보면, 두 특허는 ‘불순물 억제’라는 목적은 유사하되 접근 방식(코팅 vs 합성조건 통제)이 달라 선행기술로서 신규성을 직접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는 검색 결과에 기반한 예비적 판단이며, 정식 FTO 검토를 위해서는 KIPRIS·USPTO 원문에서 출원인·청구항 전문을 재확인해야 한다.

⑤ 한계 및 전망

낙관적 전망은 삼성SDI가 ‘조성’이 아닌 ‘물성 지표’ 기반의 정밀한 청구항 설계로 아지로다이트 계열에서 상당히 방어력 높은 특허 울타리를 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 물성 기반 청구항은 방어력이 높은 만큼 입증·회피 판단도 까다로워서, 실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경쟁사가 자사 제품의 XRD 데이터가 이 문턱값 밖에 있다고 주장하며 비침해를 다툴 여지가 구조적으로 크다. 즉 특허가 ‘많다’는 사실과 ‘침해 판단이 쉽다’는 사실은 별개이며, 등록 특허라 해도 실제 분쟁에서 승소 가능성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이 특허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삼성SDI가 보유한 1,100건 규모의 인접 특허군(코팅, 전극-전해질 계면, 적층 공정 등)을 함께 매핑해 ‘포트폴리오 밀도’로 접근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개별 청구항의 회피 가능성이 존재하더라도, 인접 특허까지 모두 피해가기는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액션 아이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자체 개발 중이거나 공급받을 계획이라면, 해당 소재의 XRD 데이터(29°/30°, 27.1°/30° 피크강도비)를 확보해 US11955601B2의 청구항 문턱값과 대조하는 예비 클레임 차트를 작성해볼 것을 권한다. 이는 등록 가능성이나 침해 여부를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정식 FTO 검토에 앞서 리스크의 크기를 가늠하는 1차 스크리닝 단계로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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