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CATL이 3세대 셀투팩(CTP) 기술 “기린 배터리”를 공개하며 셀-모듈-팩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조립 순서에 균열을 냈다. 모듈이라는 중간 단계를 없애고 셀을 곧바로 팩에 넣는 이 구조는 이제 CATL만의 기술이 아니다 —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CTP를, 삼성SDI와 CATL은 각형 기반 CTP를 각각 선보이며 저마다 다른 구조 특허로 같은 목표에 접근하고 있다.

기본 원리
기존 배터리 팩은 셀을 여러 개 묶어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다시 모아 팩으로 조립하는 3단계를 거친다. 모듈 케이스는 완충재이자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했지만, 그만큼 공간과 무게도 차지했다. CTP는 이 모듈 단계를 생략해 남는 공간에 셀을 더 채워 넣는 방식이다. CATL은 이 방식으로 공간 활용률을 약 20%, BYD는 최대 40%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모듈이 해주던 구조적 지지 기능을 무엇으로 대체하느냐다.
특허 관점
CATL의 기린 배터리는 셀 사이에 수직 구조물(칸막이)을 넣고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결합해 모듈 없이도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의 특허가 등록돼 있다. KR102106448B1(배터리 팩)의 청구항 핵심은 배터리 셀 최외곽에 배치되는 엔드 플레이트와, 그 사이에 셀 모서리를 감싸는 프레임부 및 별도 부재 없이 용접이 가능한 부쉬 구조를 가진 엔드 블록을 조합하는 것이다. 명세서는 이 구조로 “구성 부품 개수가 감소하고 조립 공정이 절감되어 제조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청구범위 목적으로 명시하는데, 이는 CTP가 지향하는 부품 단순화·원가 절감 방향과 정확히 같은 문제의식이다.
한계와 전망
모듈을 없애면 공간과 원가는 얻지만, 외부 충격을 흡수해주던 완충 구조가 함께 사라진다는 트레이드오프가 남는다. CATL조차 “모듈을 빼면 배터리를 더 많이 집어넣는 대신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수직 구조물과 냉각 시스템으로 상쇄하려 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각 사가 CTP·블레이드 배터리·얼티엄 배터리 등 저마다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특허 경쟁의 본질은 결국 “모듈이 하던 일을 무엇으로, 어떻게 대체하는가”로 수렴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