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셀이 아니라 ‘전해질’을 한국에서 만든다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가 한국 대기업과 합작(JV)으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생산하는 계획을 구체화하며, 2028년 초기 500톤에서 시작해 2,000톤 단위 모듈을 더해 최종 연 2만톤까지 키우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핵심은 솔리드파워가 셀이 아니라 셀의 핵심 소재인 전해질을 파는 회사라는 점이고, 그래서 생산 거점 선택은 곧 ‘고객이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전고체 배터리는 상용화 시점이 계속 미뤄져 왔다. 그런 가운데 존 반 스코터(John Van Scoter) 솔리드파워 CEO는 2026년 8월 13일 JP모건 자동차 콘퍼런스에서 한국 대기업(사명 미공개)과의 파트너십을 2026년 안에 발표하고, 2027년 설계·건설을 거쳐 2028년부터 초기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2026년 8월 18일 보도됐다. 소규모 차량 생산(SOP)은 2029~2030년으로 제시됐다.
긴장 요인은 아직 확정된 것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솔리드파워가 2026년 8월 4일 발표한 2분기 실적 자료는 한국 내 상업 규모 전해질 생산을 위한 합작 가능성에 대해 선도 파트너들과 ‘논의를 진전시켰다’고만 적었다. 파트너 이름과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왜 황화물 전해질인가, 왜 한국인가, 그리고 특허 측면에서 한국 생산은 무엇을 바꾸는가이다.
기본 원리: 빠르지만 습기에 약한 이온 고속도로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가 리튬 이온의 통로가 된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산화물계보다 이온전도도가 높아 상온에서도 액체 전해질에 근접한 성능을 내고, 그래서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 후보로 꼽힌다. 솔리드파워의 전해질은 LPSCl(리튬·인·황·염소) 기반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구조로, 상온 이온전도도 5mS/cm 수준으로 보도됐다.
자료: 솔리드파워 보도자료(2025-10-30),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더구루(2026-08-18)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황화물 전해질은 차선이 넓은 고속도로다. 이온이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노면이 습기에 약해 비가 오면 곧바로 망가진다. 실제로 황화물 전해질은 수분에 취약해 생산 환경, 특히 건식룸(dry room) 요구가 까다롭다. 이 제약은 ‘어디서 만들고 어떻게 운반하는가’라는 공급망 문제로 이어진다. 소재를 멀리 운반할수록 포장·보관 부담이 커지므로, 셀 공장 가까이에서 만드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솔리드파워의 사업 모델도 이 구조 안에서 봐야 한다. 2025년 10월 30일 발표된 솔리드파워·삼성SDI·BMW 3자 협력에서 솔리드파워는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공급하고, 삼성SDI는 이를 분리막·캐솔라이트(양극 쪽 전해질)에 적용해 셀을 만들며, BMW는 셀을 평가해 실증 차량에 통합하는 역할을 맡았다. 솔리드파워는 셀을 직접 양산하기보다 셀메이커에 전해질을 파는 소재 공급사 전략을 택하고 있다.
비교: 단계별 생산 계획과 파트너 구도
| 구분 | 초기 단계 | 확장 단계 | 최종 목표 |
|---|---|---|---|
| 생산 규모(톤/년) | 500(JV) | 2,000 단위 모듈 순차 투입 | 20,000 |
| 방식 | 쉘 공장(건물 먼저, 설비는 나중) | 수요 가시화 시 모듈 추가 | 모듈 누적 |
| 시점 | 2026년 파트너십 발표, 2027년 설계·건설, 2028년 공급 | 수요 가시화 시점 | 미확정 |
자료: 더구루(2026-08-18) 보도, 2026-08-13 JP모건 자동차 콘퍼런스 발언 인용
이 표가 말하는 것: 500톤에서 2만톤까지는 40배 확대이며, 쉘 공장 방식은 건물을 먼저 짓고 수요에 맞춰 2,000톤 모듈을 채워 넣어 초기 투자 부담과 수요 불확실성을 함께 관리하는 전형적인 단계적 증설 전략이다.
| 관계사 | 역할 | 공개된 일정·현황 |
|---|---|---|
| 솔리드파워 | 황화물 고체전해질 개발·공급 | 미국 연속식 파일럿 라인: 2026년 3분기 설비 인수 시험, 4분기 가동 목표 |
| 삼성SDI | 전해질을 분리막·캐솔라이트에 적용, 셀 제조 | 2025-10-30 BMW와 3자 협력 발표 |
| BMW | 셀 평가, 실증 차량 통합 | 3자 협력의 차량 측 파트너 |
| SK온 | 셀 개발 협력사 | 라인 설치 계약(LIA) 완료·마일스톤 수령, 신규 협력 계약 협상 중(2026년 2분기 기준) |
| 한국 JV 파트너 | 전해질 상업 생산 | 사명 미공개, 2026년 내 발표 목표 |
자료: 솔리드파워 보도자료(2025-10-30),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2026-08-04), 더구루(2026-08-18)
이 표가 말하는 것: 솔리드파워 전해질의 수요처로 거론되는 셀메이커 두 곳이 모두 한국 기업이고, 2026년 6월 30일 기준 유동성은 4억 1,930만 달러로 발표됐다.
‘왜 한국인가’에 대해 반 스코터 CEO는 세계적 배터리 제조사, 정부 지원, 성숙한 원자재 공급망, 차별화된 배터리 생태계, 미국 기업과의 견고한 지정학적 관계, 그리고 지식재산 보호를 꼽은 것으로 보도됐다. 2025년 11월 보도에서는 “한국이 전고체 셀 시장의 중심”이라는 발언도 전해졌다. 여기에 이 글이 덧붙이는 해석은, 앞의 표가 보여 주듯 한국 선택은 ‘제조 여건’보다 ‘고객 근접성’의 논리로 더 잘 설명된다는 점이다. 수분에 약한 소재를 파는 회사가 주요 고객 두 곳의 본거지에 공장을 두는 것은 물류 위험을 줄이는 선택이기도 하다.
특허 관점: 생산지가 바뀌면 봐야 할 권리도 바뀐다
이번 JV 발표 자체에는 특허 정보가 없다. 대신 솔리드파워 명의의 기존 특허 두 건을 Google Patents에서 확인했다.
- US11349149B2(“Solid electrolyte material and solid-state battery made therewith”): 출원인 Solid Power Operating Inc, 우선일 2017년 3월 29일, 출원일 2018년 3월 27일, 등록일 2022년 5월 31일, 법적 상태 Active, 예상 만료일 2039년 1월 10일.
- US20220123359A1(“Solid electrolyte material synthesis method”): 출원인 Solid Power Operating Inc, 우선일·출원일 2019년 1월 25일, 공개일 2022년 4월 21일, 법적 상태 Pending(심사 중).
US11349149B2 청구항 1의 요지를 재서술하면, Li·P·T·A·X로 이뤄진 조성식에서 각 원소 비율이 정해진 범위(예: A 원소 비율 0.316~0.484, X 원소 비율 0.012~0.125)에 들고, T는 P·As·Si·Ge·Al·B 가운데 하나 이상, A는 S·Se 가운데 하나 이상, X는 할로겐 또는 N이며, Cu-Kα 선 X선 회절에서 17.8°±0.75°와 19.2°±0.75°에 피크를 갖는 고체전해질 재료다. 청구항 6은 이 재료를 쓴 리튬 고체전지를 따로 청구한다. 즉 조성 범위와 결정 구조의 ‘지문’인 회절 피크를 함께 요구하는 구조다.
자료: US11349149B2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US20220123359A1은 제조 방법 출원이다. 알칼리 금속염과 황화물을 극성 비양자성 용매에 섞은 용액, 알칼리 금속염을 극성 양자성 용매에 섞은 용액을 따로 만든 뒤 두 용액을 합쳐 건조하는 공정을 청구한다. 아직 심사 중이므로 최종 권리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한국 생산이 갖는 특허상 의미가 드러난다. 특허는 나라마다 따로 효력이 미치는 속지주의가 원칙이다. 미국 특허의 제조 방법 권리는 미국 내 실시에 걸리므로, 한국에서 전해질을 만들 때는 한국에 등록된 대응 특허가 무엇인지가 JV의 실질적 방어막이 된다. 반대로 경쟁사 입장에서는 한국 내 대응 특허의 청구 범위가 FTO의 기준선이 된다. 두 건의 한국 패밀리 존재 여부는 이번에 확인하지 못해 확인 항목으로 남긴다.
회피설계 시나리오와 반론은 다음과 같다.
- 회피 방안: 경쟁 전해질이 US11349149B2의 조성 범위 밖에 있거나, 17.8°·19.2° 부근 회절 피크를 보이지 않는 다른 결정상이라면 문언 침해 소지는 낮아질 수 있다.
- 반론: 조성 범위가 넓고 T·A·X의 선택지가 많아 우회 폭이 생각보다 좁을 수 있고, 청구항 6처럼 전지 단위 청구항이 따로 있어 소재를 직접 만들지 않는 셀메이커도 권리 범위 논의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고체전해질 조성·계면 처리 기술은 조성비·도핑 원소·열처리 조건 등 세부 단위로 잘게 나뉘어 출원되는 경향이 있어, 합작사가 실제 양산에 들어가면 공정 관련 출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계와 전망: 청사진과 계약서 사이
2028년 공급 목표는 500톤 규모로 시작하며, 실제 완성차 탑재까지는 추가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 소규모 차량 생산 시점도 2029~2030년으로 제시된 만큼, 2만톤은 수요가 확인된 뒤의 이야기다.
낙관 전망의 반대 시나리오는 수요 쪽에 있다. 전고체 셀의 양산 일정이 다시 늦어지거나 수요가 예상보다 늦게 가시화되면, 쉘 공장은 지어 놓고 2,000톤 모듈 투입은 지연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또 2026년 8월 18일 기준으로 JV 파트너는 공개되지 않았고 계약도 발표 전이어서, 구조 자체가 바뀔 여지도 남아 있다.
전략적 대안은 셀메이커 입장에서 전해질 조달을 한 곳에 묶지 않는 것이다. 한국 JV 물량을 확보하는 한편, 다른 황화물 전해질 공급사의 조성이 솔리드파워 권리와 어떻게 다른지 미리 비교해 제2 공급원 후보를 FTO 관점에서 걸러 두는 방식이다.
실무 액션: IP 담당자는 US11349149B2와 US20220123359A1의 한국 대응 출원 여부를 KIPRIS에서 확인하고, JV 파트너 발표 시점 전후의 한국 내 황화물 전해질 공정 출원을 분기 단위로 모니터링하는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이 글은 공개 보도와 기업 발표를 재구성한 것이며 법률 자문이 아니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한국 JV 파트너의 실명과 지분·계약 조건
- US11349149B2와 US20220123359A1의 한국 대응 특허 존재 여부와 권리 범위
- 한국 JV 공장의 입지와 착공 시점
- 솔리드파워 전해질 상온 이온전도도 5mS/cm의 측정 조건과 제품 등급별 수치
- 2028년 초기 500톤 물량의 수요처
출처
- 더구루, “솔리드파워, 韓 기업과 연내 JV 파트너십·내년 설계…年 2만 톤 생산 ‘청사진’ 공개”, 2026-08-18
- Solid Power, “Solid Power Reports Second Quarter 2026 Results”, 2026-08-04
- Solid Power, “Solid Power Partners with Samsung SDI and BMW to Advance All-Solid-State Battery Technology”, 2025-10-30
- The Elec, “Solid Power to produce solid electrolyte in South Korea in 2028”, 2025-11-13
- Google Patents, US11349149B2
- Google Patents, US20220123359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