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셀 안에서 열이 얼마나 ‘빨리’ 퍼지느냐도 안전 설계의 핵심 변수다. GM이 2024년 12월 공개한 미국 공개특허 US20240429495(“Prismatic Battery With Improved Thermal Management”)는 각형(프리즈매틱) 셀 내부의 전극 적층 형태를 바꿔서 열이 퍼지는 ‘속도’ 자체를 늦추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열을 막는 게 아니라, 일부러 늦게 도착하게 만드는 접근이다.
무엇이 화제인가 — 열전도도는 방향에 따라 다르다
배터리 전극을 층층이 쌓은 구조는 ‘이방성(anisotropic)’ 열전도 특성을 갖는다. 즉 층이 나란히 뻗은 방향(in-plane)으로는 열이 잘 통하고, 층을 가로지르는 방향(transverse)으로는 상대적으로 열이 덜 통한다. GM은 이 성질을 역이용했다. 각형 캔 내부에서 적층된 전극층 전체를 알파벳 ‘U’를 뒤집은 모양(역U자, inverted-U)으로 접어 넣으면, 셀 상단부에서는 수평 방향(in-plane) 열전도가 우세해 열이 옆으로 잘 퍼지고, 하단부 근처에서는 수직 방향(transverse) 열전도가 우세해져 열이 아래쪽으로 잘 안 퍼지는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본 원리 — 열폭주까지의 ‘시간’을 벌어준다
배터리팩에서 한 셀이 열폭주(thermal runaway)를 일으켰을 때 관건은 그 열이 옆 셀로 얼마나 빨리 옮겨붙느냐다. 역U자 적층 구조는 이 전파 속도를 늦추는 ‘열 지연 시간(thermal delay time)’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특허 설명에 따르면 이 구조를 적용하면 열폭주 시 도달하는 최고온도(peak temperature)도 낮아지고, 그 결과 열을 막기 위해 셀 사이에 넣는 열 배리어(thermal barrier)의 두께를 기존 대비 50% 얇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셀 형태 하나를 바꿔서 안전장치 부품 자체를 가볍게 만드는 접근인 셈이다.
비교 — 기존 적층 구조 vs GM 역U자 구조
| 구분 | 기존 권취형/일반 적층형 각형셀 | GM 역U자 적층 구조(US20240429495) |
|---|---|---|
| 적층 형태 | 단순 권취(와인딩) 또는 평면 적층 | 전극층 전체를 뒤집힌 U자 형태로 접음 |
| 열전도 방향성 | 상하단 균일 | 상단부는 수평전도 우세, 하단부는 수직전도 억제 |
| 열폭주 전파 지연 | 기준선 | 지연시간 증가(특허 주장) |
| 필요 열배리어 두께 | 기존 두께 | 50% 얇게 가능(특허 주장) |
특허 관점 — 청구항의 핵심
독립항은 상부영역과 수직(Z)·수평(Y) 방향을 갖는 각형 배터리 캔 내부에, 인플레인 방향과 이에 수직한 트랜스버스 방향을 가지며 ‘인플레인 열전도도가 높고 트랜스버스 열전도도가 낮은 이방성(orthotropic) 열전도 특성’을 지닌 적층 전극층들이 ‘역U자(Inverted-U) 형태로 접혀’ 배치된 구조를 청구했다. 셀 화학이나 소재를 특정하지 않고, 순전히 ‘전극층을 어떤 기하학적 형태로 접어 넣는가’라는 조립 형상만으로 열관리 성능을 규정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앞서 다룬 BYD 블레이드 배터리의 형상 특허(비율 조건)와 비슷하게, 화학이 아니라 기구학적 설계로 성능을 확보하는 접근이다.
한계와 전망
GM은 이 밖에도 셀을 L자·C자 모양으로 만들어 모듈 사이에 냉각 통로를 확보하는 특허, 각형 셀들을 서로 다른 길이·두께로 조합해 H자 냉각 채널을 만드는 특허 등 다양한 ‘비표준 형상’ 아이디어를 잇달아 출원해왔다. 다만 자동차 회사들이 특허로 낸 아이디어를 실제 양산에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GM이 현재 Ultium 파우치셀 생산에서 겪고 있는 여러 제조 난항을 감안하면, 이런 비정형 적층·형상 구조가 실제 양산 라인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특허들은 완성차 업체가 셀 화학을 배터리 업체에 맡기면서도, 셀의 ‘형태’와 ‘적층 방식’만큼은 자체 지적재산으로 지키려는 전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