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타는 전해액의 대가 — 인계 난연 첨가제가 음극 보호막과 맞바꾸는 것

전해액이 타지 않게 만드는 인(P)계 난연 첨가제는 오래된 아이디어지만, 넣을수록 음극 보호막이 약해지는 교환 관계 때문에 상용 전해액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소량 첨가·용매 치환·국부고농도 설계라는 세 갈래 해법과, 시클로포스파젠 첨가제 특허의 권리 구조를 함께 짚는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난연 첨가제의 진짜 비용은 가격이 아니라 음극 보호막(SEI)이다. 인계 난연 성분을 많이 넣을수록 전해액은 덜 타지만, 흑연 같은 탄소 음극 위에 보호막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수명이 흔들린다. 그래서 난연 전해액 설계는 ‘얼마나 덜 타는가’와 ‘음극을 얼마나 지키는가’ 사이의 교환으로 읽어야 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대형 배터리의 화재 우려가 커지면서 전해액 자체의 가연성을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기존 유기 전해액은 가연성과 휘발성이 높아 화재·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3]. 긴장 요인은 같은 논문이 짚은 대로다. 난연성 용매를 전해액에 넣으려는 시도는 대체로 전지 성능을 떨어뜨렸는데, 그 용매들이 탄소 음극을 제대로 부동태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3].

그래서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난연 성분을 ‘첨가제’로 조금 넣을 것인가, ‘용매’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구조’로 풀 것인가. 그리고 각 경로는 어떤 특허와 부딪히는가.

② 기본 원리 — 소화기를 얼마나 넣으면 엔진이 멈추는가

인계 화합물은 연소 과정에 개입해 불꽃이 번지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비유하자면 전해액 안에 작은 소화기를 섞어 두는 셈이다. 문제는 이 소화기가 엔진(음극 반응)에도 끼어든다는 점이다. 음극은 첫 충전 때 전해액 일부를 분해해 보호막을 만들어야 하는데, 난연 성분이 이 과정을 방해하거나 부실한 막을 만들면 그 뒤로 전해액 분해가 계속된다.

인계 난연 성분이 전해액 안에서 연소 확산을 억제하는 동시에 탄소 음극의 SEI 형성을 방해하는 이중 작용과, 소량 첨가·용매 치환·구조 설계의 세 층위를 나타낸 개념도
Fig. 1. 인계 난연 성분(21)은 연소 확산을 억제(40)하지만 탄소 음극(10) 위 SEI(30) 형성을 방해(50)할 수 있다. 이 교환을 푸는 설계는 세 층위로 나뉜다.
자료: US6455200B1 명세서, Wang 외(2018), Jia 외(2025) 초록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교환 관계를 푸는 방법은 세 층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소량 첨가다. 주용매는 그대로 두고 난연 성분을 몇 wt% 수준만 넣어, 음극 보호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둘째는 용매 치환이다. 트리메틸 포스페이트(TMP) 같은 난연성 용매를 주용매로 쓰되, 염 농도를 크게 높여 음이온 유래의 견고한 무기 보호막을 만드는 방식이다. TMP 고농도 전해액은 하드카본·흑연 음극에서 1,000사이클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3]. 셋째는 구조 설계로, 국부고농도 전해액(LHCE)에 난연 성분과 인화점이 높은 희석제를 조합하는 방식이다[4].

열 거동을 평가하는 도구로는 가속속도열량계(ARC, Accelerating Rate Calorimeter)가 자주 쓰인다. 시료를 조금씩 가열하면서 스스로 열을 내기 시작하는 온도와 그 발열 속도(자가발열률, °C/min)를 재는 장비다. 난연 효과를 말할 때 ‘불꽃이 붙느냐’와 ‘스스로 얼마나 빨리 달아오르느냐’는 서로 다른 지표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③ 비교 — 세 층위의 난연 설계와 보고된 수치

접근 층위 대표 예 보고된 수치 교환 관계(트레이드오프)
소량 첨가 비할로겐 시클로포스파젠(헥사메톡시시클로트리포스파젠), 1M LiPF6 EC:DMC(50:50wt%) ARC 최대 자가발열률 0.68°C/min(177.6°C) → 0.1957°C/min(170.2°C)로 약 3배 감소, 1.5wt% 첨가 셀의 충방전 용량 증가 기재[1] 효과 폭이 첨가량에 묶임, 최대 발열 온도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음
용매 치환(고농도) TMP 기반 고농도 전해액 하드카본·흑연 음극에서 1,000사이클 이상, 열화 무시할 수준[3] 통상 농도에서는 탄소 음극 부동태화 실패, 고농도로 비용 부담[3]
구조 설계(LHCE) 설폰(TMS)+TMP 용매, 고인화점 불소화 에테르 희석제 비인화성, 흑연∥NCM811 500사이클 후 87.1%(25°C)·81.7%(45°C), 기존 전해액 75.2%·38.5%[4] 희석제 등 구성 성분이 늘어 조성 설계가 복잡해짐(정성)
가스 발생형(참고) 분해 시 CO2를 내는 화합물 특허 청구항 수준의 개념, 정량값 미확인[2] 정성 비교
Fig. 2. 인계 등 난연 전해액의 세 층위 접근과 보고 수치 대조(마지막 열과 가스 발생형 행은 정성 비교).
자료: US6455200B1 명세서[1], US5830600A 청구항[2], Wang 외(2018)[3], Jia 외(2025)[4]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소량 첨가는 자가발열률을 약 3배 낮췄지만 최대 발열 온도대(177.6°C→170.2°C)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고농도·LHCE 같은 구조적 접근은 난연성과 수명(500사이클 87.1%)을 함께 끌어올린 보고가 있어, 무게중심이 ‘첨가’에서 ‘구조’로 옮겨 가는 흐름이 읽힌다.

④ 특허 관점 — ‘비할로겐’ 한정이 남긴 빈자리

소량 첨가 경로의 대표 사례로 일리노이 공과대학(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의 US6455200B1(명칭: Flame-retardant additive for Li-ion batteries)을 보자. 발명자는 Jai Prakash, Chang Woo Lee, Khalil Amine이며, 우선일 1999-09-02, 출원일 2000-08-24, 등록일 2002-09-24, 등록 청구항 16개다. 법적 상태는 Expired – Fee Related로 표시된다[1]. 청구항 1을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 권리 범위상의 의미
(a) 리튬이온 배터리일 것 셀 단위 물건 청구
(b) 음극 전극과 양극 전극을 포함 전극 재료는 한정하지 않음
(c) 비수용매와 리튬을 포함하는 전해질 용매·염 종류를 넓게 포괄
(d) 그 비수용매 리튬 전해질 안에 배치된, 비할로겐 시클로포스파젠을 1종 이상 포함하는 난연 첨가제 첨가제의 구조 한정 — ‘비할로겐’ 시클로포스파젠만 포함
Fig. 3. US6455200B1 청구항 1의 구성요소 분해(종속항 2는 카보네이트 용매·인계 용매 50% 미만, 종속항 4는 첨가제 약 1.0wt% 초과, 종속항 5는 헥사메톡시시클로트리포스파젠으로 한정).
자료: Google Patents US6455200B1 서지사항 및 청구항·명세서 원문(2026-09-23 확인)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독립항은 첨가량을 한정하지 않아 넓어 보이지만, 핵심 한정은 (d)의 ‘비할로겐’이다. 불소 등 할로겐이 치환된 포스파젠은 문언상 이 청구항 밖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존속 기간 중이었다면 회피 설계 시나리오는 ⓐ 할로겐화(예: 불소화) 포스파젠을 쓰는 경로, ⓑ 포스파젠이 아닌 인산에스테르(예: TMP)를 쓰는 경로가 먼저 검토됐을 것이다. 반론도 있다. ⓐ는 명세서가 비할로겐 구조의 이점을 어떻게 설명했는지에 따라 균등 주장의 여지가 달라질 수 있고, ⓑ는 이 특허는 피하더라도 인산에스테르 계열의 별도 권리와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 특허는 만료로 표시되어 있어 이 특허 자체로 인한 침해 소지는 낮다고 볼 가능성이 크지만, 개량 조성 특허는 별개로 검토해야 한다.

여기서 읽어야 할 통찰은, 이 특허가 보여 준 ARC 데이터가 ‘발열 속도’는 크게 줄였지만 ‘최대 발열 온도대’는 거의 옮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명세서의 ARC 시험은 전해액 3g과 리튬 금속 10mg으로 된 시료에 첨가제 300mg을 넣은 조건이었다[1]. 난연 첨가제는 ‘얼마나 빨리 달아오르는가’를 바꿀 수 있지만, 열폭주가 ‘언제 시작되는가’를 바꾸는지는 별개의 질문으로 남는다.

유사 특허 크로스체크로는 SRI International의 US5830600A(명칭: Nonflammable/self-extinguishing electrolytes for batteries, 우선일·출원일 1996-05-24, 등록일 1998-11-03, Expired – Lifetime, 예상 만료일 2016-05-24, 2006년 미국 에너지부 확인 라이선스 기록)가 있다. 청구항 1은 상온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전도도를 가지면서 분해 시 난연 가스인 CO2를 내는 화합물을 포함한 전해질을 갖춘 전지(battery)를 청구하고, 종속항에서 실란·인산염·할로겐화 카보네이트·시클로포스파젠·포스폴란·불소화 폴리에테르를 추가 선택지로 둔다[2]. 구조 설계 층위에서는 Battelle의 US10472571B2(저인화성 국부고농도 전해액, Active)가 존속 중이어서, LHCE 방식의 난연 설계는 이 계열과의 FTO(침해 여부) 대조가 필요하다[5].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구조 설계형 난연 전해액은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개선하는 경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비인화성을 확보하면서도 45°C 500사이클에서 기존 전해액(38.5%)보다 크게 높은 81.7%를 유지한 보고가 그 근거다[4].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전해액의 난연성은 셀 화재 위험의 한 요소일 뿐이다. 앞서 본 ARC 결과처럼 발열 속도는 줄어도 발열이 시작되는 온도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고, 양극의 산소 방출이나 내부 단락처럼 전해액 밖에서 시작되는 발열 경로도 있다. 난연 전해액만으로 열폭주 전파까지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면 설계 여유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전해액 난연을 단독 해법이 아니라 팩 단위 열전파 차단 설계와 묶은 ‘계층형 안전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 방식이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도 전해액 조성, 셀 구조, 팩 차단 구조를 따로 떼지 않고 한 묶음의 FTO 지도로 보는 편이 누락을 줄인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난연 전해액 평가표에 자기소화 시간뿐 아니라 ARC의 자가발열 개시 온도·최대 자가발열률, 그리고 첫 사이클 쿨롱 효율을 같은 행에 기록해, 난연성 개선이 음극 보호막 손실과 맞바꿔진 것인지 한눈에 보이게 할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US6455200B1이 수수료 미납으로 소멸한 정확한 시점은 Google Patents 요약 정보 외에 원문 등록부로 확인하지 않았다.
  • US5830600A 청구항 1의 전도도 하한값은 원문 PDF 추출 과정에서 지수 표기가 손상되어 본문에서 수치로 인용하지 않았다.
  • 불소화 포스파젠 첨가제를 다룬 후속 특허의 서지와 권리 상태는 이번 작업에서 원문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출처

  1. Google Patents, US6455200B1 「Flame-retardant additive for Li-ion batteries」 서지사항 및 청구항·명세서 원문 PDF(2026-09-23 확인). 링크
  2. Google Patents, US5830600A 「Nonflammable/self-extinguishing electrolytes for batteries」 서지사항·이벤트 기록 및 청구항 원문 PDF(2026-09-23 확인). 링크
  3. J. Wang 외, 「Fire-extinguishing organic electrolytes for safe batteries」, Nature Energy 3 (2018) 22–29. 링크
  4. H. Jia 외, 「Rational Electrolyte Design for Elevated-Temperature and Thermally Stable Lithium-Ion Batteries with Nickel-Rich Cathodes」,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17 (2025), DOI 10.1021/acsami.4c17629(OSTI 초록). 링크
  5. Google Patents, US10472571B2 「Low flammability electrolytes for stable operation of electrochemical devices」 서지사항(2026-09-23 확인).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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