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을 아주 많이 녹인 고농도 전해액(HCE)은 리튬 이온 주변의 ‘용매화 구조’를 바꿔 계면을 안정시키지만, 비싸고 끈적하다. 이를 ‘염을 녹이지 못하는 희석제’로 풀어낸 것이 국부고농도 전해액(LHCE)이며, 그 핵심 아이디어는 미국 국립연구소 계열 특허로 권리화되어 있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LHCE의 핵심은 ‘염을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염을 녹이지 못하는 용매를 일부러 섞는 것’이다. 전체 농도는 평범하게 낮추면서, 리튬 이온 바로 곁의 미시 환경만 고농도 상태로 남겨 두는 설계다.
업계 상황부터 보자. 리튬메탈 음극, 실리콘 음극처럼 반응성이 큰 음극이 늘면서 전해액이 계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드느냐가 수명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염 농도를 크게 높이는 고농도 전해액(HCE,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은 그 해법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예컨대 난연성 용매인 트리메틸 포스페이트(TMP)를 쓴 고농도 전해액은 첨가제 없이도 하드카본·흑연 음극에서 1,000사이클 이상(1년 넘게) 안정적으로 충방전되었고, 이는 음극 위에 견고한 무기 부동태막이 자발적으로 생긴 덕분으로 설명됐다[3].
긴장 요인은 비용과 물성이다. 고농도 전해액은 리튬메탈과 안정적이지만 비용이 높고 젖음성이 나쁘다는 한계가 지적됐다[2]. 그래서 미국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소(PNNL) 연구진은 고농도 전해액을 ‘불활성’ 희석제로 묽힌 국부고농도 전해액(LHCE, Localized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을 제안했다. 이 글이 답하려는 질문은 이것이다. 용매화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그 설계를 특허는 어떤 문언으로 울타리 쳤는가.
② 기본 원리 — ‘만원 엘리베이터’와 ‘칸막이 완충재’
전해액 속 리튬 이온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 주변을 용매 분자들이 둘러싸는데, 이 무리를 용매화 구조(solvation structure)라고 부른다. 염 농도가 보통일 때는 용매가 넉넉해서 리튬 이온 하나를 용매 여러 개가 감싸고, 음이온은 조금 떨어져 있다. 이때 음극에서 먼저 분해되는 것은 주로 용매이고, 그 결과 유기물이 많은 계면이 생긴다.

자료: US10367232B2 청구항 및 Chen 외(2018)·Wang 외(2018) 초록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염을 아주 많이 넣으면 상황이 바뀐다. 만원 엘리베이터를 떠올려 보자. 사람(용매)이 모자라니 리튬 이온 곁에 음이온까지 바짝 붙게 되고, ‘놀고 있는 용매(free solvent)’가 거의 사라진다. 그러면 계면에서 음이온이 분해에 참여하면서 무기 성분이 많은 막이 생기는데, 앞서 본 TMP 고농도 전해액의 무기 부동태막이 그 예다[3]. 문제는 엘리베이터 전체가 꽉 차 있으니 움직임이 둔하고(점도 상승), 염값도 많이 든다는 점이다.
LHCE는 여기에 ‘칸막이 완충재’를 넣는다. 희석제는 용매와는 잘 섞이지만 염은 거의 녹이지 못하는 액체다. 그래서 희석제를 부어도 리튬 이온과 용매·음이온이 뭉친 작은 무리(클러스터)는 깨지지 않고, 무리 사이의 빈 공간만 희석제가 채운다. 전체 농도는 낮아지지만 리튬 이온 곁의 미시 구조는 고농도 상태 그대로 남는 것이다. 고농도 전해액을 극성이 낮은 용매로 묽혀도 원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점도는 낮추고 이온 전도도는 높일 수 있다는 흐름은 관련 리뷰에서도 정리된 바 있다[4]. 실제로 PNNL 특허의 종속항은 용매 분자의 90% 이상이 양이온과 결합해 있고, 희석제 분자는 10% 미만만 결합한 상태를 따로 청구하고 있다[1].
③ 비교 — 통상·고농도·국부고농도 전해액
| 구분 | 통상 전해액 | 고농도 전해액(HCE) | 국부고농도 전해액(LHCE) |
|---|---|---|---|
| 리튬 이온 주변 구조 | 용매가 넉넉히 둘러쌈(정성) | 음이온이 리튬 곁에 참여, 자유 용매 감소(정성) | 국부 클러스터는 고농도 유지, 희석제는 클러스터 밖(용매 90% 이상 양이온 결합·희석제 10% 미만 — 종속항)[1] |
| 계면(SEI) 성격 | 용매 유래 성분 중심(정성) | 견고한 무기 부동태막 형성 보고[3] | HCE 유사 계면을 낮은 전체 농도에서 구현하는 것이 목표[2] |
| 농도 설계 예 | — | 용매 기준 고농도(정성) | 전해액 전체 0.5~2M, 용매 기준 3M 초과(종속항 2)[1] / 1.2M LiFSI, DMC:BTFE=1:2(몰비)[2] |
| 보고된 성능 | — | TMP 기반, 하드카본·흑연 1,000사이클 이상 안정[3] | 쿨롱 효율 99.5%, Li∥NMC333 700사이클 후 용량 80% 초과[2] |
| 실무상 약점 | 반응성 음극에서 계면 불안정(정성) | 고비용·낮은 젖음성[2] | 이온 수송 속도 저하가 실용화 제약으로 지적[7] |
자료: US10367232B2 청구항[1], Chen 외(2018)[2], Wang 외(2018)[3], Weintz 외(2026)[7]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이 표가 말하는 것: LHCE는 HCE가 보여 준 계면 안정성(쿨롱 효율 99.5%급)을 전해액 전체 1.2M 수준의 농도로 옮겨 온 설계다. 대신 약점은 ‘비용·젖음성’에서 ‘이온 수송 속도’로 자리를 옮겼다.
④ 특허 관점 — 공개 때는 ‘기능’, 등록 때는 ‘목록’
LHCE 개념의 대표 특허는 Battelle Memorial Institute(PNNL 운영 기관)의 US10367232B2(명칭: Localized superconcentrated electrolytes for stable cycling of electrochemical devices)다. 발명자는 Ji-Guang Zhang, Jianming Zheng, Shuru Chen이며, 우선일 2017-03-02, 출원일 2017-05-18, 공개 US20180254524A1(2018-09-06), 등록일 2019-07-30, 등록 청구항 21개다. 법적 상태는 Active(만료 예정일 2037-08-20)로 표시되며, 2018-01-11 미국 에너지부(DOE) 확인 라이선스 기록이 있다[1]. 등록 청구항 1을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등록 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 | 권리 범위상의 의미 |
|---|---|
| (a) 활성염: LiFSI, LiTFSI, NaFSI, NaTFSI, LiBOB, NaBOB, LiPF6, LiAsF6, LiDFOB 등 열거된 염 중 1종 이상 | 리튬·나트륨염을 폭넓게 열거한 마쿠시(Markush)형 목록 |
| (b) 용매: DME, DMC, DOL, EMC, DEC, DMSO, 설폰류, EC, VC, FEC, TMP, TEP, GBL, 물 등 열거된 용매 중 1종 이상(염이 용해될 것) | 카보네이트·에테르·인산에스테르까지 포괄 |
| (c) 활성염 대 용매의 몰비가 0.7~1.5 | 국부 고농도 상태를 수치로 한정 |
| (d) 희석제: TTE, BTFE, TFTFE, MOFB, EOFB 중 1종 이상 | 희석제를 불소화 에테르 5종 목록으로 한정 — 등록 과정에서 좁혀진 핵심 한정 |
| (e) 희석제에 대한 활성염의 용해도가 용매에 대한 용해도보다 10배 이상 낮을 것 | ‘염을 녹이지 못하는 희석제’라는 기능 한정 |
자료: Google Patents US10367232B2 서지사항 및 등록 공보 청구항 원문(2026-09-23 확인)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원 청구항 문언을 그대로 전재하지 않음).
이 특허에서 읽어야 할 통찰은 권리 범위가 출원 과정에서 ‘기능’에서 ‘목록’으로 좁혀졌다는 점이다. 공개공보(US20180254524A1)의 청구항 1은 “활성염 + 용매 + 염 용해도가 10배 이상 낮은 희석제”라는 기능적 조합만으로 구성돼 있었다[1]. 등록 청구항 1에는 여기에 희석제 5종 목록과 염:용매 몰비 0.7~1.5가 더해졌다. 개념 자체는 넓게 알려졌지만, 등록된 울타리는 구체적인 희석제 이름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회피 설계 시나리오의 1순위는 목록 밖 희석제다. 실제로 새로운 희석제 탐색은 활발하다. 열전달 유체로 쓰이던 불소화 에테르 두 종을 공동 희석제로 도입해 이온 이동도를 높였다는 연구가 있다[7]. 그러나 반론이 있다. 첫째, 같은 권리자가 목록 밖 영역을 후속 출원으로 메우고 있다. 동일 우선일(2017-03-02)을 공유하는 US10472571B2(명칭: Low flammability electrolytes for stable operation of electrochemical devices, 출원일 2017-10-19, 등록일 2019-11-12, Active, 만료 예정 2037-09-01)가 있고[5], OSTI에 등록된 같은 연구진의 특허 초록은 불소화 오르토포르메이트 희석제를 별도로 다룬다[6]. 둘째, 목록 밖 희석제라도 기능이 같다면 균등 범위가 다투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FTO(침해 여부) 판단은 한 건이 아니라 패밀리 전체를 놓고 해야 한다.
⑤ 한계와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LHCE는 반응성 음극의 수명 문제를 푸는 표준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실리콘계 음극 연구에서 LHCE는 수분이 200~300ppm 섞인 상태에서도 200일 캘린더 시험에서 건조 전해액보다 최대 8% 높은 용량을 유지했다는 보고가 나왔다[8].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LHCE는 이온 수송 속도가 떨어져 고율 충방전에서 불리할 수 있고[7], 리튬메탈 전지에서는 양극에서 녹아 나온 전이금속 이온이 LHCE의 쿨롱 효율과 수명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연구도 있다[9]. 실험실의 99%대 효율이 대형 셀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조성 특허 경쟁 대신 ‘용매화 구조 지표’를 측정하는 방법과 기준값을 자사 IP로 확보하는 방식을 검토할 만하다. 희석제 이름은 계속 바뀌지만, 용매가 양이온에 얼마나 결합해 있는지를 재는 방법과 기준은 조성이 바뀌어도 재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확인할 액션(기획·IP 담당자): 자사 LHCE 후보 처방마다 ‘희석제가 TTE·BTFE·TFTFE·MOFB·EOFB 중 하나인가’와 ‘염:용매 몰비가 0.7~1.5 안인가’ 두 칸을 채운 표를 만들고, 둘 다 해당하는 처방은 US10367232B2 패밀리 전체를 기준으로 FTO 검토에 올릴 것.
확인이 필요한 항목
- 후속 계속출원으로 이벤트 기록에 나타난 US11094966B2의 청구항 내용과 상태는 원문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 불소화 오르토포르메이트 희석제를 다룬 PNNL 특허[6]의 정확한 공개·등록번호와 법적 상태는 확인하지 못했다.
- 본문에서 다룬 희석제(TTE·BTFE 등)의 가격, 양산 공급 여건, 환경 규제 적용 여부는 이번 작업의 범위 밖이라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출처
- Google Patents, US10367232B2 서지사항·이벤트 기록 및 등록 공보 청구항 원문, 공개공보 US20180254524A1 청구항 1(2026-09-23 확인). 링크
- S. Chen 외, 「High-Voltage Lithium-Metal Batteries Enabled by Localized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s」, Advanced Materials 30 (2018), DOI 10.1002/adma.201706102(OSTI 초록). 링크
- J. Wang 외, 「Fire-extinguishing organic electrolytes for safe batteries」, Nature Energy 3 (2018) 22–29. 링크
- Y. Yamada 외, 「Advances and issues in developing salt-concentrated battery electrolytes」, Nature Energy 4 (2019) 269–280. 링크
- Google Patents, US10472571B2 「Low flammability electrolytes for stable operation of electrochemical devices」 서지사항(2026-09-23 확인). 링크
- OSTI, X. Cao, J.-G. Zhang, W. Xu, 「Electrolyte for stable cycling of rechargeable alkali metal and alkali ion batteries」 특허 초록(2023-03-07 등재). 링크
- D. Weintz 외, 「Heat Transfer Fluids as Co-Diluents in Localized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s for High-Rate Lithium Metal Batteries With Enhanced Safety」,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65 (2026)(OSTI 초록). 링크
- L. Meyer 외, 「Long cycle and calendar life of Si-based Li-ion batteries enabled by localized high-concentration electrolytes and their surprising water tolerance」, Journal of Energy Storage 168 (2026)(OSTI 초록). 링크
- Z. Guo 외, 「Crossover Effects of Transition-Metal Ions on Lithium-Metal Anode in Localized High Concentration Electrolytes」,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5), DOI 10.1002/adfm.202501743(OSTI 초록). 링크
이 글은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FTO 판단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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