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형 배터리 폼팩터 전환, 특허로 읽는 삼성SDI·LG엔솔 신경전

무엇이 화제인가: ‘각형 특허 1,200건’이라는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각형 배터리 특허 신경전은 건수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 침해 판단은 개별 청구항의 구성요소로 결정된다. 따라서 ‘1,200건 대 30~40건’이라는 숫자보다, 그 특허들이 각형이라는 형태를 청구항에서 실제로 한정하는지와 언제 만료되는지를 봐야 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2026년 3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부대행사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부사장)은 미국에 등록된 각형 배터리 특허가 1,200건이 넘지만 국내 다른 경쟁사들은 30~40건 수준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각형 관련 특허 침해나 기술 도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최근 각형 시장 진출을 선언한 LG에너지솔루션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삼성SDI는 1997년부터 각형 배터리 특허를 출원해 왔다고 강조했다.

긴장 요인은 LG에너지솔루션의 대응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2026년 3월 보도에서 “각형 전지를 생산·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밝히며, 각형 단일 분야가 아닌 배터리 전체 약 7만 건 규모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내세웠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각형 셀의 어떤 구조가 특허 경쟁의 대상인가, 실제 삼성SDI 각형 계열 특허의 청구항은 어떻게 짜여 있는가, 그리고 후발 진입자와 선발 기업은 이 신경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도시락 통에 김밥을 눌러 담는 구조

각형 배터리는 양극·분리막·음극을 감거나 쌓은 전극 조립체(젤리롤)를 각진 금속 캔에 넣고, 위를 캡 플레이트로 덮어 밀봉한 구조다. 전극에서 활물질이 칠해지지 않은 부분(무지부)은 집전판에 용접되고, 집전판은 다시 캡 플레이트의 단자로 연결된다. 파우치형보다 외부 충격에 강하고, 원통형보다 팩 안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FIG. 1각형 셀의 구조와 특허 경쟁 층위(개념도)캡 플레이트·단자10밀봉·안전 설계집전판20용접·접합 방식무지부30활물질 미코팅 영역젤리롤 전극 조립체40권취·적층 구조각형 금속 캔50팽창 응력 대응 강성위 → 아래특허 경쟁은 캔·조립체·집전 구조 세 갈래로 진행된다
Fig. 1. 각형 셀을 캡 플레이트, 집전판, 무지부, 젤리롤, 캔의 층위로 나누고 각 층의 특허 경쟁 포인트를 표시한 개념도.
자료: US9136538B2 명세서와 2026년 3월 인터배터리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각형 셀은 네모난 금속 도시락 통에 김밥을 눌러 담은 모양이다. 김밥(젤리롤)은 충방전 때마다 조금씩 부풀었다 줄어드는데, 통은 네모나기 때문에 모서리와 넓은 면에 힘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캔 강성, 전극 조립체의 권취·적층 구조, 무지부와 집전판을 잇는 방식이 모두 설계 과제가 된다. 주용락 연구소장이 금속 가공부터 용접, 고로딩 극판의 스태킹까지 모든 공정이 어렵다고 말한 것도 이 구조적 특성과 맞닿아 있다.

  • 캔·캡 플레이트: 팽창 응력을 견디고 밀봉을 유지하는 외장 설계
  • 전극 조립체: 권취형 또는 적층형 젤리롤의 형상과 배치
  • 집전 구조: 무지부와 집전판의 접합 방식, 용접 방법

비교: 두 회사가 내세운 숫자의 성격

아래 표는 2026년 3월 보도에서 확인되는 두 회사의 특허 관련 수치를 정리한 것이다. 같은 ‘특허 건수’라도 집계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항목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내세운 수치 미국 등록 각형 특허 1,200건 이상 배터리 전체 특허 약 7만 건
집계 범위 각형 단일 폼팩터, 미국 등록 기준 전 분야(보도에 따라 출원 기준으로 표기)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수치 국내 경쟁사 30~40건, 중국·일본 기업 약 600건 해당 없음
각형 출원 시작 1997년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음
전고체 특허(참고) 출원 약 1,000건, 등록 약 500건 본 글에서 확인하지 않음
Fig. 2.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3월 제시한 특허 관련 수치 비교
자료: 뉴스핌(2026-03-11, 2026-03-24), 디지털데일리(2026-03-11), 시사저널e(2026-03-21), 한국금융신문(2026-03-28) 보도

이 표가 말하는 것: 삼성SDI의 1,200건은 ‘미국 등록·각형’ 기준이고 LG에너지솔루션의 약 7만 건은 ‘전 분야’ 기준이어서, 두 숫자는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없다. 건수 비교만으로는 특정 제품의 침해 소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집계 기준의 차이는 해석의 차이로 이어진다. 등록 건수는 심사를 통과한 권리만 세므로 보수적인 숫자이지만, 이미 만료되거나 연차료 미납으로 소멸한 권리가 포함됐는지는 발언만으로 알 수 없다. 반대로 출원 건수는 거절되거나 취하된 건까지 포함할 수 있어 실제 행사 가능한 권리보다 크게 보일 수 있다. 결국 두 숫자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신호일 뿐, 권리 범위의 크기를 직접 보여 주는 지표는 아니다.

특허 관점: ‘각형 특허’의 청구항은 각형을 한정하는가

삼성SDI의 각형 계열 포트폴리오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보기 위해, 대형 각형 셀 실시예를 담은 등록특허 하나를 살펴본다. US9136538B2(발명의 명칭: Rechargeable battery having current collection plate with protrusion)는 삼성SDI와 로버트 보쉬(Robert Bosch GmbH)가 공동 권리자이며, 우선일은 2009년 2월 25일, 출원일은 2013년 9월 17일(선출원 US 12/656,983의 계속 계열), 등록일은 2015년 9월 15일이다.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이고 예상 만료일은 2030년 5월 10일이다.

청구항 1의 요지를 재서술하면, 무지부를 가진 제1·제2 전극판과 그 사이 분리막으로 이루어진 전극 조립체, 그리고 무지부에 접촉하는 집전판을 포함하는 이차전지다. 집전판에는 전극 조립체 쪽으로 돌출해 무지부와 닿는 접촉부가 있고, 그 접촉부에는 전극 조립체 방향에 대해 소정 각도로 배치된 슬릿이 형성된다. 명세서는 이 구조가 초음파 용접 대신 레이저 용접을 가능하게 해 무지부 길이를 줄이고 활물질 면적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FIG. 3US9136538B2 청구항 1 구성요소 지도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회피 가능성·대응(a)무지부를 가진 제1·제2 전극판과 분리막으로 된 전극조립체공통 요소, 회피 어려움(b)무지부에 접촉하는 집전판무지부-단자 직접 접합이면 결여 여지(c)조립체 쪽으로 돌출해 무지부와 닿는 접촉부평판형 접촉부 검토(d)접촉부에 조립체 방향 대비 소정 각도로 낸 슬릿슬릿 형상 변경은 균등론 주의케이스 형상 한정 없음, 예상 만료 2030-05-10
Fig. 3. US9136538B2 청구항 1의 구성요소를 재서술하고 각 요소의 회피 가능성을 대응시킨 도식.
자료: US9136538B2 청구항 1(Google Patents)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통찰: ‘각형 특허’로 분류되는 권리가 반드시 각형을 청구하지는 않는다. US9136538B2의 명세서는 권취형 전극 조립체를 가진 각형 이차전지를 실시예로 들지만, 청구항 1에는 케이스나 캔의 형상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두 방향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 ‘각형 특허 1,200건’이라는 집계에는 형태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집전·용접 구조 청구항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어, 각형 진입 장벽을 건수 그대로 읽으면 과대평가가 될 수 있다. 둘째, 반대로 이런 청구항은 각형이 아닌 셀에서도 집전판 구조가 겹치면 권리 범위에 들어올 여지가 있어, 파우치형이나 원통형 사업자도 FTO(침해 여부 검토)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

시간 축도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의 특허 존속기간은 원칙적으로 출원일로부터 20년이다. 따라서 1997년 무렵부터 출원된 초기 각형 특허는 상당수가 이미 만료됐을 가능성이 크고, 2009년 우선권의 US9136538B2도 2030년 만료가 예정돼 있다. 후발 진입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은 건수 전체가 아니라, 최근 10여 년 사이 출원된 고로딩 극판 적층·용접·캔 구조 관련 권리다.

회피 포인트: US9136538B2 청구항 1의 핵심은 ‘돌출부의 접촉부에 형성된, 전극 조립체 방향에 대해 소정 각도로 배치된 슬릿’이다. 문언상으로는 슬릿이 없는 평판형 접촉부나, 집전판 없이 무지부를 단자에 직접 접합하는 구조는 이 구성요소를 결여할 여지가 있다. 김동명 대표가 자체 특허로 각형을 생산·공급할 수 있다고 한 발언도, 이처럼 세부 형상 단위에서 설계를 달리하면 비침해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과 같은 선상에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슬릿의 형태만 바꾸고 레이저 용접성 향상이라는 같은 기능을 같은 방식으로 달성한다면 균등론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성SDI 입장에서는 개별 특허 하나가 아니라 캔·조립체·집전 구조에 걸친 다수의 청구항을 묶어 제시할 수 있으므로, 후발 기업이 한두 건을 회피하더라도 포트폴리오 전체와의 협상 부담은 남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비침해 판단은 제품 도면과 유효 특허의 청구항을 1:1로 대조해야 가능하다.

한계와 전망

이번 신경전은 기술 자체보다 시장 진입을 견제하려는 신호전에 가깝다는 시각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업계 일각은 이 공방이 과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분쟁의 초기 국면과 닮았다고 보면서도, 양사의 특허 구조가 서로 보완적이어서 전면 소송으로 번질지는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완성차 업체의 각형 채택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소송보다는 라이선스 협상이나 설계 우회를 통한 공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후발 진입자의 각형 양산이 본격화되고 특정 고객사를 두고 수주 경쟁이 붙으면, 공개 발언 수준의 경고가 실제 침해 경고장이나 소송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결과와 무관하게 소송 기간 자체가 고객사의 공급망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의 특허 출원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경쟁이 장기적으로 공동 대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나온다.

전략적 대안은 각형 포트폴리오를 건수가 아니라 ‘만료 연도 × 구조 층위(캔·조립체·집전)’의 격자로 다시 분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미 만료된 권리와 향후 10년간 유효한 핵심 권리가 분리돼, 실제로 회피나 라이선스가 필요한 영역이 좁혀진다.

실무 액션: 각형 셀 진입이나 조달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미국 등록 각형 관련 특허 중 2030년 이후 만료 예정인 권리를 먼저 추려, 캔·전극 조립체·집전 구조별로 자사 설계와의 구성요소 대비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원문이 인용한 ‘삼성SDI가 2024년 공개한, 양극·음극 집전체를 서로 다른 두께와 재질로 설계한 전고체·각형 특허’의 공개번호와 청구항
  • 삼성SDI가 말한 ‘미국 등록 각형 특허 1,200건’의 집계 기준(분류 코드, 존속 여부 포함 여부)
  • LG에너지솔루션 약 7만 건의 기준(출원·등록·보유) 및 그중 각형 관련 권리 규모
  • 김동명 대표 발언의 정확한 일자와 발언 장소

출처

  1. Google Patents, US9136538B2 – Rechargeable battery having current collection plate with protrusion (Samsung SDI Co., Ltd., Robert Bosch GmbH)
  2. 뉴스핌, 「”각형 특허만 1200건”…삼성SDI “기술 도용 좌시 않겠다”」(2026-03-11)
  3. 디지털데일리, 「LG엔솔 “카피 멈추고 수업료 내라” vs 삼성SDI “국내 타사 특허 고작 30건”」(2026-03-11)
  4. 시사저널e, 「전고체·각형 경쟁 불붙자···’특허 경영’ 꺼내든 삼성SDI」(2026-03-21)
  5. 뉴스핌, 「”각형은 우리 것?”…삼성SDI ‘특허 경고’에 LG엔솔 ‘선긋기’」(2026-03-24)
  6. 한국금융신문, 「LG엔솔 vs 삼성SDI ‘한판’ ··· 치열한 ‘배터리 특허’ 경쟁」(202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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