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무엇이 화제인가
리튬망간리치(LMR, Lithium Manganese-Rich) 양극재는 니켈 비중을 낮추고 망간 비중을 높여 원가 경쟁력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차세대 양극 화학으로 꼽혀 왔다. 그런데 LMR 소재는 밀도가 낮고 BET 비표면적이 커서 입자가 쉽게 깨진다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전극 압연(롤링) 공정에서 입자가 부서지면 전극 밀도가 떨어지고 다공도가 늘어나 셀 전체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2월 공개한 국제출원 WO2026038783A1은 바로 이 “압연 중 입자 파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특허다.
업계 상황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함께 각형 LMR 배터리를 차세대 전기트럭·대형 SUV용으로 양산하기로 하는 등 LMR을 실제 상용화 트랙에 올려둔 상태다. 이 글은 이 국제출원의 청구 구성요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호하려 하는지, 그리고 경쟁사가 유사 소재를 개발할 때 어떤 설계 변수를 피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② 기본 원리
이 특허의 핵심 아이디어는 자갈과 모래를 함께 다지면 큰 자갈만 다질 때보다 틈이 줄어드는 원리에 가깝다. LMR 양극재 입자만으로 전극을 만들면 입자 크기가 고르게 커서(단일 크기 분포) 압연 시 응력이 특정 입자에 집중되어 깨지기 쉽다. 이 특허는 입자 크기가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입자—크기가 큰 LMR 입자(제1입자), 크기가 작은 LMR 입자(제2입자), 그리고 니켈·코발트·망간을 포함하되 망간 비중은 LMR보다 낮은 단입자 형태의 NCM 입자(제3입자)—를 함께 섞어 이봉형(bimodal) 입도분포를 만든다. 큰 입자 사이의 빈 공간을 작은 입자들이 메우면서 압연 시 가해지는 응력을 분산시켜, 입자 파괴 없이도 높은 밀도와 낮은 다공도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설계다.
③ 비교
| 구분 | 구성 입자 | 입도분포 | 주요 목적 | 비고 |
|---|---|---|---|---|
| 기존 단일 LMR 양극재 | LMR 입자 단일종 | 단봉(Unimodal) | 고용량·저원가 | 압연 중 입자 파괴, 가스 발생 취약 |
| WO2026038783A1 (제1+2입자) | 대·소입경 LMR 입자 혼합 | 이봉(Bimodal) 중 1차 | 압연 응력 분산 | D50 약 7~20㎛(대) / 1~6㎛(소) |
| WO2026038783A1 (제3입자 추가) | + 단입자형 NCM(Ni 50몰%↑, Mn 40몰%↓) | 이봉(Bimodal) 최종 | 가스 발생 저감 + 파괴 억제 | D50 2~5㎛, 전체 대비 5~95중량부 |
이 표가 말하는 것: 이 특허의 권리범위는 단순히 “입도가 다른 입자를 섞는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LMR 입자 두 종에 더해 망간 함량이 낮은 단입자형 NCM 입자를 제3의 구성요소로 반드시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있다. 세 입자군의 조합과 중량비(50:50~95:5)가 청구항의 실질적 보호 범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④ 특허 관점
WO2026038783A1(출원인: LG Energy Solution Ltd, 발명자: 배상호·허민지·김여진)은 2025년 8월 6일 PCT/KR2025/011749로 출원되었고, 2025년 8월 4일자 한국 출원(KR10-2025-0106778) 및 2024년 8월 13일자 한국 출원(KR10-2024-0108199)의 우선권을 주장하며, 2026년 2월 19일 공개되었다. Google Patents 원문 확인 결과 현재 상태는 심사 계속 중(Pending)이며, 예상 만료일은 2027년 2월 13일로 표기되어 있다(이는 우선권 기산 관련 시스템 표시값으로, 실제 등록 여부와 최종 존속기간은 각국 심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청구 구성요소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층상 결정구조를 가지며 리튬 몰비(a)가 1을 초과하고 망간이 50몰% 이상인 화학식 1(Li_a[Mn_b Ni_c M_d]_(2-a)O2, 여기서 a>1, 0.5≤b<1)의 LMR 산화물을 주성분으로 하는지, ② 니켈·코발트를 포함하며 망간 함량이 LMR보다 낮은 리튬전이금속산화물로 이루어진 단입자(또는 유사단입자) 형태의 제3 양극활물질 입자, ③ 이 세 입자의 부피누적 입도분포를 분석했을 때 두 개의 피크로 나타나는 이봉형 분포 구조. 이 세 요소가 함께 청구된 조합이라는 점이 회피설계의 관건이 된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경쟁사가 LMR 입자를 대·소 두 크기로 섞더라도 제3입자(단입자형 NCM)를 포함시키지 않고 이봉 분포를 만든다면 이 청구항의 문언침해를 피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이 경우 특허 명세서가 강조하는 “가스 발생 저감” 효과는 얻기 어려울 수 있어, 회피와 성능 사이의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 청구항이 상당히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제3입자의 망간 함량을 40몰%보다 높게 설계하는 경우도 청구항 구성요소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LMR과의 화학적 구별이 모호해져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⑤ 한계 및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이 특허가 실제 양산 라인에 적용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LMR의 원가 이점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NCM 양산 인프라(단입자 합성 공정)를 재활용해 전극 밀도 문제를 해결하는 이중의 이점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세 입자군을 정확한 비율로 균일하게 혼합·분산시키는 슬러리 공정 자체가 양산 단계에서 새로운 수율 변수가 될 수 있으며, 소입경 입자 비중이 늘어나면 전극 슬러리의 점도·코팅 안정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경쟁사가 유사한 이봉형 설계를 검토할 경우 제3입자를 NCM이 아닌 다른 저망간 리튬전이금속산화물 계열(예: LFP 코팅 입자)로 대체하는 방향의 독자 개발이 청구항 회피와 차별화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지점으로 판단된다. IP·기획 담당자라면, 이 국제출원의 각국 진입(특히 미국·중국) 여부와 심사 경과를 다음 분기 KIPRIS·Espacenet 정기 모니터링 항목에 등록해 두는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