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양산의 병목, 등방압 프레스를 넘어서 — 엠플러스가 여는 면압·롤프레스 대안

등방압 프레스와 면압·롤 프레스 압착 방식을 상징하는 추상 일러스트
전고체 배터리 압착 공정 다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

① 무엇이 화제인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병목은 화학이 아니라 압착 공정이다.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은 분말 형태에서는 이온전도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셀 내부의 계면 접촉(cathode-solid electrolyte-anode 사이의 물리적 접촉)이 충분히 확보되어야만 정상적인 충방전이 가능하다. 이 접촉을 만들어내는 표준 공법이 온간 등방압 프레스(Warm Isostatic Press, WIP)였다. 문제는 WIP가 배치(batch) 방식 장비라는 점이다. 대형 압력 챔버 안에 셀을 넣고 고온·고압을 가하는 구조라 연속 생산 라인에 넣기가 까다롭고, 설비 단가와 사이클타임 모두 양산 전환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 구도에 균열을 낸 것이 국내 이차전지 장비사 엠플러스다. 2026년 4월, 엠플러스는 WIP를 대체할 수 있는 면압 프레스 및 롤 프레스 방식 장비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파일럿 장비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업계가 “WIP만이 유일하게 검증된 공정”이라는 전제 위에서 움직이던 시점에, 압력 인가 방식 자체를 다변화하는 시도가 나온 셈이다. 이 글은 세 가지 압착 방식이 구조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이 차이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원가와 특허 지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정리한다.

② 기본 원리

등방압 프레스(WIP)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비유는 물속에서 풍선을 누르는 것이다. 물은 압력을 사방으로 균일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풍선의 어느 면을 눌러도 형태가 고르게 눌린다. WIP도 마찬가지로 고온·고압의 매질(주로 가스나 오일) 안에 셀을 담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압력을 가한다. 그 결과 고체전해질 분말층이 치밀하게 압착되어 계면 접촉 저항이 낮아진다. 다만 이 방식은 챔버에 셀을 하나씩(또는 소량씩) 넣고 빼야 하는 배치 공정이라, 롤투롤(Roll-to-Roll) 연속 생산과는 궁합이 나쁘다.

반면 면압 프레스는 평판 두 개로 위아래에서 눌러 압착하는 방식이다. 종이를 다림질하듯 한 방향으로만 압력이 가해지므로 등방압만큼 균일하지는 않지만, 연속 라인에 배치하기 쉽고 사이클타임을 짧게 가져갈 수 있다. 롤 프레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회전하는 롤러 사이로 셀(또는 전극-고체전해질 적층체)을 통과시키며 압착하는 방식으로, 기존 이차전지 전극 공정(캘린더링)에 쓰이던 설비 개념을 전고체 압착에 응용한 것이다. 압력의 방향성과 균일도를 일부 희생하는 대신, 처리 속도와 라인 통합성을 확보하는 트레이드오프 구조다.

③ 비교

구분 압력 인가 방식 공정 형태 계면 접촉 균일도 연속 라인 적합성 설비 투자 특성
등방압 프레스(WIP) 사방 동일 압력(유체 매질) 배치(Batch) 높음 낮음 챔버 단가·유지비 높음
면압 프레스 단축 방향 평판 압착 배치~반연속 중간 중간 기존 프레스 설비 응용 가능
롤 프레스 롤러 간 선압(Line Pressure) 연속(Roll-to-Roll) 중간~낮음(개선 진행 중) 높음 기존 캘린더링 설비 확장 개념

이 표가 말하는 것: 세 방식은 계면 접촉 품질과 양산 속도가 서로 반비례 관계에 놓여 있으며, 엠플러스가 세 가지 옵션을 모두 개발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전고체 셀메이커마다 요구하는 최적 공정이 다르다”는 업계의 암묵적 합의를 보여준다. (확인 필요: 각 방식별 실제 계면 저항 수치 비교 데이터는 엠플러스 측이 구체적 산업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현재 공개된 자료로는 확인할 수 없다.)

④ 특허 관점

압착 공정의 다변화는 곧 권리 범위(청구항이 보호하는 기술적 실체)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엠플러스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특허 등록 78건, 출원 34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단일 장비사가 압착·조립 공정 전반에 걸쳐 상당히 넓은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 공개된 면압·롤 프레스 개발 건에 대한 개별 특허 공개번호, 청구항 구성요소는 현재 시점의 공개 보도자료 수준에서는 특정되지 않아, 이 글에서 구체적 청구항을 인용하지는 않는다.

회피설계 관점에서 보면, 만약 특정 사가 “롤러 간 선압으로 고체전해질층을 압착하는 방법”에 대한 독자적 청구항을 확보한다면, 경쟁사는 압착 롤의 형상(예: 크라운 가공, 다단 롤 배치)이나 압력 프로파일 제어 방식을 달리 설계함으로써 문언침해를 회피하는 시나리오가 통상적으로 검토된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특허 회피설계 원리를 적용한 가정적 시나리오이며, 실제 엠플러스 또는 경쟁사의 특정 청구항 구성요소에 근거한 판단은 아니다.

⑤ 한계 및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면압·롤 프레스 대안이 검증될 경우 전고체 배터리의 CAPEX 부담이 낮아지고, 중소형 셀메이커도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진입장벽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계면 접촉 균일도가 WIP 대비 떨어질 경우 초기 사이클에서의 용량 발현율이나 장기 수명 특성이 저하될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완성차·셀메이커가 안전 마진을 위해 결국 WIP 공정으로 회귀하거나 두 방식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라인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셀메이커가 초기 양산 단계에서는 WIP를 유지하되 특정 셀 포맷(예: 소형 파우치)에 한해 롤 프레스 방식을 병행 검증하는 단계적 전환 전략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IP 담당자라면, 이번 분기 내에 엠플러스를 포함한 국내외 장비사의 압착 공정 관련 신규 출원을 KIPRIS·Google Patents에서 정기 모니터링 대상에 추가해 두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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