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물 고체전해질은 대개 볼밀(ball mill)로 원료를 갈아 섞는 기계적 밀링 공정으로 만든다. 그런데 미국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 現 Solid Power Operating)의 미국 공개특허 US20220123359A1(“Solid electrolyte material synthesis method”)은 이 가루 공정을 통째로 ‘용액 합성’으로 바꿔버린다.
무엇이 화제인가 — 밀링은 느리고 비싸다
기존 황화물 고체전해질 제조법은 원료를 분쇄·혼합하는 볼밀링에 크게 의존한다. 문제는 이 공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장비 마모와 에너지 소비가 크며, 대량생산으로 확장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밀링만으로 만든 Li3PS4·Li7P3S11 같은 상은 이온전도도도 0.12~0.27mS/cm 수준에 그쳐, 상용 전고체 배터리가 요구하는 성능에는 다소 아쉬운 수치였다. 솔리드파워는 아예 ‘갈아서 섞는’ 대신 ‘녹여서 섞는’ 접근을 택했다.
기본 원리 — 두 개의 용액을 따로 만들어 합친다
이 특허의 공정은 이렇다. 먼저 P·B·Al·As·Sb·Bi·Si·Ge·Sn 중 하나를 포함한 황화물 화합물과 알칼리금속염(예: 리튬염)을 극성 비양성자성 용매(polar aprotic solvent, 예: 아세토니트릴)에 녹여 ‘1차 용액’을 만든다. 별도로 알칼리금속염을 극성 양성자성 용매(polar protic solvent, 예: 에탄올)에 녹여 ‘2차 용액’을 만든다. 이 두 용액을 합쳐 3차 용액을 만들고, 건조시켜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얻는다. 필요하면 여기에 알칼리금속 할로겐화물을 추가로 섞어 이온전도도를 더 끌어올릴 수도 있다. 즉 고체 분말을 물리적으로 부수는 대신, 화학적으로 완전히 녹인 뒤 원하는 조성으로 재결정시키는 방식이다.
비교 — 볼밀링 vs 솔리드파워 용액합성
| 구분 | 기존 볼밀링 공정 | 솔리드파워 용액합성(US20220123359A1) |
|---|---|---|
| 기본 원리 | 원료를 물리적으로 분쇄·혼합 | 두 용매에 각각 녹인 뒤 화학적으로 합성 |
| 공정 시간 | 길고 장비 마모 큼 | 교반 15분~12시간, 상대적으로 유연 |
| 대량화 용이성 | 배치식 밀링 확장에 한계 | 용액 공정 특성상 연속화 여지 |
| 기존 상의 이온전도도 | 0.12~0.27mS/cm(Li3PS4·Li7P3S11) | 할로겐화물 추가로 개선 여지 확보 |
특허 관점 — 청구항의 핵심
독립항(청구항)은 ①알칼리금속염과 P·B·Al·As·Sb·Bi·Si·Ge·Sn 중 하나를 포함한 황화물 화합물을 극성 비양성자성 용매와 결합해 1차 용액을 만들고, ②알칼리금속염을 극성 양성자성(protic) 용매와 결합해 2차 용액을 만들고, ③두 용액을 합쳐 3차 용액을 만든 뒤, ④이를 건조시켜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제조하는 방법을 청구했다. 종속항에서는 여기에 알칼리금속 할로겐화물을 추가로 결합하는 단계, 질소 함유 극성 비양성자성 용매(아세토니트릴·프로피오니트릴 등)를 특정하는 단계, 교반 시간을 15분~12시간으로 규정하는 단계가 겹겹이 붙어 있다. 물리적 밀링 공정 특허들과 달리, 이 특허는 순수하게 ‘어떤 용매에 무엇을 어떤 순서로 녹이는가’라는 화학 공정 흐름 자체를 권리범위로 잡았다.
한계와 전망
용액 기반 합성은 대량생산 확장성에서 이점이 있지만, 용매를 완전히 제거하고 목표 결정상을 정확히 재현하는 건조·후처리 단계의 정밀도가 관건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밀링·소성 기반 황화물 전해질 특허를 오랫동안 축적해온 것과 달리, 솔리드파워는 용액화학이라는 다른 경로로 같은 목적지(저비용·고순도 황화물 전해질 양산)를 노리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 경쟁이 ‘어떤 조성이 이온전도도가 높은가’를 넘어 ‘그 조성을 얼마나 싸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특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