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못을 박아도 화재가 나지 않는다는 시연 영상으로 유명해졌지만, 정작 그 이름의 유래인 ‘칼날(blade)’ 형태 자체가 어떻게 특허로 보호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답은 미국 특허 US20210249725A1(BYD컴퍼니, 원출원 CN110165118A 기반, 2021년 공개)에 있다. 이 특허는 셀 화학이 아니라 순전히 ‘길이·두께·높이의 비율’만으로 블레이드 셀을 정의한다.

무엇이 화제인가 — 셀 하나가 구조재가 된다
기존 배터리팩은 셀을 여러 개 묶어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다시 모아 팩을 구성했다. 이 방식은 안전하지만 모듈 프레임과 그 사이 공간 때문에 팩 전체 부피 중 실제 셀이 차지하는 비중(공간활용률)이 떨어진다. BYD는 모듈 단계를 통째로 없애고, 길고 얇은 각형 셀을 팩 안에 나란히 배열해 셀 자체가 상·하부 커버를 지지하는 구조재 역할까지 겸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셀투팩(Cell-to-Pack, CTP) 방식이며, ‘블레이드’라는 이름은 이 길쭉한 셀의 생김새에서 나왔다.
기본 원리 — 왜 굳이 ‘칼날’ 모양이어야 하는가
셀이 구조재 역할을 하려면 팩의 폭을 가로지를 만큼 길어야 하고(BYD 표준형은 약 96cm), 동시에 상하부 커버와 접착제로 붙어 벌집 같은 견고한 구조를 이뤄야 한다. 게다가 셀이 길고 얇을수록 표면적 대 부피 비율이 커져 방열에도 유리하다. LFP는 니켈계 양극재보다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열폭주 위험이 훨씬 낮은데, 여기에 이런 ‘얇고 긴’ 형태까지 더해지면 열이 옆 셀로 옮겨붙기 전에 스스로 식을 여지가 커진다. 즉 셀 형태 자체가 안전장치의 일부인 셈이다.
비교 — 모듈 방식 vs 블레이드 CTP 방식
| 구분 | 기존 모듈형 팩 | BYD 블레이드 CTP |
|---|---|---|
| 구조 계층 | 셀→모듈→팩(3단계) | 셀→팩(2단계, 모듈 생략) |
| 셀 형태 | 일반 각형·파우치·원통형 | 길이 최대 2500mm의 초장각형 |
| 팩 공간활용률 | 상대적으로 낮음 | 50% 이상 향상(업계 발표치) |
| 구조 역할 | 모듈 프레임이 담당 | 셀 자체가 구조재 겸임 |
| 못 관통 시 안전성 | NMC 계열은 열폭주 위험 | LFP+얇은 형태로 열폭주 억제 |
특허 관점 — 청구항의 핵심
독립항은 놀랍도록 기하학적이다. 셀 본체 길이 L이 600~2500mm이고, ①L이 셀 높이 H보다 크거나 같고, ②H가 셀 두께 D보다 크거나 같으며(즉 길이≥높이≥두께 순서 고정), ③L/V(부피) 비율이 0.0005~0.002mm⁻², ④L/H 비율이 4~21, ⑤L/D 비율이 23~208 범위에 들어야 한다는 순수 수치 조건만으로 셀 형상 전체를 정의했다. 특정 소재나 화학 조성 언급 없이 ‘이 비율 범위 안에 들어오는 각형 셀은 모두 청구항을 침해한다’는 식으로 매우 넓은 형상 특허를 구축한 것이다. 이후 출원(US20240128565)에서는 여기에 지지부재(support member) 결합 구조를 추가로 청구해 모듈 없는 팩 구조 자체도 별도 방어하고 있다.
한계와 전망
2026년 3월 공개된 블레이드 2.0에서는 210Wh/kg 수준까지 에너지밀도를 끌어올렸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여전히 LFP 계열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순수 형상 비율만으로 걸린 이 청구항은 화학이 바뀌어도 형태만 유지하면 계속 유효하다는 점에서, BYD가 LFP에서 LMFP로, 혹은 다른 양극재로 갈아타더라도 ‘블레이드 형상’이라는 방어선은 그대로 남는 구조다. 셀 화학보다 형태 특허가 더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