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조용히 등록된 특허 한 건이 있다. 미국특허 US12027661B2는 화려한 보도자료 없이 등록됐지만, 니켈 함량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를 원자층증착(ALD)으로 코팅하는 상용 공정의 상당 부분을 포괄할 가능성이 있는 권리범위를 갖고 있다. 권리자는 소재·장비 기업 포지 나노(Forge Nano Inc, 관계사 Top Investments LLC 공동 권리자).
하이니켈 양극재는 에너지밀도 경쟁의 핵심이지만, 표면 열화라는 고질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이를 억제하는 표준적인 해법이 ALD·MLD 나노코팅인데, 그 상용화 공정의 청구항 상당 부분을 미국의 한 소재기업이 쥐고 있다는 점은 국내 셀메이커와 소재사 입장에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 글은 이 특허의 청구항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지, 그리고 앞선 세대 특허와 비교했을 때 권리범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청구항 대조표(claim chart) 형태로 짚어본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포지 나노는 200건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2026년 8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기가팩토리 착공까지 발표하며 코팅 IP를 셀 제조 사업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관련 동향은 별도 글 참조). 이 확장의 밑바탕에 있는 핵심 자산이 하이니켈 양극재 코팅 특허군이다. 청구항이 실제로 어디까지 넓은지, 그리고 국내외 경쟁사의 자체 코팅 공정이 이 권리범위를 피해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② 기본 원리 — 건식 코팅과 습식 코팅의 차이
양극재 표면 코팅은 크게 습식(졸겔, sol-gel)과 건식(ALD·MLD, 물리기상증착 등)으로 나뉜다. 졸겔 코팅은 용액에 활물질 분말을 담갔다 건조하는 방식이라 공정은 단순하지만 코팅 두께와 균일도를 정밀하게 제어하기 어렵다. 반면 ALD·MLD는 기체 전구체를 표면에 자기제한적(self-limiting)으로 흡착시켜 반응시키기 때문에, 원자층 단위로 두께를 제어할 수 있다—마치 종이를 한 장씩 세어 쌓듯 코팅 횟수(사이클)로 두께를 정하는 셈이다. 이 정밀도 덕분에 하이니켈 양극재처럼 얇고 균일한 보호막이 필요한 곳에 건식 코팅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③ 두 세대 특허 비교
| 항목 | US9196901B2 (2015 등록) | US12027661B2 (2024 등록) |
|---|---|---|
| 발명 명칭 | Lithium battery electrodes with ultra-thin alumina coatings | Nano-engineered coatings for anode/cathode active materials and solid-state electrolytes |
| 현재 권리자 | Alliance for Energy Innovation LLC | Top Investments LLC / Forge Nano Inc |
| 출원·등록 | 출원 2011-06-13(우선권 2010-06-14), 등록 2015-11-24 | 출원 2015-06-01, 등록 2024-07-02 |
| 권리 상태·만료 | Active, 조정만료 2033-02-12 | Active, 조정만료 2036-04-23 |
| 코팅 대상 | 바인더로 성형까지 끝난 완성 전극(입자+바인더) | 전극화 이전의 활물질 “입자” 자체 |
| 코팅 물질 | 알루미나(Al₂O₃)로 한정 | 금속산화물·금속할라이드·금속인산염·금속황산염 등 광범위한 물질군 |
| 코팅 두께 | 2~20Å(옹스트롬, 0.2~2nm) | 2~10nm(20~100Å) |
| 적용 활물질 | 양극·음극 불문, 니켈 함량 한정 없음 | 니켈 함량 80% 이상 하이니켈 양극재(NCM·NCA)로 한정 |
| 공정 조건 특정 | ALD 공정 적용, 사이클 수 불특정 | ALD 또는 MLD, 4~8사이클로 구체적 특정 |
이 표가 말하는 것: 2015년 특허는 “ALD로 리튬전지 전극에 알루미나를 얇게 씌운다”는 비교적 좁은 개념을 다뤘다면, 2024년 특허는 코팅 물질을 알루미나 밖으로 넓히고 대상을 하이니켈 양극재로 좁히는 대신 공정 조건(두께·사이클 수)을 훨씬 구체적으로 못박았다. 권리범위가 “넓어진 부분”과 “좁아진 부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이 비교의 핵심이다.
④ 특허 관점 — 청구항 구성요소 대조(Claim Chart)
US12027661B2 청구항 1항을 구성요소 단위로 쪼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이니켈 양극재 ALD 코팅 공정(가상의 대상 공정으로, 특정 기업을 지칭하지 않음)과 대조하면 다음과 같다. 실제 침해 여부는 개별 기업의 실제 공정 파라미터를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으며, 아래 표는 어디까지나 권리범위 이해를 돕기 위한 구조적 비교임을 밝혀둔다.
| 청구항 구성요소 | US12027661B2 청구항 1항 요지 | 업계 일반 공정과의 비교(가상) | 회피설계 관점 |
|---|---|---|---|
| 활물질 조성 | 니켈 함량 80% 이상 NCM·NCA 계열 양극 활물질 입자 | 하이니켈 공정 대다수가 Ni 80~95% 구간 사용 | 니켈 함량을 80% 미만으로 낮추면 이 구성요소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 |
| 코팅 공정 | ALD 또는 MLD | 일부 소재사는 습식 졸겔·스프레이 코팅 병행 | ALD·MLD가 아닌 습식·PVD·스퍼터링 공정을 쓰면 문언침해 소지가 낮아질 가능성 |
| 코팅 사이클 | 4~8사이클 | 실험실 공정은 1~3사이클 또는 10사이클 이상도 보고됨 | 사이클 수를 3회 이하 또는 9회 이상으로 설계하면 이 구성요소를 벗어날 가능성 |
| 코팅 두께 | 2~10nm | 공정별로 1nm 미만·10nm 초과 사례도 존재 | 두께를 이 구간 밖으로 설계하는 것이 가장 직관적인 회피 지점이 될 가능성 |
| 기능적 효과 | 입자 균열·금속 분포 변화·비가역 부피변화·결정상 변화 억제 | 대부분의 코팅 공정이 유사한 효과를 표방 | 균등론 판단에서는 이 기능적 동일성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
정리하면, 니켈 함량·코팅 공정 종류·사이클 수·두께라는 네 가지 수치형 구성요소를 모두 벗어나야 문언침해 소지를 낮출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반면 다섯 번째 구성요소인 “기능적 효과”는 수치로 한정돼 있지 않아, 앞의 네 구성요소를 피하더라도 균등론 판단에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
⑤ 한계와 전망
US12027661B2가 하이니켈 양극재 ALD 코팅의 사실상 표준특허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반대 시나리오도 함께 짚어야 한다. 2015년 등록된 US9196901B2가 이미 “ALD로 리튬이온 전지 전극에 얇은 무기물 막을 씌운다”는 개념을 개시(disclose)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US12027661B2의 진보성(inventive step)이 니켈 함량 한정과 사이클 수 특정만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지를 놓고 무효 심판(invalidation trial) 국면에서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국내 셀메이커·소재사가 자체 코팅 공정의 니켈 함량·사이클 수·두께를 청구항 구성요소와 정기적으로 대조하는 체크리스트를 운용하고, 필요하다면 습식 코팅이나 사이클 수·두께를 청구항 범위 밖으로 설계하는 대안 공정을 병행 검토하는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확인 필요 액션: IP 담당자는 자사 또는 협력 소재사의 ALD·MLD 코팅 공정 로그에서 니켈 함량, 실제 사이클 수, 코팅 두께 실측치를 위 청구항 대조표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와 하나씩 대조하는 내부 크로스체크부터 먼저 진행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