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무엇이 화제인가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이 2023년 60.4%에서 2025년 약 30%까지 떨어지는 동안,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20%대에서 약 60%로 뒤바뀌었다. 그런데 2026년 9월 2일(UPI) 보도는 정반대 방향의 신호를 전한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틀면서, 이미 유럽에 생산시설을 갖춘 한국 3사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누가 실제로 유럽에 배터리를 더 많이,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옮겨간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셀 화학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결국 장비 공급망과 세제·규제라는 두 축이다. 같은 시기 중국 장비업체 LEAD Intelligent의 600MPa급 등방압 프레스 시스템이 한·중·일·유럽·북미 기가팩토리 공급망에 통합되고 있다는 소식, 그리고 일본이 2026년 9월 1일부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소비세 2%를 신설했다는 소식이 함께 들려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글은 “유럽의 문이 다시 열린다면, 그 문을 실제로 통과하는 것은 셀 화학이 아니라 장비·세제·공급망 재편이라는 세 갈래 변수”라는 질문에 답한다.
② 기본 원리
배터리 산업에서 시장 점유율은 셀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코터(Coater)·프레스(Press)·슬리터(Slitter)·와인더(Winder)로 이어지는 전공정(Front-End) 설비 라인이 특정 지역에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저렴하게 깔리느냐가 실제 공급 능력을 좌우한다. 비유하자면, 셀 화학은 요리의 레시피이고 제조 설비는 주방이다. 아무리 좋은 레시피가 있어도 주방(양산 라인)이 유럽 현지에 없으면 그 요리를 유럽 식탁에 올릴 수 없다. 한국 3사가 이미 헝가리·폴란드에 기가팩토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유럽이라는 “주방”을 이미 확보해 두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세제라는 두 번째 변수가 겹친다. 일본의 리튬이온 배터리 소비세(2% → 2027년 4%)는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의 원가 구조를 직접 건드리는 반면, 전고체·소듐이온·연료전지는 2028년 말까지 면제된다. 이는 세제가 특정 셀 화학의 상대적 원가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정책 레버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등방압 프레스(Isostatic Press)와 같은 장비 공급망의 지역 분산 역시 같은 맥락이다. 특정 국가·업체에 장비 공급이 집중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므로, 완성차·셀메이커는 여러 지역에 동시에 장비를 들일 수 있는 공급업체를 선호한다.
③ 비교: 유럽 배터리 시장 재편의 세 갈래 변수
| 변수 | 최근 변화 | 수치·시점 | 산업 시사점 |
|---|---|---|---|
| 유럽 시장 점유율 | 한국 3사 하락, 중국 업체 급등 | 한국 60.4%→약 30%, 중국 20%대→약 60% (2023→2025) | EU의 탈중국 정책이 실행되면 반등 여지가 구조적으로 존재 |
| 장비 공급망 | LEAD 600MPa 등방압 프레스, 최대 150℃ 운용 | 한·일·유럽·북미 기가팩토리 공급망 편입 (2026년 8월 기준) | 전고체 파일럿 라인의 지역 분산이 가속, 특정 업체 종속 리스크 완화 |
| 세제·규제 | 일본 리튬이온 배터리 소비세 신설 | 2026-09-01 2% 시행, 2027-09-01 4%로 인상 예정 (전고체·소듐이온·연료전지는 2028-12-31까지 면제) | 액체 전해질 배터리의 상대 원가 상승, 차세대 화학으로 전환 유인 |
이 표가 말하는 것: 유럽 점유율 반등은 셀 성능이 아니라 이미 깔린 현지 생산설비와 정책 방향이 만드는 구조적 기회이며, 동시에 일본의 세제 개편은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원가 페널티를 부과해 전고체·소듐이온 전환을 정책적으로 앞당기고 있다.
④ 특허 관점
유럽 재진입 경쟁에서 한국 3사가 쥔 실질적 무기는 브랜드가 아니라 공정 특허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듀얼 슬롯다이 코터(Dual Slot Die Coater) 관련 특허(공개번호 US20250375790A1, 2025년 12월 11일 공개, 출원인 LG Energy Solution Ltd)는 하나의 다이 헤드에서 두 개의 슬롯을 통해 전극 슬러리를 동시에 이중 코팅하면서도, 하부·중간·상부 다이립의 두께를 서로 다르게 설계해 고속 라인에서도 코팅 두께 균일도를 유지하는 구조를 청구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공정 특허는 셀 자체의 화학 특허보다 회피가 까다롭다. 코팅 속도와 두께 균일도는 곧 수율이자 원가이기 때문에, 후발 장비업체가 같은 성능을 내려면 결국 유사한 다이립 구조를 설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이는 침해 소지 판단에서 구조적 유사성이 핵심 쟁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청구항이 “하부 다이립 두께 > 중간·상부 다이립 두께”라는 구체적 수치 관계를 구성요소로 못박고 있다면, 세 다이립의 두께를 동일하게 설계하거나 반대로 상부 다이립을 가장 두껍게 설계하는 대안 구조, 혹은 단일 슬롯 다이 두 대를 순차 배치해 중간 건조 공정을 넣는 방식으로 청구항 구성요소 일부를 회피할 여지는 남아 있다. 이 경우 생산 속도나 설비 풋프린트에서 트레이드오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후발 업체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다.
⑤ 한계 및 전망
유럽 시장 반등 시나리오에는 낙관적 전제가 많다. EU의 탈중국 정책이 예정대로 집행된다는 보장은 없으며, 중국 업체 역시 유럽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이미 늘리고 있어 “점유율 자동 반등”은 지나치게 단순한 그림일 수 있다. 반대 시나리오로는, 중국 업체가 관세·규제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유럽 역내 합작 공장을 늘리면서 “중국산 배터리”라는 딱지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로를 들 수 있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한국 3사가 단순 점유율 경쟁 대신 공정 특허 포트폴리오(코팅·노칭·등방압 프레스 등)를 라이선싱 자산화해, 유럽 현지 장비업체와의 협력 구도에서 로열티 수익원을 만드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액션 하나: 자사가 보유한 전공정 설비 관련 특허(코팅·노칭·프레스) 중 유럽·중국 경쟁사의 최근 설비 발주 사양과 청구항 구성요소가 겹치는 항목이 있는지 특허맵으로 우선 점검할 것을 권한다.
※ 특허 등록 유지 여부 및 침해 소송 결과는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으며, 본문의 법적 판단은 확정적 결론이 아닌 가능성으로 이해할 것을 권한다. 별도 사안은 전문가 검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