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해액에 첨가제를 넣는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새롭지 않다. 비닐카보네이트(VC) 하나만 넣어도 수명이 늘어난다는 건 업계 상식이다. 그런데 독일 화학기업 BASF의 미국 공개특허 US20170025706A1(“Electrolyte Additives For Lithium Ion Batteries”)은 ‘단일 첨가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첨가제 세 종류를 정해진 조합으로 함께 넣어야 한다’는 걸 청구항으로 못박았다.
무엇이 화제인가 — VC 하나로는 부족했다
VC(비닐카보네이트)는 음극 표면에 SEI(고체전해질계면)를 형성해 전해액 분해를 막아주는 대표적 첨가제다. 하지만 VC만 쓰면 4.1V 이상 고전압에서 양극 쪽에서 부반응(parasitic reaction)이 계속 일어나고, 고온 저장 시 가스가 발생하는 문제가 남는다. BASF는 이 문제를 첨가제 하나를 바꾸는 대신, 서로 다른 화학적 역할을 하는 첨가제들을 ‘그룹’으로 나눠 함께 넣는 방식으로 풀었다.
기본 원리 — 첨가제를 역할별로 3개 조로 나눈다
이 특허는 첨가제를 A·B·C 세 그룹으로 분류한다. 그룹 A는 VC 또는 PES(프로필렌설파이트) 계열로 SEI 형성을 주도한다. 그룹 B는 MMDS·DTD·TMS·ES·PS 같은 황(S) 함유 화합물로, SEI를 보강하고 저항 상승을 억제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 그룹 C는 TTSP 또는 TTSPi 같은 인(P) 함유 화합물로, 고전압에서 양극 표면의 부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세 그룹을 각각 0.25~3중량% 범위로 정확히 배합해 함께 넣으면, 어느 하나만 썼을 때보다 쿨롱효율·열안정성·임피던스가 동시에 개선된다는 것이 특허의 핵심 실험 결과다.
비교 — VC 단독 vs BASF 3원계 첨가제 조합
| 구분 | VC 단독 첨가 | BASF A+B+C 3원계(US20170025706A1) |
|---|---|---|
| 4.1V 이상 양극 부반응 | 지속적으로 발생 | 그룹C(TTSP/TTSPi)가 억제 |
| 60°C 저장 시 가스 발생 | 상대적으로 많음 | PES 계열 적용 시 감소 |
| 고온 흑연전극 열안정성 | 기준 수준 | 향상 |
| 사이클 후 임피던스 | 기준 수준 | 감소 |
특허 관점 — 청구항의 핵심
독립항은 리튬염, 비수계 카보네이트 용매, 그리고 ①VC·PES 중 하나 이상(그룹A), ②MMDS·DTD·TMS·ES·PS 중 하나 이상(그룹B), ③TTSP·TTSPi 중 하나 이상(그룹C)을 포함하는 첨가제 혼합물을 결합한 비수계 전해액을 청구했다. 단일 화합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화학적 기능군 세 개를 특정 농도 범위로 조합해야 한다’는 조건 자체가 권리범위를 이룬다. 이는 경쟁사가 그룹 안의 개별 화합물을 다른 것으로 바꾸더라도, 같은 3원 조합 구조를 따르면 여전히 이 특허의 그늘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계와 전망
BASF는 이후 실리콘 음극에 특화된 디티오에스터 첨가제(US20190356013A1), 실릴기 함유 인산 유도체 첨가제(US20220109187A1)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계속 넓혀왔다. 전해액 첨가제는 셀 화학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지만, 전체 전해액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면서도 수명·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화학 대기업들이 이런 ‘첨가제 조합 특허’를 촘촘히 쌓아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