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세계 최초 양산’ 선언과 실제 일정 사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 경쟁은 2026년 말 GWh급 양산을 선언한 중국 GAC 계열 그레이터베이테크놀로지(Greater Bay Technology),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 삼성SDI, 2027~2028년 상용화를 내건 토요타의 3파전으로 요약된다. 다만 세 회사가 말하는 ‘양산’은 전해질 체계, 공정, 원료 조달 단계가 서로 달라 같은 결승선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이 글은 선언과 검증 가능한 사실을 분리하고, 양산의 병목이 셀 공장뿐 아니라 원료 단계에도 있다는 점을 특허 관점에서 짚는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삼성SDI는 2026년 3월 11~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고, 전고체 브랜드 ‘솔리드스택(SolidStack)’을 내세웠다. 첫 적용처를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넓힌 점이 눈에 띈다. 이어 2026년 7월 초 보도에서 삼성SDI 전고체 생산개발 담당 임원은 글로벌 고객사(전기차 업체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의 샘플 평가 반응이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2027년 하반기 양산 목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토요타는 2023년 6월 10분 이하 충전과 1,200km 주행을 목표로 한 전고체 전기차를 2027~2028년 실용화하겠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 12일 이데미쓰코산(Idemitsu Kosan)과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양산 기술 개발 및 공급망 구축 협력을 발표했다. 긴장 요인은 그 사이에 등장했다. 2026년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그레이터베이는 에너지 밀도 260~500Wh/kg의 A샘플을 공개하며 2026년 GWh급 양산과 차량 탑재를 목표로 제시했다. 실현된다면 삼성SDI·토요타보다 반년 이상 앞서는 ‘세계 최초’가 된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전고체 양산은 왜 어려운가, 세 회사의 선언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기획·IP 담당자는 이 경쟁에서 어떤 권리 층위를 추적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양산의 난제는 화학보다 ‘누르는 방식’에 있다
전고체의 난제는 화학보다 계면에 있다. 액체 전해질은 전극의 굴곡을 스스로 파고들어 접촉을 만들지만, 고체 전해질은 그러지 못한다. 입자와 입자, 층과 층이 밀착되지 않으면 리튬 이온이 건널 다리가 끊기고 저항이 치솟는다. 그래서 전고체 제조의 핵심은 ‘얼마나 균일하게, 계속해서 눌러주느냐’로 수렴한다.
자료: Korea JoongAng Daily(2026-07-01) 삼성SDI 임원 인터뷰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배치(batch) 방식은 반죽을 틀에 넣어 한 판씩 굽는 제빵이고, 연속 가압은 반죽을 컨베이어 위 롤러로 계속 밀어 펴는 제면에 가깝다. 삼성SDI 측은 경쟁사 다수가 셀을 모아 한꺼번에 가압하는 배치형 온간등방압(WIP, Warm Isostatic Press, 따뜻한 액체 압력을 모든 방향에서 고르게 가하는 설비) 공정에 의존하는 반면, 자사는 라인 위를 연속 이동하는 셀을 누르는 롤 프레스 방식을 쓴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 방식이 양산 단계의 생산성과 원가 절감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층위는 원료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황화리튬(Li₂S)을 핵심 원료로 쓴다. 토요타 발표에 따르면 이데미쓰는 석유 정제 부산물로 생기는 황화리튬 생산 기술을 개발해 왔고, 황화물계를 택한 이유로 ‘부드럽고 다른 재료와 잘 달라붙는 성질’이 양산에 적합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데미쓰는 2025년 2월 27일 연 1,000톤 규모 황화리튬 설비 건설 계획(투자액 약 213억 엔)을 발표한 것으로 보도됐다. 셀 공장의 속도만큼 원료의 톤 단위 공급이 양산 일정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비교: 세 플레이어의 일정과 접근
| 구분 | 삼성SDI | 토요타(+이데미쓰) | 그레이터베이(GAC 계열) |
|---|---|---|---|
| 목표 시점 | 2027년 하반기 양산 | 2027~2028년 상용화 | 2026년 GWh급 양산·차량 탑재 목표 |
| 첫 적용처 | 로봇(피지컬 AI) → 전기차·모바일 확장 | 전기차(1,200km·10분 이하 충전 목표) | 전기차 |
| 공개 스펙 | 에너지 밀도 900Wh/L(2024년 3월 제시) | 목표치 중심 공개 | 260~500Wh/kg A샘플, 2~3C 급속충전 |
| 전해질·공정 특징 | 황화물계, 은-탄소(Ag-C) 코팅, 롤 프레스 연속 가압 | 황화물계, 황화리튬 자체 조달망(연 1,000톤 계획) | 딥 유텍틱 기반 복합 전해질 체계(회사 설명) |
| 검증 상태 | 고객사 샘플 평가 진행 | 파일럿 설비 단계 | 양산 실증 미확인 — 하반기 검증 필요 |
자료: 삼성SDI 뉴스룸(2026-03), Korea JoongAng Daily(2026-07-01), 토요타 글로벌 뉴스룸(2023-10-12), CnEVPost(2026-04-14) 보도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가장 이른 목표(2026년)를 내건 쪽은 가장 넓은 에너지 밀도 범위(260~500Wh/kg)와 가장 낮은 검증 단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반면 삼성SDI·토요타는 일정은 늦지만 공정(연속 가압)과 원료(황화리튬 1,000톤)라는 양산 인프라를 먼저 공개했다.
여기서 원문이 놓친 통찰 하나를 덧붙인다. 그레이터베이가 스스로 반고체·준고체와 구별된다고 설명한 전해질은 ‘딥 유텍틱(심층 공융, 두 성분을 섞으면 녹는점이 크게 낮아지는 현상) 기반 복합 전해질’이다. 황화물계 무기 고체 전해질과는 계열이 다를 수 있으므로, ‘누가 먼저 전고체를 양산하느냐’는 질문은 사실상 ‘어떤 정의의 전고체를 먼저 양산하느냐’로 바꿔 읽어야 한다. 이 정의 차이는 마케팅뿐 아니라 특허 청구항의 문언 해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특허 관점: 셀보다 한 단계 앞, 원료 설비 청구항
전고체 특허 경쟁은 흔히 전해질 조성이나 셀 구조를 중심으로 논의되지만, 양산 국면에서는 원료 제조 단계의 권리도 FTO(침해 여부 검토) 대상이 된다. 토요타와 이데미쓰는 2023년 협력 발표에서 두 회사가 전고체 배터리와 황화물 고체 전해질 관련 특허 등록 건수에서 세계 선두권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황화리튬 제조 단계를 보여 주는 예가 이데미쓰 명의의 US10239027B2다.
서지 사항: US10239027B2(발명의 명칭 “Device for producing lithium sulfide, and method for producing lithium sulfide”, 출원인 Idemitsu Kosan Co., Ltd.)는 우선일 2014년 12월 16일, 출원일 2015년 12월 16일, 등록일 2019년 3월 26일이며 Google Patents 기준 법적 상태는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35년 12월 16일이다. 공개공보는 US20170368515A1이고, 패밀리로 EP3235787B1, JP6697398B2가 등록돼 있다.
청구항 요지(재서술): 장치 청구항은 수산화리튬 분말과 황화수소 가스를 접촉시키는 반응 용기, 내부 교반 날개, 분말이 닿는 내벽 온도를 유지하는 제1 가열부, 분말이 닿지 않는 내벽에서 물 응축을 막는 제2 가열부를 구성요소로 한다. 방법 청구항은 유기용매 없이 용기 용량 1L당 0.1kg 이상의 수산화리튬을 넣고, 수산화리튬 1kg당 분당 5L 이하로 황화수소를 흘리며 교반하는 구성이다.
자료: US10239027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 권리 범위의 성격: 셀 제조사가 아니라 황화리튬을 대량 생산하는 소재 업체의 설비·공정에 직접 닿는다.
- 회피 방안: 수산화리튬이 아닌 다른 리튬 원료(예: 탄산리튬이나 황산리튬을 쓰는 건식·환원 공정)를 쓰거나, 용매 기반 공정을 택하면 청구항 구성요소를 결여할 여지가 있다. 방법 청구항의 수치 한정(0.1kg/L, 5L/min/kg) 밖의 조건도 문언상 거리를 둘 수 있는 지점이다.
-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수치만 살짝 벗어난 조건이 같은 기능(응축 방지와 고순도 무용매 합성)을 같은 방식으로 달성한다면 균등론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특허권자 입장에서도 수산화리튬과 황화수소의 반응 자체는 오래 알려진 화학이어서, 설비 구성의 진보성이 선행기술과의 대조에서 다퉈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SDI의 롤 프레스 연속 가압이나 그레이터베이의 복합 전해질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대응 특허번호를 검증하지 못했다. 공개된 특허 정보로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연속 가압 전고체 셀 제조방법과 딥 유텍틱 복합 전해질 조성을 키워드로 한 공개공보 추적이 필요하다. 그레이터베이는 관련 특허를 50건 이상 출원했다고 보도됐으나, 공보 번호와 청구 범위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한계와 전망
가격이라는 두 번째 벽도 있다. SNE리서치 기준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현재 가격은 kWh당 400~600달러로, LFP 팩(81달러)의 5~7배, NCM 팩(128달러)의 3~5배라고 원문은 전했다. 병목은 고체 전해질이다. 국내 고체 전해질 업체 측 전망으로도 연간 수십 톤 생산 규모에서는 액체 전해질의 약 20배, 수백 톤으로 늘어야 10배 수준으로 내려온다는 계산이다. 2027년의 ‘양산’이 곧 ‘살 수 있는 가격’을 뜻하지 않는 이유이고, 로봇·UAM처럼 안전성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시장이 첫 관문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낙관적 전망은 2026~2028년 사이 세 진영이 모두 양산 라인을 가동하며 전고체가 프리미엄 시장부터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GWh급 라인에서 계면 품질을 유지한 채 속도를 내지 못하면 ‘양산’은 소량 파일럿 출하에 머물고, 황화리튬 같은 원료의 톤 단위 공급이 늦어지면 셀 공장이 준비돼도 가동률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언일과 실제 GWh 출하일 사이의 간극이 벌어지는 시나리오다.
전략적 대안은 전고체 경쟁을 ‘셀 화학’, ‘가압 공정’, ‘원료 조달’의 세 권리·공급망 층위로 나눠 추적하는 것이다. 셀 발표 뉴스는 첫 번째 층위만 보여 주지만, 실제 양산 속도와 FTO 리스크는 두 번째·세 번째 층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실무 액션: 황화물계 전고체 소재·셀 사업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황화리튬 조달처의 제조 공정(원료가 수산화리튬인지, 무용매인지, 가스 유량 조건)을 공급 계약 전에 확인하고, US10239027B2와 그 패밀리(EP3235787B1, JP6697398B2) 청구항과의 구성요소 대비표를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삼성SDI 전고체의 ’10→80% 7분 충전’ 수치의 공식 출처(이 글에서 1차 자료로 확인하지 못함)
- 토요타 주행거리 목표가 1,000km에서 1,200km로 ‘상향’된 것인지, 2023년 발표 당시부터 1,200km였는지
- SNE리서치 전고체 가격(kWh당 400~600달러) 및 LFP·NCM 팩 가격의 원 보고서와 기준 시점
- 그레이터베이 복합 전해질이 무기 고체 전해질 기반인지, 셀 내 액체 성분이 있는지
- 이데미쓰 황화리튬 설비의 건설 위치와 가동 시점
출처
- 삼성SDI 뉴스룸, 삼성SDI, 피지컬 AI용 전고체 배터리 최초 공개(인터배터리 2026, 2026-03)
- Korea JoongAng Daily, Samsung SDI targets 2027 mass production of solid-state batteries as global clients praise safety (2026-07-01)
- 전자신문, 삼성SDI, 인터배터리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 공개(2024-03-05)
- Toyota Global Newsroom, Idemitsu and Toyota Announce Beginning of Cooperation toward Mass Production of All-Solid-State Batteries for BEVs (2023-10-12)
- 아주경제, 도요타 ’10분 충전·1200㎞ 주행’ 전고체 EV 2027년 실용화 선언(2023-06-13)
- Electrek, Toyota’s all-solid-state EV battery plans just got a lift from Japan’s oil giant (2025-02-27)
- CnEVPost, GAC-backed Greater Bay claims breakthrough in solid-state batteries with new prototype roll-out (2026-04-14)
- Google Patents, US10239027B2 – Device for producing lithium sulfide, and method for producing lithium sulfide (Idemitsu Kosan Co., Ltd.)
- SNE리서치 전고체 배터리 가격 분석(원문 인용)
핑백: 휘발분 0.5% 미만이면 전고체, 광저우 양산 셀이 넘은 첫 선 - Frontierc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