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차전지 업계의 시선은 대개 셀 메이커(삼성SDI·LG에너지솔루션·CATL)와 소재 기업에 쏠려 있다. 그런데 2026년 9월 7일 알려진 소식은 그 사이, 완성차와 셀메이커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대형 물량을 확보한 배터리팩 설계기업의 이야기다. 세방전지의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가 현대자동차의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형 ESS(에너지저장장치)에 들어가는 배터리팩을 각각 수주했고, 두 건 모두 조 단위 장기 공급계약으로 파악된다. 셀도 완성차도 아닌 ‘팩 설계·조립’이라는 중간지대가 왜 지금 커지고 있는가 —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한다.
① 무엇이 화제인가
한국경제 보도(2026년 9월 7일)에 따르면 세방리튬배터리는 최근 현대차가 미국 등에 출시할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 모델의 배터리팩 물량을,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의 신형 ESS에 적용되는 배터리팩 물량을 각각 확보했다. 두 건 모두 수년에 걸친 장기 공급계약이며 합산 계약 규모는 조 단위로 알려졌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셀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구조·전장·열관리 설계부터 조립, 안전성·신뢰성 검증까지 배터리팩 생산 전반을 맡는 기업이다. 차량용 고전압·저전압 배터리와 ESS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처럼 완성차·셀메이커 양쪽에서 동시에 물량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② 기본 원리
배터리팩은 셀을 그대로 차량이나 ESS에 넣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셀을 모듈로 묶고, 그 모듈을 구조체·전장(BMS·배선)·열관리 시스템과 함께 하나의 팩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굳이 비유하자면 반도체 칩과 완제품 사이의 ‘패키징·모듈 업체’에 가깝다. 셀 제조사가 배터리의 엔진을 만든다면, 팩 설계기업은 그 엔진을 차량이나 ESS 각각의 요구(전압·용량·냉각·안전기준)에 맞춰 차체에 앉히는 역할을 한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원통형·파우치형·각형 등 셀 형태를 가리지 않고 이 조립·설계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완성차 한 곳과 셀메이커 한 곳에 동시에 물량을 공급하는 구조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③ 비교 — 세방리튬배터리 매출 추이와 이번 수주의 규모감
| 구분 | 2023년 | 2024년 | 2025년 | 비고 |
|---|---|---|---|---|
| 세방리튬배터리 매출 | 1,780억원 | 3,334억원 | 3,301억원 | 모회사 세방전지 지분 92% |
| 이번 수주 규모(현대차+LG엔솔 합산) | 조 단위 장기 공급계약(정확한 계약금액 비공개) | 연매출의 수배 수준으로 추정 | ||
이 표가 말하는 것: 세방리튬배터리의 연매출은 이미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이번에 확보한 두 건의 계약 규모는 그 연매출을 다시 수배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회사 외형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구조적 변곡점이라는 뜻이다.
④ 특허 관점
팩 설계·조립 기업의 사업 구조를 IP전략가의 시선으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셀 자체의 소재·화학 특허는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CATL 같은 셀메이커의 권리 범위이고, 팩 설계기업은 그 특허 지형 바깥에서 모듈 구조·열관리·BMS 연동 등 별도의 권리 범위를 쌓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세방리튬배터리가 완성차(현대차)와 셀메이커(LG에너지솔루션) 양쪽 모두와 동시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팩 설계가 개별 셀사의 특허 포트폴리오에 종속되지 않는 모듈러 아키텍처를 다루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구조적 해석이며, 세방리튬배터리가 실제로 어떤 팩 레벨 특허를 개별 청구항 단위로 보유하고 있는지는 이번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아 별도 확인이 필요한 항목으로 남겨둔다.
이번 주 다른 두 신호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8월 27일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누리호 5차 발사일을 10월 7일로 확정했다(당초 9월 예정에서 한 달 연기). 연기 사유는 초소형 군집위성 2~6호기의 추력기 성능이 선행 위성의 실제 우주 운용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되어 교체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발사체 자체는 국가연구기관(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개발돼 상업적 특허 분쟁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초소형위성의 추력기 같은 개별 부품은 민간기업의 국산화·특허출원이 늘어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발사체 하나에도 국가 주도 플랫폼과 민간 부품 특허라는 이중 구조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9월 9일부터 11일까지 ‘Automation World Vietnam 2026’ 전시회가 열려, 국내 엣지AI 비전검사 기업들이 배터리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의 불량 검출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이 영역의 최신 특허 지형은 이 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특허분석 글에서 자세히 다룬다.
⑤ 한계 및 전망
낙관적으로 보면, ODM(설계·제조 위탁생산) 형태의 배터리팩 시장이 커지는 것은 K배터리 밸류체인의 저변이 셀 3사를 넘어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 완성차나 셀메이커가 장기적으로 팩 설계·조립 역량을 자체 내재화(수직계열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세방리튬배터리 같은 팩 전문기업은 대체되기 쉬운 하청 지위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이는 특허 보유량 자체보다 고객사 록인(교체 비용)을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달려 있는 문제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팩 전문기업이 단순 조립대행을 넘어 열관리·BMS 소프트웨어 등 팩 레벨 기술을 특허로 축적해, 완성차·셀메이커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라이선싱 가능한 기술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액션: 자사가 거래하거나 검토 중인 배터리팩 협력사에 대해 매출 대비 계약 규모뿐 아니라 팩 레벨 특허 포트폴리오(모듈 구조·BMS·열관리) 보유 현황을 함께 점검해, 단순 조립 하청에 머무는 협력사인지 대체 리스크를 판단해볼 것을 권한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 세방리튬배터리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간 계약의 정확한 금액·기간은 보도 시점 기준 비공개로, 향후 공시나 후속 보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참고: 한국경제 [단독] 세방전지, 현대차·LG엔솔서 조단위 수주 따냈다(2026-09-07) · 우주항공청 누리호 5차 발사관리위원회 발표(2026-08-27) · Automation World Vietnam 2026 전시회 관련 보도(헬로티, 202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