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무엇이 화제인가
46파이 원통형 셀이 업계 표준으로 굳어지는 지금, 그 표준의 뿌리에는 2023년 9월 5일 등록된 테슬라의 미국특허 US11749842B2 “Cell with a tabless electrode”가 자리하고 있다. 앞선 글에서 다룬 LG에너지솔루션-EVE에너지 ITC 337-TA-1518 조사는 46-시리즈 응용 설계를 둘러싼 분쟁이지만, 그보다 상위에 “탭리스 셀이라는 개념 자체”를 청구하는 테슬라의 기초특허가 여전히 활성(active) 상태로 존재한다. 이 특허는 2039년 11월 4일까지 존속 예정이어서, 앞으로 15년 가까이 46-시리즈를 채택하려는 모든 셀 메이커의 설계 테이블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업계 상황은 분명하다—삼성SDI, AESC, LG에너지솔루션, CATL, EVE에너지까지 사실상 모든 주요 셀 메이커가 탭리스 구조를 채택하거나 채택을 준비 중이다. 긴장 요인은 이 특허가 “탭리스”라는 기능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구조적 요건—전도성 부분이 접혀 캡과 동심원 형태로 접촉한다는 요건—을 청구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이 글은 “이 특허의 권리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이며, 46-시리즈를 채택하려는 기업은 어떤 설계 여지를 갖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② 기본 원리
US11749842B2는 젤리롤로 감긴 전극 구조에서 전류가 나가는 “출구”를 재설계한 특허다. 비유하자면 나선형으로 말린 두루마리 종이의 한쪽 끝에만 손잡이가 달린 상태(기존 탭 구조)에서, 두루마리 테두리 전체에 빗살 모양의 잘림선을 낸 뒤 그 낱장들을 전부 접어 한곳에 겹쳐 붙이는 방식(탭리스)으로 바꾼 것과 같다. 이 특허의 청구항이 요구하는 핵심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 제1기판(전극 호일)에 다수의 전도성 부분이 비전도성 부분으로 서로 이격되어 배치될 것. 둘째, 이 기판과 절연체, 제2기판이 함께 중심축을 기준으로 말릴 것. 셋째, 말린 뒤 전도성 부분들이 서로 접혀 동심원 형태의 패턴을 이루며 캔의 캡(집전판)과 실질적으로 접촉할 것.
③ 비교: 청구항 구성요소 매핑(클레임 차트)
| 청구항 구성요소(US11749842B2, 청구항1) | 업계 일반 46-시리즈 탭리스 구현(공개 정보 기준) | 권리범위 시사점 |
|---|---|---|
| 제1기판에 다수의 이격된 전도성 부분(플래그) | 대다수 46-시리즈 셀이 전극 호일 가장자리에 미코팅 구간을 남겨 다수의 플래그를 형성 | 거의 모든 탭리스 구현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요소—회피 여지가 좁음 |
| 제1·제2기판과 절연체가 중심축 기준 롤 형성 | 원통형 젤리롤 구조 자체의 일반적 특징 | 원통형 셀이라는 폼팩터를 선택하는 순간 사실상 충족되는 요소 |
| 전도성 부분이 접혀 동심원 형태 패턴을 이루며 캡과 접촉 | 기업별로 플래그를 접는 각도·겹침 방식·용접 패턴이 상이(예: 방사형 압착 후 레이저 용접 vs 초음파 용접) | 가장 설계 변형 여지가 큰 구성요소—동심원 패턴이 아닌 방사형·격자형 접촉 패턴으로 설계하면 문언침해 회피 가능성 존재 |
| 캔이 제1캡을 포함하고 캡이 접촉면을 가짐 | 업계 공통의 상단 집전판 구조 | 구조적 필수 요소로 회피 난도 높음 |
이 표가 말하는 것: 네 가지 구성요소 중 세 가지는 원통형 탭리스 셀이라면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구조적 필수 요소”에 가깝고, 접힘 패턴이 “동심원 형태”인지 여부만이 상대적으로 넓은 설계 자유도를 갖는 구성요소로 읽힌다—이는 어디까지나 청구항 문언과 공개된 업계 구현 방식을 비교한 해석이며 실제 침해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④ 특허 관점
출원 흐름을 보면 이 특허는 2018년 11월 5일 출원된 미국 가출원(No. 62/755,685)의 우선권을 주장하며 2019년 11월 4일 정식 출원(출원번호 US16/673,464)되었고, 2020년 5월 7일 공개(US20200144676A1)를 거쳐 2023년 9월 5일 등록되었다. 발명자는 Kunio Tsuruta, Mikel Ehrlich Dermer, Rajeev Dhiman이며 현재 권리자는 테슬라(Tesla Inc.)다. 청구항은 총 31개이며, 독립항인 청구항1은 장치(device) 청구항으로 “에너지 저장 장치” 자체를 청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계열의 후속 출원인 US20230402722A1(“Battery cell with a tabless electrode”, 2021년 9월 17일 출원, 2023년 12월 14일 공개, 현재 심사 계속 중)이 동일한 발명자군은 아니지만 같은 테슬라 명의로, 이번에는 “장치”가 아니라 “제조 방법”—플래그를 접는 순서, 롤러·디플렉터를 이용한 접힘 공정—을 청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테슬라가 탭리스 기술을 장치 청구항과 방법 청구항 양쪽에서 이중으로 방어하는 전형적인 특허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여준다.
침해 소지 관점에서, 앞선 트렌드 분석 글에서 다룬 LG에너지솔루션의 EVE에너지 대상 ITC 진정은 이 테슬라 특허와는 별개의 권리에 근거한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46-시리즈를 채택하는 모든 신규 진입자는 이론적으로 “테슬라 기초특허”와 “LG에너지솔루션 응용특허” 두 층위를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로는, 플래그의 접힘 형태를 동심원이 아닌 부분 중첩형(방사형 섹터 접촉)으로 설계하거나, 탭리스 대신 탭 수를 극단적으로 늘린 “준탭리스(quasi-tabless)” 구조—예컨대 전극 둘레를 8~16개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에 짧은 탭을 배치하는 방식—로 청구항의 “연속 동심원 패턴” 요건 자체를 비켜가는 접근이 거론된다. 다만 이런 설계 변경이 실제로 문언침해뿐 아니라 균등론(doctrine of equivalents) 침해까지 회피할 수 있는지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며, 이 역시 확정적 결론이 아닌 가능성의 영역이다.
⑤ 한계 및 전망
낙관적 전망은 이렇다—탭리스 구조의 핵심 아이디어가 이미 여러 기업에 의해 상용화된 지 수년이 지났고, 테슬라 역시 라이선싱을 통한 생태계 확장에 열려 있다는 관측이 있어, 특허 리스크보다는 산업 표준화의 이익이 더 클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이 특허가 2039년까지 15년 가까이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6-시리즈가 향후 표준 규격으로 완전히 고착될수록 오히려 라이선스 협상력은 특허권자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즉 지금 당장의 소송이 아니라, 시장이 커질수록 협상 테이블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장기 리스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46-시리즈 셀을 자체 개발하려는 후발 기업이라면 설계 초기 단계부터 “동심원 접촉 패턴” 요건을 회피하는 대체 접촉 구조를 특허 청구항 대 청구항으로 비교 검토하는 클레임 차트 작업을 선행하는 것이, 양산 이후 설계 변경보다 비용 효율적이다. 독자(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실용적 액션: 46-시리즈 자체 개발 또는 위탁생산을 검토 중이라면, 채택하려는 접촉 패턴이 이 특허 청구항1의 “동심원 형태(concentric circular pattern)” 요건과 문언상 일치하는지를 사내 IP팀 또는 외부 특허사무소를 통해 별도 감정받는 절차를 설계 확정 전 단계에 포함시킬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