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무엇이 화제인가
46mm 직경 원통형 셀이 “차세대 표준 포맷”이라는 수식어를 벗고 실제 양산 라인 위에 올라서는 순간, 그 표준을 떠받치는 탭리스(tabless) 전극 특허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주 확인된 세 가지 소식—AESC의 46120 셀 양산 개시,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EVE에너지 사이의 ITC 337-TA-1518 조사 개시, 그리고 국내 로보틱스 기업 제이스로보틱스의 332억 6천만원 규모 이차전지 자동화설비 해외 공급계약—은 얼핏 무관해 보이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셀 포맷 표준화가 설비 투자를 부르고, 설비 투자가 빨라질수록 그 밑을 받치는 특허의 권리범위가 시험대에 오른다는 것이다.
업계는 지난 2년간 4680(테슬라)에서 시작된 대형 원통형 셀 경쟁이 46-시리즈(4695, 46120 등)로 분화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문제는 이 분화가 셀 메이커마다 조금씩 다른 탭리스 구조를 채택하면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표준은 하나로 수렴하는데, 그 표준을 구현하는 방식과 그 방식을 보호하는 특허는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이 긴장이 이번 주 처음으로 무역위원회 조사라는 공식 절차로 표면화됐다. 이 글은 “46파이 원통형 셀 표준화가 왜 지금 특허 리스크로 번지고 있으며, 설비 투자와 IP 포트폴리오를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기획·IP 담당자는 무엇을 우선 확인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② 기본 원리
탭리스 구조를 이해하려면 기존 원통형 셀의 구조적 약점부터 봐야 한다. 일반적인 원통형 셀은 젤리롤(jelly-roll)로 말린 전극의 양 끝에 좁은 금속 탭(tab) 하나 또는 소수를 용접해 전류를 모은다. 비유하자면 다층 건물에서 비상구가 한두 개뿐인 상황과 같다. 평소에는 문제없지만, 많은 인원(전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야 할 때(고출력·급속충전) 그 좁은 문에서 정체와 발열이 발생한다. 전류가 전극을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한 뒤에야 탭에 도달하기 때문에 내부저항이 커지고, 이는 곧 열로 바뀐다.
탭리스 설계는 이 비상구를 “건물 전체 둘레를 감싸는 연속된 비상계단”으로 바꾸는 접근이다. 전극 호일의 상단과 하단 가장자리에 코팅되지 않은 금속박 부분을 남기고, 이를 촘촘한 다수의 조각(플래그, flag)으로 잘라 접어 겹친 뒤, 셀 상단·하단의 집전판(캔 캡)에 통째로 용접한다. 결과적으로 전극 둘레 전체가 동시에 전류를 내보내는 통로가 되어 전류 이동 거리가 짧아지고 내부저항과 발열이 줄어든다. 46-시리즈가 “더 크게 만들면서도 급속충전이 가능한” 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탭리스 구조가 있다.
③ 비교: 원통형 셀 포맷별 스펙
| 포맷 | 직경×높이(mm) | 주요 채택 기업 | 탭 구조 | 대표 적용처 |
|---|---|---|---|---|
| 2170 | 21×70 |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 기존 탭 구조(개선형 포함) | 테슬라 모델3/Y(구형), ESS |
| 4680 | 46×80 | 테슬라,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 | 탭리스(연속 플래그 용접) | 테슬라 사이버트럭, 모델Y(신형) |
| 4695 | 46×95 | 삼성SDI | 탭리스 | 파워툴, 마이크로모빌리티 |
| 46120 | 46×120 | AESC(엔비전) | 탭리스 | BMW iX5(New Class, 2026년 말~2027년 초 출시 예정) |
이 표가 말하는 것: 46mm 직경은 사실상 업계 공통 규격으로 굳어졌지만 높이(80/95/120mm)와 탭리스 구현 방식은 기업마다 갈라져 있다—셀 하나 당 가용 에너지가 기존 대비 최대 약 30% 늘었다는 AESC의 발표치가 이 분화의 이유를 보여준다. 규격은 수렴하고 설계 디테일은 발산하는 이 지점이 바로 특허 분쟁이 발생하는 자리다. (※ 46120 셀의 정확한 Wh/kg급 에너지밀도 수치는 AESC가 공식 발표하지 않아 확인이 필요한 항목으로 별도 분리한다.)
④ 특허 관점
이번 주 가장 무게감 있는 소식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8월 20일 표결로 개시하고 8월 24일 연방관보에 게재한 조사 사건번호 337-TA-1518이다. 이 사건은 LG에너지솔루션(한국)과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법인이 7월 21일 제기하고 8월 5일 보완한 특허침해 진정에서 출발했다. 진정에는 미국 특허 5건이 걸려 있으며, 이 중 4건이 원통형 배터리(탭리스 셀 설계 포함) 관련, 1건이 분리막 관련 특허로 보도됐다. 피심인은 셀 제조사인 EVE에너지(중국 후이저우)와 그 미국 법인들, 그리고 다운스트림 수입자로 로버트보쉬(Bosch), 코키홀딩스(HiKOKI·Metabo HPT 모기업), 체르본(EGO Power+·SKIL·Flex 모기업) 등 총 10개사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번 조사 대상에 완성차 업체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피소된 제품은 전동공구용 배터리팩에 집중돼 있다.
권리범위 관점에서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탭리스 구조 자체는 이미 테슬라가 선점한 기초특허 영역이지만(미국특허 US11749842B2 “Cell with a tabless electrode”, 테슬라 명의, 2019년 11월 4일 출원, 2023년 9월 5일 등록, 현재 활성 상태),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진정은 그와는 별도로 자사가 보유한 46-시리즈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를 근거로 한다. 즉 탭리스라는 “개념”에 대한 권리와, 그 개념을 구현하는 구체적 “설계”에 대한 권리가 각기 다른 주체에게 분산돼 있으며, 하나의 셀 제품이 이 두 층위의 권리를 동시에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진정에서 구체적으로 원용한 특허 5건의 등록번호는 공개 보도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아 별도 확인이 필요한 항목이다.)
회피설계 관점에서 보면, 이번 조사가 시사하는 실무적 시나리오는 두 갈래다. 첫째, 탭리스 구조를 유지하되 플래그의 절단·접힘 패턴이나 집전판 용접 방식을 청구항 구성요소와 다르게 설계하는 “구조 변형형” 회피가 있다. 둘째, 애초에 완전 탭리스 대신 “다탭(multi-tab)” 구조—탭 수를 늘려 저항을 낮추되 청구항이 요구하는 “연속된 플래그가 접혀 동심원을 이루는 구조” 요건을 벗어나는 방식—로 우회하는 전략이 있다. 다만 두 시나리오 모두 아직 이 사건에서 법원이나 위원회의 판단을 받은 바 없으며, 침해 여부와 회피설계의 실효성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전제해야 한다.
⑤ 한계 및 전망
낙관적 시나리오는 이렇다—46-시리즈가 업계 공통 규격으로 자리잡으면서 장비·소재 공급망이 표준화 이익을 누리고, 특허 분쟁은 라이선싱 협상을 통해 정리되며 시장은 계속 확대된다는 그림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진정을 “퀸크릭 애리조나 공장을 통해 국내산업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근거로 제기했다는 점, 그리고 제이스로보틱스의 이번 계약처럼 자동화설비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확대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반대 시나리오도 준비해야 한다. Section 337 조사는 통상 12~18개월이 소요되고, 설령 위원회가 위반을 인정해 배제명령(exclusion order)을 내리더라도 60일의 대통령 검토 기간을 거쳐야 발효된다—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뜻이지만, 반대로 이 기간 동안 46-시리즈를 채택하려는 후발 셀 메이커나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내가 채택하려는 탭리스 설계가 이 소송 결과에 따라 수입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는 불확실성이 12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략적 대안으로는, 46-시리즈 채택을 검토 중인 기업이라면 자사가 조달하려는 셀의 탭 구조가 어느 특허 패밀리(테슬라 계열 기초특허 대 LG에너지솔루션 계열 응용특허)에 더 가까운지를 조달 계약 단계에서부터 FTO(자유실시) 검토 항목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독자(기획·IP 담당자)를 위한 실용적 액션: 46-시리즈 셀 또는 관련 자동화설비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 공급사에 탭 구조의 구체적 특허 라이선스 현황(테슬라 계열 라이선스 여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크로스라이선스 여부)을 서면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이번 분기 조달 체크리스트에 추가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