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국내 셀메이커의 황화물 원천기술 한 조각
삼성SDI와 세종대학교 산학협력단이 공동 보유한 미국 등록특허 US11955601B2는 아지로다이트형(Li-P-S-할로겐) 황화물 고체 전해질과 그 제조 방법을 다루며, 독립항의 권리 범위는 “조성식의 수치 범위”와 “X선 회절(XRD) 불순물 피크 비율”이라는 두 개의 울타리로 그어져 있다. 따라서 이 특허의 회피 가능성은 할로겐 종류가 아니라 리튬·황·할로겐의 비율과 상(phase) 순도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상황을 보면, 전고체 배터리(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쓰는 배터리) 경쟁에서 “산화물 우선·황화물 지연”이라는 흐름이 최근 업계 컨센서스처럼 거론된다. 황화물 전해질은 이온전도도가 높지만 수분에 민감하고 계면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긴장 요인은 그 속에서 정작 국내 셀메이커가 황화물 전해질 원천기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특허는 그 답의 일부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두 가지다. 이 특허는 정확히 무엇을 청구하는가, 그리고 유사 조성을 준비하는 쪽은 어디에서 침해 소지와 회피 여지를 찾아야 하는가.
기본 원리: 할로겐이 넓혀 주는 리튬의 길
아지로다이트(Argyrodite)형 구조는 Li-P-S 골격에 할로겐(Cl, Br 등)을 치환해 이온전도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할로겐 치환이 결정 구조 내 리튬 이온 이동 경로를 넓혀 준다는 게 핵심 원리로 알려져 있다.
자료: US11955601B2 청구항 12~14 및 명세서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결정 구조는 리튬 이온이 지나다니는 “지하 통로망”이다. 할로겐 치환은 통로 일부를 넓혀 통행을 빠르게 하는 공사이고, 불순물 상은 통로 중간에 쌓인 “잔해”다. 공사를 잘해도 잔해가 남아 있으면 통행 속도가 떨어진다. 이 특허가 조성과 함께 XRD 불순물 피크를 청구항에 넣은 것은 바로 이 잔해의 양을 권리 요건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명세서는 이 관계를 직접 설명한다. 회절각(2θ) 17.5~18.5°, 26.5~27.5°, 29° 부근에서 불순물 상이 관찰될 수 있고, 불순물 상이 늘면 이온전도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구항의 두 피크 비율이 0.06 이하라는 조건은 불순물 상이 적은 고순도 상태를 뜻한다고 명세서는 밝힌다.
- 조성 축: LiaP1SbXc에서 4.7<a<5.3, 4.4≤b≤4.5, 0.7<c<1.5
- 순도 축: XRD 피크 비율 I(29.0)/I(30.0) ≤ 0.06, I(27.1)/I(30.0) ≤ 0.06
- 공정 축: 황·인·할로겐 전구체 혼합 후 350℃ 이상 열처리(종속 공정 청구항)
다만 황화물 전해질 공통의 약점인 수분 민감성과 고전압 계면 안정성은 이 특허의 조성 개선만으로 전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온전도도 외에 명세서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성질은 기계적 특성이다. 명세서는 이 전해질의 영률(재료가 변형에 저항하는 정도)이 80GPa 이상, 예컨대 80~95GPa일 수 있다고 적고, 영률이 높으면 같은 압력으로 더 치밀한 고체 전해질층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고체 전지에서 전해질층의 치밀도는 입자 사이 빈틈을 줄여 이온 이동 경로를 잇는 문제와 연결되므로, 이 특허가 전도도와 기계적 성질을 함께 기재한 점은 셀 제조 공정까지 염두에 둔 설계로 읽힌다.
비교: 서지 정보와 실시예 이온전도도
먼저 서지 정보를 정리한다. 원문 표의 네 항목을 유지하고 Google Patents에서 확인한 서지 값을 더했다.
| 구분 | 내용 |
|---|---|
| 특허번호 | US11955601B2 |
| 출원인 | Samsung SDI, 세종대학교 산학협력단 |
| 전해질 계열 | 아지로다이트형 황화물(Li-P-S-할로겐) |
| 핵심 청구 | 고이온전도도 조성(조성식 + XRD 피크 비율) 및 제조 방법 |
| 우선권 | KR10-2020-0110596(2020-08-31) |
| 미국 출원 / 공개 | US17/412,589(2021-08-26) / US20220069343A1(2022-03-03) |
| 등록 / 법적 상태 | 2024-04-09 등록 / Active, 예상 만료 2042-01-15 |
자료: Google Patents US11955601B2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국내 대기업이 세종대와 산학 공동 출원했다는 점은 원천기술이 학계-기업 협업 단계에서부터 다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상 만료일이 2042년 1월 15일이어서, 이 권리는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논의 시점 전반과 겹친다. 다만 특허 등록이 곧 양산 준비 완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다음은 명세서 표 2에 실린 25℃ 이온전도도다. 청구항의 조성 경계 안팎에서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기 위해 일부 비교예를 함께 옮겼다.
| 구분 | 조성 | 이온전도도(mS/cm, 25℃) | 청구항 1 조성 범위 |
|---|---|---|---|
| 실시예 1 | Li5.04PS4.46Cl1.13 | 4.46 | 범위 안 |
| 실시예 2 | Li5.28PS4.47Cl1.34 | 3.87 | 범위 안 |
| 실시예 3 | Li5.20PS4.44Cl1.32 | 2.56 | 범위 안 |
| 실시예 4 | Li5.20PS4.46Cl1.29 | 2.30 | 범위 안 |
| 비교예 1 | Li4.54PS4.21Cl1.11 | 0.36 | 범위 밖(a, b) |
| 비교예 3 | Li5.33PS4.5Cl1.34 | 1.867 | 범위 밖(a) |
| 비교예 5 | Li5.38PS4.52Cl1.34 | 1.562 | 범위 밖(a, b) |
자료: US11955601B2 명세서 표 2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범위 판정은 편집부)
이 표가 말하는 것: 실시예 4건은 모두 2mS/cm 이상(2.30~4.46mS/cm)이고, 비교예는 0.36~1.867mS/cm에 머문다. 특히 비교예 3은 리튬 지수 a가 5.33으로 청구 범위 상한(5.3 미만)을 근소하게 넘는 조성인데, 청구항의 경계가 이런 “성능이 꺾이는 지점”에 맞춰 그어졌다는 점이 읽힌다.
특허 관점: 두 개의 울타리와 그 틈
청구항 요지(재서술): 독립항인 청구항 1은 조성식 LiaP1SbXc(X는 F, Cl, Br, I 중 하나)로 표시되는 황화물 고체 전해질로서, 아지로다이트형 결정 구조를 가지고, XRD에서 29.0°/30.0° 피크 강도비와 27.1°/30.0° 피크 강도비가 각각 0.06 이하인 것을 청구한다. 종속항은 Li/S 원자비 1.13 이상(청구항 4), Li-P-S-Cl 조성의 좁은 범위(청구항 5), 구체 조성 4종(청구항 6), 영률 80GPa 이상(청구항 7), 이온전도도 2mS/cm 이상(청구항 8)으로 범위를 좁힌다. 청구항 9~11은 이 전해질을 쓴 전고체 이차전지, 청구항 12~14는 전구체 혼합·기계적 밀링·350℃ 이상 열처리(진공 500~650℃, 5시간 이상 등)의 제조 방법이다.
자료: US11955601B2 청구항 구성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출원 흐름: 이 특허는 2020년 8월 31일 한국 출원(KR10-2020-0110596)을 우선권으로 2021년 8월 26일 미국에 출원됐고, 2022년 3월 3일 공개를 거쳐 2024년 4월 9일 등록됐다. 명세서는 이 조성이 값비싼 황화리튬 원료 사용을 줄여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과 조성 범위(a가 약 5)를 함께 보면, 대표 조성으로 흔히 언급되는 Li6PS5Cl(명세서가 XRD 비교 기준으로 쓴 조성)보다 리튬 지수가 낮은 영역을 겨냥한 설계로 해석할 수 있다.
회피 포인트: 원문은 “할로겐 종류·비율을 달리하면 회피설계 여지가 있다”고 봤지만, 청구항 1은 X를 F, Cl, Br, I 가운데 어느 것이든 포함하므로 할로겐 종류만 바꾸는 것으로는 회피가 어렵다. 회피 여지는 두 곳에 있다. 첫째, 조성 지수 a·b·c 중 하나라도 청구 범위 밖에 두는 것이다. 예컨대 리튬 지수 6에 가까운 화학양론 조성은 a<5.3 요건을 벗어난다. 둘째, 조성이 범위 안이라도 XRD 피크 비율이 0.06을 넘으면 문언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그러나 두 번째 경로는 불순물 상을 일부러 남기는 것이어서, 명세서와 표 2가 보여주듯 이온전도도 저하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또 피크 비율 같은 파라미터 한정은 측정 장비·조건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어, 침해 여부를 다툴 때 측정 방법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조성 경계 바로 바깥(예: a=5.3 근방)에서 같은 성능을 낸다면 균등론 주장이 제기될 여지도 있으나, 수치 한정 발명에서 균등 범위가 어떻게 인정될지는 사안별 판단이다. 등록·소송 결과를 지금 단정할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가능성 수준의 판단이다.
한계와 전망
산화물 우선 컨센서스가 향후 2~3년 지속된다면 황화물 전해질 상용화는 계면 저항·가압 요건 해소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계면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풀리면 아지로다이트형 원천특허를 보유한 쪽이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할 수 있다.
낙관적 전망에 대한 반대 시나리오도 분명하다. 아지로다이트 조성 특허는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이 비슷한 골격으로 출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개별 조성 특허 한 건의 협상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특허처럼 좁은 조성 범위와 순도 파라미터로 권리를 그은 경우, 경쟁사는 인접 조성으로 비켜 가기 쉽다.
전략적 대안은 조성 특허를 단독 자산이 아니라 “조성-공정-셀 구조” 묶음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 특허도 전해질 조성 외에 전고체 전지 구조(청구항 9~11)와 제조 방법(청구항 12~14)을 함께 청구하고 있어, 경쟁사가 조성을 비켜 가더라도 공정이나 셀 구조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다.
실무 액션: 황화물 전해질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자사 후보 조성의 a·b·c 지수와 XRD 피크 비율을 US11955601B2 청구항 1·5·6의 범위와 표로 대조하고, 자사 로드맵상 황화물 채택 시점을 이 특허의 예상 만료일(2042-01-15)과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
이 글은 법률자문이 아닌 기술·특허 동향 해설이며, 개별 특허의 권리범위 판단은 변리사·변호사 확인이 필요하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산화물 우선·황화물 지연”이라는 업계 컨센서스의 1차 근거 자료
- 우선권 한국 출원 KR20220028942A의 등록 여부와 청구 범위
- 이 특허 계열의 다른 국가(유럽·일본·중국) 출원 여부
출처
- Google Patents, US11955601B2 – Sulfide solid electrolyte for all-solid secondary battery, method of preparing same, and all-solid secondary battery including the s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