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화제인가: 새 물질이 아니라 ‘크기 비율’을 청구한 특허
CATL(닝더스다이)의 나트륨이온 전지 핵심 특허 CN111525099B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아니라 양극과 음극 입자 크기의 비율이라는 물리적 파라미터를 독립항의 중심에 둔다. 그런데 같은 발명이 나라별로 걸어간 길은 다르다. 중국에서는 비율 0.05~3의 넓은 범위로 등록됐고, 유럽에서는 비율 0.1~1과 특정 양극 계열로 좁혀져 등록됐으며, 미국 출원은 Google Patents 기준 포기(Abandoned) 상태다. 이 글은 이 ‘입자비 특허’가 무엇을 보호하고, 관할마다 권리 범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CATL은 2021년 7월 29일 1세대 나트륨이온 전지를 공개하며 셀 에너지밀도가 최대 160Wh/kg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상온에서 15분 만에 SOC(충전 상태)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영하 20°C에서도 용량 유지율이 90%를 넘는다고 밝혔다. 리튬 공급 불안에 대한 대안으로 나트륨이온 전지가 주목받은 이유다.
긴장 요인은 나트륨 자체의 성질에 있다. 나트륨은 지각에 리튬보다 훨씬 풍부하지만(원문 기준 리튬 0.006% 대 나트륨 2.7%), 이온 반지름이 리튬보다 약 30% 커서 리튬이온 전지 기술을 그대로 옮겨 쓰기 어렵다. 그 결과 첫 충방전에서 잃는 용량이 크고(낮은 초회 쿨롱효율, 첫 사이클에서 넣은 전하 대비 꺼낸 전하의 비율), 고속 충방전 성능도 약하다는 문제가 따라왔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입자 크기 비율이 왜 성능을 좌우하는가, 실시예 데이터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리고 관할별로 달라진 권리 범위를 기획·IP 담당자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톱니바퀴의 잇수가 맞아야 한다
나트륨이온 전지에서 충전은 양극에서 빠져나온 나트륨 이온이 음극(여기서는 하드카본, 결정 배열이 불규칙한 탄소)에 저장되는 과정이다. 양극 입자와 음극 입자의 크기가 크게 어긋나면 두 전극의 반응 속도가 맞지 않는다. 이 특허 명세서는 입자비를 적정 범위로 제어하면 첫 충방전의 용량 손실이 줄고 고율 성능이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자료: CN111525099B·US20210359335A1 청구항과 실시예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두 톱니바퀴의 잇수 비율과 같다. 한쪽 톱니가 지나치게 잘거나 굵으면 맞물림이 헐거워지고, 힘이 한 지점에 몰리거나 헛돈다. 양극 입자가 음극 입자에 비해 너무 작으면(A/B가 작으면) 양극 쪽 반응 표면은 넓어도 음극이 이를 받아내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반대로 너무 크면 양극 쪽이 병목이 된다. 원문은 이 불균형이 심하면 음극 표면에 나트륨이 금속 상태로 석출되는 부작용까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특허가 정한 조건은 다음과 같이 층위가 나뉜다.
- 핵심 비율: 양극 활물질 중간입경(D50, 입자를 크기순으로 늘어놓았을 때 가운데 값) A와 음극 활물질 중간입경 B의 비율 0.05≤A/B≤3, 더 좁게는 0.1≤A/B≤1
- 절대 크기: 양극 A 0.2~20μm(선택적으로 0.6~15μm), 음극 B 0.5~20μm(선택적으로 3~15μm)
- 보조 파라미터: 양·음극 활물질층 기공률 비 0.15~2.5, 면밀도 비 C/D 1.5~4.5 등(미국 공개공보 종속항 기준)
비교: 실시예와 비교예의 입자비와 성능
아래 표는 원문 비교표를 미국 공개공보 US20210359335A1의 실시예 표(Table 1·2)와 대조해 보정한 것이다. 원문은 실시예 12를 ‘0.1~1 범위 충족’으로, 비교예를 ‘범위 밖(과대/과소)’로만 적었으나, 공보에 기재된 실제 A·B 값으로 바로잡았다.
| 구분 | 양극 A(μm) | 음극 B(μm) | A/B | 초회 쿨롱효율(%) | 4C/0.1C 용량유지율(%) |
|---|---|---|---|---|---|
| 실시예2(발명) | 0.5 | 2 | 0.25(0.1~1 충족) | 87 | 82 |
| 실시예12(발명) | 10 | 8 | 1.25(0.05~3 충족, 0.1~1 밖) | 89(최고치) | 80 |
| 비교예1 | 0.2 | 10 | 0.02(하한 미달) | 72 | 58 |
| 비교예4 | 18 | 4 | 4.5(상한 초과) | 70 | 47(최저치) |
자료: US20210359335A1 명세서 Table 1·2(CN111525099B 동일 우선권 패밀리)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입자비가 0.05~3 안에 든 실시예는 초회 쿨롱효율 87~89%, 4C/0.1C 용량유지율 80~82%를 기록했지만, 범위를 벗어난 비교예는 각각 70~72%, 47~58%에 그쳤다. 다만 초회 효율 최고치(89%)를 낸 실시예 12는 좁은 범위(0.1~1)가 아니라 넓은 범위에만 속한다.
이 마지막 사실은 해석상 의미가 있다. 명세서 전체로 보면 실시예 1~16의 초회 효율은 78~89%에 걸쳐 있고, 실시예 12는 양극 소재도 층상 산화물(NaLi0.08Ni0.15Mn0.55Fe0.22O2)이어서 실시예 2의 폴리음이온계(Na3V2(PO4)2O2F)와 다르다. 즉 성능 차이는 입자비 하나만이 아니라 양극 소재 계열과 함께 읽어야 하며, ‘비율이 좁을수록 무조건 좋다’는 단순한 결론은 공보 데이터만으로는 도출되지 않는다.
특허 관점: 한 발명, 세 개의 권리 범위
서지 사항: CN111525099B는 우선일·출원일 2019년 2월 2일, 공개(A) 2020년 8월 11일, 등록 2021년 8월 6일이며 Google Patents 기준 Active, 예상 만료일은 2039년 2월 2일이다. 같은 우선권으로 PCT 출원(PCT/CN2020/072453, 국제공개 WO2020/156200)이 이어졌고, 여기서 미국 출원 US20210359335A1(2021년 8월 2일 출원, 2021년 11월 18일 공개)과 유럽 특허 EP3907790B1(2024년 10월 9일 등록)이 나왔다. 유럽 특허의 권리자는 CATL 홍콩 법인(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Hong Kong) Limited)으로 기재돼 있다.
청구항 요지(재서술): 중국 등록특허의 독립항은 양극극편·음극극편·분리막·전해액으로 구성된 나트륨이온 전지에서 음극 활물질을 하드카본으로 한정하고, 입자비 0.05≤A/B≤3을 핵심 구성요소로 삼는다. 종속항은 비율을 0.1~1로 좁히고, 입자 크기·기공률 비·면밀도 비를 한정하며, 양극 활물질을 나트륨 전이금속 산화물·폴리음이온계·프러시안블루계로 구체화한다.
자료: CN111525099B(Google Patents)와 EP3907790B1(EPO 공보) 청구항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통찰: 유럽 등록 청구항에서는 층상 산화물 양극이 빠졌다. EPO 공보에 실린 EP3907790B1 청구항 1은 비율을 0.1≤A/B≤1로 좁혔을 뿐 아니라, 양극 활물질을 폴리음이온계 화합물과 프러시안블루계 화합물로 한정하고 각각의 일반식까지 적시했다. 중국 청구항이 포괄하던 층상 산화물 양극은 유럽 독립항의 문언에서 빠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초회 효율 최고치를 낸 실시예 12(층상 산화물, A/B 1.25)는 유럽 청구항 1의 두 조건 모두에서 벗어난다. 같은 발명이라도 관할에 따라 ‘무엇이 침해 소지가 있는가’의 답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회피 포인트: 중국에서는 하드카본 음극과 0.05~3이라는 넓은 비율이 결합돼 있어, 하드카본을 쓰는 일반적인 나트륨이온 셀 설계는 문언상 이 범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회피 방안으로는 음극을 하드카본 외 소재(소프트카본 등)로 바꾸거나, 입자비를 범위 밖으로 설계하는 경로가 검토 대상이 된다. 유럽에서는 층상 산화물 양극을 쓰거나 A/B를 1 초과로 설계하면 청구항 1의 문언 범위 밖에 설 여지가 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다만 비율 범위를 살짝 벗어나는 설계는 성능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 있고, 명세서의 비교예가 보여주듯 범위 밖에서는 효율이 뚜렷이 떨어진다. 또 중간입경(D50)은 측정 조건(분산 방법, 레이저 회절 장비 등)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어, 자사 측정값이 범위 밖이라도 특허권자가 명세서의 측정법으로 재측정하면 범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유럽 청구항이 “as measured according to the description”이라는 문구를 명시한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장치로 읽힌다. 반대로 특허권자 입장에서도 입자 크기 비율 같은 파라미터 청구항은 선행기술 대비 진보성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계와 전망
CATL은 이 특허 이후에도 나트륨이온 전지 관련 출원을 이어갔다. 원문이 언급한 국제출원 PCT/CN2022/108955(나트륨이온 전지 전해액 관련)는 출원번호상 2022년 출원이며, 2024년 2월 1일 국제공개된 것으로 보도됐다. 또 CATL은 2021년 발표 당시 차세대 제품의 에너지밀도 목표를 200Wh/kg 초과로, 기본 산업 체인 구축 시점을 2023년으로 제시했다. 원문이 ‘2023년 목표 160Wh/kg’로 적은 부분은 160Wh/kg이 1세대 셀 발표치였다는 점에서 바로잡는다.
낙관적 전망은 입자비 같은 공정 파라미터 최적화가 쌓이며 나트륨이온 전지가 초회 효율과 고율 성능의 약점을 좁혀간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리튬 가격이 안정되면 나트륨이온 전지의 원가 우위가 줄고, 이런 파라미터 특허는 시장 규모가 작은 상태에서 권리 행사 실익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 출원이 포기 상태라는 점은, 적어도 이 패밀리로는 미국 시장에서 같은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략적 대안은 나트륨이온 전지의 FTO(침해 여부 검토)를 소재 조성 중심이 아니라 ‘관할별 × 파라미터별’ 매트릭스로 짜는 것이다. 같은 우선권 패밀리라도 중국·유럽·미국의 청구항 범위와 법적 상태가 다르므로, 출시 지역별로 걸리는 청구항을 따로 뽑아야 검토 누락을 줄일 수 있다.
실무 액션: 하드카본 음극 나트륨이온 셀을 검토하는 기획·IP 담당자는 자사 양·음극 활물질의 D50을 특허 명세서의 측정 조건으로 재측정해 A/B 값을 산출하고, 중국(0.05~3)과 유럽(0.1~1 + 양극 계열 한정) 청구항 각각에 대한 구성요소 대비표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지각 존재비(리튬 0.006%, 나트륨 2.7%)와 이온 반지름 차이(약 30%)의 1차 출처 수치
- CN111525099B 등록 청구항의 번호별 구성(분리막·전해액 포함 여부 등)을 중국어 원문으로 재확인
- US20210359335A1의 포기 시점과 사유, 후속 계속출원 존재 여부
- PCT/CN2022/108955의 정확한 출원일과 국제공개번호
- CATL 상용 나트륨이온 셀에 실제 적용된 입자비가 이 특허 범위에 속하는지
출처
- Google Patents, CN111525099B – 钠离子电池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td)
- Google Patents, US20210359335A1 – Sodium-ion battery and apparatus containing the same (법적 상태·이벤트)
- US20210359335A1 명세서 전문(실시예 Table 1·2, 청구항) – FreePatentsOnline 수록본
- European Patent Office 공보, EP3907790B1 – Sodium ion battery and apparatus containing sodium ion battery (2024-10-09 등록)
- CATL 보도자료, CATL Unveils Its Latest Breakthrough Technology by Releasing Its First Generation of Sodium-ion Batteries (2021-07-29)
- SMM(Shanghai Metals Market), CATL has announced an international patent application for a sodium-ion battery (2024-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