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 특허 전쟁 — 무효화된 원천특허, 왜 지금도 회자되나

무엇이 화제인가: 무효가 된 특허가 남긴 교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원천특허 공방은 ‘특허가 있었다’보다 ‘중국에서 특허가 어떻게 무너졌는가’가 더 중요한 사건이다. 하이드로퀘벡 등이 보유한 탄소 코팅 LFP 합성 방법 중국 특허(CN100421289C)는 2008년 9월 24일 등록됐지만, 중국전지공업협회가 2010년 8월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2011년 5월 28일 수정된 청구항 111항 전부가 무효로 선고됐다고 보도됐다. 이 글은 그 무효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원천특허가 모두 만료된 지금 이 사건을 왜 다시 읽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업계 상황부터 보면, 2026년 3월 한국 배터리 3사가 각형 배터리 특허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중국은 정부 주도로 CATL·BYD 등을 묶은 대규모 특허 풀을 조성해 해외 IP 분쟁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공세적 특허 전략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20년 전 중국 업체들은 LFP 원천특허의 라이선스 요구를 받는 쪽이었고, 그 부담을 특허 무효라는 법적 수단으로 벗어난 경험이 있다.

긴장 요인은 여기서 생긴다. 원천특허가 강력해 보여도, 특정 국가에서 절차적 하자로 무너지면 그 나라의 산업 지형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이 글이 답할 질문은 세 가지다. LFP 원천특허는 무엇을 청구했는가, 중국 특허는 왜 무효가 됐는가, 그리고 지금의 기획·IP 담당자는 이 사례에서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가이다.

기본 원리: 도로는 넓은데 신호등이 없는 소재

LFP 원천특허는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감람석(올리빈, 원자가 특정한 격자 모양으로 배열된 결정 구조) 구조의 LiMPO₄ 양극 물질 자체를 청구한 텍사스대학교 특허이고, 다른 하나는 이 물질의 표면을 탄소로 덮어 전기 전도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을 청구한 하이드로퀘벡·몬트리올대학교·CNRS 계열 특허다. 보도에 따르면 LFP 물질은 1995년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에서 발견됐다.

FIG. 1탄소 코팅 LFP 합성의 흐름(개념도)전구체 혼합M·Li·X·탄소 공급원10기체 분위기 평형온도·기체 조성 제어20산화 상태 조절전이금속 가수 맞춤30탄소원 열분해입자 표면 탄소막40전도도 확보10⁻⁸ S/cm 초과50전도도는 3750kg/cm² 압축 분말 시료 기준이다
Fig. 1. CN100421289C 청구항 1이 기재한 탄소 코팅 LFP 합성 공정을 단계별로 정리한 개념도.
자료: CN100421289C 청구항 1을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비유하자면 LFP는 넓고 튼튼한 도로와 같다. 원재료가 저렴하고 구조가 안정해 사고(열폭주)가 잘 나지 않는다. 문제는 전자가 이 도로를 지나가기 어렵다는 점, 즉 전자 전도도가 낮다는 점이었다. 탄소 코팅은 도로 표면에 전자 전용 차선을 깔아 주는 역할을 한다. 입자 하나하나를 얇은 탄소막으로 감싸면 입자 사이로 전자가 흐를 길이 생기고, 그제야 LFP는 실용적인 양극재가 된다.

중국에서 무효가 된 CN100421289C는 이 탄소 코팅 계열에 속하지만,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합성 방법을 청구한다. 청구항 1을 재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탄소가 결합된 C-LixM1-yM’y(XO₄)n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법이다
  • 전이금속(M, M’) 공급원, 리튬 공급원, X 공급원, 탄소 공급원을 섞은 전구체 혼합물을 기체 분위기에서 평형시킨다
  • 온도·기체 조성·전구체 비율을 조절해 전이금속의 산화 상태를 원하는 수준으로 맞춘다
  • 탄소 공급원을 열분해해, 3750kg/cm²로 압축한 분말 시료에서 10⁻⁸ S/cm를 넘는 전도도를 얻는다

비교: 세 개의 대표 특허, 세 개의 운명

아래 표는 원문이 언급한 두 갈래 원천특허와 중국 특허를 Google Patents 서지로 대조한 것이다. 같은 ‘원천특허’라도 청구 대상과 만료 시점이 다르다.

구분 US5910382A US6855273B2 CN100421289C
청구 대상 LiMPO₄ 양극 물질(M: 1주기 전이금속) 표면에 전도성 탄소가 균일하게 증착된 전극 물질 크기 제어형 탄소 코팅 산화환원 물질의 합성 방법
최초 출원인 University of Texas System Université de Montréal, Acep Inc, CNRS CNRS, Université de Montréal, Hydro-Québec
발명자(일부) John B. Goodenough, Akshaya K. Padhi 외 2명 Nathalie Ravet, Michel Armand 외 4명 M. Armand, N. Ravet 외 2명
우선일 1996-04-23 1999-04-30 2000-09-26
등록일 1999-06-08 2005-02-15 2008-09-24
현재 상태 만료(2017-04-21) 만료(2020-05-04) 종료(2021-09-21), 중국 내 무효 결정 이력
Fig. 2. LFP 원천특허 대표 3건의 서지 비교
자료: Google Patents 서지(US5910382A, US6855273B2, CN100421289C)를 바탕으로 편집부 정리

이 표가 말하는 것: 물질 특허(US5910382A)는 2017년, 코팅 물질 특허(US6855273B2)는 2020년에 미국에서 만료됐고, 중국의 합성 방법 특허는 만료 전에 이미 무효 다툼에 휘말렸다. 원문이 ‘2021~2022년 순차 만료’로 뭉뚱그린 시점은 특허별로 최대 4년 이상 차이가 난다.

원문 서술 중 두 가지를 바로잡는다. 첫째, US5910382A의 발명자 명단에는 Goodenough, Padhi, Nanjundaswamy, Masquelier가 올라 있고, 원문이 공동 발견자로 소개한 만띠람 박사는 이 특허의 발명자로 기재돼 있지 않다. 둘째, 이 특허의 우선일은 1996년 4월 23일이며, 1995년은 물질이 발견된 해로 보도된 연도다. 흥미롭게도 Google Patents상 US5910382A의 현재 권리자는 하이드로퀘벡으로 표시돼, 두 갈래 특허가 결국 한 진영으로 모였음을 보여 준다.

특허 관점: 무효 사유는 선행기술이 아니었다

권리 행사의 흐름: 하이드로퀘벡 진영은 특허 보호에 공을 들였다. 텍사스대학교와 하이드로퀘벡이 일본 NTT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에서 낸 소송은 2008년 10월 6일 3,000만 달러 화해로 끝났다. 다만 NTT 발표에 따르면 이 소송의 청구 원인은 리튬 이차전지 기술 관련 영업비밀 유용이었고, NTT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소송 비용과 배심 재판의 불확실성을 피하려 화해했다. 이어 2011년 7월 하이드로퀘벡·몬트리올대학교·CNRS·쥐트헤미는 LiFePO4+C Licensing AG라는 서브라이선스 법인을 세웠고, 대만의 Advanced Lithium Electrochemistry(Aleees) 등 4개사가 첫 서브라이선시가 됐다고 발표됐다.

중국 무효 사건: 중국 보도에 따르면 특허권자 측은 중국 업체에 1,000만 달러의 가입비와 LFP 톤당 2,500달러의 사용료를 요구했다. 중국전지공업협회는 2010년 8월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2011년 5월 28일 수정 후 청구항 111항이 전부 무효로 선고됐다. 무효 사유는 보정이 원출원 범위를 넘었다는 점(신규사항 추가)과 청구항이 명세서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허권자 측은 불복했고, 2012년 4월 9일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변론이 열렸으나 당일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됐다.

FIG. 3CN100421289C 청구항 1 구성요소 지도청구항 1 구성요소(재서술)회피 가능성·대응(a)M·M'·리튬·X·탄소 공급원 전구체 혼합LFP 제조 공통 요소, 회피 어려움(b)기체 분위기에서 전구체 혼합물 평형분위기 조건 차별화 검토(c)온도·기체 조성·비율로 산화 상태 조절공정 변수 범위 대비 필요(d)탄소 공급원 열분해로 탄소 결합 화합물 형성후코팅 방식이면 거리 확보 여지(e)압축 분말 전도도 10⁻⁸ S/cm 초과실용 LFP 대부분 충족 가능성중국 무효 사유는 선행기술이 아닌 보정 범위 초과·명세서 뒷받침 부족
Fig. 3. CN100421289C 청구항 1의 구성요소를 재서술하고 요소별 회피 가능성을 대응시킨 청구항 지도.
자료: CN100421289C 청구항 구성과 중국 무효 사건 보도를 바탕으로 편집부가 재구성

통찰: 이 사건의 교훈은 ‘기술’이 아니라 ‘보정 이력’에 있다. 무효 사유는 더 앞선 선행기술이 발견됐다는 것이 아니라, 심사 과정에서 청구항을 고치다 원출원 명세서의 범위를 넘었다는 절차적 문제였다. 즉 발명이 새롭고 진보적이었더라도, 명세서 작성과 보정 관리가 약하면 권리 범위 전체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125개 청구항을 111항으로 줄인 수정본이 통째로 무효가 됐다는 점은, 청구항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권리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 준다. 지금 중국에 출원하는 한국 기업에도 같은 논리가 역방향으로 적용될 수 있다.

회피 포인트: 이 방법 특허의 권리 범위는 기체 분위기 평형, 산화 상태 조절, 탄소원 열분해, 그리고 특정 압축 조건에서의 전도도라는 복수 구성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문언 침해가 성립한다(구성요소 완비 원칙). 따라서 당시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탄소 공급원이나 공정 순서를 달리하는 회피 설계도 이론상 검토 대상이었다.

회피설계 시나리오(반론): 그러나 공정 변경만으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탄소 코팅 LFP라는 결과물이 같다면 특허권자는 물질 청구항(US6855273B2 계열)이나 균등론을 근거로 다툴 가능성이 있었고, 방법 특허는 제조 현장 입증이 어려운 대신 수입 제품에 대한 추정 규정 등으로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중국 업체들이 택한 길은 개별 회피가 아니라 업계 단체를 통한 무효 공격이었고, 이는 회피 설계보다 무효 공격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클 수 있는 구조를 보여 준 사례다.

한계와 전망

원천특허가 만료됐다고 해서 LFP 특허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CATL이 자국 스타트업을 상대로도 실용신안 침해 소송을 잇달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듯, 경쟁의 무게중심은 ‘누가 원천기술을 가졌는가’에서 ‘누가 세부 공정·조성 특허를 더 촘촘히 쌓았는가’로 옮겨간 상태다. 원천특허 무효 경험을 가진 산업이 지금은 가장 공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쪽이 됐다는 점이 이 사건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다.

낙관적 전망은 원천특허가 모두 만료됐으니 LFP는 누구나 로열티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공개 기술이 됐다는 것이다. 반대 시나리오도 있다. 원천특허가 사라진 자리를 입자 설계, 도핑, 소성 공정, 셀 구조에 관한 수천 건의 개량 특허와 실용신안이 채우고 있어, 실제 제품 단위의 FTO(침해 여부 검토) 부담은 오히려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략적 대안은 ‘만료된 원천특허’를 방어 자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만료된 원천특허의 명세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는 기술의 증거가 되므로, 후발 개량 특허가 이 범위와 겹친다면 공지기술 항변이나 무효 주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국 무효 사건이 보여 주듯, 상대 특허의 보정 이력을 점검하는 것도 같은 방어 수단에 속한다.

실무 액션: LFP 양극재나 셀을 기획하는 담당자는 경쟁사 핵심 LFP 특허의 심사 경과(보정서와 의견서)를 입수해, 원출원 명세서 대비 보정 범위가 넓어진 청구항이 있는지 먼저 표시해 두는 것이 좋다.

확인이 필요한 항목

  • 원문이 기재한 ‘중국에 2003년 출원’이 CN100421289C의 중국 국내 단계 진입일을 뜻하는지(Google Patents상 출원일은 2001-09-21)
  • 2012년 4월 9일 변론 이후 CN100421289C 무효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의 최종 결과
  • Aleees가 LFP 매출의 10%를 특허료로 지불했다는 원문 서술의 1차 근거
  • CATL·BYD 등 중국 업체의 실제 로열티 지불 여부와 기간
  • 2026년 3월 중국 정부 주도 특허 풀 조성과 CATL 실용신안 소송에 관한 1차 보도
  • US5910382A·US6855273B2의 해외 패밀리(유럽·일본 등) 만료 시점

출처

  1. Google Patents, US5910382A – Cathode materials for secondary (rechargeable) lithium batteries
  2. Google Patents, US6855273B2 – Electrode materials with high surface conductivity
  3. Google Patents, CN100421289C – Method for synthesizing size-controlled carbon-coated redox materials
  4. NTT 보도자료, Notice regarding Settlement of a Lawsuit filed in Texas, U.S.A. (2008-10-06)
  5. Green Car Congress, Hydro-Québec, Université de Montréal, CNRS and Süd-Chemie create entity for sublicensing of lithium iron phosphate battery materials (2011-07-04)
  6. 中国储能网, 专利无效案开庭:磷酸铁锂电池行业生死劫(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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